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마법소녀 합작 / 징벌소녀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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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빛을 뽐내며 이 도시를 지켜주는 마법소녀들. 일루미나틱 뷰티, 아이스 블루, 코일 골드, 아쿠아 프러시안, 스위트 이프리트, 마인드 하트등 자신의 능력을 뽐내며 마법소녀들이 이 도시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마법소녀는 아마도-

 

"캄파뉼라 플라티나 어제도 정말 예쁘더라."

 

바로 정의의 마법소녀 캄파뉼라 플라티나다. 하늘거리는 머리카락. 붉게 빛나는 눈동자, 정의를 위해 싸우고 심판하는 그 마법소녀는 정말 내 눈에 눈이 부실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다른 마법소녀들도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캄파뉼라를 좋아하는 건 주변 사람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 무척이나 좋아한다. 하지만 유독 한명만이 캄파뉼라를 좋아하는 걸 탐탁지 않아 한다.

 

"너 왜 그런 녀석 좋아하냐?"

"왜 캄파뉼라가 어때서. 뷰티나 다른 아이들도 멋있지만 난 캄파뉼라가 좋은걸? 긴토키, 내가 항상 이야기 꺼내면 표정 안 좋아지더라."

 

여전히 구린 표정을 짓고 있는 긴토키는 "아 마법소녀가 뭐 대수냐? 솔직히 그런 녀석들도 원래는 안 좋은 녀석들일거아냐." 라는 험담을 하기 일쑤였다. 그만 내 우상을 욕해- 라며 투닥거리기 쉽상이였다. 마법소녀 이야기를 꺼내면 항상 싸우지만 그래도 짜증을 내더라도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긴토키 뿐이었기에 계속하여 마법소녀 이야기를 나누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바쁘다며 가봐야 한다는 긴토키를 먼저 보내고 난 후 먹고 싶어 했던 디저트 가게의 케이크를 사들고 돌아가던 길 "괴수가 출연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주세요." 괴수의 출현과 동시에 마법소녀가 나타난다는 방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괴수의 모습을 보고 재빠르게 달려 자리를 옮겼지만 번쩍- 하고 저 멀리서 나타난 마법소녀들이 순식간에 괴수를 해치웠다.

 

"우와… 텔레비전 넘어서가 아닌 이렇게 본건 처음이야…"

 

작은 모습 이였지만 괴수를 한 번에 해치운 마법소녀의 모습들은 무척이나 반짝이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이곳으로 날아온 마법소녀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내 캄파뉼라만 남겨두고 그 자리를 떠났다. 뭐지? 라는 생각도 얼마 가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마법소녀가 내 눈앞에 있다. 정의의 마법소녀 캄파뉼라 플라티나가 내 눈앞에 있었다. 무슨이야기를 나누지, 좋아한다는 말? 아니면 팬이라는 말?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는 말을 해야 할까 수십 가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져 갔지만 변신이 풀리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하자 그 질문들은 지우개로 지워버린듯 금방 없어져 버렸다.

 

"하. 저 녀석들 대하기 정말 힘들다니까. 누군 좋아서 마법소녀 하는 줄 아나."

"긴토키?"

"어…?"

 

절망과 실망에 가득찬 내 말과 표정을 보자 긴토키의 얼굴은 당황함으로 넘치다 못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내 손에 들려있던 케이크는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카페는 무척이나 한적했다. 말이 없이 서로를 바라보기에 바빴던 우리는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앞에 놓여있던 음료를 한 번에 다 마시고는 전부다 털어놓기 시작했다. '계시'부터 시작해 자신이 어쩌다 선택을 받았는지, 그리고 왜 이 활동들을 계속 하고 있는지를 하나도 빠짐없이. 나는 그런 긴토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었다. 정의감이 넘치는 녀석이었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역시-

 

"그런데 왜 하필 마법소녀야? 마법소년도 있잖아."

"야 그래도 변신하면 모습은 여자애거든?!"

"조용히 해. 내 망상을 깨트린 주범아."

 

잠깐의 정적이 맴돌더니 이내 서로 웃음이 터져 깔깔 웃기 바빴다. 아까까지만 해도 감돌고 있던 무거웠던 공기는 웃음과 함께 온데간데없어졌다. 캄파뉼라에게 더욱더 끌렸던 이유는 아마 긴토키랑 닮아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해. 나는 네가 마법소녀 활동하는 걸 응원하고 있으니까." 헤어지기 전 고민 끝에 내린 저 한마디를 듣고 변화 없던 표정이 활짝 펴지면서 "고마워."라는 조용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래 항상 오늘과 같다면 긴토키도 다른 마법소녀들도 활동하는 모든 일들이 탄탄대로일거야- 라고 그렇게 굳게 다짐했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루미나틱 뷰티양이 학교에서 목이 졸린 채 발견되었습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감시카메라에 잡힌 인물입니다. 또 다른 괴수일까요 아니면-'

 

텔레비전이든 신문이든 뉴스와 같은 모든 매체에 일루미나틱 뷰티의 사망소식으로 시끌벅적했다. 뷰티의 팬들은 추모하거나 누구냐고 언성을 높이거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른 마법소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말을 돌려대기에 무척이나 바빴다.

 

"긴토키 너 정말 괜찮아?"

 

제일 걱정되는 네가, 긴토키는 고개를 푹 숙인 체 엎드려있었다. 무슨 말을 해줘야할까 주변에서 서성이다가 결국 자리를 잡고 앉아 삐져나온 한쪽 손을 말없이 잡아주었다. 작은 빈틈사이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그럴 일 없어… 설마 그렇다해도… 아니야, 아닐 거야…" 라고 연신 중얼거리고만 있었다. 이거라도  좀 마셔봐, 가져온 이온음료를 앞에 탁- 하고 놓자마자 벌떡 몸을 일으켜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직접 가서 확인 해봐야 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아름다운 빛이 긴토키의 몸을 감쌌고 그대로 마법소녀로 변신한 녀석은 훌쩍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일반인에 불과한 나는 그냥 그녀석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뷰티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씩 마법소녀들은 죽임을 당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계시를 받아 한층 더 성장해 더 이상 죽지 않을 것만 같았던 마법소녀들은 하나둘씩 '길로틴'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고 설상가상으로 캄파뉼라-긴토키는 변신만 가능할 뿐 무능력한 마법소녀로 추락하고 말았다. 왜 능력을 쓸 수 없는 거야? 넌 정의의 마법소녀잖아.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도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어." 눈물 젖은 대답뿐 이였다.

 

"길로틴때문에 그러는 거야?"

"아마도. 원치 않았던 계시였을지 몰라도 잘 해낼 것만 같았어."

 

매일매일 눈물로 지새우는 긴토키를 어떻게 달래야 할 지 모르겠다. 내가 마법소녀 대리로, 내가 마법소녀가 되어서 이 도시를 그리고 이녀석을 지켜주고 싶다. 나는 정의의 마법소녀니까- 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되내이고 되내여본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

어느 날 길로틴이 죽었다는 뉴스가 떴다. 그리고 현재 남은 마법소녀들은 스위트 이프리트와 캄파뉼라 플라티나였다. 이프리트는 새로운 계시를 받아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였지만 다른 마법소녀는, 긴토키는 여전히 무능력한 마법소녀에 불과했다.

 

"타카라 도와줘."

 

늦은 밤 갑자기 나타난 긴토키는 도와 돌라는 말만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데, 이유를 알아야 도와주지. 아무리 질문해도 긴토키는 내 양 팔을 꽉 잡은 채 도와 돌라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이 지겨운 상황을 끝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어. 하지만- 하지만 그 실마리를 잡으면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몰라서 두려워."

 

울먹거리는 목소리, 떨려오는 손. 나는 마법소녀가 아니지만 지금은 하나밖에 없는 조언자이자 동료나 다름없는 존재였기에 고민 끝에 그 실마리를 잡도록 도와주기로 결정 내렸다.

 

"그 실마리가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어?"

"응. 해결할 수 있어."

"그럼 가서 실마리를 잡아. 너는 정의의 마법소녀잖아. 정의를 실행하는 거야."

"…그래. 고마워 타카라."

 

꽉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긴토키였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무운을 빌어주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늦은 밤 나를 갑작스럽게 찾아온 뒤, 실마리를 잡았는지 길로틴도, 이프리트도, 내가 좋아하던 캄파뉼라도 그 어떤 마법소녀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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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Dream~꿈처럼 달콤한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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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케이크와 음료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하얀색 접시 위에 올려진 딸기케이크 한 조각, 진한 커피 향이 느껴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린 것을 들고 또각또각 따듯한 햇살이 들어오는 구석진 창가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페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약속시각까지 대략 30분 정도 남아있었다. 아직 뜨거운 커피 잔을 들고 작은 한 모금을 마시자 씁쓰름한 커피 향이 입안에 퍼진다. 잔을 내려놓고 포크를 집어 들어 딸기케이크를 작게 한 조각 잘라낸 뒤 입안으로 향하자 달달한 생크림과 딸기 맛이 전체를 감돌고 있었다.

 

"늦게 오면 후회할 텐데-"

 

평소에 먹는 양보다 조금씩, 먹어 해치우는 시간보다 조금씩 늘리면서 느긋하게 창가를 바라보며 한입씩, 한입씩 먹고 있었다. 내 님은 언제 오시려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늦게 오면 후회할 텐데- 라는 작은 말들을 중얼거리면서 먹어가다 보는 어느새 하얀색 접시 위에는 작게 남은 딸기케이크 조각과 달달한 생크림들의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오늘도 늦으려나?"

