알 수 없는 검색 알고리즘 때문에 들어오신 건지 아니면 오래된 드림 글일지라도 계속 읽어주신 드림러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쓰는 게 맞을 거 같아서 간단한 잡담을 적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D

한동안 드림은 쉬고 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2D와 2.5D 덕질이 휴덕이라고 설명하는게 맞겠네요. MCU 시리즈 다 봤고 은혼의 경우 드라마 나온 것 까지 다 봤으며 어떤 완결이 났는지 알고 있지만 마음대로 글이 써지지 않아 자연스럽게 쉬게 되었습니다.

해당 합작들은 16년도, 한창 열심히 덕질할 때 참여했던 합작 글들입니다. 다른 블로그에 업로드를 했다가 게시판을 정리하면서 이대로 밀어버리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해 잠들어있는 여기를 깨워 급하게 백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리메이크... 는 생각했는데 차마 리메이크할 기력이 없어서 올리기만 하기로 판단해 성급하게 게시글들을 포스팅했습니다.

 

한창 휴덕하면서 다른 드림러분께서 예전에 썼던 은혼 글을 누가 도용해 갔다고 알려주시면서 한창 분주하게 공론화 글 참여도 하고 그랬고... 다행히 사과는 받았습니다. 그래도 장르를 쉬고 있다 해도 알려주셨던 드림러분에게 감사인사도 전했고요

다른 장르로 넘어가 열심히 연성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간헐적으로 우리 캡틴 얼굴 보면 드림 뽕 차오르긴 하는데 앤드 게임 엔딩 때문에 차마 쓰지 못하는 웃픈 상황이지만요 언젠간 다시 적고 싶을 때 노트를 열지도 모릅니다.

여러 드림주들 설정을 짜 놓은 건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다 넣었기 때문에 그대로 보내주기는 아까워서 자덕질하고 있습니다. 우리 애들이 얼마나 예쁜데...!!

 

 

아무튼 이 글을 누군가는 읽고 계시겠죠 제 글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간 제가 다시 드림러로 돌아설 때 글을 리메이크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애와 예쁜 사랑 하세요

드림 마법소녀 합작 / 징벌소녀AU

https://rdeepest00.wixsite.com/magicalau

 

 

 

 

아름다운 빛을 뽐내며 이 도시를 지켜주는 마법소녀들. 일루미나틱 뷰티, 아이스 블루, 코일 골드, 아쿠아 프러시안, 스위트 이프리트, 마인드 하트등 자신의 능력을 뽐내며 마법소녀들이 이 도시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마법소녀는 아마도-

 

"캄파뉼라 플라티나 어제도 정말 예쁘더라."

 

바로 정의의 마법소녀 캄파뉼라 플라티나다. 하늘거리는 머리카락. 붉게 빛나는 눈동자, 정의를 위해 싸우고 심판하는 그 마법소녀는 정말 내 눈에 눈이 부실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다른 마법소녀들도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캄파뉼라를 좋아하는 건 주변 사람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 무척이나 좋아한다. 하지만 유독 한명만이 캄파뉼라를 좋아하는 걸 탐탁지 않아 한다.

 

"너 왜 그런 녀석 좋아하냐?"

"왜 캄파뉼라가 어때서. 뷰티나 다른 아이들도 멋있지만 난 캄파뉼라가 좋은걸? 긴토키, 내가 항상 이야기 꺼내면 표정 안 좋아지더라."

 

여전히 구린 표정을 짓고 있는 긴토키는 "아 마법소녀가 뭐 대수냐? 솔직히 그런 녀석들도 원래는 안 좋은 녀석들일거아냐." 라는 험담을 하기 일쑤였다. 그만 내 우상을 욕해- 라며 투닥거리기 쉽상이였다. 마법소녀 이야기를 꺼내면 항상 싸우지만 그래도 짜증을 내더라도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긴토키 뿐이었기에 계속하여 마법소녀 이야기를 나누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바쁘다며 가봐야 한다는 긴토키를 먼저 보내고 난 후 먹고 싶어 했던 디저트 가게의 케이크를 사들고 돌아가던 길 "괴수가 출연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주세요." 괴수의 출현과 동시에 마법소녀가 나타난다는 방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괴수의 모습을 보고 재빠르게 달려 자리를 옮겼지만 번쩍- 하고 저 멀리서 나타난 마법소녀들이 순식간에 괴수를 해치웠다.

 

"우와… 텔레비전 넘어서가 아닌 이렇게 본건 처음이야…"

 

작은 모습 이였지만 괴수를 한 번에 해치운 마법소녀의 모습들은 무척이나 반짝이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이곳으로 날아온 마법소녀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내 캄파뉼라만 남겨두고 그 자리를 떠났다. 뭐지? 라는 생각도 얼마 가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마법소녀가 내 눈앞에 있다. 정의의 마법소녀 캄파뉼라 플라티나가 내 눈앞에 있었다. 무슨이야기를 나누지, 좋아한다는 말? 아니면 팬이라는 말?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는 말을 해야 할까 수십 가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져 갔지만 변신이 풀리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하자 그 질문들은 지우개로 지워버린듯 금방 없어져 버렸다.

 

"하. 저 녀석들 대하기 정말 힘들다니까. 누군 좋아서 마법소녀 하는 줄 아나."

"긴토키?"

"어…?"

 

절망과 실망에 가득찬 내 말과 표정을 보자 긴토키의 얼굴은 당황함으로 넘치다 못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내 손에 들려있던 케이크는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카페는 무척이나 한적했다. 말이 없이 서로를 바라보기에 바빴던 우리는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앞에 놓여있던 음료를 한 번에 다 마시고는 전부다 털어놓기 시작했다. '계시'부터 시작해 자신이 어쩌다 선택을 받았는지, 그리고 왜 이 활동들을 계속 하고 있는지를 하나도 빠짐없이. 나는 그런 긴토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었다. 정의감이 넘치는 녀석이었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역시-

 

"그런데 왜 하필 마법소녀야? 마법소년도 있잖아."

"야 그래도 변신하면 모습은 여자애거든?!"

"조용히 해. 내 망상을 깨트린 주범아."

 

잠깐의 정적이 맴돌더니 이내 서로 웃음이 터져 깔깔 웃기 바빴다. 아까까지만 해도 감돌고 있던 무거웠던 공기는 웃음과 함께 온데간데없어졌다. 캄파뉼라에게 더욱더 끌렸던 이유는 아마 긴토키랑 닮아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해. 나는 네가 마법소녀 활동하는 걸 응원하고 있으니까." 헤어지기 전 고민 끝에 내린 저 한마디를 듣고 변화 없던 표정이 활짝 펴지면서 "고마워."라는 조용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래 항상 오늘과 같다면 긴토키도 다른 마법소녀들도 활동하는 모든 일들이 탄탄대로일거야- 라고 그렇게 굳게 다짐했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루미나틱 뷰티양이 학교에서 목이 졸린 채 발견되었습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감시카메라에 잡힌 인물입니다. 또 다른 괴수일까요 아니면-'

 

텔레비전이든 신문이든 뉴스와 같은 모든 매체에 일루미나틱 뷰티의 사망소식으로 시끌벅적했다. 뷰티의 팬들은 추모하거나 누구냐고 언성을 높이거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른 마법소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말을 돌려대기에 무척이나 바빴다.

 

"긴토키 너 정말 괜찮아?"

 

제일 걱정되는 네가, 긴토키는 고개를 푹 숙인 체 엎드려있었다. 무슨 말을 해줘야할까 주변에서 서성이다가 결국 자리를 잡고 앉아 삐져나온 한쪽 손을 말없이 잡아주었다. 작은 빈틈사이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그럴 일 없어… 설마 그렇다해도… 아니야, 아닐 거야…" 라고 연신 중얼거리고만 있었다. 이거라도  좀 마셔봐, 가져온 이온음료를 앞에 탁- 하고 놓자마자 벌떡 몸을 일으켜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직접 가서 확인 해봐야 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아름다운 빛이 긴토키의 몸을 감쌌고 그대로 마법소녀로 변신한 녀석은 훌쩍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일반인에 불과한 나는 그냥 그녀석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뷰티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씩 마법소녀들은 죽임을 당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계시를 받아 한층 더 성장해 더 이상 죽지 않을 것만 같았던 마법소녀들은 하나둘씩 '길로틴'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고 설상가상으로 캄파뉼라-긴토키는 변신만 가능할 뿐 무능력한 마법소녀로 추락하고 말았다. 왜 능력을 쓸 수 없는 거야? 넌 정의의 마법소녀잖아.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도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어." 눈물 젖은 대답뿐 이였다.

 

"길로틴때문에 그러는 거야?"

"아마도. 원치 않았던 계시였을지 몰라도 잘 해낼 것만 같았어."

 

매일매일 눈물로 지새우는 긴토키를 어떻게 달래야 할 지 모르겠다. 내가 마법소녀 대리로, 내가 마법소녀가 되어서 이 도시를 그리고 이녀석을 지켜주고 싶다. 나는 정의의 마법소녀니까- 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되내이고 되내여본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

어느 날 길로틴이 죽었다는 뉴스가 떴다. 그리고 현재 남은 마법소녀들은 스위트 이프리트와 캄파뉼라 플라티나였다. 이프리트는 새로운 계시를 받아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였지만 다른 마법소녀는, 긴토키는 여전히 무능력한 마법소녀에 불과했다.

 

"타카라 도와줘."

 

늦은 밤 갑자기 나타난 긴토키는 도와 돌라는 말만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데, 이유를 알아야 도와주지. 아무리 질문해도 긴토키는 내 양 팔을 꽉 잡은 채 도와 돌라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이 지겨운 상황을 끝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어. 하지만- 하지만 그 실마리를 잡으면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몰라서 두려워."

 

울먹거리는 목소리, 떨려오는 손. 나는 마법소녀가 아니지만 지금은 하나밖에 없는 조언자이자 동료나 다름없는 존재였기에 고민 끝에 그 실마리를 잡도록 도와주기로 결정 내렸다.

 

"그 실마리가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어?"

"응. 해결할 수 있어."

"그럼 가서 실마리를 잡아. 너는 정의의 마법소녀잖아. 정의를 실행하는 거야."

"…그래. 고마워 타카라."

 

꽉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긴토키였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무운을 빌어주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늦은 밤 나를 갑작스럽게 찾아온 뒤, 실마리를 잡았는지 길로틴도, 이프리트도, 내가 좋아하던 캄파뉼라도 그 어떤 마법소녀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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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후군 드림 합작 : https://dreamingtogether.wixsite.com/syndrome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 가면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며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화가 나거나 슬플 때도 무조건 웃는 증상을 말한다.

 

 

 

 

평범하게 굴러가던 내 일상생활들이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유난히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던가, 우울해진 상황에서 속으로는 눈물을 펑펑 쏟고 있지만 거울을 보면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등 조금씩 나에 대한 문제점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냥 학생 때 앓았던 우울증이 다시 나타난 걸지도 몰라, 요즘 상황이 많이 힘들었잖아? 라며 나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며 현 상황을 모면하기에 급급했다. 언제 한번은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봐야겠어- 라는 생각으로 미루고 미루다 보니 지금의 상황까지 다다른 걸지도 모르겠다.

 

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돼.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돼. 늘 항상 웃고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를- 스티브를 걱정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안 된다는 강박과 다름없는 것들에 사로잡혀 있던 걸지도 모르겠다. 걱정하는 말에 "괜찮아요."라며 미소를 지어보이기 일쑤였고,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스티브 몸부터 챙겨요." 라며 그를 돌려보내곤 했다. 괜찮아. 평소처럼 잘 하고 있어 현화야, 계속 이렇게만 지내면 돼. 라며, 점차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었지만 나 스스로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화. 밖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좋아하는 빵 사왔는데-"

"죄송해요. 지금은 입맛이 없어서요. 나중에 먹을게요."

"그래? 알겠네. 그럼-"

"따로 빼두면 제가 나중에 먹을게요. 먼저 들어가 볼게요."

 

평소에 그렇게나 좋아하던 음식도 이상하게도 끌리지 않았다. 식욕이 없다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입에 넣어 먹었는데 요즘 들어 전혀 입에 대지 않을 정도로 식욕이 감퇴되었다. 먹는 양이 줄어든 건가, 살이 빠질려는건가- 라며 단순한 생각들로 그렇게 단순한 상황들을 조금씩, 조금씩 넘기고 있었다. 왜 먹지 않냐고 질문을 하면 다이어트중이라며 둘러대는 것처럼.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어깨가 뻐근해…?"

 

과해보이는 운동 후에도 찾아오지 않던 근육통도 유난히 심하게 찾아오기 시작했다. 다리의 움직임은 평소에도 많아 잘 느끼지 못했지만 유난히 팔의 사용이 많았던 오늘, 극심한 근육통이 시달리다 못해 베개를 끌어안고 혼자 앓는 괴로운 신음을 내뱉고 만다. 약과 찜질등 몇 가지 방법을 동원한 후 얼추 가라앉자 조금씩 진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도 얼마 가지 못했고 점차 온몸의 신경통은 몸을 찢어 버릴 듯한 통증으로 찾아왔다. 운동을 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였고 통증이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경우에는 하루 종일 누워 지낼 수밖에 없었다.

 

이상 증새를 알고 있었지만 미루던 그 순간을 후회한다. 누군가 몸에서 이상한 기분을 느끼거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라 했는데 난 여태껏 그 신호를 무감각한 내 생각으로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기로 결심하게 만든 순간은 갑자기 찾아왔다. 항상 이해해야해, 그는 바쁜 사람이잖아- 라며 나는 괜찮아, 항상 그랬잖아? 라며 외로움 속에 익숙해져가던 그날 이였다. 오랜만에 잡힌 데이트 약속덕분에 옷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어여쁜 원피스들을 꺼내 전신거울 앞에서 열심히 코디를 하고 있던 그런 날이었다.

 

"네? 오늘도 안 될 거 같다고요? 오랜만에 잡은 약속이잖아요."

"갑자기 출동명령이 떨어졌네. 행방이 묘연하던 녀석의 위치를 드디어 알아냈거든."

"그래도 갑작스럽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도 많잖아요. 영화도 1시간 후에 시작한단 말이에요."

"정말 미안 하네 현화. 1시간 안에 끝내보도록 해볼게. 약속시간 그대로 영화관 앞에서 만나는 걸로."

 

휴대전화 너머로 스티브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연신 미안해하는 스티브의 말을 끝으로 통화는 끊겼다. 깊은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일단은 말을 믿어봐야지- 라는 작은 믿음으로 힘껏 데이트 복장으로 힘을 주고 영화관으로 찾아갔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난 뒤에도 스티브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것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항상 그랬어. 왜 나만 이래야 해?"

 

집으로 돌아가던 길,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결국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주변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지만 울고 있는 그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 올라가는 입 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어라 왜이래…?" 떨려오는 손으로 얼굴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손거울로 아무리 확인을 해보아도 울고 있는 표정과 어울리지 않는 미소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루고 미루던 병월을 뒤늦게 찾아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아 그동안 나타난 증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흐음- 무언가 심각해 보이는 표정으로 종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깊은 침묵 끝에 의사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과거에 우울증을 앓으셨다고요?"

"네. 그래서 저번과 같은 증세인줄 알고 과거에 하던 방법대로 그냥 지내면서 참았어요."

"참았다고요? 병원을 가지 않고요? 환자분 지금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계세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혹은 가면성 우울증. 같아 보이는 우울증이여도 많이 달랐다. 증상이 비슷했지만 나에게 나타난 우울증의 경우에는 계속해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우울함을 드러내는 상태였던 것이다. 백짓장이 되어버린 상태로 약국을 나왔다. 손에는 처방받은 약이 들려있었고 머릿속에선 최대한 우울함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라는 조언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주변인들의 도움도 받으라고 했었지만

 

"받을 수가 있어야지. 바빠서 만나기도 어려운데."

