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여름축제 합작 : http://hyanghong.wixsite.com/summerfastival

 

 

 

 

길 가던 누군가가 일사병으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고 길거리에서 싸움이 일어나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의 더위였다. 틀어도 되려나― 고민하다가 에어컨을 틀고 카구라와 같이 축 늘어져 시원한 바람에 의식을 함께 날리고 있을 때 문이 벌컥- 하고 열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친 발걸음과 같이 들고 온 듯한 무언가를 방 어딘가에 내팽개치는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누워있는 내 머리 위로 종이 한 장이 나타났다. 종이를 받아들고 누가 건넨 건가- 확인을 하니 방긋 웃어 보이는 타카라가 있었다.

 

"긴토키!! 우리 축제 보러 가자!!"

 

잔뜩 들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어 천천히 종이로 고개를 돌렸다. '가부키쵸 여름 대 축제' 라고 커다란 글씨로 쓰여 있는 포스터였다. 화려하게 터지며 각가지 색을 내고 있는 불꽃놀이를 바탕으로 해서 금붕어 잡기, 사격, 각종먹거리 등 흔히 볼 수 있는 무난한 축제 프로그램들이 작은 글씨들로 적혀있었고 제일 중요한 날짜도 바로 옆에 큼지막한 크기로 적혀있었다.

 

"잠깐 이 날짜면 오늘이잖아?"

"응! 그러니까 오늘 가자. 신파치한테 물어보니까 타에랑도 갈려 했으니까 먼저 가 있는다던데?"

 

이미 가자는 말을 연발해대는 타카라와 가만히 누워 조용히 듣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마치 결정 난 것처럼 이미 들떠있는 카구라였기에 거절하면 벌어질 상황들이 눈앞에 그려져 자포자기하고 "그래 가자. 가자고 오늘 저녁에 축제 보러."라는 말을 결국 내뱉었고 카구라와 타카라는 서로 신 나며 약속시각과 장소를 정한 뒤, 서로 천천히 축제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

축제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타카라를 기다린다. 어서 들어가자고 말하는 카구라를 신파치와 타에한테 맡기고 구경하고 있으라며 먼저 보낸 뒤, 기둥에 기대어 입구와 이어져 있는 길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약속시각을 악착같이 지키던 그녀였지만 이상하게도 약속시각이 이미 한참 지났지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길을 잘 잃어버리기에 설마 길을 잃어버린 건가-? 싶어 찾으러 가려는 순간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타카라가 보였다.

 

"미안해- 오다가 길 잃어버리는 바람에 찾아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

"그래서 우리 출발할 때 같이 출발하고 했잖아."

"준비도 다 못 한 상태였는데 어떻게 출발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짜증을 내기에 주름 잡힌 미간을 한번 눌러주고 "어서 가자 늦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축제의 안으로 걸어갔다.

 

처음으로 금붕어 잡기를 시도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그물이 찢어져 실망하는 타카라의 모습을 보고 실컷 비웃자 "긴토키는 실패하면 가만 안 둘 거야." 라는 말에 웃음기를 멈추고 시도를 해봤지만 마치 벌 받으라는 듯이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금붕어 잡기의 막을 내렸다.

다코야키, 파전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사 먹으면서-대부분은 타카라가 먹고 싶다고 샀다. "혼자 먹는 것보다 같이 먹는 게 좋잖아."라며 내 손에도 똑같은 음식을 쥐어 주었다.― 축제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신파치와 카구라를 찾고 있었다.

 

"그냥 우리 둘이서 놀아도 되지 않냐?"

"그래도 카구라랑 같이 약속한 거니까."

"그래. 어- 저기있……."

 

돌아다닌 끝에 발견했지만 신센구미의 오키타와 카구라가 붙어 싸우는 모습과 고릴라를 상대하고 있는 타에, 그리고 두 무리 사이에 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신파치의 모습을 보고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발길을 돌려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도망쳤다.