 

약속시각까지 남은 시간은 5분. 남은 케이크 조각을 포크로 찔러 앙- 한입에 다 먹었다. 아메리카노도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고, 5분이 지나자마자 바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그때 허겁지겁 달려오는 긴토키의 모습이 창밖으로 비쳤다. 나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터져 나온다. 그것 봐- 내가 분명 약속 잡기 전에 늦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오늘 또 늦었네. 금방 들어올 것이 눈에 보였기에 탁자 위에 올려진 접시와 컵을 치운 뒤, 입구로 걸어가자 가쁜 숨을 내쉬며 긴토키가 들어왔다.

 

"헉- 헉- 타카라, 나 많이 늦었냐?"

"아니. 제시간 맞춰왔어. 어떻게 할래. 여기서 숨 좀 돌리고 갈래?"

"아니. 걷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어서 나가자."

 

자연스럽게 끼워지는 팔짱을 끼고 카페를 나섰다. "너 딸기케이크 먹었냐?" "그럼 어떡해. 긴토키가 늦었잖아." "그래. 뭐- 나중에 같이 먹자." 라는 작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늘진 거리를 같이 오붓하게 걸어갔다. 다음에는 좋아하는 딸기 우유랑 같이 달달한 디저트들도 같이 사 들고 한 번 놀러 가야겠다. 카구라랑 신파치도 좋아하는 걸로.

 

"뭘 그렇게 생각해?"

"아니야. 어서 가자. 늦었다며."

 

긴토키의 팔을 잡아끌었다. 살짝 휘청거리는듯했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내 끌림에 같이 발을 맞추어 걸어가는 우리 둘이었다. 나중에 사갈 디저트들을 생각하면서 먹고 싶은 케이크나 파이, 마카롱 같은 게 없느냐고 물어보면서 대화를 이어나가자 처음에는 뭐 그런걸 사오려고 하냐며 거절했지만 계속되는 질문에 포기했는지 먹고 싶어 했던 디저트들을 줄줄이 내뱉는 긴토키였다. 딸기케이크부터 시작해 딸기파이, 딸기마카롱, 딸기빙수 등 죄다 딸기가 들어간 것밖에 없었다.

 

"딸기 못 먹어 죽은 귀신 붙은 것도 아니고 먹고 싶은 거에 죄다 딸기가 들어가 있어?"

"딸기가 들어간 거면 다 좋아. 아니면 네가 사다 주는 다른 것들도 좋고."

 

능글맞게 웃으며 얼굴을 들이밀자 "얼굴 치워." 단호한 말을 내뱉으며 얼굴을 밀어내고 한 발짝 먼저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화끈거리는 얼굴. 가끔 이유 없이 얼굴을 들이밀며 웃어 보일 때는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같이 가. 길 잃어버리지 말고." 어느새 다가온 긴토키는 다시 팔짱을 끼면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가! 라고 외쳐도 멈추지 않던 걸음은 결국 발을 삐끗하면서 내가 넘어지는 바람에 멈추게 되었다.

 

"괜찮아?"

"괜찮으면 다치지도 않았겠지."

 

결국 무릎이 까져 피를 보게 되었다. 그러게 내가 멈추자 했을 때 멈췄으면 좋았잖아. 통증이 가시지 않아 울먹거리는 말투에 사과하는 긴토키였다. 두리번거리다 벤치 하나를 발견하고는 "꽉 잡아."라는 말과 동시에 나를 번쩍- 들어앉고는 벤치로 걸음을 옮겼다.

 

"뭐야. 왜? 나 걸을 수 있어."

"나 때문에 다친 거잖아. 기다려. 금방 올 테니까."

 

금방 온다는 말을 뒤로하고는 어디론가 뛰어가 버린 긴토키였다. 붙잡아 보려 했지만 이미 빠르게 뛰어가 없어져 버린 긴토키였기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친 상처 부위에서는 더는 피가 나지 않았고 작게 남아있던 통증도 가신 지 오래였다. 언제 돌아오는 거야- 멀쩡해진 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때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어디 다녀왔기에 인제야 돌아오는 거야?"

"약국. 상처는 치료해야 될 거 아니냐."

 

한손에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산 약품이 들어있는 약국 봉투. 그리고 다른 손에는 손잡이가 있는 작은 컵에 담겨있는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 그 위를 장식하고 있는 초콜릿 시럽과 각종 과자류가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똑같은 상표가 그려진 다른 컵에는 초콜릿 시럽이 아닌 딸기 시럽이 뿌려져 있고 똑같은 과자 토핑이 되어있는 아이스크림이 담겨있었다. 우와- 상처는 뒷전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영상이었다. 요 주변에서 그렇게나 인기라고, 먹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러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요 며칠 전부터 광고할 때마다 먹어보고 싶다고 계속 노래 불렀잖아. 약 사러 갔을 때 팔고 있기에 사왔지."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긴토키였다. 분명 직접 가서 사온 거다. 가게 근처에 약국이 있어서 약국을 우연히 들린 거고 분명 아이스크림 가게로 먼저 간 게 분명하다- 직감이 외치고 있었다. 어떻게는 사과를 하고 싶어서 다녀왔을 모습에 작은 미소가 새어나온다.

 

"고마워. 먹고 싶었던 건데 잘 먹을게."

"그래. 꽤 인기 있더라고? 이 긴상이 줄 서서 사온 거니까 맛있게 먹고 화 풀어라."

"네네- 내 취향 잘 알고 있네? 과자나, 시럽이나."

"당연하지 누구 여자 친구인데 취향 하나쯤은 잘 알고 있어야 하잖아?"

 

오랜만에 기특한 소리 하네- 자연스럽게 뻗어 간 손은 긴토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오랜만은 무슨- 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듯 하더니 이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먹어. 아이스크림 녹겠다." 아이스크림이 담긴 컵과 한 세트인 것처럼 구름장식이 되어있는 숟가락을 집어 들어 아이스크림을 커다랗게 한 숟가락을 뜬 뒤 앙- 한입 먹어보았다. 시원한 맛이 처음에 퍼지면서 이내 달달한 초콜릿 시럽 향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와작, 와작. 씹히는 과자의 맛도 제일 좋아하는 과자이다.

 

"맛있어!"

"그렇지? 좋아할 줄 알았어."

 

맛있다는 한마디에 방긋 웃어 보이고는 뒤늦게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하는 긴토키였다. 먹고 싶어 했던 아이스크림의 맛은 기다리면서 혼자 먹었던 딸기케이크의 달곰함보다, 더욱더 배가되어 달콤하게 느껴졌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드림 합작 : http://sgy950.wixsite.com/apocal

창작 아포칼립스 / 식물 아포칼립스 : https://goo.gl/mYGqjT

↑창작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셔도 상관 없습니다

 

 

 

 

아- 공격해오는 식물들의 줄기를 최대한 피한다고 피했지만 뿌리에 걸려 그대로 넘어지면서 붙잡히고 말았다. 멀쩡한 자세로 붙잡힌 게 아닌 거꾸로 매달린 자세였기에 피가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스트레스가 극치에 다다랐다. 아등바등 어떻게든 벗어날려 했지만 이미 변질되어 버린 식물들의 힘은 멀쩡한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 이거 풀라고!! 누구 없어요?!”

 

울창한 숲이 되어버린 도시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러댔지만 적막만이 흘렀다. 그래, 사람 한명 안 보이는 이 도시에 내가 무엇을 바란 걸까. 상반신을 간신히 일으켜 허리에 달려있던 칼을 집어든 뒤 발목을 감싸고 있는 줄기를 끊어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내가 벗어날려는 걸 알아차렸다는 듯이 다른 줄기들이 나타나 더욱더 세게 내 발목을 감쌌고 이내 팔도 감싸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등바등 대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 때마다 나에게 가해져오는 압력은 더욱더 세져만 갔다.

 

“이 망할 식물들이 진짜-”

 

결국 힘을 이기지 못하고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 이 도시는 절대로 가지 말라던 사람들 말 들을걸- 후회가 될 쯤 멀리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려왔고 내 발목과 팔을 압박하던 줄기들이 끊기면서 그대로 땅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다행스럽게도 수북하게 쌓인 나뭇잎 위로 떨어져 심한 부상은 피했지만 그 충격 때문인지 머리가 어질어질해 도망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어서 가자.”

 

처음 들어보는 남자의 목소리. 아마 나를 구해준 사람인 듯했다. 내 손목을 잡고 이끄는 대로 달렸고 식물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에 도착하자 깊은 숨을 내쉬면서 손을 놓는 그 사람이었다.

 

“이봐 무슨 근자감으로 식물한테 덤빈 거야?”

“덤빈 거 아니에요. 식물에 대해 알려면 표본이 필요해서 얻으려고 건거에요.”

“그걸 보고 덤빈 거라고 하는 거야 요 녀석아.”

 

바닥에 아무렇게 앉아 복슬복슬해 보이는 머리카락 사이에 꽂힌 머리카락들을 뽑아내며 말을 하는 그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반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결과를 알고 있는 말싸움은 하고 싶지 않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너도 ‘그 쪽’이야?”

