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수호천사 117회 주제 : 불면증

- 드림주有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나도 눈에는 피로감이 계속 남아있고 계속된 엄청난 두통이 밀려온다. 저혈압 때문인 걸까 아니면 두통 때문인 걸까 몸을 일으키지만 휘청거려 뒤로 넘어질 듯하다 침대에 다시 주저앉아버린다.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한참 동안 쥐어 잡고 앉아있다 조금 가라앉은 뒤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향해 차가운 물을 한 컵 따라 마셨다. 천천히 차가움이 퍼져 나가면서 머리가 개운해지기 시작했다. 물컵을 싱크대 안에 넣어둔 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거울을 한 번 바라보았다. 얼굴 끝까지 내려올 듯한 눈그늘과 정리가 안 돼 부스스해진 머리, '나 잠 못 잤어요'라고 얼굴에 대놓고 써놓은 듯한 몰골이었다.


"아아- 왜 이래-"


정말 몰골이 가관이었다. 요 며칠 동안 거울도 안 보고, 잠을 어떻게든 자보기 위해 뒤척이고, 좋다는 음식이나, 노래, 향초 등 할 수 있는 거라곤 다 해본 거 같았지만 정작 효과는 전혀 없었다. 세 시간. 약속시각까지 세 시간이나 남았다. 잠자고 일어나서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고 나서 가는 길에 얼추 마무리 지으면 약속시각에 맞춰 도착할지도 모른다. 화장실을 빠르게 나가다 다시 한 번 휘청거렸지만 다시 한 번 중심을 잡고 커튼을 치고 난 뒤 이불 안으로 파고들어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눈을감고 양을 세는 것을 해보았지만, 농장에 뛰어놀던 양들은 이내 악몽으로 변해 하나하나 자취를 감추었고, 잠에 좋다는 소리를 들어보아도 조용했던 소리는 이내 시끄러운 소음으로 변해 귀 안과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향초를 켜도 향긋하던 냄새는 이내 역겨운 냄새로 변해 속을 뒤집어 놓았다. 잠을 잘 듯 말 듯하면 늘 항상 꾸던 악몽이 다시 내 잠을 방해해 눈을 뜨기 일쑤였다. 뒤집어썼다, 일어났다를 몇 번이고 반복하니 조금 더 지체했다간 약속시각에 늦을 시간이 되어버렸다.


이불 밖으로 나오다 어지럼증 때문에 다시 휘청했고, 엄청난 두통과 졸음이 몰려오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준비했다. 옷은 입는 둥 마는 둥했고, 퀭해진 얼굴은 화장으로 가리려고 노력했지만 몰려오는 졸음 때문에 이게 화장인 걸까- 사람 얼굴인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이대로 나갈 수 없어. 손에 들고 있던 화장품을 내려놓고 화장대 구석에 놓여있던 클렌징티슈를 집어들어 화장한 얼굴을 대충 지운 뒤 휴대전화를 집어들어 그에게 전화했다. 멀쩡한 모습이 아닌 내 상태에서 그를 만난다면 아마 즐거워야 하는 하루를 망칠 것이 뻔했다.


"스티브? 저에요. 오늘은 만나지 못할듯해요."

[현화, 목소리가 무척 피곤한 거 같은데- 잠을 못 잔 건가?]

"하하...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미안해요."


그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일주일이 다 돼가도록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했으니 이런 반응 나오는 게 당연한걸 지도 모르겠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전화를 끊고 침대 위에 털썩 누웠다. 침대 위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다시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 가 멍하니 누워만 있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벨을 누르는 소리가 희미해지던 정신을 붙잡게 하였다.


"스티브?"

"현화. 역시 잠을 못 잤구나."


문을 열고 보인 건 과일이 한가득 들어있는 봉지를 들고 서 있는 스티브가 있었다. 멍하니 스티브를 바라보자 그는 아무렇지 않게 집안으로 들어왔고 살짝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되돌아와 내 손을 잡고 소파로 향해갔다. "잠시만."이라는 짧은 말과 함께 과일이 들어있는 봉지를 부엌에다 내려놓은 뒤 다시 다가온 그였다.


"무슨 일이에요? 돌아간 거 아니었어요?"

"걱정이 돼서.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가 걸렸거든."


뭐에요- 만 연발하면서 그의 손길을 따라 침대에 앉고, 다시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이불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한 손은 그의 손에 잡혀있었고 그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가만히 있었다. 뭐지? 라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그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꺼내었다. 누가 사고를 쳤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다른 사람들은 이런 행동을 했다는 등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듯한 이야기들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맞장구를 치며 즐겁게 듣고 있을 때 조금씩 눈꺼풀이 무더위 지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내려오면서 점점 더 그의 목소리는 멀어져만 갔다.


-


"그래서 나타샤가-"


얘기를 하던 도중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와 뒤를 돌아보니 피곤해 보이던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평온하게 잠들어있는 얼굴은 곳곳에 피곤함이 가득 묻어있었다. 잠든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가 이번에는 오랜만에 깊고 평온한 잠에 가득 취했으면 좋겠다.


"잘 자. 현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