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둘 : 너의 곁에서 잠들게 해줘

드림 전력 주제 : 너의 곁에서 잠들게 해줘



요즘들어 불안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 앞에서 환각이 보이고 주위에서는 그때 그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들리고 있다. 계속해서 불러대는 목소리들을 떨쳐내기 위해 아니야 너희들은 이미 이세상 사람들이 아니야 라며 계속해서 세뇌를 해보기도 한다. 특히 더욱 심각한건 목에 드는 기분나쁜 느낌 그 느낌이 싫어 계속해서 목을 긁다가 상처가 나고 피가 나고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기도 한다. 그런 행동들을 내가 인지 하고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무의식중에 그런 행동들을 한다는게 더욱 큰 문제다.


"현화! 목에 상처!"


아 또 무의식중에 행동을 했나보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손톱에는 작은 살점들이 껴있고 피가 묻어 있었다.  나와 시선을 맞추고는 불안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스티브가 있었다. 결국 나를 안아들고 의무실로 향하고는 손에 붕대를 들고 "느낌이 싫어도 참아. 치료를 위해서라도." 라며 내 목에 난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고 손에 묻은 피와 살점들을 깨끗하게 정리해주었다.


"평소에 안하던 행동들을 하고... 무슨일 있는건가."

"모르겠어요. 요즘들어 잠도 못자고 무의식중에 이런 행동들이 계속 나오더라고요."


멋쩍게 웃어보이며 질문에 대답을 했다. 다시 또 무의식중에 손이 올라갈려고 했는지 내 손을 꽉 잡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불면증 때문인걸수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푹 자고 있어."


침대에 뉘어주고는 잘 자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의무실을 나갈려는 스티브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잠을 청할려는 순간 다시 환청이 들리고 환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환각과 환청이 보기 싫어 침대에서 벗어나 나갈려는 스티브의 옷깃을 잡았다.


"같이 자줘요. 무서워요."

"무슨..."


무슨 일이길래 라고 질문을 할려 했던거 같았다. 하지만 옷깃을 잡고 있는 내 손이 떨리는걸 보았는지 얼굴을 굳히고 나와 시선을 맞추며 내 손을 꽉 잡아 주었다.


"환각이 보이고 환청이 들려요. 무시를 할려고 해도 무시가 되지 않아요. 점점 목소리가 선명해져요."


말을 듣고는 등을 토닥여 주며 괜찮아 괜찮아라며 토닥여 주었다. 괜찮다는 말에 환청과 환각이 점점 멀어져 간다. 스티브의 옆에 누워 잠을 청하기 시작하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되었다.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이 든거 같았다. 자고 일어나고 집까지 배웅을 해주면서 "만약 계속 그런다면 찾아와도 괜찮네. 옆에서 잠들어도 괜찮네."라며 한번 토닥여 주고는 돌아갔다.


악몽에 시달리고 그런 행동들이 반복될때마다 언제나 늘 그랬듯이 당신이 나타나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당신의 옆에서 잠들게 해줘.

이삼 : 꽃 피는 봄이 오면

샹그릴라 : 꽃 피는 봄이 오면



이렇게 추운 날씨에 코타츠 안에 들어가서 빈둥거리면서 지내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


뭐가 괜찮아 전혀 괜찮지 않거든. 눈 오면 나가서 눈사람도 만들고 스키장도 가고 이러면서 노는 것도 좋잖아.


그런데 나갔다가 일이 한두 번 터져야지. 나갈 때마다 신센구미랑 엮여서 곤란하다고.


왜 사람 많고 좋지. 겨울 내내 여기서 지낼 수는 없잖아.


그럼 타카라 너는 어디 가고 싶은데. 가고 싶은 곳 있어?


겨울에는 딱히 가고 싶은 곳은 없어. 요 며칠 전에 잡지에서 들판에서 고백하는 남녀 짝도 나오고 꽃밭에서 고백해서 결혼까지 갔다는 커플 이야기도 나와서 아 그렇구나- 정말 좋겠다- 이랬어. 그냥 부러웠다고.


왜 부러웠냐.


그렇게 부럽지는 않았어. 아 이렇게 이어지는 짝도 있구나 싶은거지.



***



전에 했던 그 대화들이 머릿속에서 필름 감기듯 재빠르게 지나간다. 이 입이 정말로 다시 생각해도 방정인 거 같다. 화려하게 맞춰 입은 드레스를 최대한 끌어올려 끌리지 않게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우산도 같이 들고 가야 하다 보니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뒤에서 카구라와 타에가 우산을 들어주겠다, 뒤에 끌리려고 하는 옷은 들어주겠다며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늦어서 미안하다며 먹을 것들이며 술이며 바리바리 싸들고 온 츠쿠요와 백화 단원 몇 명들이 축하한다며 토닥이고는 조금 이따가 보자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괜찮아 긴장 풀고 평소와 같이 행동하면 될 거야."

"그 평소같이다 안될 거 같으니까... 그때 했던 말을 진짜로 할 줄 몰랐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드레스를 최대한 끌어올려 잡고 다 끌어올리지 못한 옷자락은 카구라가 잡아주었다. 그리고 햇빛을 피하기 위한-드레스와 세트로 맞춘 우산은 타에가 옆에서 같이 들어주며 걸어가기로 하고 천막 밖으로 나섰다.

봄이어서 그런지 햇볕이 무척이나 따뜻했고 주변에 활짝 핀 꽃들은 봄을 반기는 것인지 아니면 이 상황을 축하해 주는 것인지 향기로운 냄새가 퍼져 나갔다.

조금 더 걸어가니 축하해준다며 모인 사람들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모두 다 일어서서 걸어오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벚나무 아래 단정하게 턱시도를 차려입은 긴토키가 미소 지으며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



봄이오면 내가 그렇게 해줄께.


긴토키가?


응 꽃이 활짝 피는 봄이 오면 주변 사람들을 전부 다 불러 모으자. 여기 가부키초 사람들을 불러 모으자. 아 공주님도 좋을 거 같고 요시와라 사람들도 좋을 거 같네.

꽃이 활짝 피어있고 벚꽃이 만개한 곳에서 예쁘게 하는 거야. 우리의 결혼식을 어때 괜찮지?