“아까 식물 표본 얻으려고 했다는 거들었잖아요.”

“흐응- 그렇구나. 이 도시에 아까처럼 먹을 거 저장하듯 거꾸로 매달아 놓는 식물도 있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식물들도 많다는데 못 들었어?”

 

읏챠- 앉아있던 몸을 간신히 일으켜 우두둑-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을 틀어대는 그를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서 이 도시에 살고 있던 사람들도 전부다 몰살당한 거고.” 조용히 읊조리는 그를 놀란 토끼눈이 되어 바라보다 방금 건 못들은 거로 하라며 손을 저어대고 있었다.

이 도시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도, 몇 번이나 이곳에서 잠을 청했을 때에도 사람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일정하지 않은 모양으로 불게 물든 나뭇잎들을 보았을 때 이것도 변이의 일종인가- 싶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것이 전혀 아니었다. 이 숲 곳곳에 묻어있는 붉은 것들은 사람의 피였고 그것은 식물에 의한 사망이라는 결론만이 내려졌다.

 

“그럼 서로 조심히 갈길 가자고. 너도 어서 이 도시-숲을 벗어나는 게 좋을 거야.”

“잠깐만요. ‘이 쪽’의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 당신을 오늘 처음 봐요.”

 

그래? 라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상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사카타 긴토키야. 다음에 만날 수 있으면 그 때 보자.”라며 도시의 출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그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다 그 모습조차 안보이게 된 후 한참 뒤에 아무도 듣지 않는 이곳에서 조용히 내 이름을 내뱉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표본을 채집했지만 변이된 식물의 공통점은 전혀 찾지 못했다. 표본을 채집한답시고 접근했다 공격을 당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역시 이것들에 대해 알려면 근원지부터 찾아야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곳을 찾지 못했기에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는듯했다.

 

“거기 누구 없어요?!”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 난 이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재빠르게 소리의 근원지로 달려가자 그곳에는 저번에 보았던 그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서로의 상황이 뒤바뀐 거 같지만 저번과 같았다. 원거리 무기가 없는 지금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끊어내는 방법밖에 없었기에 조용히 그의 근처로 다가갔고 나를 발견한 그는 놀랐는지 “어라? 어?” 라는 말만 연신 내뱉고 있었다.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나무줄기를 끊어내자 드디어 정신을 가다듬었는지 정상적인 말을 내뱉었다.

 

“너는 그때 내가 구해준 애?”

“구해준 애라뇨 이래보아도 정상적인 타카라라는 이름이 있거든요?”

드림 여름축제 합작 : http://hyanghong.wixsite.com/summerfastival

 

 

 

 

길 가던 누군가가 일사병으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고 길거리에서 싸움이 일어나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의 더위였다. 틀어도 되려나― 고민하다가 에어컨을 틀고 카구라와 같이 축 늘어져 시원한 바람에 의식을 함께 날리고 있을 때 문이 벌컥- 하고 열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친 발걸음과 같이 들고 온 듯한 무언가를 방 어딘가에 내팽개치는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누워있는 내 머리 위로 종이 한 장이 나타났다. 종이를 받아들고 누가 건넨 건가- 확인을 하니 방긋 웃어 보이는 타카라가 있었다.

 

"긴토키!! 우리 축제 보러 가자!!"

 

잔뜩 들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어 천천히 종이로 고개를 돌렸다. '가부키쵸 여름 대 축제' 라고 커다란 글씨로 쓰여 있는 포스터였다. 화려하게 터지며 각가지 색을 내고 있는 불꽃놀이를 바탕으로 해서 금붕어 잡기, 사격, 각종먹거리 등 흔히 볼 수 있는 무난한 축제 프로그램들이 작은 글씨들로 적혀있었고 제일 중요한 날짜도 바로 옆에 큼지막한 크기로 적혀있었다.

 

"잠깐 이 날짜면 오늘이잖아?"

"응! 그러니까 오늘 가자. 신파치한테 물어보니까 타에랑도 갈려 했으니까 먼저 가 있는다던데?"

 

이미 가자는 말을 연발해대는 타카라와 가만히 누워 조용히 듣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마치 결정 난 것처럼 이미 들떠있는 카구라였기에 거절하면 벌어질 상황들이 눈앞에 그려져 자포자기하고 "그래 가자. 가자고 오늘 저녁에 축제 보러."라는 말을 결국 내뱉었고 카구라와 타카라는 서로 신 나며 약속시각과 장소를 정한 뒤, 서로 천천히 축제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

축제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타카라를 기다린다. 어서 들어가자고 말하는 카구라를 신파치와 타에한테 맡기고 구경하고 있으라며 먼저 보낸 뒤, 기둥에 기대어 입구와 이어져 있는 길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약속시각을 악착같이 지키던 그녀였지만 이상하게도 약속시각이 이미 한참 지났지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길을 잘 잃어버리기에 설마 길을 잃어버린 건가-? 싶어 찾으러 가려는 순간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타카라가 보였다.

 

"미안해- 오다가 길 잃어버리는 바람에 찾아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

"그래서 우리 출발할 때 같이 출발하고 했잖아."

"준비도 다 못 한 상태였는데 어떻게 출발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짜증을 내기에 주름 잡힌 미간을 한번 눌러주고 "어서 가자 늦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축제의 안으로 걸어갔다.

 

처음으로 금붕어 잡기를 시도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그물이 찢어져 실망하는 타카라의 모습을 보고 실컷 비웃자 "긴토키는 실패하면 가만 안 둘 거야." 라는 말에 웃음기를 멈추고 시도를 해봤지만 마치 벌 받으라는 듯이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금붕어 잡기의 막을 내렸다.

다코야키, 파전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사 먹으면서-대부분은 타카라가 먹고 싶다고 샀다. "혼자 먹는 것보다 같이 먹는 게 좋잖아."라며 내 손에도 똑같은 음식을 쥐어 주었다.― 축제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신파치와 카구라를 찾고 있었다.

 

"그냥 우리 둘이서 놀아도 되지 않냐?"

"그래도 카구라랑 같이 약속한 거니까."

"그래. 어- 저기있……."

 

돌아다닌 끝에 발견했지만 신센구미의 오키타와 카구라가 붙어 싸우는 모습과 고릴라를 상대하고 있는 타에, 그리고 두 무리 사이에 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신파치의 모습을 보고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발길을 돌려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도망쳤다.

축제의 중심에서 멀어졌는지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나무를 붙잡고 숨을 고르다 눈앞에 벤치가 보여 바로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그 자식들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반강제로 온 거나 다름없지만 둘이서 같이 데이트 같은 데이트도 오랜만이었기에 한쪽으론 방해받지 않았으면-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조금 있긴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언제 사서 온 것인지 딸기주스를 내민 것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받은 딸기주스를 쪽- 빨면서 멍하니 발아래에 있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서로의 부스를 홍보하는 목소리, 왁자지껄 축제에 빠져 잔뜩 즐거워 보이는 목소리가 주황색 불빛들에 어우러져 보였다.

쪽- 액체들이 딸려오는 소리가 멈추고 공기들만이 딸려오는 소리가 들려 컵을 확인하니 주스가 들어있었다는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어때 다 쉬었으면 슬슬 우리 먼저 해결사로 돌아갈까?"

"아니. 조금만 더 이거보다 가고 싶어."

 

'이거'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무언가 기분 좋아 보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반쯤 일으키던 몸을 되감기 하듯 벤치에 다시 앉아 타카라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실은 이런 축제 와보는 거 처음이야. 요시와라에서 물어보면 이상한 이야기나 하고. 다른 축제들은 시간이 안 맞아서 못 가고. 오늘만큼은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거든."

 

마치 원하는걸 이뤘다는 듯한-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방긋 웃어 보이며 "오기 싫었을 건데 억지로 끌고 와서 미안해. 그래도 같이 놀아줘서 고마워"라며 나에게 건네는 그 말이, 그 미소가 마음 한구석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문득 지금 다시 타카라를 보니 평소에 즐겨 입던 유카타와 비슷해 보이는 디자인이었지만 조금 더 화려하고 축제와 무척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항상 풀어헤치고 다니던 머리카락들은 꽃 모양을 하고 있는 비즈와 보석들로 꾸며진 비녀로 높게 올려 묶어 고정해있었고 근처의 조명들이 더해져서인지 평소 보던 모습과 무척이나 달라 보였다. 모습을 보고 어떤 말을 말하고 싶었지만, 그 단어를 머릿속에서 찾지 못해 멍하니 입만 벌리고 "어-"라는 말만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라며 거리를 좁혀오면서 내 이마에 손을 올리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어지러운 마음을 이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올려놓은 손을 맞잡은 뒤, 타카라를 마주 보자 덩달아 얼굴이 붉게 물들어가는 게 보였다.

 

"저기- 그러니까-"

"아 찾았다!!"

 

익숙한 목소리- 뒤들 돌아보니 어떻게 찾은 것인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뭐하냐 해?"라며 말하는 카구라와 올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신파치가 있었다. 하아- 저 녀석들 결국 찾아냈네―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깊은 한숨을 푹- 쉬었다. 분위기가 좋게 무르익어가는 듯했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금방 내려갈게- 가자 긴토키."