 

가방 안에 대충 약을 넣어두고 집으로 돌아갈려던 순간 가방 깊은 곳에서 진동이 느껴져 근원지를 찾아 손을 뻗어 더듬더듬 찾아 꺼낸 휴대전화의 상태 바에는 메시지 아이콘이 하나 떠있었다. '현화, 만날 수 있나?' 예상한데로 그의 문자였다. 답장을 해도 다시 문자가 오는 데에 시간이 걸릴 거 같아 냉큼 통화버튼을 눌렀다. 몇 번의 수신음이 가더니 "현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날 수 있어요? 저 마침 밖에 나와 있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약속시간과 장소는 속전속결로 잡혔고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다보니 헐레벌떡 뛰어온 그가 내 앞에 앉았다.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지? 데이트 약속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던 거, 아니면 오늘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턱-하고 막혀온다. 해결방법을 나 혼자서 열심히 찾고 있을 때 아메리카노를 깔끔히 다 마신 스티브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현화. 그땐 정말 미안했네.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했는데 내가 지휘하던 일이여서 빠져나갈 수 없었네."

"지금 그 말하려고 만나자고 한 거였어요?"

"그래. 오랜만에 만나기로 약속 잡은 거였는데 갑작스럽게 취소해버리고 어제 연락도 안 되고 해서 무슨 일 생겼나 해서-"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손가락과 어찌할 줄 모르는 시선, "어제는 내가 잘못한 게 맞으니 모든 각오를 하고 왔네." 라며 비장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스티브를 보니 나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지어진다. 이번에는 우울함을 감추기 위해 지어보이는 미소가 아닌 그런 표정이었다. 그래, 이런 사람 앞에서 감춰봤자 서로만 힘들어질 거야.

 

"실은 어제 상태가 안 좋아서 저도 바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병원에 가봤는데 아마 다시 '그것'이 나타난 걸 수도 있데요."

"정말… 정말 미안 하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대화하니까 조금씩 풀리는걸요?"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어딘가 꽉 막혀 있던 것들이 뚫린 것처럼 풀려나간다. 여전히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스티브의 손을 살짝 잡고 "제가 말했죠? 저는 괜찮다고요." 걱정하지 말라는 미소를 지어보이자 이제야 조금씩 표정이 풀려나가는 스티브였다.

 

아직은, 아직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미소가 조금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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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마법소녀 합작 / 창작 세계관

https://rdeepest00.wixsite.com/magicalau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가 모습을 드러낸지도 아연 두 달이 지났다. 우주에서 날아온 것들인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고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도저히 해치울 수 없는 그런 괴수-변종이었다. 그러다가 혜성처럼 나타났다고 해야 하는 존재일까 신문이건 뉴스건 대서특필되는 괴수를 물리치는 '마법소녀'의 등장이었다. 군대나 어벤져스의 도움으로 괴수의 움직임을 저지하면 마법소녀는 바로 공격을 하면 되는 그런 방식이었다.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는 신비한 능력을 휘두르는 마법소녀의 정체를 모두 궁금해 하고 있었고, 모두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 마법소녀의 정체를 알고 있다- 라기 보단 알 수밖에 없었다.

 

"아니 괴수든 변종이든 나타나기 몇 분 전에 알려주는 시스템은 없어요? 변명거리 만드는 것도 힘들어요."

 

둥그스름한 모양의 빛을 내는 물체는 미안한지 꾸벅- 인사를 해 보이고는 어서 빨리 가자며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팔목에 하고 있던 팔찌를 뺀 뒤 주먹을 꽉 쥐자 입고 있던 남색의 원피스는 어느새 중갑옷 형태가 되어있었고 양 갈래로 묶고 있던 머리는 어느새 높은 포니테일의 형태로 묶여있었다. 그리고 팔찌를 쥐고 있던 손에는 내 키만 한 지팡이가 들려있었다. 누군가에게 들키기 전에 재빠르게 빠져나가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 어벤져스 구성원들이 있었고 그 와중에 그-스티브와 눈이 마주쳤다. 마주치자마자 재빠르게 시선을 피하고 일격을 날리자마자 먼지처럼 변종은 흩날리듯 사라졌다.

 

"오늘도 나타난 마법소녀가-"

 

밑에서는 인터뷰를 하는 기자들의 목소리, 그리고 상황을 어떻게든 정리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봤을까? 봤었다 하더라도 나를 알아봤을까- 불안한 마음을 안고 현장을 재빠르게 탈출했다.

나는 여전히 왜 내가 이런 역할을 맡아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상한 변종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 평범하진 않더라도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던 거 같은데 '그것'들이 나타난 뒤로, 나타나는 횟수가 늘어 가면 늘어갈수록 나는 점차 망가져 가기 시작했고 내 삶의 톱니바퀴들도 점차 하나씩 하나씩 틀어지기 시작했다.

 

"버블버블!!"

 

기술을 이름을 외치고, 괴수를 가두고, 공격하다가 실패하면 역으로 당하기 일쑤였고 마법소녀의 상태에서 다친 흉터들은 변신이 풀리고 난 뒤에도 남아있었다. 흉터가 깊은 날은 붕대를 검거나 감추기 위해 급급했다.

 

"현화 요즘 많이 다치는 거 같은데."

"괜찮아요. 제가 하는 일이 좀 많이 다치는 일이잖아요."

"그래도-"

"스티브. 저는 정말로 괜찮아요."

 

상처를 우연히 들키게 된다면 스티브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고 난 항상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라며 안심시키기 급급했다. 정말로 과연 나는 괜찮은 걸까? 괜찮았던 것일까? 그런 의문을 가지곤 했다.

 

처음에 분명 마법소녀일 때 나의 일은 그것들을 없애는 일이었고, 경찰이건 군인이건 어벤져스건 그들이 하는 일은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부상자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마법소녀의 탓으로 돌아가기 급급했고 그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나는 점차 피폐해져 갔다. 어쩌다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왜 내가 마법소녀여만 하는데요? 이유가 있으니까 나를 마법소녀로 결정한 거 아니에요."

 

옆에서 마법소녀일 때만 도움을 주는 둥그스름한 물체를 쥐고 흔들면서 소리도 쳐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빛도 없었다. 그것들이 나타날 때만 빛을 내고, 내 대답에만 응해주지만, 지금은 그것들이 없어서 그런 걸 까- 빛은 없었다. 벽에다 그것을 집어 던지며 화풀이를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속 안에 응어리진 것은 전혀 풀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마법소녀의 운명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휘황찬란하지 않다. 분명 휘황찬란했던 거 같은데 어느새 어둠만이 가라앉아있었다. 지금은 어둠만이 보이고 있다.

 

"요즘 변종을 없애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마법소녀'라고 부르던데. 현화도 알고 있었나?"

"네 물론 알고 있었죠. 유명하잖아요. 괴수를 물리치는 마법소녀잖아요."

 

떨리는 손과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애를 썼다. 우려하던 일이 드디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대한 들키지 않기 위해 눈을 피했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척 하기 위해 손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할까. 든든하다는 칭찬을 할까 아니면 비난 섞인 말을 할까. 두려움 반 기대 반 떨리는 마음으로 스티브의 말을 기다렸다.

 

"이런 쪽의 일은 상당히 어렵고, 힘들고, 괴로울 텐데 내색하지 않고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라는 말을 항상 해주고 싶었네."

 

툭- 하고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이 힘없이 쟁반 위로 떨어졌다. 그는, 스티브는 알아주고 있었다. "얼굴이 밝혀지면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야."라는 말을 덧붙인 걸 보면 아마 그때 얼굴을 보지 못했던 거 같아 안심이 들었고, 작은 응원의 한마디가 끈을 놓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열심히 노력했다. 나는 노력했다고 주장하지만, 사람들은 아니었나 보다. 화려해진 기술, 최대한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도움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보았지만, 주변의 시선은 그렇지 않았던걸 지도 모르겠다.

 

'마법소녀 뭐하냐.'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다.' '화려해진 기술, 늘어가는 괴수들, 늘어나는 인명피해' '차라리 내가 마법소녀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가시 돋힌 말들이 내 마음 한구석에 깊게 박혀온다. 계속해서 이 길을 해나가도 괜찮은 걸까. 무늬만 수훈선수인 이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 걸까. 눈물이 계속해서 차오른다. 괜찮다고 스티브가 해주었던 말들을 되새기고 되새겼지만 역시나 나는 어쩔 수 없는 나약한 마법소녀인걸지도 모르겠다.

 

 

"마법소녀가 사라진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괴수들은 계속해서 도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어벤져스도 여기까지 인걸 까요?"

 

저거 쫓아내면 안돼? 신경질적인 토니의 말과 행동으로 옮기려는 몸짓에 말리기 급급했다. 정의를 위하던, 도시를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힘들어도 내색 하나 하지 않던 노력하던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다. 연락도 닿지 않는 그녀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여러분 저기... 마법소녀가 나타-"

 

앵커의 말은 더는 들리지 않았고 커다란 폭음만이 들려왔다. 뿌연 먼지들이 시야를 가렸고 미사일을 쏴대는 듯한 밝은 빛들은 주위의 건물들을 하나씩, 하나씩 없애나가기 시작했다. 공격을 하는 곳으로 의심되는 지점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렇게나 기다리던, 그리워하던던 마법소녀-그녀가 서 있었다. 하지만 평소 입고 있던 남색의 중갑옷이 아닌 검은색 망토를 휘날리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항상 밝은 빛으로 가득하여 보이던 그녀의 눈동자가, 정의감으로 넘쳐나던 그녀의 눈동자 안에는 더는 정의감도, 밝은 빛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더는 우리가 그리워하던, 내가 알고 있던 마법소녀가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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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Dream~꿈처럼 달콤한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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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케이크와 음료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하얀색 접시 위에 올려진 딸기케이크 한 조각, 진한 커피 향이 느껴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린 것을 들고 또각또각 따듯한 햇살이 들어오는 구석진 창가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페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약속시각까지 대략 30분 정도 남아있었다. 아직 뜨거운 커피 잔을 들고 작은 한 모금을 마시자 씁쓰름한 커피 향이 입안에 퍼진다. 잔을 내려놓고 포크를 집어 들어 딸기케이크를 작게 한 조각 잘라낸 뒤 입안으로 향하자 달달한 생크림과 딸기 맛이 전체를 감돌고 있었다.

 

"늦게 오면 후회할 텐데-"

 

평소에 먹는 양보다 조금씩, 먹어 해치우는 시간보다 조금씩 늘리면서 느긋하게 창가를 바라보며 한입씩, 한입씩 먹고 있었다. 내 님은 언제 오시려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늦게 오면 후회할 텐데- 라는 작은 말들을 중얼거리면서 먹어가다 보는 어느새 하얀색 접시 위에는 작게 남은 딸기케이크 조각과 달달한 생크림들의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오늘도 늦으려나?"

 

약속시각까지 남은 시간은 5분. 남은 케이크 조각을 포크로 찔러 앙- 한입에 다 먹었다. 아메리카노도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고, 5분이 지나자마자 바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그때 허겁지겁 달려오는 긴토키의 모습이 창밖으로 비쳤다. 나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터져 나온다. 그것 봐- 내가 분명 약속 잡기 전에 늦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오늘 또 늦었네. 금방 들어올 것이 눈에 보였기에 탁자 위에 올려진 접시와 컵을 치운 뒤, 입구로 걸어가자 가쁜 숨을 내쉬며 긴토키가 들어왔다.

 

"헉- 헉- 타카라, 나 많이 늦었냐?"

"아니. 제시간 맞춰왔어. 어떻게 할래. 여기서 숨 좀 돌리고 갈래?"

"아니. 걷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어서 나가자."

 

자연스럽게 끼워지는 팔짱을 끼고 카페를 나섰다. "너 딸기케이크 먹었냐?" "그럼 어떡해. 긴토키가 늦었잖아." "그래. 뭐- 나중에 같이 먹자." 라는 작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늘진 거리를 같이 오붓하게 걸어갔다. 다음에는 좋아하는 딸기 우유랑 같이 달달한 디저트들도 같이 사 들고 한 번 놀러 가야겠다. 카구라랑 신파치도 좋아하는 걸로.

 

"뭘 그렇게 생각해?"

"아니야. 어서 가자. 늦었다며."

 

긴토키의 팔을 잡아끌었다. 살짝 휘청거리는듯했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내 끌림에 같이 발을 맞추어 걸어가는 우리 둘이었다. 나중에 사갈 디저트들을 생각하면서 먹고 싶은 케이크나 파이, 마카롱 같은 게 없느냐고 물어보면서 대화를 이어나가자 처음에는 뭐 그런걸 사오려고 하냐며 거절했지만 계속되는 질문에 포기했는지 먹고 싶어 했던 디저트들을 줄줄이 내뱉는 긴토키였다. 딸기케이크부터 시작해 딸기파이, 딸기마카롱, 딸기빙수 등 죄다 딸기가 들어간 것밖에 없었다.

 

"딸기 못 먹어 죽은 귀신 붙은 것도 아니고 먹고 싶은 거에 죄다 딸기가 들어가 있어?"

"딸기가 들어간 거면 다 좋아. 아니면 네가 사다 주는 다른 것들도 좋고."

 

능글맞게 웃으며 얼굴을 들이밀자 "얼굴 치워." 단호한 말을 내뱉으며 얼굴을 밀어내고 한 발짝 먼저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화끈거리는 얼굴. 가끔 이유 없이 얼굴을 들이밀며 웃어 보일 때는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같이 가. 길 잃어버리지 말고." 어느새 다가온 긴토키는 다시 팔짱을 끼면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가! 라고 외쳐도 멈추지 않던 걸음은 결국 발을 삐끗하면서 내가 넘어지는 바람에 멈추게 되었다.

 

"괜찮아?"

"괜찮으면 다치지도 않았겠지."

 

결국 무릎이 까져 피를 보게 되었다. 그러게 내가 멈추자 했을 때 멈췄으면 좋았잖아. 통증이 가시지 않아 울먹거리는 말투에 사과하는 긴토키였다. 두리번거리다 벤치 하나를 발견하고는 "꽉 잡아."라는 말과 동시에 나를 번쩍- 들어앉고는 벤치로 걸음을 옮겼다.

 

"뭐야. 왜? 나 걸을 수 있어."

"나 때문에 다친 거잖아. 기다려. 금방 올 테니까."

 

금방 온다는 말을 뒤로하고는 어디론가 뛰어가 버린 긴토키였다. 붙잡아 보려 했지만 이미 빠르게 뛰어가 없어져 버린 긴토키였기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친 상처 부위에서는 더는 피가 나지 않았고 작게 남아있던 통증도 가신 지 오래였다. 언제 돌아오는 거야- 멀쩡해진 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때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어디 다녀왔기에 인제야 돌아오는 거야?"

"약국. 상처는 치료해야 될 거 아니냐."

 

한손에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산 약품이 들어있는 약국 봉투. 그리고 다른 손에는 손잡이가 있는 작은 컵에 담겨있는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 그 위를 장식하고 있는 초콜릿 시럽과 각종 과자류가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똑같은 상표가 그려진 다른 컵에는 초콜릿 시럽이 아닌 딸기 시럽이 뿌려져 있고 똑같은 과자 토핑이 되어있는 아이스크림이 담겨있었다. 우와- 상처는 뒷전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영상이었다. 요 주변에서 그렇게나 인기라고, 먹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러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요 며칠 전부터 광고할 때마다 먹어보고 싶다고 계속 노래 불렀잖아. 약 사러 갔을 때 팔고 있기에 사왔지."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긴토키였다. 분명 직접 가서 사온 거다. 가게 근처에 약국이 있어서 약국을 우연히 들린 거고 분명 아이스크림 가게로 먼저 간 게 분명하다- 직감이 외치고 있었다. 어떻게는 사과를 하고 싶어서 다녀왔을 모습에 작은 미소가 새어나온다.

 

"고마워. 먹고 싶었던 건데 잘 먹을게."

"그래. 꽤 인기 있더라고? 이 긴상이 줄 서서 사온 거니까 맛있게 먹고 화 풀어라."

"네네- 내 취향 잘 알고 있네? 과자나, 시럽이나."

"당연하지 누구 여자 친구인데 취향 하나쯤은 잘 알고 있어야 하잖아?"

 

오랜만에 기특한 소리 하네- 자연스럽게 뻗어 간 손은 긴토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오랜만은 무슨- 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듯 하더니 이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먹어. 아이스크림 녹겠다." 아이스크림이 담긴 컵과 한 세트인 것처럼 구름장식이 되어있는 숟가락을 집어 들어 아이스크림을 커다랗게 한 숟가락을 뜬 뒤 앙- 한입 먹어보았다. 시원한 맛이 처음에 퍼지면서 이내 달달한 초콜릿 시럽 향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와작, 와작. 씹히는 과자의 맛도 제일 좋아하는 과자이다.