이하나 : 첫눈

드림 전력 주제 : 첫눈



"이어서 오늘의 날씨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던 첫눈이 내리는데요.
좋아하는 연인과 첫눈을 기다리는건 어떨까요?"


텔레비전에서 들려오는 첫눈소식. 아- 부쩍 춥게 느껴지더니 벌써 눈 내리는 날씨가 다가왔구나 싶었다. 매년 혼자서 겨울을 보냈고 첫눈도 혼자서 봐왔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다시한번 옷무새를 단정히 하고 머리를 정리한 뒤 집을 나서 약속장소를 향해 걸어가본다.


"미안하네. 일때문에 오늘 약속 못지킬거 같네."
"괜찮아요. 다음번에 만나면 되죠."


스티브와의 통화를 마쳤다.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가방에 쑤셔넣었다. 일때문에 못만나는게 한두번이어야 말이지. 오늘 만나기로 한것과 더불어 첫눈이 내린다고 해서 일부러 예쁘게 차려입었지만 갑자기 울린 전화벨과 같이 따라온 소식은 준비한것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아아- 주변사람들은 다 바쁘고 그렇다고 당일치기로 한국으로 돌아갈수도 없는 터였다.
결국 같이 보기로한 영화를 혼자보고 같이 가기로 한 식당을 혼자가 밥을 먹었다. 평소에도 혼자서 잘 해왔으니까 이거 하나쯤은 별거 아니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슴 한쪽 구석이 시리게 느껴졌다.


"이제 슬슬 돌아가볼까."


차려입은 옷이 아까워 혼자 돌아다니다 보니 해가 뉘엿뉘엿 저벼렸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리고 아침까지만 괜찮던 날씨가 무척이나 춥게 느껴졌다. 핸드폰 시간을 보니 저녁 8시, 얼마 안있으면 거리의 불들이 하나둘씩 꺼질 시간이다. 일어설려는 찰나 내 앞에 누군가가 서있고 고개를 들어보니 뛰어왔는지 가쁘게 숨을 내쉬고 있는 스티브가 서 있었다.


"스티브?"
"미안하네. 어떻게든 빨리 끝내볼려고 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려서."


이쪽 전개는 전혀 예상 못했는데. 평소에 일의 분량을 잘 알기에 오늘도 포기하고 돌아갈려고 했던찰나 스티브가 찾아와 주었다. 일을 어떻게든지 빨리 끝내볼려고 노력하는 스티브의 모습이 그려져 나도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고마워요. 어떻게든 약속을 지킬려고 노력해줘서.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으면... 손이 얼음같아요."


빨개진 손을 양손으로 꾹- 잡았다. 살짝 움찔하는듯 하더니 이내 다른 한쪽 손을 내 손등위로 올려 내 손을 잡았다.
둘이 손을 잡고 서 있을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와아-"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위를 올려다보니 조금씩 하얀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쩌면 약속을 지켰다며 내리는 선물일지도."


스티브의 그말을 들으니 정말로 그렇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이 생겼으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듯이 내리는것처럼 느껴졌다.
조금씩 거리에는 하얀눈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공기는 아직도 차갑게 느껴지지만 조금전부터 맞잡고 있던 차가웠던 손은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마치 기분좋은 첫눈처럼.

이둘 : 기다릴게

드림 전력 주제 : 기다릴게



평화로운 오후였다. 분명히 평화로운 오후였다. 조용함을 깨트리는 전화벨이 울려 퍼졌고 황급히 병원으로 뛰어가 병실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저 멀리서 벽에 기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츠쿠요가 보였다. 나를 발견했는지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을 한다.


"사고였어. 세이타를 구한다고 떨어지는 철근 밑으로 달려들었으니."

"그럼 지금 상태는 어떤데. 괜찮은 거지?"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았어. 위험한 순간은 넘겼는데..."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는 설명을 한 번 더 의사를 통해 들었다. 야토에 관한 자료는 병원에 등록된 게 없지만, 사람의 자료를 통해 고비를 넘긴 건 기적이라는 말을 붙이며 의사는 재잘거렸다. 다행이었다. 두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진 너의 손을 어루어 만졌다. 하아- 깊은 한숨만이 계속해서 나온다. 의사와 면담을 마치고 나가려고 할 때 했던 그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문제는 환자분이 깨어나는 겁니다. 보통 다른 분들은 금방 깨어나시긴 하는데 환자분은- 일어나시면 정말 그건 기적인 거죠."

"그러면 영영 못 일어 날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렇죠."


당신은 의사잖아, 한 사람의 생명을 그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되는 거잖아- 여러 말을 하며 의사의 멱살을 잡을뻔했다. 하지만 타 카라가 일어난다면, 기적적으로 일어난다면 자신이 잠들어 있을 때 그런 식으로 사고를 쳤다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하기에 그냥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고 그 장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걸 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면 같이 아침을 먹고 출근길을 배웅하며 시작되던 일상이 뒤바뀌어 버렸다. 눈을 뜨자마자 대충 준비를 한 뒤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 들고 병원으로 향하는 게 내 일과의 시작이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그냥 계속 곤히 잠들어 있는 타카라의 옆에서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고, 돌봐주며 마치 깨어있는 타카라에게 말을 하듯이 집에 가기 전까지 혼잣말을 중얼거릴 뿐이다.


"...늘상 있는 일이었잖아.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머나먼 추억이 되어버린 거 같다.

주변에서는 이제 그만하라고 나만 망치는 꼴이라며 말리는데 난 이상하게 그만둘 수 없겠더라.

난 언제나 네가 눈을 뜨고 '오랜만이야 긴토키.'라면서 인사할 때까지 계속해서 기다릴 거야.

그러니까... 이제 눈을 뜨고 일어나주면 안 돼?"

이영 : 인연 혹은 우연

드림 전력 주제 :: 인연 혹은 우연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바로 뉴욕에 계시다는 할아버지를 찾아갔었다. 일이 바쁘셔서 못 오신 할아버지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드리고 나중에 괜찮다면 정리가 되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이곳에 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고 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이쪽으로 오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곳을 떠났다. 좀 더 이야기하고 싶긴 했는데 아직도 많이 바쁘신 거 같아 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건물을 나왔을 때에는 비가 이미 내리고 있었다. 아- 할아버지께 다시 돌아가 우산 빌려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쁜 사람을 다시 찾아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가방을 버려 위에 올리고 빠르게 묶고 있는 호텔을 향해 뛰어갔다. 그렇게 뛰어가다가 누군가랑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하필 넘어지는 방향에 물웅덩이가 있어 옷이 다 젖어버리고 말았다.