 

내밀어오는 손을 어쩔 수 없이 잡은 뒤 벤치에서 일어나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가까운듯하면서도 먼 거리. 내려가는 내내 우리 둘 사이에선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조용히 손을 붙잡고 서로의 시선을 피하면서 길을 따라 내려가기만 할 뿐이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로 내려가다 보면 분명 그 녀석들은 위에서 무슨 일 있었냐, 타카라한테 무슨 행동을 했기에 저러냐― 라고 말할 게 분명했기에 이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놓고 싶었다. 아까 하고 싶었던 말은 깊은 한구석에 밀어 넣어놓고 생각나는 대로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저기 그러니까- 축제 와서 나도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둘이 같이 놀지 않았냐? 우울해하지 말라고. 다음번에 조금 더 재미있어 보이는 축제 열리면 그때도 다 같이 오자."

 

아- 나도 내가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못들은 걸로 해라." 라고 말하고 먼저 내려가려는 순간 타카라가 내 손을 조금 더 꽉- 잡아왔다. 방긋- 하고 웃어오는 미소에 어지러웠던 마음 한구석이 조금씩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마워. 다음번에도 같이 축제 보러 가자."

학교AU 드림 합작 : http://ybyb0615.wixsite.com/dream

 

 

 

 

새 학기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수업내용에도 너무 완벽하게 적응해 맨 뒷자리에서 졸기 일쑤였고 같이 지내는 친구들이라 해봤자 늘 항상 똑같은 녀석들과 지내고 있었다. 책상 위에 교과서, 그 위에 둘둘 말은 체육복을 올리고 잘 준비를 한 뒤 선생님을 기다렸지만, 수업을 시작하고 10분이 넘게 지나도 선생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조용하던 아이들도 조금씩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모시러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그 영감 교실도 이제 못 찾아오는 거야?"

"무슨 소리야. 그 선생님 몸 안 좋아서 그만두셨잖아."

 

옆자리에 앉아 책을 보던 즈라- 아니 카츠라가 대답해주었다. 아- 그 선생님 그만두셨잖아. 새로운 선생님이라면 뭐- 조금 오래 걸릴 거 같아 체육복위에 고개를 숙여 잠이 들려는 찰나 복도에서 누군가 빠르게 뛰어오는 구두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여자? 누구인 거지? 달리다 급하게 멈추는듯해 보이더니 교실 문이 벌컥 열리고 어깨를 조금 넘는 길이에 하얀색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를 입은 여성-선생님이 안으로 들어왔다.

 

"미안- 교실을 잘못 찾아가서 좀 헤맸어."

 

뻘쭘하게 웃으며 걸어오던 선생님은 교탁 위에 가져온 교과서와 출석부를 내려놓은 뒤 칠판에 놓인 분필을 집어 들고 자신의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탁- 탁- 탁- 조용한 교실에 분필 소리만 들려온다. 열린 창문 틈 사이로 살랑거리며 들어오는 바람이 교실 안을 가득 채운다. 바람과 함께 잠은 저 멀리 달아 도망가 버렸고 내 눈에는 칠판 앞에 서 있는 선생님만이 들어오고 있었다.

 

"내 이름은 타카라. 원래 계시던 선생님을 대신해서 이 과목을 맡게 됐어."

 

싱긋 웃어 보이는 미소에 이상하게도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주위에 친구들이 뭐라고 커다랗게 외치는 거 같지만 음소거가 된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긴토키? 왜 그래?"

 

심지어 옆에 앉아있는 저 즈라의 목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나는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사랑에 빠진걸 지도 모르겠다.

빠져버린 그 순간부터 교무실에 자주 찾아갔다. 얼굴을 자주 비추자 다른 선생님들은 "긴토키 사고 쳤니?"라는 질문을 해왔고 손에 들린 교과서를 보자 "공부하려고?" 마치 여태껏 안 하던 애가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느냐는 듯 한 그런 놀란 말투였다. 하지만 정작 내가 찾아가는 선생님은 그런 말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긴토키 오늘은 뭐가 궁금한데?"

"아- 여기 6번 문제요."

 

붉어진 얼굴이 티가 날까 교과서를 빠르게 내밀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고는 문제를 천천히 읽기 시작하는 선생님 이였고 주변에 있는 아무 의자를 끌어다 옆에 앉았다.

너무 좋아서, 계속 보고 싶어서 과목별 부장을 뽑을 때도 제일 먼저 나서서 했고 수업 시작 전에도 먼저 찾아가 항상 물어 보곤 했다. 수업이 들어있지 않은 날은 교과서라던가 반에서 공부하는 친구의 문제집을 빌리면서 모르는 문제 몇 개 고르라고 말한 뒤 빌려 교무실을 찾아가 종종 묻곤 했다. "쟤 왜 저러냐?" "새로 온 선생님 좋아하잖아." 라는 친구들의 말도 듣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놀리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내심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되는 거야. 긴토키 이해했어?"

"아… 네. 감사합니다."

 

"그래. 모르는 거 있으면 다음번에도 찾아와."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선생님이 좋았다. 교무실을 나오고도 한참 동안 쓰다듬어준 머리를 한동안 천천히 다시 쓰다듬으며 멍하니 서 있었다. 아직도 그곳에 선생님의 온기가 남아있는 듯해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 날 오후, 하교준비를 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급하게 나를 찾아왔다. 처리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손이 부족하다며 도와줄 수 있냐고 부탁하시기에 나는 흔쾌히 괜찮다며 선생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 드려야 된다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을 했지만, 같이 약속을 잡은 친구들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 얼굴들을 본 것일까 살았다- 라고 말하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선생님의 표정이 한순간에 우울함에 잠긴 표정이 되어버렸다.

 

"미안해 긴토키. 괜한 부탁을 했나?"

"아니에요. 어차피 오늘 약속 없어요."

 

무슨 소리냐며 소리치는 친구들을 한번 째려보고 돌려보낸 뒤 텅 빈 교무실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익숙하게 선생님의 옆자리로 의자를 끌어다 앉아 서류작업들을 도와드리기 시작했다. 손발을 맞추어 하나하나 끝내다 보니 책상 가득 쌓여있었던 서류들은 조금씩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푸른 하늘색이 보이던 하늘은 주황색과 남색이 어우러지고 있었다.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교무실 천장을 바라보다 자연스럽게 선생님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옅은 노란빛과 분홍색이 노을에 비춰 더욱 아름다운 색을 띠고 있었다. 선생님의 눈동자가 저렇게 색이 예뻤었나? 평범하게 뛰고 있던 심장이 이상하게도 조금씩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하고 있었다.

 

"음? 긴토키 왜?"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나와 시선을 마주친 선생님의 눈동자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아-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내 입술은 그 어느 말도 내뱉지 못하고 우물우물 꺼리고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 하며 나를 빤히 쳐다보는 선생님, 얼굴에는 열기가 느껴지고 머릿속은 백지가 되어버렸다. 머릿속이 말끔히 비워져 버려서 그런 걸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는 말 대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계속 쭉 내뱉고 싶었던 말을 내뱉어버렸다.

 

"선생님. 타카라 선생님 많이 좋아해요."

드림전투합작 : http://boiboss.wix.com/battle-of-yume

 

 

 

 

"정말 갈거냐, 해?"

 

카구라의 목소리가 내 발목을 붙잡는다. 걱정스러운 얼굴, 이미 금방이라도 쏟아 낼 듯한 눈물이 눈에 가득 차 있었다. "누님."이라고 애처롭게 부르는 목소리에 마음 한 구석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안 돼- 이미 결정한걸. 카구라에게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미 결정한 거니까."라는 대답을 하자 결국 눈물을 보이는 카구라였다.

 

"왜 울고 그래. 내가 말 했지? 지키기 위해서라고."

 

카구라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진정이 될 때 까지 토닥여 주었다. 하지만 쉽사리 카구라는 눈물을 그치지 못했고 한동안 내 품안에서 울기만 하였다. 꽉 잡은 두 손은 마치 내가 어디론가 사라지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훌쩍이던 카구라는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오늘 저녁이야?"라는 질문을 던져왔고 나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알겠다, 해. 그럼-"

"카구라-"

 

이름을 마저 다 부르기 전에 이미 카구라는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맞잡고 있던 짝을 잃어버린 손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허공에서 떠돌고 있었다. 아- 이거 뭔가 불안해지는걸. 혼자 떠날려 했지만 일이 조금 커진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달빛만을 의지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늦은 저녁, 망토를 둘러쓰고 어둠의 사이에 의지해 약속장소를 향해 가고 있었다. 손에 들린 지도와 주변 위치를 확인해보니 그 장소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단 걸 알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이곳을 떠날 수 있어- 조금 더 걸어갈려는 순간 어느 한 곳에서 사람의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대화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들은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들이었고 늘 항상 예상은 들어맞았다. 긴토키의 옷깃을 잡고 어떻게든 되돌아가려고 애쓰는 카구라와 나를 찾겠다며 "타카라-"라고 내 이름을 불러대는 긴토키, 그리고 막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신파치가 그곳에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그 사람들'에게 들키고 말거야. 들키기 전에 내가 이곳에서 끝내야해- 라는 생각에 손에 들린 우산을 꽉 잡았다. 이건 원치 않은 싸움이야. 하지만 더 이상 들켰다간-

 

"이봐."

