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평일 전력 DOLCE 제 32회 주제 :: 비어있는 왼손 약지

스티브 사망요소 有 / 나타샤 시점 전개



스티브 로저스가 떠나갔다. 임무 중에 발생한 사고 때문인 사망이었고 우리 사이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모든 국민은 슬픔에 빠져있었다. 그녀는 더더욱이나 커다란 슬픔에 빠져있었고 장례를 치르고 마무리하는 그 순간까지 스티브의 이름을 연신 부르며 울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티브를 기념하기 위한 박물관이라던가 기념비, 추모행사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를 기억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점차 기억 속에서 잊혀갔다. 우리은 '스티브 로저스'라던가 '캡틴'등을 입에 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직 회복되지 못한 그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현화, 괜찮은 거 맞아?"

"네. 저는 괜찮아요. 괜찮아야죠."


장례를 치르고 한동안 만나지 못한 그녀가 걱정이 되었다. 정확하게는 그녀의 친구가 "현화와 연락이 안 되고 있어요. 제가 바빠서 찾아가지 못할 거 같은데 나타샤 씨가 대신 찾아갈 수 있나요?"라는 말 때문에 걱정이 되어 찾아왔지만, 그녀의 상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항상 단정하게 빗어 유지하고 있던 곱슬머리는 마치 사자 갈퀴처럼 뒤엉켜 있었고, 계속해서 울었는지 눈가는 새빨개져 있었고 무척이나 수척해 보였다.

휘청거리며 간신히 문에 기대어 서 있는 그녀를 부축해 집안으로 들어가자 집안은 생각보다 말끔했다. 하지만 종종 집을 찾아왔을 때 보았던 사진이라던가 인형 같은 스티브와 함께했던 물건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여기 앉아있어. 마실 물이라도 가져오게."

"저는 괜찮아요."


"전혀 괜찮지 않아 보여." 정말로 괜찮지 않아 보였다. 하얀색 머그잔을 집어 시원한 물을 따르면서 그녀를 한번 바라보았다. 가만히 앉아 멍하니 자신의 발을 바라보는 그녀였고 주방에서도 스티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물을 건네주고 조금이나마 괜찮아지면 돌아갈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그녀의 손에 자리 잡고 있는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와의 흔적을 아직 지우지 못했다는 것처럼 반지는 왼손 약지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반지는 아직 끼고 있네?"라고 넌지시 물어볼까 했지만, 그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조용히 말을 삼키고 "이제 가볼게. 괜찮아지면 그때 돌아와."라는 말을 대신 꺼낸 뒤에 집을 나왔다. 발걸음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아직 남아있는 반지가 그녀의 마지막 희망 같은 느낌이었기에 그녀를 계속 두어도 되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지만 이미 나온 이상, 그녀가 극복할 수 있게 기다려 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녀의 집에 들렀다 온 지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났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선 영웅으로 자리 잡으면서 슬픔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평소와 같은 하류들이 지나갈 뿐이었다. 여전히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는 않았고 종종 문자만 올 뿐 보지 못했다. "역시 한 번 더 찾아가는 게 좋을 거 같아."라고 그녀의 집에 찾아가려는 찰나 그녀가 돌아왔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 한결 나아진 모습으로 활짝 웃으면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발견하고는 몰려든 사람들에게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며 말을 연신 하며 한 명 한 명 인사를 하고 있었고 나를 발견한 그녀는 달려오더니 "그때 찾아와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며 내 손을 잡고서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드디어 괜찮아졌구나- 시선을 그녀에게서 왼손으로 옮기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스티브와의 반지는 보이지 않았다.


"반지는 어디 갔어?"


그녀의 손을 잡고 반지의 행방을 묻자 시선을 피하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녀였다. 꽉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풀자 천천히 자신의 뒤로 손을 숨기는 그녀였다.


"말했잖아요. 저는 이제 괜찮다고요."


여전히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만 누가 보아도 어색한 미소를. 그리고 연이어 들려오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 중얼거리는 입술, "아마도요." 라고 중얼거린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사하고 올게요."라며 황급히 자리를 떠나갔다. 그녀의 왼손 약지는 이제 비어있고, 그녀의 눈동자도 공허하게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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