"아... 이런."

"미안해요. 저 때문에-"


내 앞에서 손을 내미는 사람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모처럼 입고 온 교복이 다 젖어버리고 말았다. 그 사람도 내가 입고 있는 것이 교복-이곳의 학교는 다 사복을 입고 다니니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괜찮아요. 요 앞에 호텔에서 묶고 있거든요. 금방이에요."

"그래도... 아 요 앞에 옷가게가 있는데 잠시만요."


내 손을 잡고 가는 그 사람의 따라가니 커다란 의류판매장이 있었고 그 안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설명하는듯하더니 간단한 옷 한 벌을 사더니 내 손에 들려주고는 호텔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렇게 안 해주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저 때문에 이렇게 되셨는데 당연한걸요."

"그럼 나중에 다시 만난다면 사례라도 해드리게 이름이라도 알려주세요."

"스티브, 스티브입니다."


그렇게 이름을 알려주고 떠난 그 사람은 내가 성인이 되어 다시 그곳에 가서 살기 전까지,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머릿속에서 잊혔다.


그렇게 우연히 만났던 그 사람은 지금


"그러고 보니 예전에 비 오는 날 만났던 사람이 있는데..."

"부딪혀서 넘어졌다던?"

"응. 그래서 미안해서 옷 한벌 사줬는데-"

"그 옷 아직도 있어요."

"뭐라고?"

"스티브 당신이 그때 사준 옷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요. 지금은 작아서 안 들어가지만."

이일 : 친한 사이

글 드림 전력 주제 : 친한 사이



보통 만나는 횟수가 늘어가면 연인 사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온다. 저건 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렇게 되었으면 난 벌써 연인 사이에 결혼까지 갔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다. 그렇게 만난 후로 같이 놀러 간다든가 밥도 같이 먹는다든가 하는 횟수가 무척 늘었고 심지어 일을 하러 갈 때 데려다 주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마중도 나가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이 보면 마치 연인사이 같다며 말을 했지만 나와 타카라는 그냥 '친한 사이'에 불과했다. 마중 나가는 것도 친한 친구니까, 식사도 친한 친구니까, 놀러 가는 것도 친한 친구니까 같이 간 거였다.

그렇다고 해서 연인의 발전 가능성도 있는 것도 아니었다. 타카라는 하루 사매 인원 전체를 만난 적은 없지만, 그 덩치 큰 녀석이랑 만나더니 이미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이라는 타이틀 아래에 만났을 때에는 연인 사이로 발전해 있었다.


"이쪽은 같은 동네 살면서 도움받고 긴토키, 긴토키 이쪽은 남자친구 아부토."

"소개해 준다는 사람이... 단장이 그렇게나 노래 부르던 하얀 사무라이였어?"

"난 이 만남 반댈세!! 왜 이런 녀석이랑 만나는 건데?"

"뭐야 둘이 알고 있었어?"


정말로 그 관계는 탐탁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한다는 사람이니까 나는 그냥 '친한 사이'에 불과하니까 그 관계에 대해 뭐라고 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냥 조심해,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말해 정도로 밖에 조언은 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멀리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아부토 한 데서는 연락 오냐."

"응. 잘 지내고 있다던데. 긴토키가 잘 챙겨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니까 알겠데."


그래. 이렇게 걱정하고 챙겨주는 것도 오로지 친한 사이라는 선에서 하는 거니까. 연인 사이가 아니라.

일구 : 수호자

드림 전력 주제 : 또 다른 세계


모험가 스티브 X 드레곤을 수호하는 자 현화


시끌벅적한 술집 안, 웃고 떠드는 소리는 괜찮아도 서로 목소리를 키워가며 말다툼하는 소리만큼은 정말로 듣기 싫다. 온다던 사람은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들어왔을 때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돌아가는 게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잡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턱- 하고 내 어깨에 누군가 손을 올렸고 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그렇게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토니."

"하하,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풀어해친 옷을 정리하며 내 맞은편 자리에 앉는 토니였다. 내가 한소리 하려는 걸 빨리 막으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듣기 싫어서 딴짓을 하는 것인지 재빨리 주문하고 무언가를 꺼내 들어 내 앞에 내려놓았다. 내 앞에 놓인 것은 무언가의 이빨이 달려있고, 검은색 가죽끈으로 길게 연결된 목걸이였다.


"이게 뭔가."

"보면 몰라? 목걸이잖아. 그리고 이 목걸이를 가지고 온건 나타샤랑 바튼이야.


실은 두 사람이 요 며칠 전에 저쪽 산에 지령이 있어서 갔는데 그 지령이 동굴 안을 조사하는 거였더라고.

그래서 동굴 안을 조사하다가 깊숙이 들어갔는데 거기에 한 소녀가 있었다고 말해주더라고."

"그래서 이 목걸이랑 무슨 연관이 있다고..."

"실은 그 산이 드레곤- 이 있다고 유명하다고 하잖아. 드레곤은 안보이고 그 소녀만 보였다고 말하더라. 그리고 거기서 가져온 것이 이 목걸이. 아마 그 소녀의 것 같다고 하던데..."


뜸을 들이며 눈빛이 마치 '알지?'라고 말을 하는듯한 눈빛이었다. 그 지령을 받고 갔다 온 두 사람에게 부탁하면 될 것을 왜 나한테 부탁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이 목걸이를 돌려놓고 오라는 건가?"

"잘 알고 있네. 그 두 사람은 다른 지령 때문에 바쁘고 알고 있지 않나. 나는 가봤자 중간까지 밖에 못 가고 돌아온다는 거. 그럼-"


나한테 떠맡기듯이 넘기고는 부탁하네- 라는 말만 남기고는 재빨리 술집을 나가버리는 토니였다. 어영부영 어쩔 수 없이 그 산에 있는 동굴을 찾아가 그 소녀에게 목걸이를 전해주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


필요한 짐을 챙기고 산을 오른 지 한참이 지난듯했다. 손에 쥐어진 목걸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분명 산을 오르다 보면 동굴과 이어진 길이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올라가도 그 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 부자연스럽게 우거진 풀숲이 보였고 가까이 다가가자 아마 그 동굴로 이어지는 듯한 길이 보였다.

