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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수업내용에도 너무 완벽하게 적응해 맨 뒷자리에서 졸기 일쑤였고 같이 지내는 친구들이라 해봤자 늘 항상 똑같은 녀석들과 지내고 있었다. 책상 위에 교과서, 그 위에 둘둘 말은 체육복을 올리고 잘 준비를 한 뒤 선생님을 기다렸지만, 수업을 시작하고 10분이 넘게 지나도 선생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조용하던 아이들도 조금씩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모시러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그 영감 교실도 이제 못 찾아오는 거야?"

"무슨 소리야. 그 선생님 몸 안 좋아서 그만두셨잖아."

 

옆자리에 앉아 책을 보던 즈라- 아니 카츠라가 대답해주었다. 아- 그 선생님 그만두셨잖아. 새로운 선생님이라면 뭐- 조금 오래 걸릴 거 같아 체육복위에 고개를 숙여 잠이 들려는 찰나 복도에서 누군가 빠르게 뛰어오는 구두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여자? 누구인 거지? 달리다 급하게 멈추는듯해 보이더니 교실 문이 벌컥 열리고 어깨를 조금 넘는 길이에 하얀색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를 입은 여성-선생님이 안으로 들어왔다.

 

"미안- 교실을 잘못 찾아가서 좀 헤맸어."

 

뻘쭘하게 웃으며 걸어오던 선생님은 교탁 위에 가져온 교과서와 출석부를 내려놓은 뒤 칠판에 놓인 분필을 집어 들고 자신의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탁- 탁- 탁- 조용한 교실에 분필 소리만 들려온다. 열린 창문 틈 사이로 살랑거리며 들어오는 바람이 교실 안을 가득 채운다. 바람과 함께 잠은 저 멀리 달아 도망가 버렸고 내 눈에는 칠판 앞에 서 있는 선생님만이 들어오고 있었다.

 

"내 이름은 타카라. 원래 계시던 선생님을 대신해서 이 과목을 맡게 됐어."

 

싱긋 웃어 보이는 미소에 이상하게도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주위에 친구들이 뭐라고 커다랗게 외치는 거 같지만 음소거가 된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긴토키? 왜 그래?"

 

심지어 옆에 앉아있는 저 즈라의 목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나는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사랑에 빠진걸 지도 모르겠다.

빠져버린 그 순간부터 교무실에 자주 찾아갔다. 얼굴을 자주 비추자 다른 선생님들은 "긴토키 사고 쳤니?"라는 질문을 해왔고 손에 들린 교과서를 보자 "공부하려고?" 마치 여태껏 안 하던 애가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느냐는 듯 한 그런 놀란 말투였다. 하지만 정작 내가 찾아가는 선생님은 그런 말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긴토키 오늘은 뭐가 궁금한데?"

"아- 여기 6번 문제요."

 

붉어진 얼굴이 티가 날까 교과서를 빠르게 내밀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고는 문제를 천천히 읽기 시작하는 선생님 이였고 주변에 있는 아무 의자를 끌어다 옆에 앉았다.

너무 좋아서, 계속 보고 싶어서 과목별 부장을 뽑을 때도 제일 먼저 나서서 했고 수업 시작 전에도 먼저 찾아가 항상 물어 보곤 했다. 수업이 들어있지 않은 날은 교과서라던가 반에서 공부하는 친구의 문제집을 빌리면서 모르는 문제 몇 개 고르라고 말한 뒤 빌려 교무실을 찾아가 종종 묻곤 했다. "쟤 왜 저러냐?" "새로 온 선생님 좋아하잖아." 라는 친구들의 말도 듣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놀리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내심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되는 거야. 긴토키 이해했어?"

"아… 네. 감사합니다."

 

"그래. 모르는 거 있으면 다음번에도 찾아와."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선생님이 좋았다. 교무실을 나오고도 한참 동안 쓰다듬어준 머리를 한동안 천천히 다시 쓰다듬으며 멍하니 서 있었다. 아직도 그곳에 선생님의 온기가 남아있는 듯해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 날 오후, 하교준비를 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급하게 나를 찾아왔다. 처리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손이 부족하다며 도와줄 수 있냐고 부탁하시기에 나는 흔쾌히 괜찮다며 선생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 드려야 된다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을 했지만, 같이 약속을 잡은 친구들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 얼굴들을 본 것일까 살았다- 라고 말하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선생님의 표정이 한순간에 우울함에 잠긴 표정이 되어버렸다.

 

"미안해 긴토키. 괜한 부탁을 했나?"

"아니에요. 어차피 오늘 약속 없어요."

 

무슨 소리냐며 소리치는 친구들을 한번 째려보고 돌려보낸 뒤 텅 빈 교무실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익숙하게 선생님의 옆자리로 의자를 끌어다 앉아 서류작업들을 도와드리기 시작했다. 손발을 맞추어 하나하나 끝내다 보니 책상 가득 쌓여있었던 서류들은 조금씩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푸른 하늘색이 보이던 하늘은 주황색과 남색이 어우러지고 있었다.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교무실 천장을 바라보다 자연스럽게 선생님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옅은 노란빛과 분홍색이 노을에 비춰 더욱 아름다운 색을 띠고 있었다. 선생님의 눈동자가 저렇게 색이 예뻤었나? 평범하게 뛰고 있던 심장이 이상하게도 조금씩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하고 있었다.

 

"음? 긴토키 왜?"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나와 시선을 마주친 선생님의 눈동자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아-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내 입술은 그 어느 말도 내뱉지 못하고 우물우물 꺼리고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 하며 나를 빤히 쳐다보는 선생님, 얼굴에는 열기가 느껴지고 머릿속은 백지가 되어버렸다. 머릿속이 말끔히 비워져 버려서 그런 걸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는 말 대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계속 쭉 내뱉고 싶었던 말을 내뱉어버렸다.

 

"선생님. 타카라 선생님 많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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