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토키 드림물 :: 장미꽃

당신의 수호천사 112회 주제 : 장미꽃



꽃집에 들어가 수많은 종류의 꽃들을 둘러보지만 역시 너에게 어울리는 꽃의 종류는 한 송이밖에 없는 것 같다. 향기를 맡아보고, 꽃잎을 살짝 만져보고, 어떤 색이 너에게 어울리느냐는 고민도 해본다. 너의 머리카락색과 어울리는 분홍빛이 도는 분홍장미를 사갈까? 아니면 너의 입술색과 어울리는 빨간 장미를 사갈까. 아니면 꽃집 주인의 추천대로 안개꽃을 섞어서 너에게 선물을 줄까- 하고 깊은 고민에 조용히 빠진다.


"역시 붉은 장미가 좋으려나."

"그럼요. 의미가 있는 개수대로 섞어서 주시는 것도 좋아요."


옆에서 빤히 쳐다보던 직원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말에 엿들은 것인지 기뻐하며 대답을 해왔다. 내가 어떤 의미가 있고 꽃의 개수를 맞춰준다 해도 너는 그런 거에 무척이나 무디니까- 그래도 역시 선물로 받는다는 거에 엄청나게 좋아하겠지? 꽃다발을 들고 이런 선물은 처음 받아본다며 활짝 웃어 보이며 기뻐하는 너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럼 붉은 장미로 해주세요. 개수는-"


붉은장미들이 투명, 연분홍색 포장지들 사이에 아름답게 포장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단단히 묶어놓은 리본은 이 꽃다발의 포인트라도 되는 듯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거리를 걸어가면서 사람들이 "여자친구?" "선물이야?"라며 몰려들면서 질문을 해오는 바람에 꽃다발이 망가지지 않도록 무척이나 신경을 써야 했다.


"꽃다발 주고 나서 나중에 설명해줄께."


간신히 사람들을 뿌리치고 꽃다발을 손에서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꽉 쥔 뒤, 손을 흔들어 보이고 나서 바로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 "긴토키!"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듯했지만 빨리 이 꽃다발을 전해줘야 했기에 돌아보지 않고 최대한 속도를 올려 망가지지 않게 보호하면서 너의 집 앞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외출을 위해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 너와 딱 마주쳤다. 급하게 꽃다발을 뒤로 숨기고 "그러니까-" 라고 평소 같지 않게 말을 계속 더듬다 보니 "무슨 일인데. 왜 말을 더듬어."라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을 해오는 너였다. 분명 꽃가게를 나설 때만 해도 이걸 전해주면서 말할 멋진 말들을 생각해두었지만, 지금은 그 멋진 말들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하나도 기억나질 않았다.


"로즈데이라고 해서 사왔어. 선물이야."


결국 멋진 말들 대신 평범한 그런 말들을 내뱉으면서 건넨, 장미꽃들이 너와 어울리는 색들로 포장되어있는 꽃다발을 받아든 너는 내가 생각한 것 그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마워!"라고 기뻐하는 너였다.


"그런데 이거 몇 송이야? 많은 거 같은데?"

"44송이야."


송이수를 듣고 놀란 토끼 눈이 되어버렸지만 "그렇구나-"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너였다. 장미꽃 냄새를 한번 맡아보고는 기분이 좋은지 장미를 바라보면서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장미꽃 44송이가 무슨 뜻인 줄 알아?"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역시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 다시 그 말을 삼켰다.


난 너를 죽도록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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