그 길을 따라가니 들은 데로 커다란 동굴이 있었다. 이 정도의 크기이면 멀리서도 보일 거 같은데- 터벅터벅- 동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둡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계속해서 걷다가 푸른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빛을 향해 달려갔고 이내 그 근처에 있는 바위 뒤로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인간들은 어떻게 됐지."

"도망갔어요. 아마 이곳에 저가 있는지 전혀 몰랐을 거에요."

"당연히 그렇겠지. 신관이라고 부르는 녀석들이 강제로 이렇게 세워 놓은 거니까. 그러고 보니 네가 이곳에 온 지도 꽤 시간이 흘렀군."

"5년이나 흘렀죠."


살짝 고개를 내밀어 보니 푸른색과 남색이 오묘하게 섞여 있는 드레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아마 보았다고 하는 소녀로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그 소녀는 갈색 머리에 허리까지 오는 길이, 하얀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건 무슨 소리일까.


"그럼 난 이만 다시 가봐야겠군."

"벌써 가시는 거에요?"

"다른 손님이 찾아왔거든."


그 말을 끝으로 그 드레곤은 다른 곳으로 가 버렸고 소녀는 입구, 내가 있는 쪽으로 돌아보았다. 이런- 꼼짝없이 들키고 말았데. 몸을 일으켜 바위 뒤에서 나와 소녀 앞까지 걸어갔다. 등 뒤만 보았지만 이렇게 앞에 서서 보니 소녀의 눈동자, 회색빛이 도는 그 눈동자가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여려 보였다.


"누구시죠. 저번에 온 두 사람 중에 아닌 거 같은데."

"이 목걸이. 그 두 사람이 가져왔다고 해서 돌려주려고."


목걸이를 건네자 말자 소녀는 급하게 손을 뻗어 가져간 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목에 걸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경계하던 눈빛이 이내 사그라졌다.


"두 사람을 대신해서 가져다주시러 오신 건가요?"

"응. 내 친구들이기도 했고 어쩌다 보니 부탁받아서. 그나저나 너는 누군데 여기 있는 거지?"


내 물음에 잠시 멈칫하고, 고민하는듯하더니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입을 열어 말해 주었다.


"신관들이란 사람들이 드레곤을 수호할 여자아이들을 뽑아가요. 나이는 10살의 여자아이. 뽑히면 무조건 '드레곤을 수호하는 자'라는 명목하에 10년 동안 이 동굴 안에 있어요. 이곳에는 먹을 거, 마실 거는 전부 다 구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1년마다 저 동굴 입구에 생필품, 옷 등이 늘 항상 올라와요.

부모와의 소식은 무조건 단절이 돼요.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누가 뽑혔는지 아무도 모르고요. 이곳에 있으면서 뽑힌 여자아이들이 어떻게 되는지도 아무도 몰라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는 그 소녀의 표정이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슬펐을까.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것도 전혀 몰랐다. 아마 그 두 녀석이 받은 지령도 신관들, 그리고 이 소녀와도 연관되어 있는 거겠지.


"찾아줄게."

"누구를요?"

"너희 부모님. 찾아서 편지를 가져다줄게. 그리고 종종 이곳에 찾아올께."


도와주고 싶었고 돌봐주고 싶었다. 이 소녀를.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래. 일단 부모님을 찾으려면 너의 이름을 알아야 될 텐데."

"드레곤이 부르기 편하라고 현이라고 불렸어요. 그리고 정확한 이름은 '현화'에요."

"그래 현화. 난 스티브. 그럼 일주일 뒤에 다시 찾아올께."


현화, 난 너를 도와주고 싶어. 이곳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고 싶어.

이영 : 네가 없는 시간

샹그릴라 : 네가 없는 시간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시계를 끄고 몸을 일으킨다. 방안에 돌고 있는 추운 공기에 순간적으로 몸이 부르르 떨려온다. 터벅터벅 방을 나서 거실을 지나쳐 부엌으로 향해 아침을 준비하다 보면 카구라와 사다 하루가 일어나 자연스럽게 앉아있는다. 아침을 먹다 보면 "좋은 아침입니다."라며 신파치가 출근하고 그렇게 해결사의 하루가 시작된다.

일거리가 대부분 없어 주로 텔레비전을 보면서 놀고 있거나 빨래를 한다든가, 청소 아- 이건 신파치가 대부분 해주는 듯하지만 이런 일 이외에도 간단한 심부름 비슷 한 거나 오토세에게 집세 관련해서도 꾸지람을 듣는다. 해가 얼굴을 보이고 있는 이 시간, 네가 없는 이 시간이 이렇게 흘러간다.


***


알람을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다. 아- 이런 또 부서지고 말았다.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향해 어제저녁에 만들어 놓은 반찬을 꺼내어 밥과 함께 먹은 뒤, 몸단장하고 우산을 챙겨 든 뒤 요시와라로 향한다. 요시와라 입구를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준비하기 시작한다고 분주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명 한명 인사를 하고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히노와가 날 반갑게 반겨준다. 일하다가 해가 중천에 뜨면 다 같이 모여 점심을 먹고 가끔은 우산을 빙그르르 돌리며 거리산책도 한다. 그렇게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까지 네가 없는 이 시간이 이렇게 흘러간다.


***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 조금 있으면 끝날 시간인데. 슬슬 마중을 나가는 게 좋을 거 같다.


"긴쨩 마중 나가냐, 해?"

"응. 갔다 올게. 집 잘 보고 있어라."

"응!"


-


일을 다 끝내고 시계를 보았다. 노을 지고 있는 햇빛에 의해 예쁜 주황색으로 방안이 가득 차 있었다. 시곗바늘은 퇴근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히노와가 들어왔다.


"이제 집에 갈 시간 이내요."

"네. 안녕히 계세요. 내일 봬요."


