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전투합작 : http://boiboss.wix.com/battle-of-yume

 

 

 

 

"정말 갈거냐, 해?"

 

카구라의 목소리가 내 발목을 붙잡는다. 걱정스러운 얼굴, 이미 금방이라도 쏟아 낼 듯한 눈물이 눈에 가득 차 있었다. "누님."이라고 애처롭게 부르는 목소리에 마음 한 구석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안 돼- 이미 결정한걸. 카구라에게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미 결정한 거니까."라는 대답을 하자 결국 눈물을 보이는 카구라였다.

 

"왜 울고 그래. 내가 말 했지? 지키기 위해서라고."

 

카구라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진정이 될 때 까지 토닥여 주었다. 하지만 쉽사리 카구라는 눈물을 그치지 못했고 한동안 내 품안에서 울기만 하였다. 꽉 잡은 두 손은 마치 내가 어디론가 사라지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훌쩍이던 카구라는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오늘 저녁이야?"라는 질문을 던져왔고 나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알겠다, 해. 그럼-"

"카구라-"

 

이름을 마저 다 부르기 전에 이미 카구라는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맞잡고 있던 짝을 잃어버린 손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허공에서 떠돌고 있었다. 아- 이거 뭔가 불안해지는걸. 혼자 떠날려 했지만 일이 조금 커진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달빛만을 의지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늦은 저녁, 망토를 둘러쓰고 어둠의 사이에 의지해 약속장소를 향해 가고 있었다. 손에 들린 지도와 주변 위치를 확인해보니 그 장소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단 걸 알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이곳을 떠날 수 있어- 조금 더 걸어갈려는 순간 어느 한 곳에서 사람의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대화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들은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들이었고 늘 항상 예상은 들어맞았다. 긴토키의 옷깃을 잡고 어떻게든 되돌아가려고 애쓰는 카구라와 나를 찾겠다며 "타카라-"라고 내 이름을 불러대는 긴토키, 그리고 막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신파치가 그곳에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그 사람들'에게 들키고 말거야. 들키기 전에 내가 이곳에서 끝내야해- 라는 생각에 손에 들린 우산을 꽉 잡았다. 이건 원치 않은 싸움이야. 하지만 더 이상 들켰다간-

 

"이봐."

 

내가 아직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작은 신호를 던졌다. 목소리를 듣고는 서로의 행동이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한 번에 끝내야해. 최대한 힘을 실어 우산을 꽉 쥔 뒤, 빠른 속도로 긴토키에게 뛰어들었다. 그렇게 원치 않은 싸움이 시작되었다.

 

 

주변에 뭐가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전증이라도 있는 듯이 손이 계속해서 떨려온다. 동야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반대편 손으로 떨림을 어떻게든 멈춰보기 위해 있는 힘껏 꽉- 잡았다. 달빛이 비치면서 시야가 어느 정도 확인이 되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형체가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는 피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이미 힘이 풀려버린 다리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튀어나온 카구라가 "긴토키!"라고 외치며 달려나와 검은 형체를 밀어냈고, 나에게 달려오던 그 형체는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다가온 카구라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해 보이면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말을 덧붙이자 "조심해 긴토키."라는 말을 하고는 저 멀리 달아났다.

 

"어이. 언제까지 쓰러져 있을 거야?"

 

자존심을 건드린 걸까? 움찔- 하더니 이상한 굉음을 내면서 몸을 일으키는 검은 형체. 이제 정체를 알 때가 되지 않았어? 라고 말을 하는 듯이 달빛이 그곳을 비추었고 우산을 지지대 삼아 아슬아슬하게 버티면서 서 있는 희미하게 분홍빛과 연노랑이 섞인 머리카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아- 역시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구나?

 

"타카라. 인제 그만 하는 게 어때?"

"네가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니잖아?"

 

"하-" 짧은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비웃음인 걸까 아니면 어이없는 웃음인 걸까- 이런 생각을 길게 이어나갈 겨를도 없이 공격해오는 그녀를 막기에 바빴다. 가볍게 날라오는 몸짓과 다르게 나에게 가해지는 힘은 온몸이 떨려올 정도로 강하게 느껴졌다. 동야호로 막아냈지만 힘겹게 버티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히죽- 하고 미소를 짓는 그녀였다. 있는 힘을 최대한 쥐어짜네 밀어내자 가볍게 뛰어오른 뒤, 검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착지하는 그녀였다.

 

"있잖아- 이렇게 밤중에 싸우는 걸 원치 않거든?"

"나도 마찬가지야. 그만 하는 게 어때?"

"그만하려면 긴토키가 먼저 사과해야 하잖아."