 

"맛있어!"

"그렇지? 좋아할 줄 알았어."

 

맛있다는 한마디에 방긋 웃어 보이고는 뒤늦게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하는 긴토키였다. 먹고 싶어 했던 아이스크림의 맛은 기다리면서 혼자 먹었던 딸기케이크의 달곰함보다, 더욱더 배가되어 달콤하게 느껴졌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드림 합작 : http://sgy950.wixsite.com/apocal

창작 아포칼립스 / 식물 아포칼립스 : https://goo.gl/mYGqjT

↑창작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셔도 상관 없습니다

 

 

 

 

아- 공격해오는 식물들의 줄기를 최대한 피한다고 피했지만 뿌리에 걸려 그대로 넘어지면서 붙잡히고 말았다. 멀쩡한 자세로 붙잡힌 게 아닌 거꾸로 매달린 자세였기에 피가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스트레스가 극치에 다다랐다. 아등바등 어떻게든 벗어날려 했지만 이미 변질되어 버린 식물들의 힘은 멀쩡한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 이거 풀라고!! 누구 없어요?!”

 

울창한 숲이 되어버린 도시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러댔지만 적막만이 흘렀다. 그래, 사람 한명 안 보이는 이 도시에 내가 무엇을 바란 걸까. 상반신을 간신히 일으켜 허리에 달려있던 칼을 집어든 뒤 발목을 감싸고 있는 줄기를 끊어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내가 벗어날려는 걸 알아차렸다는 듯이 다른 줄기들이 나타나 더욱더 세게 내 발목을 감쌌고 이내 팔도 감싸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등바등 대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 때마다 나에게 가해져오는 압력은 더욱더 세져만 갔다.

 

“이 망할 식물들이 진짜-”

 

결국 힘을 이기지 못하고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 이 도시는 절대로 가지 말라던 사람들 말 들을걸- 후회가 될 쯤 멀리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려왔고 내 발목과 팔을 압박하던 줄기들이 끊기면서 그대로 땅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다행스럽게도 수북하게 쌓인 나뭇잎 위로 떨어져 심한 부상은 피했지만 그 충격 때문인지 머리가 어질어질해 도망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어서 가자.”

 

처음 들어보는 남자의 목소리. 아마 나를 구해준 사람인 듯했다. 내 손목을 잡고 이끄는 대로 달렸고 식물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에 도착하자 깊은 숨을 내쉬면서 손을 놓는 그 사람이었다.

 

“이봐 무슨 근자감으로 식물한테 덤빈 거야?”

“덤빈 거 아니에요. 식물에 대해 알려면 표본이 필요해서 얻으려고 건거에요.”

“그걸 보고 덤빈 거라고 하는 거야 요 녀석아.”

 

바닥에 아무렇게 앉아 복슬복슬해 보이는 머리카락 사이에 꽂힌 머리카락들을 뽑아내며 말을 하는 그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반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결과를 알고 있는 말싸움은 하고 싶지 않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너도 ‘그 쪽’이야?”

“아까 식물 표본 얻으려고 했다는 거들었잖아요.”

“흐응- 그렇구나. 이 도시에 아까처럼 먹을 거 저장하듯 거꾸로 매달아 놓는 식물도 있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식물들도 많다는데 못 들었어?”

 

읏챠- 앉아있던 몸을 간신히 일으켜 우두둑-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을 틀어대는 그를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서 이 도시에 살고 있던 사람들도 전부다 몰살당한 거고.” 조용히 읊조리는 그를 놀란 토끼눈이 되어 바라보다 방금 건 못들은 거로 하라며 손을 저어대고 있었다.

이 도시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도, 몇 번이나 이곳에서 잠을 청했을 때에도 사람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일정하지 않은 모양으로 불게 물든 나뭇잎들을 보았을 때 이것도 변이의 일종인가- 싶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것이 전혀 아니었다. 이 숲 곳곳에 묻어있는 붉은 것들은 사람의 피였고 그것은 식물에 의한 사망이라는 결론만이 내려졌다.

 

“그럼 서로 조심히 갈길 가자고. 너도 어서 이 도시-숲을 벗어나는 게 좋을 거야.”

“잠깐만요. ‘이 쪽’의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 당신을 오늘 처음 봐요.”

 

그래? 라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상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사카타 긴토키야. 다음에 만날 수 있으면 그 때 보자.”라며 도시의 출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그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다 그 모습조차 안보이게 된 후 한참 뒤에 아무도 듣지 않는 이곳에서 조용히 내 이름을 내뱉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표본을 채집했지만 변이된 식물의 공통점은 전혀 찾지 못했다. 표본을 채집한답시고 접근했다 공격을 당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역시 이것들에 대해 알려면 근원지부터 찾아야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곳을 찾지 못했기에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는듯했다.

 

“거기 누구 없어요?!”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 난 이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재빠르게 소리의 근원지로 달려가자 그곳에는 저번에 보았던 그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서로의 상황이 뒤바뀐 거 같지만 저번과 같았다. 원거리 무기가 없는 지금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끊어내는 방법밖에 없었기에 조용히 그의 근처로 다가갔고 나를 발견한 그는 놀랐는지 “어라? 어?” 라는 말만 연신 내뱉고 있었다.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나무줄기를 끊어내자 드디어 정신을 가다듬었는지 정상적인 말을 내뱉었다.

 

“너는 그때 내가 구해준 애?”

“구해준 애라뇨 이래보아도 정상적인 타카라라는 이름이 있거든요?”

드림 제복 합작  : http://rockstar777.wixsite.com/dreamuniform

 

 

 

 

호화로워 보이는 파티장. 곳곳에 앉아 술병을 들고 마시고, 소리 지르고, 나가서 춤을 추는 사람들, 신 나며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모두 하나같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가 비웃었던 파란색으로 물들어진 그런 전투복이 아닌 말끔하게 다려진 군복을 입고 이 파티장 안을 배회하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 처음 왔지만, 이상하게도 난 이곳을 알고 있다.

 

"춤출 준비가 됐나요?"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곳에는 그렇게나 그리워하던 그녀가 있었다. "카터."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무언가 익숙한 얼굴이 겹쳐 보이더니 머리가 지끈 아파지기 시작했다.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주변 탁자를 잡으면서 중심을 되잡고 몸을 일으켰다.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카터는 "전쟁은 끝났어요, 스티브. 이제 집에 갈 수 있어요." 라며 내 손을 꽉 잡아오기 시작했다.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었다. 하지만 그 집에 같이 돌아갈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이란 걸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었지. 하지만 당신과 같이 돌아갈 집은 아니었어."

"그럼 누구와 돌아갈 집이었죠?"

 

그녀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이름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나 불렀고, 그리워했고, 좋아했던 그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옷깃을 잡아끌었고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소란스러웠던 주변의 사람들이, 모든 사람이 사라졌다.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나와 같은 제복을 입고 있었다. 길게 늘어져 양 갈래로 묶은 머리, 나를 올려다보는 얼굴이었다. 난 이 얼굴을 알고 있다.

 

"당신은 내 이름을 알고 있어요."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머리 안을 맴돈다. 난 이 목소리도,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도 기억하고 있다. 알고 있는 몇 단어들이 입안에 잔여물처럼 남아있다. 천천히 잡고 있던 옷깃을 놓기 시작했고 이걸 놓쳐버리면 영영 잃어 버릴 것만 같아 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 손에 비해 작게만 느껴지는 손은 내 손안에 다 잡혔다. 그나저나 원래 이 옷이 이런 감촉이던가?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짙은 회색빛이 감도는 눈동자 색, 기억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현화."

 

작게, 그녀에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멈칫- 하는듯하더니 이내 활짝 웃어 보이는 그녀는 "뭐야. 기억하고 있었네요."라며 나를 안아오기 시작했다. 왜인 걸까, 왜 이렇게 마음 한구석이 울적한 걸까. 호화로웠던 파티장은 온데간데없어졌고 그녀가 입고 있던 단정한 군복은 이내 하얀색의 반소매와 남색의 치마로 이루어진 원피스로 변하였다.

 

"이제 일어나요 스티브."

 

손에 잡혀있던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고 이내 그녀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이라곤 입고 있는 이 군복. 어쩌면 아직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터벅- 터벅- 얼마나 걸었을까 눈앞에는 반쯤 열려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는 문이 보였다. 이 문을 열고 나가면 어떻게 변할지 아직 짐작할 수 없다. 꽉 잡은 손잡이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문을 열고 나가면서 입고 있던 이 옷도, 아까의 기억들도 하나둘씩 지워져 간다.

 

눈을 뜨자마자 머리가 지끈 아파져 온다. 아까까지만 해도 입고 있었던 제복은 온데간데없었고 커다란 상처를 입었는지 붕대가 이곳저곳에 감겨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오른쪽 손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계속 울었는지 이미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미처 떨어지지 못한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녀가 최대한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히 몸을 돌려 반대쪽 손으로 고여 있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가 돌아갈 집은 여기 있었어. 다녀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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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웨딩합작 : http://aoima54.wixsite.com/weddingcollabo

 

 

 

 

두꺼운 사진첩을 넘기면서 보이는 사진들은 각기 다른 신랑 신부들이 서로에게 어울리는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사진들이 가득했다. 결혼식 복장을 고르라면서 건네받은 이 사진첩을 보는 둥 마는 둥하다가 무심하게 덮어버리고 건너편에 앉아 어찌할 줄 모르는 스티브를 포함한 어벤져스 멤버들은 노려보았다.

 

"그래서 지금 그 사람들을 잡기 위해 가짜 결혼식 극을 펼치자는 얘기에요?"

"응. 신랑이랑 신부가 그나마 우리 둘이랑 비슷하다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결혼식을 가짜 결혼식으로 하자고요?"

 

처음에는 웨딩드레스 같이 구경하러 가자는 말에 혹해 같이 간 곳은 옷을 구경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닌 어벤져스타워였다. 아- 여기 왔었을 때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일단 자리에 앉았지만 "진짜로 말하려고?" "그러다가 스티브 당신만 큰일 나."라는 말을 어렴풋이 들었을 때 바로 거절했어야 했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도 몇 번이고 되새긴다. 신랑, 신부가 상당히 재력과 권력이 있는 자들의 아들과 딸이라고 결혼식 날 위협이 있을 거 같다며 우리 쪽과 이야기가 오갔다는데 정작 그 신부역을 맡은 나는 지금에서야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미안하니까 웨딩드레스는 제가 고르라는 거에요? 이왕 맡길 거면 웨딩드레스도 자기들이 고르고 넘겨주지."

"현화 그러니까 일단 진정하고."

"몰라요. 저는 안 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이만 가볼게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던 순간 스티브의 손이 내 앞에서 멈췄다. '뭐에요.'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천천히 손을 거둬가는 스티브였다. 나타샤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같이 대화-라고 하기에는 구경하러 온 사람들 같았지만-하러 왔던 토니에게 "둘이 이야기하게 비켜줘요." 라는 말과 함께 잘 해결해보라는 눈빛으로 한번 바라보더니 방을 나섰다. 서로 어찌할 줄 몰라 시선만이 오가자 일단 어떻게든 풀어보기 위해 자리에 다시 앉아 스티브도 천천히 다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웨딩드레스- 행복한 결혼식은 몇번 꿈꿔보긴 했다. 서로 같이 결혼식장을 고르고,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서로 입어보며 어울리는걸 고르기 위해 상상하고, 예식장에서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입장하는 그런 모습을 몇번 그려보긴 했고 언젠간 이루어질 거라는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그려질 거라는걸 전혀 몰랐지.

 

"나도 이 일을 부탁받았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어.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한번 해보면 우리 둘이 진짜 결혼식을 위한 준비를 할 때 확실하게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그걸..."

"일단 현화와 상의 없이 수락한 건 미안해.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여전히 시선을 맞추지 않고 있었지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아직도 이 일을 나와 상의를 거치지 않고 수락했다는 점에서는 아직도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의견의 요구와 선택을 해야만 했던 스티브의 처지에서 생각해본다면, 그 선택을 해야만 했던 사람이 나였다면 어쩌면 나도 같은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도 상대방과 의견을 먼저 맞췄을지도 모르겠다.

덮어두었던 사진첩을 다시 열어 천천히, 꼼꼼히 사진 하나하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현화?" 라는 스티브의 말에 한 번 시선을 맞추었다. "웨딩드레스 고르라면서요. 이왕 고르는 거 예쁜 걸로 골라야죠." 이 말에 표정이 펴지면서 입꼬리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식장이나 날짜는 그쪽에서 정해주는 거에요?"

"응. 일단 우리가 처리하지만, 그쪽에도 정보를 흘려야 하는 입장이니 그쪽에서 잡는다 하더군."

"흐음-"

 

사진에서 보이는 신랑과 신부의 미소는 다시 보아도 행복해 보였다. 다시 사진첩을 넘기는 속도가 점점 더 느려지고 점점 기분이 모호하게 변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천천히 넘기는 손 위로 커다란 손이 겹쳐 올라왔다. 그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았기에 스티브와 시선을 마주했다.

 

"진짜 우리 둘의 결혼식 때, 그때는 우리 둘이서 결정하자.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그거 직접 들으면 부끄러운 거 알죠?"

 

장난스럽게 건넨 말에 당황하자 "장난이었어요."라며 넌지시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번 일은 임무 때문에 원치 않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가짜 결혼식을 하게 되었지만 가까울지 멀지 모르는 미래에 이루어질 결혼식을 다시 그려본다.

 


 

 

"캡틴 솔직히 그때 현화한테 맞지 않을까 걱정했죠."

"스티브가 그 일은 잘못하긴 했어."

"조용히 하게."

 

턱시도가 갑갑하게 느껴졌다. 잔잔하게 느껴오는 바람과 햇빛이 오늘 같은 날에 더더욱이나 잘 어울렸다. 옆에서 놀리는 듯이 말하는 베너와 토니에게 무슨 말을 내뱉으려 했지만, 준비를 마무리한다며 황급히 사라져버렸다. 현화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식장 안에서 확인하라며, 결혼식 전까진 신부의 얼굴을 확인하라며 신신당부했기에 대기실 안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례를 맡은 토니의 말이 울려 퍼지고 식장 안으로 입장했다. 초대된 사람들의 축복과 환호 속에 당당하게 입장했다. 아직도 놀리는 재미에 빠져있는지 다음 순서를 말하는 것을 뜸을 들이는 토니를 한번 노려보자 그의 특유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럼 이제 기다리던 순서가 있겠습니다." 라는 말이 연이어 들려왔다. 누구의 에스코트를 받을까- 고민했었지만, 그녀의 옆에는 소중한 그녀의 친구가 옆에서 도움을 주고 있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그녀였지만 면사포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는 활짝 미소가 퍼져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를 바라보니 더욱더 가슴을 뛰게 하였다.

 

"현화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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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내 마음이 확신이 서면서 그만을 바라보았다. 그가 하는 일들을 알기 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내 생각들을 덧붙이면서 항상 그를 응원해왔다. 내가 그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것처럼 그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존중을 해주었고 응원을 해왔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었고, 나도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람으로 서로 대우해주었지만 서로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를 바라보는 시간이 무척이나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주어진 일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는 종종 예정에 없던 임무를 나간다든가, 단기간으로 알고 있었던 일이 장기간으로 변해 한동안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손가락으로 다 못 셀 정도로 무척이나 많았다. 금방 돌아온다고 해도 다시 다른 일이 생기는 경우가 일쑤였다. 내가 하는 일과 그가 하는 일이 달랐기에 이해를 하려 노력해보아도 이런 경우가 자주 반복되면서 이해하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스티브."

 

그를 간신히 만나면 나는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의 입술에서, 목에서 내 이름이 나오기를 바랐지만, 항상 내 손만 따뜻하게 잡아주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결하기 위해 급하게 자리를 떠나는 그였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다.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면서도 모두에게 다른 의미로 '특별한 사람'이였다. 초반에는 계속해서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여러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 의문들은 기다리는 내 마음을 무척이나 지치고 힘들게 만들었다. 왜 나만 이렇게 그를 기다려야 하는 거지? 한 번쯤은 나를 바라보고, 내 이름을 불러주고, 따뜻하게 한 번쯤은 안아줄 수 있는 거잖아. 여러 생각이 점점 더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런 고민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 사람만 바쁜 것이 아니라 이곳 모두가 바빴던 거였다. 아- 특이하게도 그에게 주어지는 일이 더욱더 많은 것 뿐이지만.