***


요시와라를 빠져나와 걷다 보면 늘 항상 걸어 다니는 다리 근처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 다리 위에는 항상 이 시간만 되면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긴토키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반갑게 소리치며 손을 흔들면 그런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 준다. 이렇게 네가 없던 시간은 끝이 나고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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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팔 : 순간의 감정

글 드림 전력 주제 : 순간의 감정


아주 사소한 걸로 시작된 다툼이었다. 그리고 그 다툼은 점점 커져 네가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행방을 감추게 된 계기가 되었다. 네가 안 보이게 되고 며칠이 지나서 네가 살던 곳의 집의 문을 두드렸지만, 응답이 없었고 이웃의 이야기로는 한동안 오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만 해주었다.

너와 소중하게 지낸 친구를 찾아가 네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없어지기 전날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고 한동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말을 했다. 그럼 어디로 갔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걸 물어볼 용기가 있기는 해? 처음 싸우기 시작해 커지기 전에 말릴 생각을 했어야지."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아직도 못 찾았어요?"

"응. 연락도 되지 않아. 어디로 가버린 걸까-"


온종일 너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휴대전화를 만지작만지작 거렸고,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하던 주변의 반응들은 점점 가라앉았고 외로움과 공허함이 뒤섞여 있던 내 감정도 점점 가라앉았고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수련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임무를 수행하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너에 대한 걱정도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보내면서 며칠이 지난 후 너의 친구에게서 연락되었다.


"현화와 연락이 되었어요."

"아. 그래?"

"반응이 왜 그래요?"

"뭐가 그렇다는 거지?"

"그게 요 며칠 동안 걱정하던 사람의 태도에요? 벌써 아무렇지 않게 잊은 듯이 말을 하잖아요. 주변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대해도 스티브 당신만큼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 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순간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온종일 걱정만 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해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들었던 외로움과 공허함이 순간적인 감정이었다는 것에 대해 나 자신을 정말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야. 정현화, 너 생각이 맞았네. 할 말은 다 했으니 이만 끊을게요. 생각이 정리되면 다시 전화해요."


다시 부르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고, 손에서 잡고 있던 전화기를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난 정말로 너를 중요하게 여겼던 게 맞을까? 이 순간적인 감정 하나로 아무렇지 너를 지워버렸으니 너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던 걸까?

일구 : 가질 수 없는

드림 전력 주제 : 가질 수 없는



"여어-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보는 너의 얼굴은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내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는듯한 시늉으로 가져온 당고를 먹으며 손에 낀 반지만 연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아- 그 녀석이 준 반지이려나- 은색으로 반짝거리며 빛나는 반지가 하얀 너의 손에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 반지 뭐냐. 그 녀석이 준거야?"

"응. 반지 하나쯤은 있는 게 좋다면서 줬어."


우산을 빙그르르 돌리며 자랑하듯이 나에게 내보이는 너의 손. 제 주인에게 잘 어울린다는 듯이 반짝이는 반지를 보고 잘 어울려- 라는 형식적인 짧은 대답을 해주었다.

처음에 그렇게 만나고 사정이 생겨 요시와라를 한동안 가지 못했다. 그렇게 만나고 이상하게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요 몇 달을 멍하니 보냈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와 더불어 금전적인 여유도 생겨 놀러 갈 겸 요시와라를 방문했을 때 예전에 보았던 그 덩치 큰 야토와 손을 잡고 있던 너를 다시 보았다.

츠쿠요에게 물어보자 우연히 그 야토를 만났고 어느 정도 만남을 이어가면서 그 관계로 발전했다고 전해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너와는 그런 관계가 아닌 그냥 친구 같은 그런 관계로 지내게 되었다.


"긴토키 무슨 생각해?"

"아- 아니야. 그나저나 그 녀석이 잘 해주냐?"

"응. 잘해줘. 자주 못 온다고 미안해하던데? 같이 갈 생각 없느냐고 묻긴 하는데 난 아직 그곳에 들어갈 생각은 없거든. 잘 알고 있잖아."

"그렇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보았다. 그 녀석보다 내가 더 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왜 이곳에 왔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같이 있고 싶은 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이유로 다시 그런 무리에 껴 넣으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약 내가 그 관계에 서 있었더라면 널 위험에 노출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 이제 시간 끝나가네. 슬슬 돌아가 봐야 될 거 같아."

"그래. 이거 잘 먹었다고 전해 줘."


잘 가- 라며 손을 흔들어 보이는 너에게 화답을 하듯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아- 그때 좀 더 자주 왔더라면 관계는 뒤바뀌어 있었겠지. 지금은 너를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질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오늘도 너의 등을 보며 인사를 하고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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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칠 : 내가 널 볼 수 있을까?

샹그릴라 : 내가 널 볼 수 있을까?



종종 하는 말 중에서 필요없는 고집은 부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 고집을 부려서 나에게 득이 되면 좋은 고집이지만 해가 되는 고집이면 부리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그 고집이 득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겪기 전에는 보통 모른다. 겪고 나서 해가 되면 아아- 역시 조심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 가봤자 별로 도움이 잘은 안 되지만 꼭 가겠다며 우긴 내 고집 때문에 해를 입었다. 적들에게서 도망친다며 이리저리 몸부림을 치다가 나를 잡고 있던 녀석들을 무찔렀지만 달려오는 다른 녀석을 보지 못했고 스티브가 부르는 나의 이름이 들려오고 엄청난 고통과 함께 의식을 잃고 말았다.


"시력이 돌아오려면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아니면 영영 못 돌아올 수도 있고요."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앞이 뿌예져 분간이 가지 않았다. 멍해져 있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으며 조가 있는듯한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형태도 알아볼 수 없지만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있었다.


"회복이 될 수 있는 확률은 극소수에요. 이 상태만 유지가 돼도 정말 다행이에요."

"그러면-"

"더 악화가 되어 전혀 안 보이게 될 수도 있단 이야기죠."


그럼 이만- 이라는 조의 말이 멀어져 갔고 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필요없는 고집을 부리는 건 아니라고 했는데... 그 상황을 정말 후회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만 안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고 주변인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불 위에 올려놓은 손을 누군가 위로 얹어 살며시 잡았다. 그 손이 온 곳을 보았다. 얼굴을 전혀 못 알아 보겠다. 하지만 손의 크기나 느낌상으로는 대충 누군지 짐작이 간다. 아까 들려왔던 목소리로도 이미 충분히 짐작이 가고 있었다.