 

내가 아직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작은 신호를 던졌다. 목소리를 듣고는 서로의 행동이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한 번에 끝내야해. 최대한 힘을 실어 우산을 꽉 쥔 뒤, 빠른 속도로 긴토키에게 뛰어들었다. 그렇게 원치 않은 싸움이 시작되었다.

 

 

주변에 뭐가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전증이라도 있는 듯이 손이 계속해서 떨려온다. 동야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반대편 손으로 떨림을 어떻게든 멈춰보기 위해 있는 힘껏 꽉- 잡았다. 달빛이 비치면서 시야가 어느 정도 확인이 되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형체가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는 피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이미 힘이 풀려버린 다리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튀어나온 카구라가 "긴토키!"라고 외치며 달려나와 검은 형체를 밀어냈고, 나에게 달려오던 그 형체는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다가온 카구라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해 보이면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말을 덧붙이자 "조심해 긴토키."라는 말을 하고는 저 멀리 달아났다.

 

"어이. 언제까지 쓰러져 있을 거야?"

 

자존심을 건드린 걸까? 움찔- 하더니 이상한 굉음을 내면서 몸을 일으키는 검은 형체. 이제 정체를 알 때가 되지 않았어? 라고 말을 하는 듯이 달빛이 그곳을 비추었고 우산을 지지대 삼아 아슬아슬하게 버티면서 서 있는 희미하게 분홍빛과 연노랑이 섞인 머리카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아- 역시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구나?

 

"타카라. 인제 그만 하는 게 어때?"

"네가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니잖아?"

 

"하-" 짧은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비웃음인 걸까 아니면 어이없는 웃음인 걸까- 이런 생각을 길게 이어나갈 겨를도 없이 공격해오는 그녀를 막기에 바빴다. 가볍게 날라오는 몸짓과 다르게 나에게 가해지는 힘은 온몸이 떨려올 정도로 강하게 느껴졌다. 동야호로 막아냈지만 힘겹게 버티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히죽- 하고 미소를 짓는 그녀였다. 있는 힘을 최대한 쥐어짜네 밀어내자 가볍게 뛰어오른 뒤, 검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착지하는 그녀였다.

 

"있잖아- 이렇게 밤중에 싸우는 걸 원치 않거든?"

"나도 마찬가지야. 그만 하는 게 어때?"

"그만하려면 긴토키가 먼저 사과해야 하잖아."

 

아까와 다른 미소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창백한 것처럼 느껴지는 하얀 피부에 무표정을 짓고 있지만, 눈빛만큼은 알 수 있었다. 증오로 가득 차있는 눈빛 같으면서도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런 눈빛이었다. 마무리를 짓지 않으면 아니 그녀를 말리지 않으면 여기서 내가 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손에 들린 우산을 다시 쥐어 잡고 뛰어오려는 듯이 오른쪽 다리를 힘을 주면서 뒤로 쭉-하고 뻗자 작은 먼지 구름이 일어났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듯한 무표정에서 이내 금방 끝내기로 다짐한 듯이 표정이 변했다. 손 떨림이 멈춘 줄 알았지만, 그 표정을 보자 하니 다시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경우가 자주 있었지만 이렇게 심하게 떨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 때문일 거다. 이대로 가다간 공격은 하지 못할뿐더러 최대한 막아내지 못한다면 큰일 날 수 있다는 걸 본능에 따라 직감했다.

 

"어이. 그러다가 나 영영 못 보게 될 수도 있다고? 그래도 괜찮아?"

"그래? 그럼 나야 좋고."

 

싸움을 끝내보려고, 아니면 조금이라도 마음을 돌려보려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전혀 듣지를 않았다. "대화라도 하자고."라고 말을 하면 "애초에 긴토키는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잖아." 라는 비수를 꽂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다. 우산을 휘두르는 힘이나 속도 때문에 방어하기에 정신없이 바빴다. 저 멀리서 도우러 오려는 카구라와, 어떻게든 막고 있는 신파치가 눈에 들어왔다. 잠깐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자 "신경 쓰다가 긴토키만 다쳐. 내 목표는 긴토키 하나니까 걱정 안 해도 돼."라는 귀를 간지럽히는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선을 다시 그녀를 향해 돌리자 그녀는, 타카라는 싱긋 웃어 보였다. 평소에 나에게 보여주던 그 미소로 하지만 의미가 다른 그 미소로 말이다.

서로 둘 사이의 쉬는 시간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를 세게 밀어내거나, 아니면 발로 차는 식으로의 간접적인 공격을 해 멀리 떨어뜨려 놓지 않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찾아온다 해도 다시 재빠르게 반격을 해오던 그녀였지만 이번은 달랐다. 복부를 세게 걷어차여서인지 상자 무더기에 쓰러지더니 "끄으윽-"이라는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나 때문인 건가-? 라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가 갈려 했지만 그래 왔듯이 우산으로 지탱해 몸을 일으키는 그녀였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다리가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괜찮아?"라고 질문을 던지고 싶었지만, 생각과는 다른 질문이 입안에서 튀어나왔다.

 

"싸움을 그렇게나 싫어했는데 왜 '그곳'으로 들어간 거야?"

"뒤늦게 깨달았으니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을."

"그럼 이곳은?"

 

던진 질문에 무언가를 고민하는듯했다. 망설이는 걸까? 직접 떠나기로 한 거면 왜 망설이는 거지?

싸울 때도 우산을 휘두른다든가, 자신의 주먹이나 몸을 이용하는 싸움만 할 뿐 손에 들린 저 우산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저걸 사용하면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것보다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다치는 게 싫은 걸까 아니면 싸울 마음이 없는데 어떤 이유 때문에 싸움을 하는 걸까-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곳도 소중해. 그러니까 지키려고 하는 거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슬픔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저 말만큼은 진심이란 걸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타카라-" 그녀의 이름이 무의식중에 흘러나왔다. 내가 이름을 부르는 걸 들은 것인지 흠칫- 하는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세게 저어 보이며 마치 부정하는듯해 보였다.

 

"미안해."

 

이번만큼은 방어할 틈도 없었다.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그녀는 나를 세게 우산으로 후려쳤고 그대로 날아가 버린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날 틈도 없이 달려와 날리는 주먹을 맞고 나서 어두운 밤하늘이 빙그르르 도는듯하더니 순간의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병원이었고 엄청난 통증이 느껴지는 머리를 붙잡고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울먹이며 나를 바라보는 카구라와 덤덤하게 있는 신파치가 있었다. "긴쨩-!"이라고 부르며 달려드는 카구라를 막을 틈이 없었다. 울먹이는 카구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신파치를 바라보자 마치 어떤 말을 내뱉을 것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걱정했어요."라는 말을 했다. 아무리 병실 이곳저곳을 둘러보아도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타카라는?"

"누님은 떠났다, 해."

"떠나다니?"

"긴토키가 기절하고 나서 저희한테 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갔어요. 지키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가버린 그녀-너였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나를 찾아온 신센구미 녀석들이 그날 밤 싸우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지속적인 민원접수, 그곳에서 나를 본 거 같다는 증언들이 들어왔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말해 돌라는 질문에 나는 그 일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네가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선택을 했다면, 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너를 지키려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나는 그 싸움의 이유를 알지 못하고, 사라진 너를 아직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너를 찾지 않고 있다. 네가 나타나 이유를 설명해 줄 때까지 왜 그 길을 선택해야만 했는지 나에게 대답을 들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드림 사망합작 : http://boiboss.wix.com/yumenosi

 

 

눈을 감았다가 뜨면 제일 먼저 보인 건 웃고 있는 너였다. "긴토키- 뭐해 안 오고-"라며 빨간 우산을 빙그르르- 돌려 보이면서 나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너라던가, 아니면 "파르페 먹자. 파르페."라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둘이 서로 좋아하는 음식들을 먹으러 가자며 내 팔을 붙잡고 끌고 갈 때라던지 너는 언제나 항상 웃고 있었다. 종종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일 때마다 무슨 일 있느냐고 물으면 "아무 일도 없는걸?"이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다시 웃어보시곤 하던 너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만큼은 달랐다. 최근 들어 너의 표정은 계속 어두워져만 갔고,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이라고 말끝을 흐리면서 마치 이 상황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다는 듯한 그런 말투로 항상 대답을 해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그때마다 마치 너는 내 도움을 받아도 해결이 안 된다는 듯한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제발. 제발 부탁이야 긴토키 나를 그냥 내버려 둬."

"타카라..."

"이제... 제발 그만 해. 부탁이야..."

 

계속 물어볼 때마다 아무 일도 아니라며 대답해오던 너는 어느 날, 나에게 소리쳤다. 평소에 영화나 드라마에 슬픈 장면이 나와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네가, 나에게 제발 그만 하라며 나를 붙잡고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눈물을 보자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너를 붙잡아야 하는데, 항상 물어보던 질문이 아닌 괜찮을 거라는 말을 해야 된다고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는 튀어나오지 않았고, 도망치듯 멀어져가는 너도 붙잡지 못했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네가 보이길 바랐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너는 보이지 않았고 요시와라에 가서 행방을 물어보아도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올 뿐 너를 찾지 못했다. 마지막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츠쿠요를 찾아갔다. 그녀에게서도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포기하고 돌아가려 했지만, 그녀가 말한 말에 그곳에 발이 묶였다.

 

"타카라라면 혼자 있고 싶다 했어.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정리할 시간이라니? 나한테는... 나한테는 그런 말이 전혀 없었는데?"

