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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 가면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며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화가 나거나 슬플 때도 무조건 웃는 증상을 말한다.

 

 

 

 

평범하게 굴러가던 내 일상생활들이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유난히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던가, 우울해진 상황에서 속으로는 눈물을 펑펑 쏟고 있지만 거울을 보면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등 조금씩 나에 대한 문제점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냥 학생 때 앓았던 우울증이 다시 나타난 걸지도 몰라, 요즘 상황이 많이 힘들었잖아? 라며 나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며 현 상황을 모면하기에 급급했다. 언제 한번은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봐야겠어- 라는 생각으로 미루고 미루다 보니 지금의 상황까지 다다른 걸지도 모르겠다.

 

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돼.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돼. 늘 항상 웃고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를- 스티브를 걱정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안 된다는 강박과 다름없는 것들에 사로잡혀 있던 걸지도 모르겠다. 걱정하는 말에 "괜찮아요."라며 미소를 지어보이기 일쑤였고,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스티브 몸부터 챙겨요." 라며 그를 돌려보내곤 했다. 괜찮아. 평소처럼 잘 하고 있어 현화야, 계속 이렇게만 지내면 돼. 라며, 점차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었지만 나 스스로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화. 밖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좋아하는 빵 사왔는데-"

"죄송해요. 지금은 입맛이 없어서요. 나중에 먹을게요."

"그래? 알겠네. 그럼-"

"따로 빼두면 제가 나중에 먹을게요. 먼저 들어가 볼게요."

 

평소에 그렇게나 좋아하던 음식도 이상하게도 끌리지 않았다. 식욕이 없다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입에 넣어 먹었는데 요즘 들어 전혀 입에 대지 않을 정도로 식욕이 감퇴되었다. 먹는 양이 줄어든 건가, 살이 빠질려는건가- 라며 단순한 생각들로 그렇게 단순한 상황들을 조금씩, 조금씩 넘기고 있었다. 왜 먹지 않냐고 질문을 하면 다이어트중이라며 둘러대는 것처럼.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어깨가 뻐근해…?"

 

과해보이는 운동 후에도 찾아오지 않던 근육통도 유난히 심하게 찾아오기 시작했다. 다리의 움직임은 평소에도 많아 잘 느끼지 못했지만 유난히 팔의 사용이 많았던 오늘, 극심한 근육통이 시달리다 못해 베개를 끌어안고 혼자 앓는 괴로운 신음을 내뱉고 만다. 약과 찜질등 몇 가지 방법을 동원한 후 얼추 가라앉자 조금씩 진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도 얼마 가지 못했고 점차 온몸의 신경통은 몸을 찢어 버릴 듯한 통증으로 찾아왔다. 운동을 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였고 통증이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경우에는 하루 종일 누워 지낼 수밖에 없었다.

 

이상 증새를 알고 있었지만 미루던 그 순간을 후회한다. 누군가 몸에서 이상한 기분을 느끼거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라 했는데 난 여태껏 그 신호를 무감각한 내 생각으로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기로 결심하게 만든 순간은 갑자기 찾아왔다. 항상 이해해야해, 그는 바쁜 사람이잖아- 라며 나는 괜찮아, 항상 그랬잖아? 라며 외로움 속에 익숙해져가던 그날 이였다. 오랜만에 잡힌 데이트 약속덕분에 옷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어여쁜 원피스들을 꺼내 전신거울 앞에서 열심히 코디를 하고 있던 그런 날이었다.

 

"네? 오늘도 안 될 거 같다고요? 오랜만에 잡은 약속이잖아요."

"갑자기 출동명령이 떨어졌네. 행방이 묘연하던 녀석의 위치를 드디어 알아냈거든."

"그래도 갑작스럽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도 많잖아요. 영화도 1시간 후에 시작한단 말이에요."

"정말 미안 하네 현화. 1시간 안에 끝내보도록 해볼게. 약속시간 그대로 영화관 앞에서 만나는 걸로."