"스티브."

"현화, 괜찮을 거야."

"아니에요. 저 때문에 임무에서도 차질이 생겼을 거잖아요."


그 일은 좋게 끝났어- 괜찮다며 나를 토닥여 주었지만, 마음만큼은 편안해지지 않았다. 내가 그곳에 가서 일에 차질을 가게 만 듯 것도 있지만 이렇게 다쳐버린 나 자신도 정말 한심했고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입혀버린 것 때문에 계속 불편했다. 그리고 아까 조의 말대로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영영 앞이 안 보이게 된다면 어떡해요? 호전되지 않고 안 보이게 된다면 주변인들에게 폐만 끼치게 되는 거잖아요."

"현화 괜찮아 질 거야."

"아니에요. 이 상태로 간다면... 앞을 다시 볼 수 있게 될까요? 스티브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그것이 제일 무서워요. 소중한 사람을 만약 다시 못 보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결국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기에 생활하는 것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일 소중한 사람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공포감이 몰려온걸 지도 모르겠다, 다시 볼 수 있을까?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계속 울자 내 손을 잡고 있던 스티브의 손이 더 세게 잡는다.


"괜찮아.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면 내가 옆에서 계속 도와줄 거고,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걱정 말게. 언제까지나 옆에 있을 것이니."


몸이 기울더니 이내 품 안으로 안긴듯했다. 괜찮으니 진정하라는 듯이 내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울음이 조금씩 멈춰가고 진정이 되어갔다. 스티브의 옷깃을 꽉 잡았다. 괜찮아- 괜찮아- 말을 계속 들으니 조금씩 평온해지기 시작했고 내가 진정되자 품 안에서 벗어났고 아직 마르지 못한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 볼 수 없을까 걱정되었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육 : 오랜만이야

드림 전력 주제 : 오랜만이야



어렸을 때 내가 그것이 보이기 시작한 후에 할머니가 늘 항상 말씀하셨다. 그것들이 보인다는 것은 도움이 필요하다던가, 아니면 아직 이곳에 미련이 있다던가. 아니면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할머니 말이 맞듯이 이곳에 미련이 남아있는 자들을 만났었고 필요로 하는 자들을 만났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주기 위해 남아있는 자들은 잘 보지 못하였다. 그렇게 그 존재들을 보면서 자라났고 이곳으로 오면서 머릿속에서 그 말이 점점 잊혀만 갔다.


그리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나갔던 스티브를 늘 항상 기다리던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위험한 산전수전은 다 겪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임무 도중 공격을 받고 사망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나에게 돌아온 것은 헬멧과 방패뿐이었다. 그렇게 그걸 껴안고 몇 날 며칠을 울었던 거 같았다.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에는 이미 장례식을 다 치르고 정리가 되어가던 상황이었다.


"스티브..."


그렇게 보내고 며칠이 지났다. 생각도 정리할 겸 한동안 집에서 쉬다 오겠다는 말을 전하자 알겠다며 푹 쉬다 오라는 답장을 받았다. 문자를 확인하고 가방 안에다가 쑤셔 넣은 뒤 앞에 있는 묘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스티브 로저스라고 쓰여있는 그의 이름만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곳에 있는 묘지에는 비석 위에 앉아있는 그것들이 보였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비석에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아아- 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거지. 다음에 다시 찾아올게- 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려는 순간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어...?"

"오랜만이야."


흐릿한 형체, 임무 나갈 때 입고 있던 정장 알 수 있었다. 그것의 형태였지만 분명한 스티브였다. 이제 울지 않기로 맹세했지만 지어 보이던 웃음을 보이는 스티브를 보자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그 상태로 발걸음을 돌려 스티브에게 달려갔다. 보통 통과되기 마련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대로 품 안에 안겨 꽉 껴안았다. 이상하게 살아있을 때 느껴졌던 체온이 그대로 느껴졌다.


"오랜만이에요. 정말로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었어요." 

"이곳으로 찾아오는데 정말로 오래 걸렸다네. 이 말은 꼭 하고 가야 될 거 같아서. 다녀왔다네, 현화."

일팔 : 본능

드림 전력 : 본능



호위와 관련된 의뢰를 받았고 그 의뢰를 하다 그만 싸움이 일어나게 되었다. 상대방은 악명높은 조직이었다. 전투 도중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고 신파치와 하루라도 잡히고 말았다. 아아- 이거야 원 여기서 죽어도 한소리 들을 거 같고 이 상태로 돌아가도 한소리들을 거 같은 기분인데? 적의 두목- 으로 보이는 사람을 노려보자 그 사람은 내가 정말로 우스웠는지 커다란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천하의 사카타 긴토키가 이렇게 약했나? 소문과는 정말로 다른데?"


신파치와 카구라의 외침이 들려온다.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되는데... 남은 힘을 쏟아 공격을 하려는 찰라 그 사람의 얼굴로 누군가가 발길질을 하며 날라왔다. 두목은 저 멀리 날아갔고 발길질한 사람은 중심을 잡고 턱- 하고 섰다. 누구지? 흐릿해져 가는 의식을 가다듬으며 그 사람을 바라보자 익숙한 사람이었다. 검은색에 꽃무늬가 수놓은 기모노, 연한 분홍색 머리. 타카라였다.


"타카라?"

"뭔가 찜찜하다 싶었어. 긴토키한테 의뢰한 사람한테 추궁하니까 다 말해주던데?" 


우산을 턱- 하고 어깨에 올리는 순간 날아갔던 녀석이 재빠르게 달려와 공격을 하려는 순간 어떻게 알았는지 방어를 하며 싸움이 시작되었다. 비겁하게 뒤에서 공격하려는 녀석을 방어하면서 자연스럽게 끼게 되었다. 그렇게 방어를 하다 그 녀석의 일격을 맞고 튕겨져나가면서 집중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타카라였다.


"타카라!!"