 

역시- 라며 한숨을 푹 쉬고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녀였다.

 

"요 며칠 전에 이곳에서 사건이 하나 터졌어. 타카라랑 친했던 아이였는데 사고로 그만 죽고 말았는데 그 현장에 타카라가 있었거든. 자신이 도움만 줬다면 살았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였다. 그런 부분에서 아주 힘들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행동이 변한 이유도 이 이유였다는걸 알고 나니 나 자신이 정말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려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있지만 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추궁했으니 너도 심리적으로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짐작이 가기 시작한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괜찮다며 그렇게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하다는 네가 보일 줄 알았다. 하지만 너는 보이지 않았고 이제 이곳에는 더는 없다. 내 눈앞에는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너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와 함께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 네가 도움을 준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너의 사진 앞에서 울고 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내가 다른 방법으로 너에게 다가갔다면 넌 이 상황까지 왔을까? 지금에 와서야 이런 생각을 해봤자 이미 죽어버린 너는 다시 살아나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자리에 서서 애도하는 일 밖에 없다. 아직 나는 너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는다. 왜 네가 죽음을 택해야 했는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잘 알고 있지만 내가 도움 하나 주지 못했다는 것이 나를 힘들게 해.

 

영영 보지 못할 것만 같았던 네가 이제 눈을 감았다가 뜨면 볼 수 있어.

드림 평일 전력 DOLCE 제 48회 주제 : 서투른 첫키스

드림주 이름有




작은 술집. 예전부터 혼자 기분도 풀 겸 해서 종종 갔고 어쩌다가 히지카타 녀석이랑 만나면 서로의 식성으로 인해 먹는 걸로 종종 싸우기도 한 그런 술집-이라기보단 음식점에 가깝지만-을 다녔고 너랑 만난 후부턴 둘이서 즐기기 위해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외상을 자주 했고 양심이란 게 남아있었는지 어느 날부턴가 그곳에 발길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찾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간 거였더라? 오랜만에 의뢰가 들어왔었나?


"긴토키!! 월급 받았으니까 내가 오늘은 살게!!"


아, 아닌걸 지도 모르겠다.


한잔, 두 잔이 어느새 한 병, 두 병으로 변해서 계속해서 시키는 술안주의 빈 접시는 점차 쌓여가기 시작했다. "야 타카라- 너- 오늘 이렇게 막 써도 괜찮냐?" 잔뜩 취해 꼬여가는 발음을 간신히 가다듬고 질문을 던지자 "괜찮아 오늘 먹을 만큼만 들고왔으니까."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술잔을 기울이는 너였다. 보통 테이블 위에 술병이 가득히 쌓였으면 마시는걸 멈추는 것이 정상이지만 오늘따라 브레이크가 풀린 것인지 계속해서 들이마시기 시작하는 우리둘이였고 흡입의 종지부를 찍었을 때에는 둘 다 간신히 걸을 수 있었고, 의식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을 때였다.


"아- 오랜만에 잘 먹었네."

"카구라랑- 신파치 먹을 것도 사갈까?"

"지금이 몇 신데...내일 사주면 되겠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너에게 기대자 술 냄새나! 라는 커다란 외침과 함께 손이 날라왔다. 너랑 마셨으니까 냄새나는 건 당연한 거거든? 서로 티격태격 대며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해결사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질질 끌려가다시피 하면서 걸어가다 깜빡거리는 가로등 아래 네가 우두커니 멈춰 서버렸다.


"왜 속이 안 좋아?"

"긴토키..."


흐리멍텅한눈빛. 잠이 쏟아지는 건가? 무슨 일이야. 어깨를 붙잡고 연신 흔들어대자 알 수 없는 웃음소리만을 내뱉고 있었다. "어이, 타카라 정신 차려봐." 축 늘어진 몸을 붙잡고 이름을 부르지만, 여전히 이상한 웃음소리만을 내뱉고 있었다. 하아- 사다하루라도 불러서 집까지 데리고 갈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중심을 잡는듯하더니 이내 양손으로 내 얼굴을 꽉 잡는 너였다.


"뭐야 원래 잘생겼었나?"

"어이 타카라 갑자기 무... 무슨 소리야? 너 많이 취했구나?"


당황스러워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야토는 야토였다. 내 머리를 꽉 잡은 두 손에서 벗어나지를 못했고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머리를 잡혀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헤- 솜사탕이다-"

"어이 타카라? 타카라?? 우리 이제 집에 돌아가는 게 어때?"

"잘 먹겠습니다."


솜사탕이라며 다가오는 타카라의 얼굴을 피할 새도 없이 쪽- 하고 짧게 무언가가 닿았다 떨어졌다. 어버버- 하는 사이에 "뭐야 왜 솜사탕이 안 뜯겨?"라며 다시 다가온 타카라의 얼굴은 깊고 진한 키스, 첫 키스로 이어졌다. 술 냄새가 밀려오는 듯 했지만, 입안을 헤치며 도라니는 따뜻한 감촉 때문에 냄새에 대한 거부감은 저 멀리 떨어져 나갔고 혀의 감촉 때문에 정신이 아찔해지기 시작했다.

카구라가 연애소설을 읽을 때마다 첫 키스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난 그 첫 키스에 대해 설명해주기 모호했다- 라기보다는 할 수 없었다.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뺏어 읽은 연애소설은 남자가 여자애게 하는 그런 레퍼토리가 많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지만 그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당하고 있을 줄 상상도 못했으니까.


서툴게 침범해오는 타카라와의 첫 키스는 씁쓰름한 술맛도, 안주로 먹은 파전이나 말린 오징어의 맛도 났다. 하지만 그런 알 수 없는 맛 뒤에는 입술에 바른 달콤한 과일 맛이 나는 틴트의 맛이 느껴지기도 했다. 코를 찌르는 아찔한 술냄새 뒤에는 자주 마시는 오렌지 주스의 향이 미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짙으면서도 농염했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가 했지만, 많이 서툴렀던 키스는 입술을 떼면서 "잘 먹었습니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막을 내렸고 쓰러지듯 잠든 타카라를 집으로 데려가는 일만이 남아있었다.


"얘...취해있던거 맞겠지...?"

긴토키 드림물 :: 장미꽃

당신의 수호천사 112회 주제 : 장미꽃



꽃집에 들어가 수많은 종류의 꽃들을 둘러보지만 역시 너에게 어울리는 꽃의 종류는 한 송이밖에 없는 것 같다. 향기를 맡아보고, 꽃잎을 살짝 만져보고, 어떤 색이 너에게 어울리느냐는 고민도 해본다. 너의 머리카락색과 어울리는 분홍빛이 도는 분홍장미를 사갈까? 아니면 너의 입술색과 어울리는 빨간 장미를 사갈까. 아니면 꽃집 주인의 추천대로 안개꽃을 섞어서 너에게 선물을 줄까- 하고 깊은 고민에 조용히 빠진다.


"역시 붉은 장미가 좋으려나."

"그럼요. 의미가 있는 개수대로 섞어서 주시는 것도 좋아요."


옆에서 빤히 쳐다보던 직원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말에 엿들은 것인지 기뻐하며 대답을 해왔다. 내가 어떤 의미가 있고 꽃의 개수를 맞춰준다 해도 너는 그런 거에 무척이나 무디니까- 그래도 역시 선물로 받는다는 거에 엄청나게 좋아하겠지? 꽃다발을 들고 이런 선물은 처음 받아본다며 활짝 웃어 보이며 기뻐하는 너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럼 붉은 장미로 해주세요. 개수는-"


붉은장미들이 투명, 연분홍색 포장지들 사이에 아름답게 포장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단단히 묶어놓은 리본은 이 꽃다발의 포인트라도 되는 듯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거리를 걸어가면서 사람들이 "여자친구?" "선물이야?"라며 몰려들면서 질문을 해오는 바람에 꽃다발이 망가지지 않도록 무척이나 신경을 써야 했다.


"꽃다발 주고 나서 나중에 설명해줄께."


간신히 사람들을 뿌리치고 꽃다발을 손에서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꽉 쥔 뒤, 손을 흔들어 보이고 나서 바로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 "긴토키!"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듯했지만 빨리 이 꽃다발을 전해줘야 했기에 돌아보지 않고 최대한 속도를 올려 망가지지 않게 보호하면서 너의 집 앞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외출을 위해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 너와 딱 마주쳤다. 급하게 꽃다발을 뒤로 숨기고 "그러니까-" 라고 평소 같지 않게 말을 계속 더듬다 보니 "무슨 일인데. 왜 말을 더듬어."라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을 해오는 너였다. 분명 꽃가게를 나설 때만 해도 이걸 전해주면서 말할 멋진 말들을 생각해두었지만, 지금은 그 멋진 말들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하나도 기억나질 않았다.


"로즈데이라고 해서 사왔어. 선물이야."


결국 멋진 말들 대신 평범한 그런 말들을 내뱉으면서 건넨, 장미꽃들이 너와 어울리는 색들로 포장되어있는 꽃다발을 받아든 너는 내가 생각한 것 그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마워!"라고 기뻐하는 너였다.


"그런데 이거 몇 송이야? 많은 거 같은데?"

"44송이야."