 

아까와 다른 미소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창백한 것처럼 느껴지는 하얀 피부에 무표정을 짓고 있지만, 눈빛만큼은 알 수 있었다. 증오로 가득 차있는 눈빛 같으면서도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런 눈빛이었다. 마무리를 짓지 않으면 아니 그녀를 말리지 않으면 여기서 내가 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손에 들린 우산을 다시 쥐어 잡고 뛰어오려는 듯이 오른쪽 다리를 힘을 주면서 뒤로 쭉-하고 뻗자 작은 먼지 구름이 일어났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듯한 무표정에서 이내 금방 끝내기로 다짐한 듯이 표정이 변했다. 손 떨림이 멈춘 줄 알았지만, 그 표정을 보자 하니 다시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경우가 자주 있었지만 이렇게 심하게 떨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 때문일 거다. 이대로 가다간 공격은 하지 못할뿐더러 최대한 막아내지 못한다면 큰일 날 수 있다는 걸 본능에 따라 직감했다.

 

"어이. 그러다가 나 영영 못 보게 될 수도 있다고? 그래도 괜찮아?"

"그래? 그럼 나야 좋고."

 

싸움을 끝내보려고, 아니면 조금이라도 마음을 돌려보려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전혀 듣지를 않았다. "대화라도 하자고."라고 말을 하면 "애초에 긴토키는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잖아." 라는 비수를 꽂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다. 우산을 휘두르는 힘이나 속도 때문에 방어하기에 정신없이 바빴다. 저 멀리서 도우러 오려는 카구라와, 어떻게든 막고 있는 신파치가 눈에 들어왔다. 잠깐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자 "신경 쓰다가 긴토키만 다쳐. 내 목표는 긴토키 하나니까 걱정 안 해도 돼."라는 귀를 간지럽히는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선을 다시 그녀를 향해 돌리자 그녀는, 타카라는 싱긋 웃어 보였다. 평소에 나에게 보여주던 그 미소로 하지만 의미가 다른 그 미소로 말이다.

서로 둘 사이의 쉬는 시간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를 세게 밀어내거나, 아니면 발로 차는 식으로의 간접적인 공격을 해 멀리 떨어뜨려 놓지 않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찾아온다 해도 다시 재빠르게 반격을 해오던 그녀였지만 이번은 달랐다. 복부를 세게 걷어차여서인지 상자 무더기에 쓰러지더니 "끄으윽-"이라는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나 때문인 건가-? 라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가 갈려 했지만 그래 왔듯이 우산으로 지탱해 몸을 일으키는 그녀였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다리가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괜찮아?"라고 질문을 던지고 싶었지만, 생각과는 다른 질문이 입안에서 튀어나왔다.

 

"싸움을 그렇게나 싫어했는데 왜 '그곳'으로 들어간 거야?"

"뒤늦게 깨달았으니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을."

"그럼 이곳은?"

 

던진 질문에 무언가를 고민하는듯했다. 망설이는 걸까? 직접 떠나기로 한 거면 왜 망설이는 거지?

싸울 때도 우산을 휘두른다든가, 자신의 주먹이나 몸을 이용하는 싸움만 할 뿐 손에 들린 저 우산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저걸 사용하면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것보다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다치는 게 싫은 걸까 아니면 싸울 마음이 없는데 어떤 이유 때문에 싸움을 하는 걸까-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곳도 소중해. 그러니까 지키려고 하는 거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슬픔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저 말만큼은 진심이란 걸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타카라-" 그녀의 이름이 무의식중에 흘러나왔다. 내가 이름을 부르는 걸 들은 것인지 흠칫- 하는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세게 저어 보이며 마치 부정하는듯해 보였다.

 

"미안해."

 

이번만큼은 방어할 틈도 없었다.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그녀는 나를 세게 우산으로 후려쳤고 그대로 날아가 버린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날 틈도 없이 달려와 날리는 주먹을 맞고 나서 어두운 밤하늘이 빙그르르 도는듯하더니 순간의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병원이었고 엄청난 통증이 느껴지는 머리를 붙잡고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울먹이며 나를 바라보는 카구라와 덤덤하게 있는 신파치가 있었다. "긴쨩-!"이라고 부르며 달려드는 카구라를 막을 틈이 없었다. 울먹이는 카구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신파치를 바라보자 마치 어떤 말을 내뱉을 것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걱정했어요."라는 말을 했다. 아무리 병실 이곳저곳을 둘러보아도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타카라는?"

"누님은 떠났다, 해."

"떠나다니?"

"긴토키가 기절하고 나서 저희한테 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갔어요. 지키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가버린 그녀-너였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나를 찾아온 신센구미 녀석들이 그날 밤 싸우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지속적인 민원접수, 그곳에서 나를 본 거 같다는 증언들이 들어왔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말해 돌라는 질문에 나는 그 일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네가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선택을 했다면, 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너를 지키려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나는 그 싸움의 이유를 알지 못하고, 사라진 너를 아직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너를 찾지 않고 있다. 네가 나타나 이유를 설명해 줄 때까지 왜 그 길을 선택해야만 했는지 나에게 대답을 들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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