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드림 합작 : http://sgy950.wixsite.com/apocal

창작 아포칼립스 / 식물 아포칼립스 : https://goo.gl/mYGqjT

↑창작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셔도 상관 없습니다

 

 

 

 

아- 공격해오는 식물들의 줄기를 최대한 피한다고 피했지만 뿌리에 걸려 그대로 넘어지면서 붙잡히고 말았다. 멀쩡한 자세로 붙잡힌 게 아닌 거꾸로 매달린 자세였기에 피가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스트레스가 극치에 다다랐다. 아등바등 어떻게든 벗어날려 했지만 이미 변질되어 버린 식물들의 힘은 멀쩡한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 이거 풀라고!! 누구 없어요?!”

 

울창한 숲이 되어버린 도시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러댔지만 적막만이 흘렀다. 그래, 사람 한명 안 보이는 이 도시에 내가 무엇을 바란 걸까. 상반신을 간신히 일으켜 허리에 달려있던 칼을 집어든 뒤 발목을 감싸고 있는 줄기를 끊어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내가 벗어날려는 걸 알아차렸다는 듯이 다른 줄기들이 나타나 더욱더 세게 내 발목을 감쌌고 이내 팔도 감싸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등바등 대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 때마다 나에게 가해져오는 압력은 더욱더 세져만 갔다.

 

“이 망할 식물들이 진짜-”

 

결국 힘을 이기지 못하고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 이 도시는 절대로 가지 말라던 사람들 말 들을걸- 후회가 될 쯤 멀리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려왔고 내 발목과 팔을 압박하던 줄기들이 끊기면서 그대로 땅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다행스럽게도 수북하게 쌓인 나뭇잎 위로 떨어져 심한 부상은 피했지만 그 충격 때문인지 머리가 어질어질해 도망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어서 가자.”

 

처음 들어보는 남자의 목소리. 아마 나를 구해준 사람인 듯했다. 내 손목을 잡고 이끄는 대로 달렸고 식물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에 도착하자 깊은 숨을 내쉬면서 손을 놓는 그 사람이었다.

 

“이봐 무슨 근자감으로 식물한테 덤빈 거야?”

“덤빈 거 아니에요. 식물에 대해 알려면 표본이 필요해서 얻으려고 건거에요.”

“그걸 보고 덤빈 거라고 하는 거야 요 녀석아.”

 

바닥에 아무렇게 앉아 복슬복슬해 보이는 머리카락 사이에 꽂힌 머리카락들을 뽑아내며 말을 하는 그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반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결과를 알고 있는 말싸움은 하고 싶지 않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너도 ‘그 쪽’이야?”

“아까 식물 표본 얻으려고 했다는 거들었잖아요.”

“흐응- 그렇구나. 이 도시에 아까처럼 먹을 거 저장하듯 거꾸로 매달아 놓는 식물도 있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식물들도 많다는데 못 들었어?”

 

읏챠- 앉아있던 몸을 간신히 일으켜 우두둑-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을 틀어대는 그를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서 이 도시에 살고 있던 사람들도 전부다 몰살당한 거고.” 조용히 읊조리는 그를 놀란 토끼눈이 되어 바라보다 방금 건 못들은 거로 하라며 손을 저어대고 있었다.

이 도시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도, 몇 번이나 이곳에서 잠을 청했을 때에도 사람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일정하지 않은 모양으로 불게 물든 나뭇잎들을 보았을 때 이것도 변이의 일종인가- 싶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것이 전혀 아니었다. 이 숲 곳곳에 묻어있는 붉은 것들은 사람의 피였고 그것은 식물에 의한 사망이라는 결론만이 내려졌다.

 

“그럼 서로 조심히 갈길 가자고. 너도 어서 이 도시-숲을 벗어나는 게 좋을 거야.”

“잠깐만요. ‘이 쪽’의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 당신을 오늘 처음 봐요.”

 

그래? 라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상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사카타 긴토키야. 다음에 만날 수 있으면 그 때 보자.”라며 도시의 출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그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다 그 모습조차 안보이게 된 후 한참 뒤에 아무도 듣지 않는 이곳에서 조용히 내 이름을 내뱉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표본을 채집했지만 변이된 식물의 공통점은 전혀 찾지 못했다. 표본을 채집한답시고 접근했다 공격을 당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역시 이것들에 대해 알려면 근원지부터 찾아야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곳을 찾지 못했기에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는듯했다.

 

“거기 누구 없어요?!”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 난 이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재빠르게 소리의 근원지로 달려가자 그곳에는 저번에 보았던 그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서로의 상황이 뒤바뀐 거 같지만 저번과 같았다. 원거리 무기가 없는 지금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끊어내는 방법밖에 없었기에 조용히 그의 근처로 다가갔고 나를 발견한 그는 놀랐는지 “어라? 어?” 라는 말만 연신 내뱉고 있었다.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나무줄기를 끊어내자 드디어 정신을 가다듬었는지 정상적인 말을 내뱉었다.

 

“너는 그때 내가 구해준 애?”

“구해준 애라뇨 이래보아도 정상적인 타카라라는 이름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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