달려갈려고 했지만 나에게 달려드는 녀석들을 방어하면서 갈 겨를이 없었다. 카구라와 신파치도 빠져나왔지만, 다시 가로막히게 되었다. 그러던 그 순간 "컥-"하는 짧은 남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쪽으로 몸이 날라왔다. 재빠르게 피했지만 피하지 못한 녀석들은 같이 바닥에 뒹굴었다. 저 멀리 먼지가 자욱한 곳에서 총탄이 날아오며 하나둘씩 맞고 쓰러졌다. 무슨 상황이지- 정리가 안 되는 순간 검은 무언가가 재빠르게 달려와 녀석들을 하나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네년..."


쓰러진 몸을 일으켜 세우며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뱉던 두목은 이내 그 검은 물체에 의해 공격을 당했고 이내 쓰러져 버렸다. 주변에서는 살아남은 그의 동료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쪽을 돌아보는 순간 무척이나 놀라고 말았다.


"타카라..."


평소 그렇게 싫다고 말했던 야토의 '본능'이 온 정신을 뒤덮은 타카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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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오 : 꾀병

글 드림 전력 : 꾀병



오전이 지나고 오후가 다되어 가도록 이상하게 보이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어디 아픈 건가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불안해하고 있을 즘 문자가 왔다는 알람이 울렸다. 휴대전화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보자 온 문자는


[스티브 나 아파요. 늦게 문자 줘서 미안해요.]


평소 아파도 나와서 책상에라도 엎드려 있었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나타나지도 않았고 이런 짤막한 문자를 보내오자 정말로 심각하게 아픈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은 후 혼자 지내기에 약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약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


"현화, 나일세."


문 앞에서 노크하고 기다려도 대답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걱정이 되어 문고리를 열려는 찰나 문이 열렸고 안으로 들어가자 두리번거리다 침실 안에서 침대 위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는 현화가 보였다. 침대 옆으로 다가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평소와 다른 행동이여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냥 가만히 옆에 앉아만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파서 걱정됐다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많이 아픈 것인지 등만 계속 보인 채 이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간단한 먹거리라도 만들어주는 게 좋을 거 같아 약봉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서 "약 사왔으니 먹게나." 말을 해주고 부엌으로 갈려는 찰라 이쪽으로 돌아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티브. 실은 나 아픈 거 아니에요. 그냥 오늘따라 나가는 게 싫었어요."


목소리가 들려오고 뒤를 돌아보자 눈이 이미 새빨개진 체 퉁퉁 부어 있었고 입술은 갈라져 있었다. 현 화도 자기 자신의 얼굴 상태를 아는 것인지 다시 재빠르게 이불을 뒤집어썼다. 우는 적을 본 적이 없기에 더욱이 걱정되었다. 무슨 일이냐 다시 침대 옆으로 다가가 흔들어 보았다. 하지만 이불을 꽉 쥐고 누워있기만 했다. 도저히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이불 틈에서 손을 쭉 뻗고는 내 옷깃을 잡았다.


"꾀병이지만... 오늘 하루만 옆에 있어 주세요."

일사 : 당신은 모르실거야

샹그릴라 : 이름을 불러주세요. 나 거기 서있을게요. // 핑클 당신은 모르실거야



당신이 얼음 속에 있으면서 꽤 긴 시기를 견뎌왔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시기를 거치면서 과거에 같이 일을 해왔던 동료는 죽거나, 늙어 죽음을 맞이하고 있거나, 아니면 다른 경우의 루트를 탔다거나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현재의 동료를 만나고 적응을 했다 하더라도 아직 적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은 그 동료도 같은 길을 걷거나 각자의 길로 이미 돌아갔다.


"스티브 오늘은 어때요?"

"아주 좋아. 그럼 조금 이따가 보자."

"그래요. 오늘도 열심히 해요."


늘 항상 각자 일을 하러 가기 전에 안부를 물었는데 오늘은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걸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무언가 기분 상태가 한 단계 내려가 있는듯한 기분이었다. 뭐지? 왜 오늘따라 기분이 한 단계 낮아 보이는 걸까- 주변을 서성이다 쉬고 있을 뜸 해서 이온음료를 양손에 한 캔씩 들고 찾아가 옆에 털썩 앉고 음료수 한 캔을 건넸다. 고마워- 짧은 인사였지만 그 인사에서도 한 톤이 낮아져 있다는 게 느껴졌다.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걸까-


"스티브 오늘 기분 안 좋아요?"

"기분이 안 좋다니?"

"그냥 평소 말하는 투보다 한 단계 낮아져 있는 거 같아서요."


아- 하고 짧게 웃어 보였다. 역시 무언가가 있었구나. 이미 비어버린 캔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다 말하기를 결심을 한 것인지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더니 저 먼 곳을 응시하며 이유를 말해주었다.


"다른 동료도 각자의 길을 걷고 있고. 현화 너도 언젠가는 너의 일을 위해 돌아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네. 일을 위해 이곳을 떠날 수도 있는 거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고."


이곳으로 오면서 이미 이곳에서 살기로 했었고 특별한 이유가 아닌 이상 돌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이미 누군가가 다시 선수생활을 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으면 정중히 거절할 것이다. 내가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아마 불안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거겠지. 조용히 미소가 지어졌다. "하하- 내가 괜히 말했나-" 라며 뻘쭘해하는 스티브에게 웃어 보이며 괜찮다는 말을 해주었다. 내 말을 듣고 살짝 놀랐는지 내 쪽을 바라보았다.


"저는 안 떠나요. 이미 이곳으로 오면서 계속 있기로 결심했는걸요. 저는 이곳에 서 있을 거에요. 그냥 스티브가 평소처럼 계속 제 이름을 불러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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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칠 : 이프 온리

샹그릴라 :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또 사랑받는 법도. <이프 온리>



내 주변을 둘러보고 그 주변의 사람을 걱정한다고 나에 대해 생각을 하고, 나 자신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내 주변을 챙기는 것에만 열중을 했었고 그 사람을 어떻게 좋아해야 되는지에 대한 방법을 잘 알지 못했다. 그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내가 사랑받는 방법도 몰랐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주변을 좋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어이. 뭐하냐?"