 

견디기 힘들어진 어느 날은 그에게 이별을 고하려고 했었다. 더는 기다리기 힘들다고, 아무리 이해하려 노력해도 나는 이런 기다림에 지쳐버렸다고 말을 하려고 했다. 이건 내 사랑이 아닐지도 몰라- 라고 결심을 하려고 했었지만, 그의 목소리가, 그의 손길이 그런 마음을 무너뜨리기 일쑤였다. 역시 나는 그를 포기 할 수 없는 걸까?

 

"조심해서 다녀와요. 다치지 말고요."

"그래. 금방 다녀올게."

 

출발전 그를 간신히 만났다. 걱정 반 근심 반인 마음으로 그의 양손을 꽉 잡았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마에 짧은 키스를 남기고는 동료와 같이 이곳을 나섰다. 멀어져가는 그의 등을 바라보면서 나는 조용히 무사히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손을 흔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만나지 못한지 며칠이 지났을까. 이제는 익숙해져야 하는 이 일들이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심리적으로 지쳐만 간다.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나뭇잎처럼 이 마음이 무척이나 위태롭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그를 보고 싶다, 그를 만나고 싶다. 나만이 그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도 지금이라도 나를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조금씩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를 향하던 마음이 조금씩 지쳐가면 지쳐갈수록 깊은 어둠에 빠지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다른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녔다. 그냥- 옆에서 나를 바라봐주고, 내 손을 잡아주고,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했다. 깊고 깊은 어둠에 빠져가는 내 마음을 구원해줄 빛이 되어주었으면 했다. 과연 그는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브."

 

오늘도 여전히 내가 먼저 그의 이름을 부른다. 그도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했지만, 이것마저도 크나큰 욕심인 걸까? 여전히 따뜻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여전히 내 손을 어루어 만져준다. 나를 위한다는 행동들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건 아녔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의 목소리로 내 이름을 듣고 싶다.

 

"무슨 일이지?"

"아니에요. 먼저 가 볼게요."

 

'이름 한 번만 불러주세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 다시 내려갔다. 괜한 부탁을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양옆으로 저어 보이고, 그의 손안에서 내 손을 뺀 뒤 아무 일도 아니라고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잡아오는 그의 손에 나는 화들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고 마치 마법처럼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현화, 많이 늦었지."

 

깊고 깊은 어둠에 빠져있던 마음에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나를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가, 평소와 같이 잡고 있는 이 손이 무척이나 다르게 느껴졌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내 이름을 그의 목소리로 불러주길 기다렸던 것 때문인 걸까 아니면 기다림에 지쳐있던 나를 구해줘서 그런 걸까- 울음의 이유를 알지는 못했다. 다만 드디어 그가 나를 바라봐 주었다는 것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들었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그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울었다. 울면서 그의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면 그는 가만히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나뭇잎이 떨어지기 전에, 더 깊은 어둠에 침식되기 전에 그가 다가왔다. 다시 나를 바라봐주었고, 다시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고, 나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서로 엇갈려 다른 길로 향하고 있었던 것만 같았던 마음들이 다시 교차하여 만났다. 길고 길었던 여행 끝에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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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던 누군가가 일사병으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고 길거리에서 싸움이 일어나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의 더위였다. 틀어도 되려나― 고민하다가 에어컨을 틀고 카구라와 같이 축 늘어져 시원한 바람에 의식을 함께 날리고 있을 때 문이 벌컥- 하고 열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친 발걸음과 같이 들고 온 듯한 무언가를 방 어딘가에 내팽개치는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누워있는 내 머리 위로 종이 한 장이 나타났다. 종이를 받아들고 누가 건넨 건가- 확인을 하니 방긋 웃어 보이는 타카라가 있었다.

 

"긴토키!! 우리 축제 보러 가자!!"

 

잔뜩 들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어 천천히 종이로 고개를 돌렸다. '가부키쵸 여름 대 축제' 라고 커다란 글씨로 쓰여 있는 포스터였다. 화려하게 터지며 각가지 색을 내고 있는 불꽃놀이를 바탕으로 해서 금붕어 잡기, 사격, 각종먹거리 등 흔히 볼 수 있는 무난한 축제 프로그램들이 작은 글씨들로 적혀있었고 제일 중요한 날짜도 바로 옆에 큼지막한 크기로 적혀있었다.

 

"잠깐 이 날짜면 오늘이잖아?"

"응! 그러니까 오늘 가자. 신파치한테 물어보니까 타에랑도 갈려 했으니까 먼저 가 있는다던데?"

 

이미 가자는 말을 연발해대는 타카라와 가만히 누워 조용히 듣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마치 결정 난 것처럼 이미 들떠있는 카구라였기에 거절하면 벌어질 상황들이 눈앞에 그려져 자포자기하고 "그래 가자. 가자고 오늘 저녁에 축제 보러."라는 말을 결국 내뱉었고 카구라와 타카라는 서로 신 나며 약속시각과 장소를 정한 뒤, 서로 천천히 축제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

축제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타카라를 기다린다. 어서 들어가자고 말하는 카구라를 신파치와 타에한테 맡기고 구경하고 있으라며 먼저 보낸 뒤, 기둥에 기대어 입구와 이어져 있는 길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약속시각을 악착같이 지키던 그녀였지만 이상하게도 약속시각이 이미 한참 지났지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길을 잘 잃어버리기에 설마 길을 잃어버린 건가-? 싶어 찾으러 가려는 순간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타카라가 보였다.

 

"미안해- 오다가 길 잃어버리는 바람에 찾아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

"그래서 우리 출발할 때 같이 출발하고 했잖아."

"준비도 다 못 한 상태였는데 어떻게 출발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짜증을 내기에 주름 잡힌 미간을 한번 눌러주고 "어서 가자 늦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축제의 안으로 걸어갔다.

 

처음으로 금붕어 잡기를 시도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그물이 찢어져 실망하는 타카라의 모습을 보고 실컷 비웃자 "긴토키는 실패하면 가만 안 둘 거야." 라는 말에 웃음기를 멈추고 시도를 해봤지만 마치 벌 받으라는 듯이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금붕어 잡기의 막을 내렸다.

다코야키, 파전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사 먹으면서-대부분은 타카라가 먹고 싶다고 샀다. "혼자 먹는 것보다 같이 먹는 게 좋잖아."라며 내 손에도 똑같은 음식을 쥐어 주었다.― 축제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신파치와 카구라를 찾고 있었다.

 

"그냥 우리 둘이서 놀아도 되지 않냐?"

"그래도 카구라랑 같이 약속한 거니까."

"그래. 어- 저기있……."

 

돌아다닌 끝에 발견했지만 신센구미의 오키타와 카구라가 붙어 싸우는 모습과 고릴라를 상대하고 있는 타에, 그리고 두 무리 사이에 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신파치의 모습을 보고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발길을 돌려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도망쳤다.

축제의 중심에서 멀어졌는지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나무를 붙잡고 숨을 고르다 눈앞에 벤치가 보여 바로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그 자식들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반강제로 온 거나 다름없지만 둘이서 같이 데이트 같은 데이트도 오랜만이었기에 한쪽으론 방해받지 않았으면-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조금 있긴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언제 사서 온 것인지 딸기주스를 내민 것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받은 딸기주스를 쪽- 빨면서 멍하니 발아래에 있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서로의 부스를 홍보하는 목소리, 왁자지껄 축제에 빠져 잔뜩 즐거워 보이는 목소리가 주황색 불빛들에 어우러져 보였다.

쪽- 액체들이 딸려오는 소리가 멈추고 공기들만이 딸려오는 소리가 들려 컵을 확인하니 주스가 들어있었다는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어때 다 쉬었으면 슬슬 우리 먼저 해결사로 돌아갈까?"

"아니. 조금만 더 이거보다 가고 싶어."

 

'이거'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무언가 기분 좋아 보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반쯤 일으키던 몸을 되감기 하듯 벤치에 다시 앉아 타카라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실은 이런 축제 와보는 거 처음이야. 요시와라에서 물어보면 이상한 이야기나 하고. 다른 축제들은 시간이 안 맞아서 못 가고. 오늘만큼은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거든."

 

마치 원하는걸 이뤘다는 듯한-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방긋 웃어 보이며 "오기 싫었을 건데 억지로 끌고 와서 미안해. 그래도 같이 놀아줘서 고마워"라며 나에게 건네는 그 말이, 그 미소가 마음 한구석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문득 지금 다시 타카라를 보니 평소에 즐겨 입던 유카타와 비슷해 보이는 디자인이었지만 조금 더 화려하고 축제와 무척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항상 풀어헤치고 다니던 머리카락들은 꽃 모양을 하고 있는 비즈와 보석들로 꾸며진 비녀로 높게 올려 묶어 고정해있었고 근처의 조명들이 더해져서인지 평소 보던 모습과 무척이나 달라 보였다. 모습을 보고 어떤 말을 말하고 싶었지만, 그 단어를 머릿속에서 찾지 못해 멍하니 입만 벌리고 "어-"라는 말만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라며 거리를 좁혀오면서 내 이마에 손을 올리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어지러운 마음을 이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올려놓은 손을 맞잡은 뒤, 타카라를 마주 보자 덩달아 얼굴이 붉게 물들어가는 게 보였다.

 

"저기- 그러니까-"

"아 찾았다!!"

 

익숙한 목소리- 뒤들 돌아보니 어떻게 찾은 것인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뭐하냐 해?"라며 말하는 카구라와 올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신파치가 있었다. 하아- 저 녀석들 결국 찾아냈네―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깊은 한숨을 푹- 쉬었다. 분위기가 좋게 무르익어가는 듯했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금방 내려갈게- 가자 긴토키."

 

내밀어오는 손을 어쩔 수 없이 잡은 뒤 벤치에서 일어나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가까운듯하면서도 먼 거리. 내려가는 내내 우리 둘 사이에선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조용히 손을 붙잡고 서로의 시선을 피하면서 길을 따라 내려가기만 할 뿐이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로 내려가다 보면 분명 그 녀석들은 위에서 무슨 일 있었냐, 타카라한테 무슨 행동을 했기에 저러냐― 라고 말할 게 분명했기에 이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놓고 싶었다. 아까 하고 싶었던 말은 깊은 한구석에 밀어 넣어놓고 생각나는 대로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저기 그러니까- 축제 와서 나도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둘이 같이 놀지 않았냐? 우울해하지 말라고. 다음번에 조금 더 재미있어 보이는 축제 열리면 그때도 다 같이 오자."

 

아- 나도 내가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못들은 걸로 해라." 라고 말하고 먼저 내려가려는 순간 타카라가 내 손을 조금 더 꽉- 잡아왔다. 방긋- 하고 웃어오는 미소에 어지러웠던 마음 한구석이 조금씩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마워. 다음번에도 같이 축제 보러 가자."

학교AU 드림 합작 : http://ybyb0615.wixsite.com/dream

 

 

 

 

새 학기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수업내용에도 너무 완벽하게 적응해 맨 뒷자리에서 졸기 일쑤였고 같이 지내는 친구들이라 해봤자 늘 항상 똑같은 녀석들과 지내고 있었다. 책상 위에 교과서, 그 위에 둘둘 말은 체육복을 올리고 잘 준비를 한 뒤 선생님을 기다렸지만, 수업을 시작하고 10분이 넘게 지나도 선생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조용하던 아이들도 조금씩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모시러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그 영감 교실도 이제 못 찾아오는 거야?"

"무슨 소리야. 그 선생님 몸 안 좋아서 그만두셨잖아."

 

옆자리에 앉아 책을 보던 즈라- 아니 카츠라가 대답해주었다. 아- 그 선생님 그만두셨잖아. 새로운 선생님이라면 뭐- 조금 오래 걸릴 거 같아 체육복위에 고개를 숙여 잠이 들려는 찰나 복도에서 누군가 빠르게 뛰어오는 구두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여자? 누구인 거지? 달리다 급하게 멈추는듯해 보이더니 교실 문이 벌컥 열리고 어깨를 조금 넘는 길이에 하얀색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를 입은 여성-선생님이 안으로 들어왔다.

 

"미안- 교실을 잘못 찾아가서 좀 헤맸어."

 

뻘쭘하게 웃으며 걸어오던 선생님은 교탁 위에 가져온 교과서와 출석부를 내려놓은 뒤 칠판에 놓인 분필을 집어 들고 자신의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탁- 탁- 탁- 조용한 교실에 분필 소리만 들려온다. 열린 창문 틈 사이로 살랑거리며 들어오는 바람이 교실 안을 가득 채운다. 바람과 함께 잠은 저 멀리 달아 도망가 버렸고 내 눈에는 칠판 앞에 서 있는 선생님만이 들어오고 있었다.

 

"내 이름은 타카라. 원래 계시던 선생님을 대신해서 이 과목을 맡게 됐어."

 

싱긋 웃어 보이는 미소에 이상하게도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주위에 친구들이 뭐라고 커다랗게 외치는 거 같지만 음소거가 된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긴토키? 왜 그래?"

 

심지어 옆에 앉아있는 저 즈라의 목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나는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사랑에 빠진걸 지도 모르겠다.

빠져버린 그 순간부터 교무실에 자주 찾아갔다. 얼굴을 자주 비추자 다른 선생님들은 "긴토키 사고 쳤니?"라는 질문을 해왔고 손에 들린 교과서를 보자 "공부하려고?" 마치 여태껏 안 하던 애가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느냐는 듯 한 그런 놀란 말투였다. 하지만 정작 내가 찾아가는 선생님은 그런 말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긴토키 오늘은 뭐가 궁금한데?"

"아- 여기 6번 문제요."

 

붉어진 얼굴이 티가 날까 교과서를 빠르게 내밀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고는 문제를 천천히 읽기 시작하는 선생님 이였고 주변에 있는 아무 의자를 끌어다 옆에 앉았다.

너무 좋아서, 계속 보고 싶어서 과목별 부장을 뽑을 때도 제일 먼저 나서서 했고 수업 시작 전에도 먼저 찾아가 항상 물어 보곤 했다. 수업이 들어있지 않은 날은 교과서라던가 반에서 공부하는 친구의 문제집을 빌리면서 모르는 문제 몇 개 고르라고 말한 뒤 빌려 교무실을 찾아가 종종 묻곤 했다. "쟤 왜 저러냐?" "새로 온 선생님 좋아하잖아." 라는 친구들의 말도 듣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놀리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내심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되는 거야. 긴토키 이해했어?"

"아… 네. 감사합니다."

 

"그래. 모르는 거 있으면 다음번에도 찾아와."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선생님이 좋았다. 교무실을 나오고도 한참 동안 쓰다듬어준 머리를 한동안 천천히 다시 쓰다듬으며 멍하니 서 있었다. 아직도 그곳에 선생님의 온기가 남아있는 듯해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 날 오후, 하교준비를 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급하게 나를 찾아왔다. 처리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손이 부족하다며 도와줄 수 있냐고 부탁하시기에 나는 흔쾌히 괜찮다며 선생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 드려야 된다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을 했지만, 같이 약속을 잡은 친구들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 얼굴들을 본 것일까 살았다- 라고 말하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선생님의 표정이 한순간에 우울함에 잠긴 표정이 되어버렸다.

 

"미안해 긴토키. 괜한 부탁을 했나?"

"아니에요. 어차피 오늘 약속 없어요."

 

무슨 소리냐며 소리치는 친구들을 한번 째려보고 돌려보낸 뒤 텅 빈 교무실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익숙하게 선생님의 옆자리로 의자를 끌어다 앉아 서류작업들을 도와드리기 시작했다. 손발을 맞추어 하나하나 끝내다 보니 책상 가득 쌓여있었던 서류들은 조금씩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푸른 하늘색이 보이던 하늘은 주황색과 남색이 어우러지고 있었다.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교무실 천장을 바라보다 자연스럽게 선생님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옅은 노란빛과 분홍색이 노을에 비춰 더욱 아름다운 색을 띠고 있었다. 선생님의 눈동자가 저렇게 색이 예뻤었나? 평범하게 뛰고 있던 심장이 이상하게도 조금씩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하고 있었다.