송이수를 듣고 놀란 토끼 눈이 되어버렸지만 "그렇구나-"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너였다. 장미꽃 냄새를 한번 맡아보고는 기분이 좋은지 장미를 바라보면서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장미꽃 44송이가 무슨 뜻인 줄 알아?"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역시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 다시 그 말을 삼켰다.


난 너를 죽도록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

이구 : 공중전화 부스

드림 평일 전력 ; Dolce 3회 주제 : 공중전화 부스

약간의 엔미긴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이 조금씩 줄어드는 어느 한적한 길 어딘가에 낡은 공중전화 부스 하나가 놓여있다. 낡은 겉모습 때문에 전화가 걸지 긴가민가 한 상태에서 수화기를 손에 들고, 동전을 넣은 뒤 익숙한 전화번호를 누르면 신호음이 들린다. 마치 "아직은 할 수 있어."라고 말하듯이 멀쩡하게 말이다. 역시 포기하는 게 좋을듯해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건너편에서 "여보세요?"라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를 듣고 그만 황급하게 수화기를 내려놓아 버린다. 두근두근- 이상하게도 아직도 너의 목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두근거리기 시작해.


2.

지나칠까 말까 고민했지만 역시 오늘도 그 낡은 공중전화 부스 안으로 들어가 수화기를 집어든다. 걸까 말까 머릿속으로 고민하지만, 손은 내 의지와 다르게 동전을 넣고, 익숙한 전화번호를 누른다. 연결 음이 들리고 다시 건너편에서 익숙한 목소리로 "여보세요."라는 말이 들려온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어제와는 무척 힘이 빠진 그런 목소리였다. 너의 목소리를 듣고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무슨 안 좋은 일 있었어?' 라는 말들이 입안에서 맴돌지만, 꿀꺽 삼키고서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3.

목소리가 무척이나 듣고 싶어졌다. 듣지 말아야지, 이러면 안 돼. 라고 아무리 다짐을 해도 오늘도 그 공중전화 부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익숙하게 수화기를 들어, 동전을 넣고, 전화번호를 누른 뒤 부스의 벽에 기대어 연결 음을 가만히 들어본다. 달칵- 연결 음이 끊기고 누군가가 받는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건너편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누구지? 다른 사람인가? 라는 생각에 오늘은 날이 아닌가 싶어 내려놓으려는 순간 건너편에서 "긴토키."라고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로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는 그녀였다. "끊지 마. 끊지 말아줘 긴토키."라는 말이 들려왔지만 빠르게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두근- 첫날 전화를 걸었던 날과 다르게 심박동이 무척이나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4.

한동안 그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가지 않았다. 물론 그녀에게도 전화를 걸지 않았다. 이 모습을 감추기 위해 소중한 그 사람들에게서도 자취를 감췄는데 내 욕심 하나로,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욕심 하나로 전화를 걸기 시작한 것이었기에 이 선에서 끝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점점 뜸해졌다.


5.

그곳이 머릿속에서 잊혀갈 무렵, 아무도 다니지 않는 조용한 밤. 길을 배회하다가 우연히 그곳에 도착했다.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있는 낡은 공중전화 부스. 혹시 아직도 전화가 걸릴까 고민했지만 역시 안 하는 게 좋을지도.


6.

왜 항상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을 해놓고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동안 잡지 않았던 수화기를 잡아들고, 익숙하게 동전을 넣어 전화번호를 누른 뒤 조용히 네가 전화를 받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연결 음이 들리고 끊으려던 순간 "여보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고 싶어.'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다시 꿀꺽 그 말을 삼켜버렸다. "여보세요?"라고 재차 물어오는 말에 결국 참지 못하고 "오랜만이야."라는 말을 내뱉어버렸다.


7.

"나도 오랜만이야. 긴토키." 그녀의 말에 참았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렸다.


8.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이 조금씩 줄어드는 어느 한적한 길 어딘가에 낡은 공중전화 부스 하나가 놓여있다. 달빛이 길을 밝히는 어느 늦은 밤 오늘도 그 공중전화 부스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평소 같았으면 이 시간에는 보통 아무도 없기 마련이지만 누군가 그곳에 몸을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어둠에 가려져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이 모습을 보이면서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익숙한 빨간 우산을 쓰고 있는, 가장 먼저 보고 싶었던 그녀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녀도 나를 발견했는지 어둠과 달빛의 중간 경계에서 벗어나 나에게로 가까이 다가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고 싶었어 긴토키."

이팔 : 봄꽃보다 아름다운

당신의 수호천사 103회 주제 : 봄꽃보다 아름다운

*오그라듬 주의*



해결사 창문만 열어도 꽃냄새가 몰려든다. 벌써 꽃피는 계절이 되었구나- 싶어진다. 읽던 점프를 내려놓고 멍하니 천장만을 응시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때 익숙한 얼굴이 머리 위로 나타난다. 화들짝 놀라 급하게 몸을 일으키다 그만 서로 이마가 부딪힐 뻔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피했는지 "놀랐잖아-!"라고 소리치는 그녀였다.


"타카라 너야말로 갑자기 얼굴 내밀지 말라고."

"그럼 어떻게 해. 츠쿠요가 저 골칫덩어리 빨리 치우라고 하잖아."


그런 말까진 아니었어- 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츠쿠요를 한번 바라보고 나서 여기 있다간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르기에 읽던 점프를 정리하고 옷깃을 대충 정리했다. 그곳을 나오려고 할 때 붉은 우산이 내 눈에 들어왔다. 우산 밑에 있는 그녀는 나와 팔짱을 끼고 "자- 가자-"라며 나를 이끌었다. 당황한 나머지 넘어질 뻔했지만 그녀가 지탱해준 덕에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어이. 어디 가는 거냐? 일은?"

"츠쿠요가 오늘 같은 날은 일찍 가도 된다 했어. 그럼 가볼게요-"


저 멀리 손을 흔들면서 배웅해주는 요시와라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번 하고는 빠르게 나를 끌어당기는 그녀였다. 어디로 간다는 대답도 듣지 못한 체 끌려온 곳은 벚꽃이 활짝 피어있는 한 공터였다. 보통 이런 곳이라면 꽃놀이를 즐기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득실댈 거 같지만, 이상하게도 이곳만큼은 사람이라곤 우리 둘뿐이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이곳을 둘러보고 있을 즘, 그녀는 팔짱을 풀고 마치 놀러 와서 신난아이처럼 이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은-"

"저번에 한번 왔었어. 둘이 즐기기 딱 좋을 거 같지."


활짝 웃어 보이면서 벚꽃을 구경하기 시작하는 그녀였다. "봐봐- 벚꽃이 정말 예뻐-"라며 기쁨과 흥겨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말을 하는 그녀였다.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바람이 벚나무 사이사이를 지나가면서 꽃잎을 흩날렸고 순간적이었지만 나무 앞에 서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너와 흩날리는 꽃잎이 서로 어여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하나의 그림을 본 기분이었다.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그녀의 말에 얼추 정신을 가다 잡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벚나무의 작은 가지 하나를 꺾어 내 손에 쥐여주면서 "이거 봐. 정말 예쁘지?"라는 그녀의 말에 그녀의 손을 잡고 무의식적이면서도 진실한 마음이 조금 담긴 그런 말을 내뱉었다.


"이런 벚꽃보다 네가 더 아름다워."


순간 우리둘 사이에는 정적이 찾아왔고 나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파악이 되자 손을 놓고 "아- 아니- 머리카락색도 꽃 색이랑 어우러지잖아-"라며 횡설수설하자 작은 미소를 보이는 그녀였다.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내 손을 잡아끌면서 "조금 더 걸어가면 꽃밭이 있었어. 그거 보러 가자."라며 길을 걷기 시작하는 그녀였다.

아마 내가 한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을지 몰라도 내 눈에는 그 어떤 봄꽃보다 그녀가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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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칠 : 골목길

글 드림전력 주제 : 골목길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인사를 나누면서 밝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한 부분, 어두운 그곳으로 빠지는 길이 보인다. 원래 가던 길 대신 그 어두운 길로 방향을 틀어 들어가면 칼을 들고 위협을 하는 양이지사들이나 질 나쁜 녀석들, 아니면 갈길 잃은 고양이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가끔은


"어? 긴토키. 어떻게 알고 왔어?"


우산을 잃어버려 빛을 피해 숨어있는 야토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손에 들고 있던 빨간 우산을 건네주자 "고마워-"라며 받아들고는 미소를 활짝 지어 보이는 너였다. 어디 있었느냐는 질문에 늘 항상 잃어버리는 그곳, 공원이라는 말을 덧붙여주었다. 아하- 라는 짧은 말이 튀어나온 걸 보니 또 잊어버리고 그네를 탄 모양인듯하다.


"왜 늘 항 잃어버리고 다니는 건데. 또 공원에서 마다오가 발견하고 전화해 줬다."

"몰라. 아무 생각 없이 놀다 보면 종종 잊어버리더라고."


우산과  땔 수 없는 관계이면서 왜 이렇게 자주 잊어버리는 것인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다. 뭐- 그래도 이렇게 찾아낼 수 있는, 아니면 피해있는 곳이 거기서 거기라서 그런 걸려나.

어두컴컴했던 골목길에 햇빛이 조금씩 들어오는 듯하자 표정을 살짝 찡그리고는 우산을 피려고 높게 뻗었지만 이내 좁은 공간 때문에 우산은 얼마 펴지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아아- 라는 짧은 탄식이 들려왔고 우산을 다시 접어 손에 쥐고는 하아- 라는 짧은 한숨이 들려왔다.