 

휴대전화 너머로 스티브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연신 미안해하는 스티브의 말을 끝으로 통화는 끊겼다. 깊은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일단은 말을 믿어봐야지- 라는 작은 믿음으로 힘껏 데이트 복장으로 힘을 주고 영화관으로 찾아갔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난 뒤에도 스티브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것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항상 그랬어. 왜 나만 이래야 해?"

 

집으로 돌아가던 길,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결국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주변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지만 울고 있는 그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 올라가는 입 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어라 왜이래…?" 떨려오는 손으로 얼굴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손거울로 아무리 확인을 해보아도 울고 있는 표정과 어울리지 않는 미소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루고 미루던 병월을 뒤늦게 찾아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아 그동안 나타난 증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흐음- 무언가 심각해 보이는 표정으로 종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깊은 침묵 끝에 의사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과거에 우울증을 앓으셨다고요?"

"네. 그래서 저번과 같은 증세인줄 알고 과거에 하던 방법대로 그냥 지내면서 참았어요."

"참았다고요? 병원을 가지 않고요? 환자분 지금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계세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혹은 가면성 우울증. 같아 보이는 우울증이여도 많이 달랐다. 증상이 비슷했지만 나에게 나타난 우울증의 경우에는 계속해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우울함을 드러내는 상태였던 것이다. 백짓장이 되어버린 상태로 약국을 나왔다. 손에는 처방받은 약이 들려있었고 머릿속에선 최대한 우울함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라는 조언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주변인들의 도움도 받으라고 했었지만

 

"받을 수가 있어야지. 바빠서 만나기도 어려운데."

 

가방 안에 대충 약을 넣어두고 집으로 돌아갈려던 순간 가방 깊은 곳에서 진동이 느껴져 근원지를 찾아 손을 뻗어 더듬더듬 찾아 꺼낸 휴대전화의 상태 바에는 메시지 아이콘이 하나 떠있었다. '현화, 만날 수 있나?' 예상한데로 그의 문자였다. 답장을 해도 다시 문자가 오는 데에 시간이 걸릴 거 같아 냉큼 통화버튼을 눌렀다. 몇 번의 수신음이 가더니 "현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날 수 있어요? 저 마침 밖에 나와 있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약속시간과 장소는 속전속결로 잡혔고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다보니 헐레벌떡 뛰어온 그가 내 앞에 앉았다.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지? 데이트 약속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던 거, 아니면 오늘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턱-하고 막혀온다. 해결방법을 나 혼자서 열심히 찾고 있을 때 아메리카노를 깔끔히 다 마신 스티브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현화. 그땐 정말 미안했네.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했는데 내가 지휘하던 일이여서 빠져나갈 수 없었네."

"지금 그 말하려고 만나자고 한 거였어요?"

"그래. 오랜만에 만나기로 약속 잡은 거였는데 갑작스럽게 취소해버리고 어제 연락도 안 되고 해서 무슨 일 생겼나 해서-"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손가락과 어찌할 줄 모르는 시선, "어제는 내가 잘못한 게 맞으니 모든 각오를 하고 왔네." 라며 비장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스티브를 보니 나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지어진다. 이번에는 우울함을 감추기 위해 지어보이는 미소가 아닌 그런 표정이었다. 그래, 이런 사람 앞에서 감춰봤자 서로만 힘들어질 거야.

 

"실은 어제 상태가 안 좋아서 저도 바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병원에 가봤는데 아마 다시 '그것'이 나타난 걸 수도 있데요."

"정말… 정말 미안 하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대화하니까 조금씩 풀리는걸요?"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어딘가 꽉 막혀 있던 것들이 뚫린 것처럼 풀려나간다. 여전히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스티브의 손을 살짝 잡고 "제가 말했죠? 저는 괜찮다고요." 걱정하지 말라는 미소를 지어보이자 이제야 조금씩 표정이 풀려나가는 스티브였다.

 

아직은, 아직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미소가 조금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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