 

"음? 긴토키 왜?"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나와 시선을 마주친 선생님의 눈동자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아-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내 입술은 그 어느 말도 내뱉지 못하고 우물우물 꺼리고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 하며 나를 빤히 쳐다보는 선생님, 얼굴에는 열기가 느껴지고 머릿속은 백지가 되어버렸다. 머릿속이 말끔히 비워져 버려서 그런 걸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는 말 대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계속 쭉 내뱉고 싶었던 말을 내뱉어버렸다.

 

"선생님. 타카라 선생님 많이 좋아해요."

드림전투합작 : http://boiboss.wix.com/battle-of-yume

 

 

 

 

"정말 갈거냐, 해?"

 

카구라의 목소리가 내 발목을 붙잡는다. 걱정스러운 얼굴, 이미 금방이라도 쏟아 낼 듯한 눈물이 눈에 가득 차 있었다. "누님."이라고 애처롭게 부르는 목소리에 마음 한 구석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안 돼- 이미 결정한걸. 카구라에게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미 결정한 거니까."라는 대답을 하자 결국 눈물을 보이는 카구라였다.

 

"왜 울고 그래. 내가 말 했지? 지키기 위해서라고."

 

카구라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진정이 될 때 까지 토닥여 주었다. 하지만 쉽사리 카구라는 눈물을 그치지 못했고 한동안 내 품안에서 울기만 하였다. 꽉 잡은 두 손은 마치 내가 어디론가 사라지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훌쩍이던 카구라는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오늘 저녁이야?"라는 질문을 던져왔고 나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알겠다, 해. 그럼-"

"카구라-"

 

이름을 마저 다 부르기 전에 이미 카구라는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맞잡고 있던 짝을 잃어버린 손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허공에서 떠돌고 있었다. 아- 이거 뭔가 불안해지는걸. 혼자 떠날려 했지만 일이 조금 커진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달빛만을 의지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늦은 저녁, 망토를 둘러쓰고 어둠의 사이에 의지해 약속장소를 향해 가고 있었다. 손에 들린 지도와 주변 위치를 확인해보니 그 장소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단 걸 알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이곳을 떠날 수 있어- 조금 더 걸어갈려는 순간 어느 한 곳에서 사람의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대화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들은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들이었고 늘 항상 예상은 들어맞았다. 긴토키의 옷깃을 잡고 어떻게든 되돌아가려고 애쓰는 카구라와 나를 찾겠다며 "타카라-"라고 내 이름을 불러대는 긴토키, 그리고 막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신파치가 그곳에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그 사람들'에게 들키고 말거야. 들키기 전에 내가 이곳에서 끝내야해- 라는 생각에 손에 들린 우산을 꽉 잡았다. 이건 원치 않은 싸움이야. 하지만 더 이상 들켰다간-

 

"이봐."

 

내가 아직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작은 신호를 던졌다. 목소리를 듣고는 서로의 행동이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한 번에 끝내야해. 최대한 힘을 실어 우산을 꽉 쥔 뒤, 빠른 속도로 긴토키에게 뛰어들었다. 그렇게 원치 않은 싸움이 시작되었다.

 

 

주변에 뭐가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전증이라도 있는 듯이 손이 계속해서 떨려온다. 동야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반대편 손으로 떨림을 어떻게든 멈춰보기 위해 있는 힘껏 꽉- 잡았다. 달빛이 비치면서 시야가 어느 정도 확인이 되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형체가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는 피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이미 힘이 풀려버린 다리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튀어나온 카구라가 "긴토키!"라고 외치며 달려나와 검은 형체를 밀어냈고, 나에게 달려오던 그 형체는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다가온 카구라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해 보이면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말을 덧붙이자 "조심해 긴토키."라는 말을 하고는 저 멀리 달아났다.

 

"어이. 언제까지 쓰러져 있을 거야?"

 

자존심을 건드린 걸까? 움찔- 하더니 이상한 굉음을 내면서 몸을 일으키는 검은 형체. 이제 정체를 알 때가 되지 않았어? 라고 말을 하는 듯이 달빛이 그곳을 비추었고 우산을 지지대 삼아 아슬아슬하게 버티면서 서 있는 희미하게 분홍빛과 연노랑이 섞인 머리카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아- 역시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구나?

 

"타카라. 인제 그만 하는 게 어때?"

"네가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니잖아?"

 

"하-" 짧은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비웃음인 걸까 아니면 어이없는 웃음인 걸까- 이런 생각을 길게 이어나갈 겨를도 없이 공격해오는 그녀를 막기에 바빴다. 가볍게 날라오는 몸짓과 다르게 나에게 가해지는 힘은 온몸이 떨려올 정도로 강하게 느껴졌다. 동야호로 막아냈지만 힘겹게 버티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히죽- 하고 미소를 짓는 그녀였다. 있는 힘을 최대한 쥐어짜네 밀어내자 가볍게 뛰어오른 뒤, 검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착지하는 그녀였다.

 

"있잖아- 이렇게 밤중에 싸우는 걸 원치 않거든?"

"나도 마찬가지야. 그만 하는 게 어때?"

"그만하려면 긴토키가 먼저 사과해야 하잖아."

 

아까와 다른 미소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창백한 것처럼 느껴지는 하얀 피부에 무표정을 짓고 있지만, 눈빛만큼은 알 수 있었다. 증오로 가득 차있는 눈빛 같으면서도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런 눈빛이었다. 마무리를 짓지 않으면 아니 그녀를 말리지 않으면 여기서 내가 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손에 들린 우산을 다시 쥐어 잡고 뛰어오려는 듯이 오른쪽 다리를 힘을 주면서 뒤로 쭉-하고 뻗자 작은 먼지 구름이 일어났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듯한 무표정에서 이내 금방 끝내기로 다짐한 듯이 표정이 변했다. 손 떨림이 멈춘 줄 알았지만, 그 표정을 보자 하니 다시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경우가 자주 있었지만 이렇게 심하게 떨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 때문일 거다. 이대로 가다간 공격은 하지 못할뿐더러 최대한 막아내지 못한다면 큰일 날 수 있다는 걸 본능에 따라 직감했다.

 

"어이. 그러다가 나 영영 못 보게 될 수도 있다고? 그래도 괜찮아?"

"그래? 그럼 나야 좋고."

 

싸움을 끝내보려고, 아니면 조금이라도 마음을 돌려보려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전혀 듣지를 않았다. "대화라도 하자고."라고 말을 하면 "애초에 긴토키는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잖아." 라는 비수를 꽂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다. 우산을 휘두르는 힘이나 속도 때문에 방어하기에 정신없이 바빴다. 저 멀리서 도우러 오려는 카구라와, 어떻게든 막고 있는 신파치가 눈에 들어왔다. 잠깐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자 "신경 쓰다가 긴토키만 다쳐. 내 목표는 긴토키 하나니까 걱정 안 해도 돼."라는 귀를 간지럽히는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선을 다시 그녀를 향해 돌리자 그녀는, 타카라는 싱긋 웃어 보였다. 평소에 나에게 보여주던 그 미소로 하지만 의미가 다른 그 미소로 말이다.

서로 둘 사이의 쉬는 시간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를 세게 밀어내거나, 아니면 발로 차는 식으로의 간접적인 공격을 해 멀리 떨어뜨려 놓지 않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찾아온다 해도 다시 재빠르게 반격을 해오던 그녀였지만 이번은 달랐다. 복부를 세게 걷어차여서인지 상자 무더기에 쓰러지더니 "끄으윽-"이라는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나 때문인 건가-? 라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가 갈려 했지만 그래 왔듯이 우산으로 지탱해 몸을 일으키는 그녀였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다리가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괜찮아?"라고 질문을 던지고 싶었지만, 생각과는 다른 질문이 입안에서 튀어나왔다.

 

"싸움을 그렇게나 싫어했는데 왜 '그곳'으로 들어간 거야?"

"뒤늦게 깨달았으니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을."

"그럼 이곳은?"

 

던진 질문에 무언가를 고민하는듯했다. 망설이는 걸까? 직접 떠나기로 한 거면 왜 망설이는 거지?

싸울 때도 우산을 휘두른다든가, 자신의 주먹이나 몸을 이용하는 싸움만 할 뿐 손에 들린 저 우산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저걸 사용하면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것보다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다치는 게 싫은 걸까 아니면 싸울 마음이 없는데 어떤 이유 때문에 싸움을 하는 걸까-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곳도 소중해. 그러니까 지키려고 하는 거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슬픔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저 말만큼은 진심이란 걸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타카라-" 그녀의 이름이 무의식중에 흘러나왔다. 내가 이름을 부르는 걸 들은 것인지 흠칫- 하는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세게 저어 보이며 마치 부정하는듯해 보였다.

 

"미안해."

 

이번만큼은 방어할 틈도 없었다.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그녀는 나를 세게 우산으로 후려쳤고 그대로 날아가 버린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날 틈도 없이 달려와 날리는 주먹을 맞고 나서 어두운 밤하늘이 빙그르르 도는듯하더니 순간의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병원이었고 엄청난 통증이 느껴지는 머리를 붙잡고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울먹이며 나를 바라보는 카구라와 덤덤하게 있는 신파치가 있었다. "긴쨩-!"이라고 부르며 달려드는 카구라를 막을 틈이 없었다. 울먹이는 카구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신파치를 바라보자 마치 어떤 말을 내뱉을 것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걱정했어요."라는 말을 했다. 아무리 병실 이곳저곳을 둘러보아도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타카라는?"

"누님은 떠났다, 해."

"떠나다니?"

"긴토키가 기절하고 나서 저희한테 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갔어요. 지키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가버린 그녀-너였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나를 찾아온 신센구미 녀석들이 그날 밤 싸우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지속적인 민원접수, 그곳에서 나를 본 거 같다는 증언들이 들어왔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말해 돌라는 질문에 나는 그 일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네가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선택을 했다면, 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너를 지키려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나는 그 싸움의 이유를 알지 못하고, 사라진 너를 아직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너를 찾지 않고 있다. 네가 나타나 이유를 설명해 줄 때까지 왜 그 길을 선택해야만 했는지 나에게 대답을 들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게임 스포일러 주의

드림포케합작 : http://sumsome1.wix.com/dream-poke

 

 

 

 

풀들이 무성하게 자리 잡은 이곳. 평범한 길이 없었기에 조심해서 풀숲을 헤쳐나가면서 걸어갔다. 최대한 포켓몬을 만나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느리게 해서 걸어갔지만, 앞에서 오던 무언가와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포켓몬인가? 상황을 직면하기 싫어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지만, 포켓몬의 울음소리가 아닌 "괜찮아요?"라고 물어오는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았던 두 눈을 떠 앞을 바라보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손을 내밀어 오는 금발의 트레이너가 있었다.


"아- 감사합니다."
"아닐세. 내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까. 마을에 가는 길인가?"
"네. 저 앞에 있는 해안시티에 갈려고요."
"그럼 같이 가도록 하지. 그곳에 가다가 길을 잃어버려서 말이지."


내미는 손을 잡고 일어서서 트레이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선을 피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게 무언가 이상한 거 같았지만 그래도 혼자 이 풀숲을 헤쳐나가는 것보다 같이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같이 해안도시로 향했다. 이름을 물어보니 '스티브'라고 알려주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지만 "내 이름이 많이 흔하다네."라는 말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했다.


"그나저나 그쪽의 이름은-"
"현화라고 해요."


내 이름을 작게 중얼거리면서 뒤에 어떤 말을 한거 같지만, 너무 작은 소리였기에 듣지 못했다. 서로의 사이에 작은 대화가 몇 번 더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해안시티에 도착했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서 갈 길을 갈려는 찰나 스티브가 내 손을 잡았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황급히 손을 떼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해오는 스티브였다.


"미안하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또 만날 수 있을까 해서."
"서로의 시간이 맞는다면 만날 수 있을 거에요."
"그래. 체육관 우승에 대한 무운을 빌지."


짧은 인사를 하고는 어디론가 가버리는 스티브였다. 저기- 라고 부르면서 붙잡으려 했지만 잡기도 전에 이미 다른 곳으로 향했기에 허공에서 방황하는 손을 천천히 내렸다.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사로잡혔다. 그나저나 내가 체육관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을 했던가-?


폭우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바람이 세게 부는 탓에 혼자서는 중심을 잡지 못해 주변에 있는 물건을 꽉 잡아야만 했다. 시선도 제대로 두기 힘든 이 날씨. 당장 어떻게든지 멈춰야만 한다. 한걸음, 한걸음 바람에 맞서 천천히 옮겼지만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질 뻔한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붙잡아 준 덕에 간신히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스티브?"
"괜찮나 현화."


나를 붙잡아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스티브였다. 이 사람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걸까. 당신이 여기에 어떻게 있느냐는 질문을 하려던 찰나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외침에 질문할 틈이 없었다. 시선을 앞으로 옮겨 소리에 최대한 집중했다.


"가이오가를 멈춰야 해요."
"가이오가를 멈추려면 주홍 구슬이 필요해. 하지만 여기에 없다는 게 문제인데-"


주홍구슬?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었다. 누군가한테 받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 가방 안을 뒤져보자 주홍빛으로 빛나고 있는 구슬이 있었다. 가방 안에서 꺼내 들자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어떻게 저게 저기에 있는 거지?"라는 여러 의문 섞인 말들이 계속해서 들려왔고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듯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올려다보자 스티브가 내 손에 들린 주홍 구슬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화에게 이게 있을 줄 전혀 몰랐는데."
"어쩔 수 없어. 이게 남은 방법이야. 현화, 가이오가를 부탁할게."
"이 슈트를 입으면 가이오가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을 거야."


앞에서 외치던 사람들이 내 손에 슈트를 건네주면서 부탁한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스티브가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나는 "괜찮아요."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인사를 하고 사당 안으로 들어갔다.
사당 안은 깊고 어두웠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진동이 커져만 갔다. 사당의 끝에 다다르자 커다란 동굴이 나왔고 물이 잠겨있는 곳에서 가이오가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등에... 타라는 거야?"


작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자 마치 그렇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오는 가이오가였다. 건네받은 슈트를 갈아입고 등에 올라타려는 순간 귀에서 지지 직-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일을 부탁해서 미안하네. 깊게 들어가면 더는 무전도 안될 거고. 그러니- 무사히 나왔으면 해, 현화."
"걱정 말아요. 스티브. 무사히 다녀올게요."


이름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에 다시 한 번 괜찮다는 말을 하고 가이오가의 등에 올라탔고, 내가 올라타자마자 가이오가는 물속 깊은 곳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물속에서 나와 슈트를 벗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형형색색의 수정이 커다랗게 박혀 빛을 발하고 있었고 가이오가는 아까와는 다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포켓몬이 볼 밖으로 나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원시회귀를 했고 동굴 안에는 폭풍우가 몰아쳤다. 이길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었지만, 무사히 나와 돌라는 스티브의 말이 떠올라 전력을 다해 가이오가와의 베틀에 임했고 이내 가이오가는 내 손에 아까와는 다른 모습으로 얌전하게 들어왔다.


"현화!"


밖으로 나오자 아까의 먹구름은 온데간데없고 맑은 하늘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들은 성공했어- 라며 서로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었고 막 밖으로 나온 나를 발견한 스티브는 나에게로 달려와 수고했다며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꽉- 껴안았다.


"그것 봐요. 제가 괜찮을 거라고 했죠?"
"걱정했어. 혹시 어떻게 되나 싶어서."


나를 내려놓고 어디 다친 곳이 없는지 둘러보고는 안심이 되었는지 내 손을 꽉 잡아오는 스티브였다. 두근- 아까와는 다른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아까 하지 못한 질문을 하려던 찰나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발견했고 자연스럽게 스티브와 나는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주변사람들의 말에 대답하면서 스티브를 찾았지만, 스티브는 전과 똑같이 어디론가 멀어져갔고 이번에도 나는 그를 붙잡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스티브와의 만남이 머리 안에서 추억으로 잡아갈 무렵 모든 체육관에서 우승하고 포켓몬 리그에 드디어 도착했다. 수많은 트레이너와의 배틀, 체육관 관장들에게서 들은 여러 조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어서 오세요, 현화 님. 포켓몬 회복을 도와드릴까요?"
"네. 부탁해요."