언제부터였는지 이제는 감도 잘 잡히지 않는다. 무심한듯하면서도 챙겨줄 건 다 챙겨주고, 말로는 싫다고 하면서 행동은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가끔은 감도 잘 잡히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 잘 모를 때 그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 사람의 손을 잡고 따라가 보자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그런 방법에서부터 좋아하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배운 것을 통해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씩 나에 대한 생각이 좋아지고 하나둘씩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냐. 그나저나 왜 이렇게 늦었어. 또 점프 보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지?"

"타카라 너한테는 거짓말을 못하겠다. 어떻게 알았냐."

"안 봐도 알 수 있으니까."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이 좋았고 그 과정에서도 점점 더 좋아했던걸 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의 끝은 지금을 있게 한 그런 과정이었으니까. 그 과정을 같이해준 긴토키가 정말로 고마웠고, 좋다. 이 순간을 같이하고 그 과정을 알려준 긴토키가 정말로 좋다.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받는 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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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육 : 괜찮아

드림 전력 주제 : 괜찮아



내 주변에서는 야토라는 게 그렇게 쉽게 볼 수는 없었다. 그곳을 떠나기 전에는 야토뿐이었지만 이곳에 오면서  그렇게 쉽게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곳이 좋았고 지내기에도 편했다. 전에 집 근처에 있었던 건달들도 그렇게 건달답지도 않았고 심각한 싸움은 볼 수 없었기에 맘 놓고 지냈었다.

하지만 어느 날 폭력을 써야만 되는 그런 순간이 다가왔다. 나는 절대로 싸울 생각이 없다고 같이 말로 푸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지만 그 사람은 닥쳐- 이 말만을 크게 외치면서 칼을 휘둘러댔다. 주변에 그것을 말리려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상처를 입었다. 안 돼. 더는 다치면 안 돼.


"그만 하는 게 좋다고 말했잖아. 이건 대화로도 풀 수 있어."


내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더는 다치는 건 보기 싫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고 주변에서 말리던 사람들을 뿌리치고는 칼을 꽉 쥐고 나에게로 달려왔다. 이성의 끈을 놓으면 안 돼- 이 생각을 하며 그 사람에게 주먹을 날렸다. 주먹을 맞고 휘청거리는듯하더니 알 수 없는 욕을 하며 땅에 떨어진 칼을 주워들었다. 아- 본능에 따라 알 수 있었다. 이성의 끊기 놓이려고 하는걸.

손에 들린 우산을 꽉 쥐었다. 그때처럼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는 끈을 놓아버리면 과연 다시 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어디선가 누군가 날라와 그 사람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누구지? 뭐라고 하는지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꽉 안으며 해준 말이 멀어져가던 이성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긴토키였다. 그렇게 말을 하며 등을 쓸어내려 주었다. 조금씩 진정이 되었고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눈물이 왈칵 터져버렸다. 아마 나도 나 자신이 두려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눈물이 터져 울자 다시 등을 쓰다듬으며 내가 진정될 때까지 안아 계속 달래주었다.


"괜찮아. 울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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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삼 : 데이트 끝나고

글 전력 주제 : 데이트 끝나고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양 갈래로 묶었던 머리끈을 풀어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침대에 바로 누워버렸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영화도 같이 보고 같이 보고 싶었던 전시회도 같이 보았다. 정말로 가고 싶은 전시회다고 표를 주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보니 어차피 자기는 시간도 안 되고 이왕 가는 거 둘이서 잘 보라고 표를 쥐여주었다. 아- 맞다 고맙다는 문자 보내야지- 라는 생각에 가방에서 뒤적거리며 휴대폰을 꺼내 들어 문자를 보내려는 찰나 문자가 한통 왔다. 스티브였다.


'잘 들어갔어요?'


아까 들어가기 전에 짧게 뽀뽀하고 도망치는 듯이 잘 가라고 인사를 하고 온 터라 뭐라고 답장을 보내야 될지 모르겠다. 내용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그냥 무난하게 '네. 스티브도 조심히 들어가요.' 라는 문자를 보내고 바로 베개 위로 휴대폰을 던져버렸다. 아아- 그냥 얼굴 좀 봐오라던가 무난한 대사라도 날리고 할걸 그랬나- 아까의 그 순간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얼굴이 달아올라 버렸다. 아아- 괜히 그랬어- 계속해서 두근거리는 심장이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


아까 거기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내가 돌아가야 될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차가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소리가 나는 곳을 보니 검은색 차가 서 있었고 창문이 내려오면서 안에는 토니가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우리 캡틴이 잘했나 궁금해서 와봤지. 데려다 줄게."라며 어서 타라며 차 문을 열어주길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차 안에 탔다.


"그래서 그녀는 어땠어?"

"물론 좋았지. 토니 당신 말대로 찾아본 곳에 같이 갔고."


잘했어- 라는 짧은 칭찬을 나한테 하고는 조용히 운전하는 토니였다. 아, 맞다 문자 보내야지. 휴대폰을 켜 어떤 내용으로 보낼까 고민하다가 고민스러울 때에는 무난하게 보내는 게 좋다 하여 '잘 들어갔어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다음 데이트는 언제로 하려고?"

"그렇게 잡는 게 쉽나. 나중에 또 기회가 오면 하는 거지."

"허- 다음에는 시간 하루라도 비워놓고 그녀랑 같이 데이트나 또 갔다 와. 같이 일하면서 연애는 안에서밖에 못했잖아."


뭐 그건 맞는 말이다. 평범한 연인들처럼 데이트 같은걸 자주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한 어느 날, 자신은 괜찮다며 내일 열심히 하는 모습이 정말 좋다고 말을 한 그녀가 떠올랐다. 아아- 케이크라도 하다 사 먹는 게 좋으려나-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을 때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띠랑- 하고 울렸다.


'네. 스티브도 조심히 들어가요.'


무언가 그녀다운 문자내용이었다. 잘 들어갔다니 다행이네- 라는 생각에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다시 알림이 울렸고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


'다음번에는 뽀뽀 말고 다른 걸 해줄게요. 잘 들어가요.'


뽀뽀 말고 다른 거라니- 다시 얼굴이 확- 하고 달아올랐다. 아아- 어쩌지, 정말 아까 간신히 진정된 심장이 다시 박동이 빨라진다. 이런 그녀가 정말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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