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 아래 리듬에 몸을 맡기며 흔드는 사람들, 자신이 집중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명 아래를 노리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 오래 있어보려 하여도 귀를 따갑게 때리는 커다란 음악 소리에 인상이 자연스럽게 찌푸려 지면서 입구로 발걸음을 돌려 나온다. 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어도, 반짝거리는 장신구들을 착용하고 돌아다닌다 하여도 그것이 자신의 위치나 어떤 사람인지 나타내어도 인상이 찌푸려지기 마련이다. 어쩌다 내가 이런 곳에 온 걸까.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입김이 공중에 흩어진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검은색으로 뒤덮였지만 화려한 조명들 때문인지 이상하게 평소라면 보이던 별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보러 올라가 있겠지? 메시지 한통이라도 와있을까- 주머니 안에 넣어둔 휴대전화를 꺼내 들자 예상대로 메시지 한통이 와있었다.
"오늘을 별 보기 좋은 거 같아요."
역시 이곳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거였어. 늘 항상 가지고 올라가는 도구나 음식들이 준비되어있고 보이는 담요 자락, 하늘을 수놓은 반짝거리는 별들이 들어있는 사진 한통이 와있었다. 다시 안으로 돌아가 상황을 보니 여기에 나는 없어도 상관없는 그런 분위기였다. "먼저 가볼게." 술잔을 기울이는 다른 녀석에게 말을 하자 "네, 먼저 들어가 보세요."라며 어영부영 인사를 하고는 마저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서둘러 너에게로 달려가 본다.
도착한 그곳은 이미 어둠이 깊게 깔려 화려한 그곳과 달리 무척이나 별이 잘 보인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아까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가볍게 느껴진다. 놀라게 해주려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올라갔지만 끼익- 하고 열리는 문 때문에 들키고 말았다. 김이 올라오는 머그잔을 손에 들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더니 이내 활짝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는 너였다.
"스티브. 오늘 약속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딱히- 약속 같지 않은 약속이어서."
마치 내가 올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작은 간이 테이블 위에 올려진 머그잔에는 따뜻한 핫초코가 담겨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컵을 집어들자 여전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한 모금을 마신 뒤 너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너의 모습은 화려한 조명이 없어도, 반짝거리는 화려한 장신구들이 없어도 반짝거리고 있다.
6. 운동장에서 너의 주위는
구호에 맞춰 건물 주위, 운동장을 달리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다. 실내에 있다 하더라도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인 걸까 어떤 행동들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훈련이 끝났는지 운동장 한곳에 모이더니 호흡을 고르는 사람들, 물을 마시는 사람들 다양한 행동들을 하고 있지만 그 무리 중에서 유난히 그가 눈에 들어온다. 말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마시던 음료수병을 내려놓고는 무슨 손짓을 하고는 이내 다시 무슨 손짓을 하고는 멈추었던 훈련이 다시 시작되었다.
"현화, 거기서 뭐 하는 거에요?"
창가에 붙어있다 못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달라붙어 바라보다 지나가던 동료의 말에 아무것도 아니라며 황급하게 멀어졌지만, 힐끔- 창밖을 한 번 바라보더니 "너무 달라붙어 있지 말아요."라는 말을 남기고는 제 갈 길을 가버리는 동료였다.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힐끔- 창밖을 살짝 바라보자 뒤에 따라 달려오는 동료를 인솔하며 훈련을 하고있는 그가 눈에 들어온다. 화창한 해님 때문인 걸까 아니면 훈련을 하며 흘린 땀 때문인 걸까, 아니면 노력하는 그의 모습 때문인 걸까 이상하게도 그가 무척이나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