회복된 포켓몬을 받아들고 포켓몬 리그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에게 체육관 우승의 증거인 배지들을 보여주자 옆으로 비켰으면서 문이 저절로 열렸다. 문 건너편에는 어둡고 깜깜해 앞에 뭐가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안된다는 생각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어두웠던 실내는 불빛이 들어왔다. 역시 최종목표인 곳 덥게 안에는 화려하고 각 관문을 지키는 사람들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뭐야. 새로운 트레이너?"
"현화라고 합니다. 그럼 승부를 부탁합니다."
"현화? 아- 그 녀석이 말한 아이가 너구나? 그럼 승부를 시작하자고."


처음 상대는 '토니 스타크'였다. 마지막 말이 무척이나 신경 쓰였지만 의심은 뒤로한 체 베틀에만 열중했다. 길면서도 짧은 베틀이 끝나고 다음으로 넘어가려던 찰나 "우리 챔피언님이 꽤 오랫동안 기다리셨다고."라는 말을 하면서 다음 관문으로 나를 밀어 넣듯이 넘겨버렸고, 그곳의 문은 굳게 닫혔다. 순간 당황했지만 바깥으로 나가는 방법은 베틀에서 지거나, 이기거나 였기에 상처 입은 포켓몬을 치료하고 바로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 둘, 셋. 남은 사천왕 들을 처치하고 드디어 챔피언의 방으로만 가는 길만이 남았다. 오는 내내 처음 토니 스타크에게 들은 비슷한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아. 너가 걔구나?" 라던가 "왜 그렇게 찾았는지 알 거 같네."라는등의 말들을 들었다. 왜 그런 말을 하냐는 질문을 던지면 한결같이 "끝까지 가 봐. 그럼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야."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이제 마지막이야."


심호흡을 하고 빛이 새어나오는 챔피언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은 무척이나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고 할머니에게 이야기로만 들었던 물건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챔피언은 나이가 많은 옛날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들 무렵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때 만났던, 빠르게 사라져 잡지 못했던 그 사람이 그곳에 서 있었다.


"스티브...?"
"맞아, 현화. 기다리고 있었어."
"당신이 챔피언이었군요."


대답대신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스티브의 뒤로 최종전이라는 것을 알리는 듯이 그의 포켓몬들이 나타났다. 괴물 볼을 꽉 쥔 손에 긴장이라도 한 듯 땀이 차기 시작한다. 눈을 감은 뒤 심호흡을 크게 내쉬어 보였다.


"그럼 마지막 베틀을 시작하죠. 스티브. 아니- 챔피언."
"나도 바라던 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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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X영웅

 

 

 

감았던 눈을 뜨면서 빛이 새어 들어온다. 밝아진 시야로 주의를 한 번 둘러보고 심호흡을 깊게 내쉬어본다. 바쁘게 날 지나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반대방향을 향해 걸음을 천천히 옮기다 보면 어느새 굳게 닫힌 문앞에 도착한다. 손잡이에 손을 올리자 차가운 냉기가 느껴져 나도 모르게 몸이 살짝 떨려온다. 하지만 난 이 문을 열어야 했고, 문 뒤에서 벌어진 상황을 이해해야만 했기에 열고 상황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무척이나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커다란 화면에 나타나 있는 지도와 빨간 점들은 사고지점을 나타내는 거란 걸 물어보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서로 어디로 배치가 되고 어디로 나가야 되는지 지휘하느라 무척이나 바빠 보였다. 여기 있어봤자 방해만 될 듯해 그냥 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가려는 찰나 중심가 부분에 커다랗게 빨간색 표시가 떴고 마치 위험하단 걸 알리는 듯이 커다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다. 내가 찾고 있던 그였다.

 

 

"현화. 자네는 여기 남아."

"왜요? 이쪽 일은 제 담당이잖아요."

"...저건 누구를 뜻하는지 자네가 더 잘 알잖아."

 

 

걱정어린 저 눈빛. 진심이 담겨있지만, 걱정일지 아니면 동정을 담은 눈빛인지 알 수 없었다. 저런 표시가 나타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나뿐이란 걸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고 인재를 잃을 수 없다며 항상 이런 경우마다 나를 빼 온 거에 대해 참을 수 없었다. 내 팔을 붙잡으며 가지 말라는 말에 "상관 말아요. 내 일이에요."라고 쏘아붙이며 출동하는 무리 속에 섞여 차에 올라탔다.

 

출발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뒤통수가 무척이나 따갑게 느껴졌다. 차에 탄 인원들이 나를 한 번씩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무척이나 거슬렸다. 원래 이런 임무 쪽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었고 더욱더 이번 같은 경우에는 감정적으로 나올 수 있단 이유로 계속 배제됐는데 이제 와서 같이 활동한다는 것에 관심을 두는 걸지도 모른다. 

 

 

"그만 쳐다봐요. 전 제 일을 하러 온 것 뿐이에요."

 

 

그 말 한마디에 시선을 돌리는듯한 느낌이 든다. 저 사람들의 관심사는 이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닌 나와 '그 사람'의 관계겠지. 차 안에는 적막이 흐르고 바깥의 소리가 소란스러워 지는 것을 보면 아마 현장 근처까지 온 듯했다. "도착했다."라는 말과 함께 일제히 빠른 속도로 튀어 나갔고 어서 나가자고 말을 하려다 떨리는 손을 발견했는지"천천히 나오세요." 내 옆에서 묵묵히 운전하던 그는 걱정스럽단 목소리를 남기고 내렸다.

 

차 안에는 나 혼자 남아있었다. 손이 떨려오지만 차만 타면 이런다는 걸 그만이 알고 있었고, 그는 지금 내 옆에 없었기에 어떻게든 진정하려고 손목을 꽉- 붙잡았다. 어느 정도 떨림이 멈춰오고 손을 놓자 손목에는 빨갛게 손자국이 남아있었다. 가만히 빨간 자국을 바라보다 심호흡을 한번 내쉬고는 차 문을 열어 그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내가 내리지 않고 남아있던 시간은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그들은 이미 바닥에 피를 흘리면서 널브러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없나- 라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 누구도 발견할 수 없었다. 부서진 건물잔해와 무기들, 피를 흘리면서 널브러진 동료 사이에서 발견한 것은 피를 밟아 생긴 발자국이었다. 이 발자국을 따라가면 이 일의 근원이자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가지고 따라가 보았다.

 

 

"어서 와. 현화."

 

 

발자국을 따라 도착한 곳은 아무도 없고 부서진 건물 잔해들만 곳곳에 널려있는 도시의 중심이었다. 높게 쌓아올려 진 잔해의 위해 누군가 앉아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지만, 햇빛에 의해 시야가 가려지면서 누가 부르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찌그러진 눈과 햇빛을 피하고자 손을 올린 사이 높은 곳에 올라앉아서 날 내려다보던 사람이 내려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누군가의 힘으로 손을 강제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이야."

"이거 놔요."

 

 

그늘이 져 있었고, 내 눈앞에는 그가 서 있었다. 신경질적인 말투로 내뱉었고 놓지 않을 것만 같았던 손을 금방 놓아버리는 그였다. 놓자마자 잡혀있었던 손목 부분이 아려오기 시작했고 다른 손으로 움켜잡아 아픈 것을 풀어보기 위해 이리저리 손목을 움직이면서 그를 쳐다보자 뭐가 좋은 것인지 미소를 짓고 있는 그였다.

 

그는 평소 계속 봐오던 모습과 똑같은 그였다. 임무나 임무를 나갈 때 입던 정장도 똑같았고, 그의 무기이자 상징인 방패도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변한 거라면 누군가의 죽임이 불필요한 경우라면 죽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그였더라면 지금은 징표라도 되듯이 다른 사람의 피가 곳곳에 묻어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닦아내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손을 걷어 내려 했다. 내가 무슨 행동을 할려고 했는지 알아차린 그는 내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 쪽으로 내 손을 끌어당겼다. 내 손을 잡은 그는 천천히 자신의 얼굴선을 따라 천천히 내리더니 입술 주변에 다다르자 따뜻하면서도 말캉한 감촉이 느껴졌다.

 

 

"히이익-!"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을 건데."

"갑자기 그러면 안 놀라요?"

 

 

깜짝놀라 자칫하면 주먹이 나갈뻔했다. 놀라서 두근거리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의 두근거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급하게 손을 빼면서 당황하는 내 반응이 재미있는지 옅은 미소를 짓는 그였다. 이런 장난은 치지 않는 그였지만 이상하게 무슨 반응을 이끌어 내려는 건지는 몰라도 아까까지만 해도 맴돌던 긴장감은 이미 풀려버린 지 오래였다. 머릿속으로 천천히 마음먹은 일들을 되짚어보았다. 이곳에서 이 일의 근원을 찾으려고, 이 일이 내가 해결해야만 한다는 걸 알았기에 자발적으로 나왔었다는 것까진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리고- 무엇을 할려 했더라?

 

 

"현ㅎ-?"

 

 

갑자기 머리가 핑- 돌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전혀 몰랐다. 분명 스티브를 만났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오는 터라 당황한 것까진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점점 몽롱해지는 의식의 끝에 결국 자연스럽게 눈이 감겼고 끝 가지 붙잡고 있던 의식은 끊겨버렸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그녀는 눈을 감고 쓰러질 뻔했지만 간신히 부축했다. 역시- 이 방법이 최선책이었다. 그녀의 귀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인이어를 빼낸 뒤, 손에 올려 힘을 꽉 쥐자 산산조각이 났고 근처에 있는 건물잔해 위에다가 버렸다. 안정적인 자세로 그녀를 안은 뒤, 근처에 놓아둔 수면가스의 통을 잠갔다. 나는 이 가스를 맡아도 아무렇지 않지만 이런 것에 대해 면역이 없는 그녀라면- 천천히 공기 중에 냄새를 썩이게 한다면 그녀는 금방 잠들 거라는 생각을 했고 예상대로 그녀는 잠들었다.

 

 

"완료하셨나요?"

"그래. 가지."

 

 

헬멧을 다시 눌러쓰자 한쪽 귀에서 짧은 잡음이 들려온 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본부에서의 연락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금방 간다는 말을 하자 나와 그녀를 데려갈 비행선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고는 이내 연락이 끊겼다. 건물 잔해들 사이에 나있는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주변은 무척이나 조용했고, 오로지 내 귀에는 그녀의 작은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현화."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깊은 잠에 빠진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의 어깨에 손을 올려 편안한 자세로 잠든 그녀는 마치 무슨 꿈이라도 꾸고 있는듯해 보였다. 그래-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깊은 꿈에 빠져있어 줘.

 


 

폭신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그것을 꽉 잡고 얼굴을 비비면 얼굴에서도 기분 좋은 느낌이 똑같이 느껴진다. 조금 더- 조금 더 이곳에서 잠들어있고 싶어- 배를 덮고 있는 이불 같은 것을 잡아당기면서 몸을 웅크리면 이 촉감이 몸 전체에 퍼져 나간다.

 

하지만 그 생각도 얼마 가지 못하고 부스럭거리는 주변소리에 의해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가 거슬려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더듬거리다가 똑같은 부드러운 감촉에 두툼한 베개 같은 것을 잡아끌어 양 귀를 막아보지만, 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아- 조금만... 조금만 더 잘래요..."

 

 

눈도 뜨지 못하고 잠기운이 약하게 섞여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자 소리는 이내 멈추고 의자를 끄는듯한 소리가 가깝게 들려왔고 더는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았다. 바람 불어오는 소리만이 귀에 들리기 시작하자 다시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잠이 들려 했지만, 갑자기 든 생각 하나가 잠을 달아나게 하였다. 혼자 사는 집에 누구랑 같이 있는 거지? 애초에 나는 임무 때문에 출동했었고-

 

 

"여기는 어디야...?"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한 하늘빛이 돌고 있는 침대보에 얇은 이불, 귀를 막았을 때 사용한 거 같은 하얀색 베개가 한쪽 구석에 나뒹굴고 있었다. 살랑거리며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레이스로 장식되어있는 커튼은 바람을 따라 펄럭이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긴장감 때문인지 침대보 위에 올려진 손에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입고 있던 내 옷은 이미 하얀색 드레스로 바뀌어 있었고 묶여있던 머리도 풀어져 있었다. 이 방 어디에도 쓰러지기 전에 입고 있던, 가지고 있던 물건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어났네, 현화."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책을 덮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내 손 위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손 위에 올려진 손을 따라 시선이 멈춘 곳에는 스티브-그가 앉아있었다. 손을 빼내려 했지만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살짝 힘을 주어 가볍게 내 손을 누르는 그였다. 그와 만났을 때 내 손목을 잡고 있던 힘보다는 약하게 느껴졌다.

 

 

"여긴 어디에요? 왜 절 데려온 거에요?"

"쉴드가 찾지 못하는 곳."

 

 

짧은 대답을 하고는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두었던 책을 탁자 위에 올려놓는 그였다. 책을 옮길 때에도 조금 멀리 떨어진 컵을 챙겨 들어 나에게 건넬 때까지도 내 손을 누르고 있는 힘을 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쉴드가 찾지 못하는 곳이라면 도망가지도 못해요." 라고 컵을 받아들면서 말을 하자 금방 손을 떼는 그였다. 쉴드가 찾아내지 못한 곳이라면 조사를 계속해오던 나도 발견하지 못한 곳이란 걸 단번에 직감했고,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가정해도 금방 붙잡혀올 거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를 한번 바라보고 손에 들린 하얀색 컵 안을 보았다. 컵 안에는 붉은빛이 도는 시원한 음료가 들어있었다. 한 모금을 마시니 석류 맛이 입안 곳곳에 퍼져 나간다. 

 

 

"쉴드가 찾지 못하는 곳도 있었네요. 거의 모든 곳을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쉴드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건 아니니까."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에 깍지를 낀 손은 편안하게 무릎 위에 올린 채 나를 바라보는 스티브였다. 의식이 끊기기 전에 보았던 옷과 똑같았다. 달라진 것이라곤 징표라도 되듯 묻어있던 피가 말끔하게 지워져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평소 봐오던 모습을 변한 거 없이 그대로라는걸 보여주듯이 예전과 무척이나 똑같았다.

 

무언가 고민이 있는 건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지 엄지손가락이 깍지낀 채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지면서 빤히 바라보자 내 표정을 읽었는지 손을 풀고는 허벅지 위에 올려놓는 그였다.

 

 

"...이제 여기서 지내면 돼."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말 그대로야. 이제 쉴드와 엮일 없이 여기서 같이 지내면 돼."

 

 

자칫하다 손에 들린 컵을 침대 위에 엎을뻔했다. 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나더니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오고 그 어떤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래놓고 여기서 지내라니. 쉴드는? 다른 동료는?

 

생각할 시간이라도 줄려는 듯이 이 방을 나가려는 스티브 앞을 가로막아야만 한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침대에서 벗어나자마자 몸이 살짝 기우뚱했지만 금방 다시 중심을 잡고 그의 옷깃을 잡고서 앞을 가로막았다.

 

 

"돌려보내 줘요. 쉴드로 돌아가야 해요."

"아니 쉴드로는 돌려보내지 않을 거야."

"왜요? 계속 의지하고 버텨온 곳이에요. 전 돌아가야만 해요. 돌려보내지 않을 거라면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줘요."

 

 

설명해주길 아무리 바라도 스티브는 내 양팔을 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먼저 잡고 있던 옷깃을 놓자 내 양팔에 느껴지던 힘도 천천히 풀리고 있었다.

대답해주길 바랬지만 스티브는 그대로 나를 지나쳐 이곳을 나갔다. 다시 붙잡아서 묻고 싶었지만 나갈 수 있는 문은 굳게 잠겨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쥐고 흔들어도 열리지 않는 문은 내가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단 걸 알려주고 있었다.

 


 

망설였다. 어떻게든 이곳으로 들어오게 하려고 했었다. 그녀가 완강히 거부하고 자신의 신념만을 주장한다면 그것마저 꺾어버릴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표정에, 손짓에 망설이지 않겠다는 다짐이 천천히 녹아내렸다.

그녀의 눈빛에 생각이 무뎌졌고, 체온에 굳게 먹은 마음이 흔들렸고, 목소리에 생각하는 것을 멈추게 하였다.

 

다시 심호흡하고 들어가 모든 것을 털어놓을까- 이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그녀 혼자서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있다가 다시올께."