축제의 중심에서 멀어졌는지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나무를 붙잡고 숨을 고르다 눈앞에 벤치가 보여 바로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그 자식들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반강제로 온 거나 다름없지만 둘이서 같이 데이트 같은 데이트도 오랜만이었기에 한쪽으론 방해받지 않았으면-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조금 있긴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언제 사서 온 것인지 딸기주스를 내민 것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받은 딸기주스를 쪽- 빨면서 멍하니 발아래에 있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서로의 부스를 홍보하는 목소리, 왁자지껄 축제에 빠져 잔뜩 즐거워 보이는 목소리가 주황색 불빛들에 어우러져 보였다.

쪽- 액체들이 딸려오는 소리가 멈추고 공기들만이 딸려오는 소리가 들려 컵을 확인하니 주스가 들어있었다는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어때 다 쉬었으면 슬슬 우리 먼저 해결사로 돌아갈까?"

"아니. 조금만 더 이거보다 가고 싶어."

 

'이거'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무언가 기분 좋아 보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반쯤 일으키던 몸을 되감기 하듯 벤치에 다시 앉아 타카라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실은 이런 축제 와보는 거 처음이야. 요시와라에서 물어보면 이상한 이야기나 하고. 다른 축제들은 시간이 안 맞아서 못 가고. 오늘만큼은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거든."

 

마치 원하는걸 이뤘다는 듯한-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방긋 웃어 보이며 "오기 싫었을 건데 억지로 끌고 와서 미안해. 그래도 같이 놀아줘서 고마워"라며 나에게 건네는 그 말이, 그 미소가 마음 한구석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문득 지금 다시 타카라를 보니 평소에 즐겨 입던 유카타와 비슷해 보이는 디자인이었지만 조금 더 화려하고 축제와 무척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항상 풀어헤치고 다니던 머리카락들은 꽃 모양을 하고 있는 비즈와 보석들로 꾸며진 비녀로 높게 올려 묶어 고정해있었고 근처의 조명들이 더해져서인지 평소 보던 모습과 무척이나 달라 보였다. 모습을 보고 어떤 말을 말하고 싶었지만, 그 단어를 머릿속에서 찾지 못해 멍하니 입만 벌리고 "어-"라는 말만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라며 거리를 좁혀오면서 내 이마에 손을 올리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어지러운 마음을 이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올려놓은 손을 맞잡은 뒤, 타카라를 마주 보자 덩달아 얼굴이 붉게 물들어가는 게 보였다.

 

"저기- 그러니까-"

"아 찾았다!!"

 

익숙한 목소리- 뒤들 돌아보니 어떻게 찾은 것인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뭐하냐 해?"라며 말하는 카구라와 올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신파치가 있었다. 하아- 저 녀석들 결국 찾아냈네―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깊은 한숨을 푹- 쉬었다. 분위기가 좋게 무르익어가는 듯했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금방 내려갈게- 가자 긴토키."

 

내밀어오는 손을 어쩔 수 없이 잡은 뒤 벤치에서 일어나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가까운듯하면서도 먼 거리. 내려가는 내내 우리 둘 사이에선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조용히 손을 붙잡고 서로의 시선을 피하면서 길을 따라 내려가기만 할 뿐이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로 내려가다 보면 분명 그 녀석들은 위에서 무슨 일 있었냐, 타카라한테 무슨 행동을 했기에 저러냐― 라고 말할 게 분명했기에 이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놓고 싶었다. 아까 하고 싶었던 말은 깊은 한구석에 밀어 넣어놓고 생각나는 대로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저기 그러니까- 축제 와서 나도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둘이 같이 놀지 않았냐? 우울해하지 말라고. 다음번에 조금 더 재미있어 보이는 축제 열리면 그때도 다 같이 오자."

 

아- 나도 내가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못들은 걸로 해라." 라고 말하고 먼저 내려가려는 순간 타카라가 내 손을 조금 더 꽉- 잡아왔다. 방긋- 하고 웃어오는 미소에 어지러웠던 마음 한구석이 조금씩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마워. 다음번에도 같이 축제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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