 

 

복도를 지나가면서 힐끔- 쳐다보는 사람들, 나를 붙잡고 "그녀는?"이라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시하거나 아직이라고 대충 둘러대고는 작은 실마리라도 잡아 대화를 이어 나가보기 위해 그녀의 물건이나 좋아하던 것들을 하나하나 챙겼다. 이곳에 데리고 올 때 입고 있던 옷이나 소지품을 챙기고 부탁해놓은 좋아하는 음식을 챙겨 들고선 다시 그 방앞으로 향했다.

 

분명 자신 있게 열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 앞에 다시 서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뒤엉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기 생각했다.

 

 

"지금은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다시 한 번 되짚으면서 정리하자 가득 채우고 있던 복잡한 생각들은 하나하나 매듭풀 듯이 풀리더니 천천히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해줄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나간 뒤 한참을 벽에 기대어 멍하니 앉아있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 가만히 있다가 발끝부터 느껴지는 추위에 엉금엉금 침대로 기어가 이불을 몸에 감아 눈만 내밀고선 침대에 누웠다.

 

아무말 없이 그는 떠났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행동해야만 했던 이유를 적어도 나에만큼은 설명해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고 무언갈 망설이는 거 같았다. 무엇을 망설이는 거지? 골똘히 생각을 해보아도 왜 그런 행동을 내 앞에서만 보인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마치 지금 내앞에서 보이는 그런 행동들은 예전의 그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들어오는지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에 뜨고 있던 눈을 지그시 감고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무언가를 내려놓는 듯한 소리, 스르륵- 의자에 무언가를 걸쳐놓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나 난 뒤 그 뒤로는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계속 가만히 소리에 집중해도 불어 들어오는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눈을 뜨고 확인하려는 순간 침대에 앉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안하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머리를 쓰다듬고는 바로 나가버리는 그였다.

멍하니 그가 나가버린 문을 바라보았다.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알 수 있는건 모든 게 변해버린 것만 같은 그여도 아직은 어딘가에 내가 알고있는 그의 모습이 남아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결국은 말하지 못했다. 그녀의 물건들 돌려주고, 허기가 졌을까- 작은 걱정에 평소에 즐겨 먹던 음식도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내가 어쩌다가 이곳으로 넘어왔는지, 내가 왜 당신을 데려왔는지 모든 이유를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다시 한 번 그녀를 보니 머릿속으로 생각한 말들이 지우개로 지워버린 듯이 없어져 버렸다.

 

내가 겪은 일 때문에, 내 욕심 때문에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내가 망설이는 바람에 그녀에게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해주지도 못했다. 

 

 

"...미안하네."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다른 말들도 이어서 말하고 싶었지만, 곤히 잠든 그녀를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잠든 그녀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방을 나왔다.

 

이번 상황에서만큼은 결단력이 무척이나 필요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왜 자꾸 그녀를 보면 망설이는 걸까. 마치 새장 속의 새처럼- 그 어떤 거에도 물들이고 싶지 않은 걸까? 그녀를 보면 볼수록 결심해온 것들이 흔들리고 망설여지게 된다.

 

 

"한동안은 만나면 안될 거 같군."

 

 

한동안 만나지 않는다면 이런 망설임도 없어지겠지 그리고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한동안 그는 찾아오지 않았다. 식사라던가 옷들은 검은색과 빨간색들이 섞인 옷을 입은 사람들이 종종 가져다주었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이 방안이 전부였다. 책을 읽는다든가, 창밖으로 밖의 경치를 구경한다든가, 아니면 수면을 취한다는 등의 한정적인 행동들 뿐이었다.

 

나가고 싶다- 라는 생각은 종종 했었다. 하지만 이 방을 나섰을 때 겪게 될 상황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기에 그 생각들은 이미 접어 없애버린 지 오래였다. 멍하니 창밖을 통해 풍경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지냈었다.

 

달빛이 들어오는 어느 날 밤, 그날과 똑같이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이불을 덮고 베개를 끌어안고 단잠에 빠져있었지만, 누군가에 의해 단잠은 깨지고 말았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침대 한쪽 부분에 무게가 쏠리는 느낌이 들어 몸을 일으켜 보자 그곳에는 모습을 비추지 않았던 그가 엎드려 있었다.

 

 

"스티브?"

 

 

오랜만에 본 그는 처음 다시 만났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임무를 나갈 때 입고 있던 복장과 똑같았고, 그의 무기이자 상징인 방패는 방 한쪽 구석에 나뒹굴고 있었다. 전투를 끝내고 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의 징표라도 되는 것인지 몸 곳곳에 피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그때는 자신감이 넘치는 눈빛이었더라면 지금은 슬픔에 잠겨있는 눈빛이었다.

 

다시 무의식적으로 그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뻗어오는 손길에 그는 살짝 주춤하는 듯 해 보였지만 조용히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하나하나 그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 때려는 순간 그의 손이 내 손 위로 올라왔다.

 

 

"가지 말아줘."

"...어디 안 가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내 허리 부분으로 손을 뻗은 그는 허리를 감싸고 내 무릎에 얼굴을 묻고 한참 동안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었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째서 그는 또다시 나타난 걸까. 생각이라도 갑자기 바꾼 걸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뒤엉켰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되는 문제였다. 그냥- 그 상황에서 나는 그를 달래주는 행동밖에 할 수 없었다.

 

 

 

 

그곳을 벗어나지 않았다. 애초에 돌려받은 휴대폰에서는 그 어떤 부재중도 오지 않았다. 심지어 쉴드에서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생각하는 것을 강요받고 타협 받은 것도 아녔다. 이곳에서 나는 나인 그대로 남아있었다. 똑같은 일과를 보내고 달빛과 함께 밤바람이 불어올 때쯤 찾아오는 그를 맞이하고 조용히 토닥여주는 그런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아직도 내가 왜 이곳으로 왔는지, 그가 왜 그곳으로 넘어갔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계속 그가 나에게 호의를 보이고 예전과 똑같이 대한다면 내 앞에서의 그는 과거의 모습과 똑같기에 나는 더는 묻지 않았다.

드림 사망합작 : http://boiboss.wix.com/yumenosi

 

 

눈을 감았다가 뜨면 제일 먼저 보인 건 웃고 있는 너였다. "긴토키- 뭐해 안 오고-"라며 빨간 우산을 빙그르르- 돌려 보이면서 나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너라던가, 아니면 "파르페 먹자. 파르페."라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둘이 서로 좋아하는 음식들을 먹으러 가자며 내 팔을 붙잡고 끌고 갈 때라던지 너는 언제나 항상 웃고 있었다. 종종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일 때마다 무슨 일 있느냐고 물으면 "아무 일도 없는걸?"이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다시 웃어보시곤 하던 너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만큼은 달랐다. 최근 들어 너의 표정은 계속 어두워져만 갔고,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이라고 말끝을 흐리면서 마치 이 상황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다는 듯한 그런 말투로 항상 대답을 해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그때마다 마치 너는 내 도움을 받아도 해결이 안 된다는 듯한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제발. 제발 부탁이야 긴토키 나를 그냥 내버려 둬."

"타카라..."

"이제... 제발 그만 해. 부탁이야..."

 

계속 물어볼 때마다 아무 일도 아니라며 대답해오던 너는 어느 날, 나에게 소리쳤다. 평소에 영화나 드라마에 슬픈 장면이 나와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네가, 나에게 제발 그만 하라며 나를 붙잡고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눈물을 보자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너를 붙잡아야 하는데, 항상 물어보던 질문이 아닌 괜찮을 거라는 말을 해야 된다고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는 튀어나오지 않았고, 도망치듯 멀어져가는 너도 붙잡지 못했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네가 보이길 바랐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너는 보이지 않았고 요시와라에 가서 행방을 물어보아도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올 뿐 너를 찾지 못했다. 마지막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츠쿠요를 찾아갔다. 그녀에게서도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포기하고 돌아가려 했지만, 그녀가 말한 말에 그곳에 발이 묶였다.

 

"타카라라면 혼자 있고 싶다 했어.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정리할 시간이라니? 나한테는... 나한테는 그런 말이 전혀 없었는데?"

 

역시- 라며 한숨을 푹 쉬고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녀였다.

 

"요 며칠 전에 이곳에서 사건이 하나 터졌어. 타카라랑 친했던 아이였는데 사고로 그만 죽고 말았는데 그 현장에 타카라가 있었거든. 자신이 도움만 줬다면 살았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였다. 그런 부분에서 아주 힘들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행동이 변한 이유도 이 이유였다는걸 알고 나니 나 자신이 정말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려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있지만 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추궁했으니 너도 심리적으로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짐작이 가기 시작한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괜찮다며 그렇게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하다는 네가 보일 줄 알았다. 하지만 너는 보이지 않았고 이제 이곳에는 더는 없다. 내 눈앞에는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너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와 함께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 네가 도움을 준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너의 사진 앞에서 울고 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내가 다른 방법으로 너에게 다가갔다면 넌 이 상황까지 왔을까? 지금에 와서야 이런 생각을 해봤자 이미 죽어버린 너는 다시 살아나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자리에 서서 애도하는 일 밖에 없다. 아직 나는 너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는다. 왜 네가 죽음을 택해야 했는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잘 알고 있지만 내가 도움 하나 주지 못했다는 것이 나를 힘들게 해.

 

영영 보지 못할 것만 같았던 네가 이제 눈을 감았다가 뜨면 볼 수 있어.

드림전투합작 : http://boiboss.wix.com/battle-of-yume

(링크가 남아있을지 모르겠네요 ;ㅅ;)

 

 

 

1.

샌드백을 있는 힘껏 치다 못해 힘을 실은 마지막 타격을 맞고 밑 부분이 터져 모래가 쏟아져 나온다. 알맹이는 빠져나가고 가죽만 남은 샌드백을 붙잡고 거친 호흡만을 내쉬는 그의 뒤에서 나는 그냥 조용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진정이 되었는지 뒤를 돌아 내가 온 것을 확인하더니 평소와 같은 다정한 목소리로 "현화."하고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에게 전해주기 위해 들고 온 수건을 꽉- 잡으며 응답하듯 "스티브."라고 그의 이름을 작게 불렀다. 이상하게도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위태롭게 느껴졌다.

 

"괜찮아요? 평소보다 더 무리하는 거 같아요."

 

최근 들어 다른 날보다 트레이닝룸에 자주 있기 시작했고 터져나가는 샌드백의 수도 늘어갔다. 주변 사람들은 마치 이유를 알고 있다는 듯이 모르는 척 행동했지만 그런 그의 행동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아도 지금처럼 "괜찮네. 별일 아니니까."라며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해왔다. 마치 내가 알면 안 된다는 것처럼.

 

"캡틴 이제 오셔야 할 거 같아요."

"아…. 그래 가지."

 

그를 찾으러 온 동료를 보고 순간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내 풀리고는 금방 간다는 말을 남긴 뒤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양손에 가득 들고는 "저녁에 봐, 현화."라는 인사를 하고 트레이닝룸을 나갔다. 잠깐 굳어진 그의 표정이 무척이나 신경 쓰였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결하는 것만으로 벅찼기에 질문은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아직 그의 흔적이 남아있는 트레이닝룸을 벗어났다.

그의 뒷모습을 자주 봐왔다. 자신의 신념, 자신감이 가득 넘쳐 보이던 그의 등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그동안 지켜온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그의 등이었다.

 

 

 

2.

캡틴 아메리카가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임무수행 중 신호가 끊기면서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는 '캡틴 아메리카'인 그가 자발적으로 신호를 끊고 사라졌다는 추측을 하고 있다. 같이 임무수행을 하기 위해 나갔던 동료의 말에 의하면 평소와 같이 정확하게 지시를 내리고 소탕하기 위해 혼자서 그곳에 뛰어 들어갔다고 하지만 모든 일을 해결한 그 이후에는 볼 수 없었고 상부의 명령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며 하나같이 똑같은 진술만을 하고 있었다.

 

"괜찮겠어? 그 일을 맡아도?"

"네.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

 

그가 사라진 흔적을 찾는 임무를 맡았다. 아무도 나서서 일을 해결하려고, 맡으려는 행동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제일 가까웠던 나에게로 넘어온 거나 다름없었지만. 걱정스러워하는 나타샤에게 괜찮을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자 "그래. 무슨 일 생기면 말해."라는 그녀다운 대답을 해주었다.

마지막 임무 수행 장소였던, 그가 사라진 그곳은 무척이나 넓었고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같이 나온 동료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자 마지막으로 신호가 끊긴 곳부터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단 의견을 냈다. 그러자 마치 입을 맞춘 것처럼 "그러죠."라는 대답이 들려왔고 곳곳에 흩어져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찾기 시작한 지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때 한구석에서 "찾았습니다!" 라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곳에는 그가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었던 물건을 발견했다.

 

"이건…"

"임무 중에 착용하고 있던 물건입니다."

 

손에 들린 물건을 가만히 바라만 보자 같이 임무를 나갔던 동료가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안다는 듯이 말을 했다. 마지막으로 신호를 주고받은, 마지막까지 연결되어있던 그 물건은 이번이 끝이라는 듯이, 연을 끊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있는 것처럼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스티브-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버린 거야.

 

 

 

3.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운다. 어떻게 이 건물을 뚫고 들어온 것인지 몰라도 하이드라가 이 건물에 들어온 건 확실했다. 대피하는 사람들, 전투를 준비하는 사람들, 상황을 보고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일을 분담하는 지금 나는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신발 끈을 꽉 조여 맸다. 주변 상황을 정리하던 그는 준비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급하게 달려와 나를 가로막았다.

 

"민간인이니 피하는 게-"

"저도 엄연한 조력자의 입장이에요. 특히 위험한 상황이라면 가리지 않고 도움을 주는 게 맞잖아요."

 

뒤에 따라올 잔소리 같은 말이 무엇인지 알기에 더는 내뱉기 전에 말을 가로챘다. 나의 반응에 화가 난 것인지 무슨 말을 내뱉으려 하는 듯 했지만 스스로 화를 참고는 "가 봐."라는 명령적인 말-허락하는 말을 하고는 자기 일을 처리하기 위해 복도를 따라 사라졌다. 심호흡을 한번 크게 내쉬고는 연락을 위해 인이어를 귀에 낀 뒤 사이렌 소리를 따라 일의 근원지로 향했다.

도착한 그곳은 무척이나 참혹했다. 건물 벽의 곳곳과 그곳에 있던 물건들은 부서진지 오래인 듯 해 보였다. 먼저 출발했던 동료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곳곳에 작은 신음을 내며 쓰러져있었다. 가벼운 상처만을 입은듯해 보였지만 정확한 상황파악을 하기위해 작게 발을 한걸음 내딛자 경고신호를 보내듯 내 몸과 가까운 위치로 무언가가 날아왔다.

 

"이 방패는…"

"현화!! 당장 그곳에서 도망쳐!!"

 

인이어를 통해 시끄럽게 외치는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내 신경과 시선은 내 옆에 박혀있는 방패에만 눈길이 가 있었다. 익숙한 색 배열과 모양은 그를 상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손을 올려 만지려는 순간 자연스럽게 빠져나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날아가더니 무언가에 의해 고정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귀에서 시끄럽게 들려오는 소리가 거슬려 인이어를 빼 바닥에 던져버리고 방패가 사라진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현화."

 

걸음을 멈추게 하는,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울려 퍼진다. 손톱자국이 남을 정도로 꽉 쥔 손은 이미 힘이 풀린 지 오래됐고 다리는 힘이 풀려 금방이라도 주저앉아버릴 것만 같았다. 여느 때와 같이 미소를 짓고 있었고, 손을 내밀며 잡아주길 기다리는 건 똑같았다. 하지만 그의 가슴 중앙에 있는 정의를 상징하는듯했던 그 문양이 아닌, 하이드라의 문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째서 스티브는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당신은, 당신은 내가 알던 '캡틴 아메리카'인 스티브 로저스가 아니야."

 

 

 

4.

철컥- 총구를 겨누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는 내 팔을 잡아 떨어진 건물잔해 뒤로 숨겼다. 이게 무슨 행동이냐고 물을 틈도 없이 엄청난 총알 세례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최대한 방어를 하던 그는 세례가 멈추자마자 앞에 놓인 건물 잔해를 밟으면서 방패를 던져 앞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당장 막아!"라는 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내 커다란 타격소리와 함께 묻혔다. 칼이라던가 기타 근접 적으로 공격이 가능한 무기를 들고 덤비는 사람들을 손쉽게 제압한 뒤,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방패를 발로 밟아 가볍게 띄운 뒤 2층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의 공격은 짧은 시간 안에 끝났고 많은 쉴드의 동료는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캡틴 우린 동료였잖아…"

 

애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내가 시선을 피하자마자 바로 무언가가 뜯겨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진정이 되질 않는다. 그-스티브가 방패를 공격한 것 때문이 아니라 같이 있는, 그동안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던 내가 있는데도 서슴없이 공격했다는 점에서 진정이 되질 않았다.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는 이내 내 옆에서 멈췄고, 검게 그림자가 드리우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피투성이가 되어버린-다른 사람들의 피로 보이지만-그가 예전에 바라보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익숙하다는 듯이 피를 닦아낸 뒤, 한쪽 손의 장갑을 벗어 나에게로 손을 내미는 스티브였다.

 

"이런 전투를 겪지 않게 해줄게. 어차피- 돌아간다 해도 쉴드의 사람들은 예전처럼 대해주지 않을 거야. 아- 한 사람만 빼고."

 

저 손을 잡으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전투에서 '패배'한거나 다름없는 나는 돌아가면 어떤 대우를 받을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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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피해 관련 보고서야."

 

부탁했던 자료를 툭- 하고 무심하게 던지고는 "왜 이런 거를 찾아보려는 거지. 너와 관련된 일이 아니잖아."라는 짧은 말을 덧붙이고는 그 사람은 사라진다. 무슨 상관이냐는 말을 할까 했지만 덧붙여봐야 서로 좋을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무시하고 파일을 열에 보고서를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뉴욕의 테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가득 실려있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건물, 폐허 같다고 느껴질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도심에서 서로의 가족, 친구 등을 찾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찍힌 사진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저번 회의에서도 들었듯이 아마 복구되려면 오래 걸리겠지-라는 생각으로 다음 장으로 넘기자 이 일을 벌인 사람으로 추정되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특히 리더로 추정되는 사람은 더더욱 말이다.

 

미국의 영웅, 전쟁을 끝낸 영웅으로 칭송받던 그는 얼음 안에서 깨어난 이후에도 영웅의 편에 서서 정의를 위해 싸웠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고 그것만큼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작은 사건-내가 알지 못하는 사건-에 의해 그는 정의의 편이 아닌 악당, 빌련 들의 편에 서서 활동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다들 그를 더는 쉴드의 일원이 아닌 하이드라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적대시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그를 이곳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했던 작전들을 전부 다 찾아보고, 빌런이 되어버린 후의 행적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아직도 그에 대해 알아보는 중이야?"

"네. 적어도 원래대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까 하고요."

"...그에 관해 조사를 하는 건 모두 알고 있고 말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조심해."

 

모두 나에게 미친 짓을 그만두라고 말을 할 때 뒤에서 챙겨주고 걱정해주었던 나타샤였고 저 말의 뜻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였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요즘 하이드라 쪽에서의 움직임도 수상쩍기에 더욱이 조심하라는 말에 괜찮다며, 금방 돌아오겠다는 말을 하며 나타샤를 안심시키고 난 후 도심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피해복구 중인 그곳은 서류에서 보았던 사진보다 상당히 괜찮아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도로 위 가득 쌓여있던 건물 잔해들은 듬성듬성 보일 뿐 정리가 되어있었고 곳곳의 안전지대인 곳에서는 사람들이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며 이곳이 원래의 모습을 하루빨리 되찾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도... 없구나..."

 

이곳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오늘은 여기서 끝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저 멀리서 익숙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재빠르게 도망가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를 쫓아 달려가자 막다른 길이 나왔고 잘못 본 걸지도 몰라 돌아가려고 뒤를 돈 순간 내가 그렇게 찾고 싶었던 그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오랜만이군."

 

옷도 예전에 봐오던 옷이 아니다. 그에게 풍겨오던 냄새는 땀과 노력이라고 느껴지는 냄새가 풍겨왔다면 지금은 피 냄새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거라고는 체온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꽉 껴안아오는 그의 품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렇게 애를 쓰면 쓸수록 그는 더욱 힘을 주어 나를 껴안았다. 결국, 그를 뿌리치고 품에서 벗어나 그에게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제가 당신의 흔적을 따라 당신을 찾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만날 줄 몰랐네요."

"내가 내 연인을 만나러 오는 게 잘못 된 건가."

 

연인- 아직도 우리의 관계를 옭아매고 있는 단어. 예전에는 이 단어가 아무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평범했던 우리의 관계가 그 일이 있는 후에는 '특별한'관계로 만들어 버렸기에 듣기 싫어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내 얼굴을 붙잡은 뒤 천천히 쓸어내리는 스티브의 손길이 느껴지자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친다. 분명 평소에도 하던 행동이지만 예전과 다른 느낌이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동물의 느낌 같았다. 턱 끝에 닿은 손을 피해 고개를 확 돌린 뒤 살짝 뒤로 물러나자 "이런 반응은 예상했지만 직접 당하니 기분이 묘한걸."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연인이라니 소름이 끼치도록 듣기 좋은 말이네요. 그래서 무슨 일이죠. 그동안 사건을 일으키고 자취를 항상 감춰왔잖아요."

"글쎄. 이번만큼은 직접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도망가듯 뒤로 물러서면 점점 내 앞으로 다가오는 스티브. 어느새 등 뒤에는 골목의 끝이 닿아 있었고 어디로 도망가지 못한 채 내 앞을 가로막은 스티브의 얼굴을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만 비켜 주다는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의 눈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 와중에도 오랜만에 만난 연인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멍청한 심장은 아주 빠른 속도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관계로 얽혀버려서 미안하단 말을 하려고 왔네."

 

어떤 말을 할까- 수십 가지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입 밖에 나온 말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이미 이 도시를 구하는 영웅이 되어있더군."

"전 제가 선택한 길을 가는것 뿐이에요."

 

나의 대답에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스티브였다. 왜, 어째서?

 

"영웅이 되었으니 선택을 하는데 힘이 들지도 모르겠군... 나와 같이 가지 않겠나?"

 

손을 뻗어 마치 '내 손을 잡아줘'라고 아우성치는듯한 모습이었다. 잡아주기를 기다리는 손을 쳐내면서 의사표시를 내보이자 "역시 그럴 것 같았네."라며 손을 거둬들이는 스티브였다. 골목의 입구를 한번 바라보더니 등을 돌려 입구를 향해 걸어가다 멈칫하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관계를 끝내고 싶다면 아마 손을 잡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다음에 다시 만나러 올게. 나의 연인."

 

그 이상의 말은 더 하지 않고 유유히 사라지는 스티브였다. 사라지자마자 온몸의 힘이 쫙 풀리면서 주르륵- 주저앉고 말았다. 이 관계를 끝내려면 서로의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나도 알고 스티브도 알고 있는 해결방법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몰라도 서로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서로 자신의 편으로 만들 방법만, 돌려놓을 방법만 고집하고 있다.

 

아마 서로의 고집을 꺾지 못하면, 한쪽이 포기하지 못하면 이 특별한 관계는 계속 이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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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평일 전력 DOLCE 제 48회 주제 : 서투른 첫키스

드림주 이름有




작은 술집. 예전부터 혼자 기분도 풀 겸 해서 종종 갔고 어쩌다가 히지카타 녀석이랑 만나면 서로의 식성으로 인해 먹는 걸로 종종 싸우기도 한 그런 술집-이라기보단 음식점에 가깝지만-을 다녔고 너랑 만난 후부턴 둘이서 즐기기 위해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외상을 자주 했고 양심이란 게 남아있었는지 어느 날부턴가 그곳에 발길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찾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간 거였더라? 오랜만에 의뢰가 들어왔었나?


"긴토키!! 월급 받았으니까 내가 오늘은 살게!!"


아, 아닌걸 지도 모르겠다.


한잔, 두 잔이 어느새 한 병, 두 병으로 변해서 계속해서 시키는 술안주의 빈 접시는 점차 쌓여가기 시작했다. "야 타카라- 너- 오늘 이렇게 막 써도 괜찮냐?" 잔뜩 취해 꼬여가는 발음을 간신히 가다듬고 질문을 던지자 "괜찮아 오늘 먹을 만큼만 들고왔으니까."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술잔을 기울이는 너였다. 보통 테이블 위에 술병이 가득히 쌓였으면 마시는걸 멈추는 것이 정상이지만 오늘따라 브레이크가 풀린 것인지 계속해서 들이마시기 시작하는 우리둘이였고 흡입의 종지부를 찍었을 때에는 둘 다 간신히 걸을 수 있었고, 의식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을 때였다.


"아- 오랜만에 잘 먹었네."

"카구라랑- 신파치 먹을 것도 사갈까?"

"지금이 몇 신데...내일 사주면 되겠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너에게 기대자 술 냄새나! 라는 커다란 외침과 함께 손이 날라왔다. 너랑 마셨으니까 냄새나는 건 당연한 거거든? 서로 티격태격 대며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해결사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질질 끌려가다시피 하면서 걸어가다 깜빡거리는 가로등 아래 네가 우두커니 멈춰 서버렸다.


"왜 속이 안 좋아?"

"긴토키..."


흐리멍텅한눈빛. 잠이 쏟아지는 건가? 무슨 일이야. 어깨를 붙잡고 연신 흔들어대자 알 수 없는 웃음소리만을 내뱉고 있었다. "어이, 타카라 정신 차려봐." 축 늘어진 몸을 붙잡고 이름을 부르지만, 여전히 이상한 웃음소리만을 내뱉고 있었다. 하아- 사다하루라도 불러서 집까지 데리고 갈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중심을 잡는듯하더니 이내 양손으로 내 얼굴을 꽉 잡는 너였다.


"뭐야 원래 잘생겼었나?"

"어이 타카라 갑자기 무... 무슨 소리야? 너 많이 취했구나?"


당황스러워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야토는 야토였다. 내 머리를 꽉 잡은 두 손에서 벗어나지를 못했고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머리를 잡혀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헤- 솜사탕이다-"

"어이 타카라? 타카라?? 우리 이제 집에 돌아가는 게 어때?"

"잘 먹겠습니다."


솜사탕이라며 다가오는 타카라의 얼굴을 피할 새도 없이 쪽- 하고 짧게 무언가가 닿았다 떨어졌다. 어버버- 하는 사이에 "뭐야 왜 솜사탕이 안 뜯겨?"라며 다시 다가온 타카라의 얼굴은 깊고 진한 키스, 첫 키스로 이어졌다. 술 냄새가 밀려오는 듯 했지만, 입안을 헤치며 도라니는 따뜻한 감촉 때문에 냄새에 대한 거부감은 저 멀리 떨어져 나갔고 혀의 감촉 때문에 정신이 아찔해지기 시작했다.

카구라가 연애소설을 읽을 때마다 첫 키스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난 그 첫 키스에 대해 설명해주기 모호했다- 라기보다는 할 수 없었다.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뺏어 읽은 연애소설은 남자가 여자애게 하는 그런 레퍼토리가 많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지만 그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당하고 있을 줄 상상도 못했으니까.


서툴게 침범해오는 타카라와의 첫 키스는 씁쓰름한 술맛도, 안주로 먹은 파전이나 말린 오징어의 맛도 났다. 하지만 그런 알 수 없는 맛 뒤에는 입술에 바른 달콤한 과일 맛이 나는 틴트의 맛이 느껴지기도 했다. 코를 찌르는 아찔한 술냄새 뒤에는 자주 마시는 오렌지 주스의 향이 미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짙으면서도 농염했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가 했지만, 많이 서툴렀던 키스는 입술을 떼면서 "잘 먹었습니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막을 내렸고 쓰러지듯 잠든 타카라를 집으로 데려가는 일만이 남아있었다.


"얘...취해있던거 맞겠지...?"

스티브 N제 시리즈 :: 반짝반짝


5. 네가 있는 곳은 언제나


6. 운동장에서 너의 주위는


✿ 이름 : 홍 지유

 

 

나이

- 한국기준 : 18

- 외국기준 : 17

 

 

생년월일 : 10월 17일

 

 

혈액형 : RH- O형

 

 

좋아하는 것 : 치킨, 격투게임

 

 

싫어하는 것 : 곤충

 

 

성격 : 조용하고 경계심이 심하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날선 말투로 대하지만 친한 지인들에겐 친절하게 대한다.

 

 

외모

- 머리 : 짧은 숏컷, 가장 길게 기른 정도가 귀 및 5~6cm정도 오는 길이다. 앞머리는 이마를 덮을 정도. 방향이나 비율은 그날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 머리색 : 밝은 갈색(#CF6E36)

 

- 이목구비 : 살짝 올라간 눈매와 조금 진한 눈썹이 눈에 들어온다. 옅은 붉은색이 돌고 있는 입술색이다.

 

- 피부톤 ,눈 색 : 일반적인 피부색, 푸른 하늘빛이 돌고 있는 눈동자(#00C6ED)

 

- 키, 몸무게, 체형 : 175cm/60kg/80B/250

 

- 특유의 말투및 버릇 : 입에 욕을 달고 산다. 하도 잔소리를 들어 욕을 쓰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순화해서 사용하지만 그것마저 어려워한다.

 

- 선호하는 패션스타일 및 옷 입는 스타일 : 학교에선 등교할 땐 교복, 하교할 땐 체육복차림이다. 평소에는 청바지에 면티하나 걸치는 정도. 하늘색 계열의 옷을 선호한다.

 

드림주의 가족관계 : 아버지

 

 

드림주의 상징

- 보석 : 탠저나이트(Tanzanite)

 

- 색상 : 천청색

 

- 동물 : 캥거루

 

- 꽃 : 방울꽃

 

 

직업 : 고등학생, 학교 내 배구팀 세터 및 부주장

 

 

취미 및 특기

취미 : 격투게임

특기 : 없음

 

 

드림주의 과거 :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미국인, 혼혈아였다. 초등학생 때 크게 교통사고를 당한 적 있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어머니는 사고가 나면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형사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 혼자 지내듯이 집에서 지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중학생 때 운동을 시작하면 나아지겠다는 생각으로 배구를 시작했지만 배구실력만 늘어났을 뿐 불면증이 더욱 심해졌다.

 

 

특이사항

- 훈련이 끝나면 집에 가기 전 게임장에 들려 게임을 하고 간다. 한 게임당 한판. 2~3게임정도만 하고 간다.

 

- 이틀에 한 번꼴로 치킨을 시켜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팀원들에게 몸관리 안하냐고 종종 꾸중을 듣지만 살이 잘 안 오르는 체질. 폭식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배구 이외에도 검도를 할 줄 안다. 공부는 중상위권.

 

 

장르명 : 슬리핑 딜리버리

 

최애 : 류 재현 / 백 노아

최애와의 관계 : 연인이자 배달원과 고객 / 이사와 고객

커플링(우정)의 전체적 분위기 : 시끄러움

 

 

서로를 부르는 애칭

최애 → 드림주 : 지유 / 야, 고객님

드림주 → 최애 : 재현, 오빠 / 이사님, 야

 

 

원작 속 드림주및 드림주의 역할 : 슬리핑 딜리버리 이용 고객

 


작중 등장인물과의 관계

- 한 겨울 : 학교 선후배사이. 눈만 마주쳐도 치고받고 싸울 정도로 앙숙관계이지만 알고 보면 친한 사이이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슬리핑 딜리버리를 소개시켜준 장본인. 전단지를 건내면서 본인을 부르면 학교에서 가만 안있을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 류 재현 : 처음 관계는 배달원과 고객이었다. 하지만 점차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연인관계로 발전. 현재는 과외 선생님으로 활동 중. 기계치여서 기계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 백 노아 : 재현이 개인사정으로 오지 못했을 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점차 오는 횟수가 늘어나더니 부르지 않아도 하굣길, 운동할 때, 주말마다 계속 나타나고 있다. 백 노아 본인은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하다.

 

 

드림주와의 관계

타마모토 유이나(앙스타 드림주) : SNS친구, 종종 편지도 주고받는다. 과자나 각종 물건들을 택배로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사이. 사진만 주고받았을 뿐 아직 만나지 못했다. 욕설을 내뱉을 때 마다 무슨 말이냐고 물어 욕설 몇 마디를 알려주었고 금방 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간 일본에 놀러가 유이나를 만나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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