"왜 빛 때문에? 얼마 안 들어 오잖아."

"이렇게 들어오면 깊게 들어가거나 나가야 하거든. 아- 이곳에서 햇빛 피하기도 끝. 나가자 긴토키."


골목을 벗어나려는 너의 손목을 잡자 왜, 무슨 일인데?라는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길래 재빨리 손목을 놓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저어 보이자 "그래"라며 이곳을 벗어나는 듯 하더니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얼굴을 바라보며 마주 보며 서 있는 너였다.


"왜 그래? 어서 가자고."


얼굴을 바라보자 심박동이 빨라지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골목의 어둠이 얼굴을 가려주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뜨거움이 느껴졌다. 잠깐 말이 없더니 "고마워."라며 입술에 짧은 온기를 주고는 우산을 활짝 펴 골목을 벗어나는 너였다. 조금씩 이곳에서 멀어지는 너였지만 아직 향기, 온기가 이곳에 남아 주위를 맴돌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뭐. 골목도 나쁘지 않네."

이육 : 희망고문

드림 전력 : 희망고문



처음은 아주 작은 만남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상하게도 너에 관한 관심은 커지고 너를 계속해서 보고 싶었으며 네가 나에게 관심을 쏟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찾아갈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그만 일에 방해만 된다고 그만 찾아오라고 하지만 너만큼은 미소를 보여주며 "또 왔네?"라는 말을 해주었고 저녁 시간에 찾아가면 "배고프지 않아? 밥이라도 먹고 갈래?"라며 나를 맞아주었다. 작은 선물도 종종 하면 고맙다며 늘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고 항상 답례로 나에게도 선물을 주었다. 그런 순간순간이 늘어갈 때마다 네가 나에게 관심을 더 주고 나를 사랑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아- 이렇게 되면 고백을 해도 너는 받아주겠지?


"아. 긴토키 왔네?"


고백을 하기 위해 꽃다발을 사 들고 찾아갔을 때에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다. 검고 칙칙한 옷을 입고 있고 머리카락색이나 얼굴로 봐서는- 내가 아는 그 야토였다. 그 사람에게 짧게 뽀뽀를 해주고 "잘 가-"라며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 들고온 꽃다발을 한구석으로 던져버렸다. 어차피 줘봤자 쓸모도 없을 거 같으니까. "무슨 일이야?"라며 질문을 던지는 너를 피해 도망치듯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왜 나에게 잘해준 거야? 다른 사람들이 오지 말라고 할 때 너도 똑같이 말하지 그랬어. 이웃이란 명목으로 찾아갔으면 '이웃'이라는 이름에 맞게 대우를 해줬으면 좋잖아. '친한 사람'같은 이런 명목 말고. 네가 나를 내가 좋아하듯이 좋아하는 줄 알았어. 하지만 아니었구나. 쓸데없는 희망- 희망고문이었구나.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너를 포기할 수 없어. 그게 비록 나에게는 희망고문이었다고 할지라도 너를 그대로 놓아줄 수 없을 거 같아.


"지금 너에게로 갈게."

이오 : 맹목

드림 전력 : 맹목



맹목()

1.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 눈

2. 이성을 잃어 적절한 분별이나 판단을 못하는 일



내 발소리가 조용한 이 공간에 울려 퍼진다. 이내 내 발걸음은 익숙한 문 앞에 멈춰 섰다. 평소와 같이 그냥 열고 들어갈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의사의 충고가 떠올라 가볍게 노크를 하고 "나야 들어갈게." 말을 내뱉은 뒷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늘 항상 밝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어둠만이 방안을 차지하고 있었다. 눈에 붕대를 감고 있는 너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지만 마치 나를 빤히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긴토키 왔어?"

"어. 그래. 상태는 어때?"


확인할려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 말을 한 걸 후회했다. 이미 깨져 어질러져 있는 식기들, 엎질러진 물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아하- 이거 식기를 유리 말고 플라스틱으로 전부 다 바꿔야 겠는데... 손에 들린 걸 내려놓고 깨진 조각을 집어서 치우기 시작했다. 엎질러 놓은 걸 치우기 시작한 걸 알았는지 손을 뻗어 같이 도우려고 하는듯했다.


"가만히 있어. 그러다 더 다쳐."

"응... 알았어..."


평소와 다르게 금방 수그러든다. 원래였다면 내가 사고 친 건 내가 치울 거야! 라면서 먼저 치우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까. 깨진 조각들을 치우고 바닥을 적신 물을 다 닦아낸 뒤 가져온 것들 중에서 딸기 우유 2개를 꺼내어 빨대를 꽂아 너의 손에 들려주었다. 단번에 딸기 우유를 털어먹었지만 너는 빨대 꽂힌 딸기 우유를 만지작거리고만 있을 뿐 마시지도 내려놓지도 않았다.


"왜 그래. 먹기 싫어?"

"아니. 그냥- 영영 이렇게 안보 이는 건가 싶어서."


괜찮겠지? 라며 입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눈은 슬픔으로 가득 차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너를 꽉 안아주며 괜찮아, 괜찮아라며 토닥여 주었다.


"이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그럼 내가 그 피해를 다 안고 갈 거야."

"주변인들에게 불편함만 줄 거 아니야."

"내가 데리고 살면 괜찮겠지. 안 그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긴토키는 언제나 변함이 없구나.' 보이지 않는 눈은 마치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듯한 기분이었다. 집안일을 마저 하고 정리를 끝낸 뒤, 식사를 같이하고 같이 씻고 잠자리에 누워 잠들 때까지 옆에서 너를 지켜봐 주었다. 숨소리가 변한 걸 알고 붕대 위에 짧게 키스를 남기고 집을 빠져나왔다.


사고였지만 누가 낸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낸' 그 사고에 의해 너는 시력을 잃었고 의지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거야 옆에서 내가 도와주면 되는 거다. 이렇게 잃어버린 비어버린 너의 자리를 나로 채워나가면 너의 곁에는 나밖에 남지 않겠지? 그렇지?

이사 :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이제 가르쳐줘

글 드림 전력 :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이제 가르쳐줘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한다고 한다. 상대방은 이미 한번 이혼을 한 적 있다고 한다. 뭐라더라 좋아하는 기상 해설자라던데- 좋아하던 기상 케스터랑 드디어 결혼한다며 신나하며 나에게 한걸음에 달려와 방방 뛰며 축하해 돌라며 말을 하는 그 사람-긴토키에게 웃으면서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속마음은 싫다, 하지 마, 왜 날 봐주지 않는 거야? 라는 말을 연신 되새기며.


"그나저나 우리 타카라도 슬슬 가야 하는데-"

"난 아직 20대 초반이거든?"


일정이 다가왔다며 나에게 청첩장을 내밀며 아무렇지 않게 결혼이야기를 꺼낸다. 정말 이런 순간만큼은 긴토키가 정말로 얄밉다. 한때 결혼까지 꿈꿨던 나 자신이 정말로 얄밉다.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그 여자의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을 붉히며 좋다고 말하는 그런 긴토키가 아직도 정말 좋다.


결혼식 당일이 되었다. 아직도 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대한 신부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꾸며 입고 식장에 찾아갔다. 신랑 측 자리에 앉아 기다리다 보니 어느샌가 "신랑입장!"이라는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고 뒤를 돌아보니 멋진 턱시도를 입은 긴토키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나와 있을 때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런 미소를 지으면서 힘차게 걸어간다.

오늘 이 시간이 지나면 긴토키는 다른 여자의 남편, 인생의 동반자가 된다. 아직도 이상하게도 긴토키가 부탁하는 것들, 모르는 것들을 난 알고 있었고 그걸 알려 주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난 전혀 모르겠다. 해답도 알지 못했다. 긴토키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이제 가르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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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 : 꽃 피는 봄이 오면

샹그릴라 : 꽃 피는 봄이 오면



이렇게 추운 날씨에 코타츠 안에 들어가서 빈둥거리면서 지내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


뭐가 괜찮아 전혀 괜찮지 않거든. 눈 오면 나가서 눈사람도 만들고 스키장도 가고 이러면서 노는 것도 좋잖아.


그런데 나갔다가 일이 한두 번 터져야지. 나갈 때마다 신센구미랑 엮여서 곤란하다고.


왜 사람 많고 좋지. 겨울 내내 여기서 지낼 수는 없잖아.


그럼 타카라 너는 어디 가고 싶은데. 가고 싶은 곳 있어?


겨울에는 딱히 가고 싶은 곳은 없어. 요 며칠 전에 잡지에서 들판에서 고백하는 남녀 짝도 나오고 꽃밭에서 고백해서 결혼까지 갔다는 커플 이야기도 나와서 아 그렇구나- 정말 좋겠다- 이랬어. 그냥 부러웠다고.


왜 부러웠냐.


그렇게 부럽지는 않았어. 아 이렇게 이어지는 짝도 있구나 싶은거지.



***



전에 했던 그 대화들이 머릿속에서 필름 감기듯 재빠르게 지나간다. 이 입이 정말로 다시 생각해도 방정인 거 같다. 화려하게 맞춰 입은 드레스를 최대한 끌어올려 끌리지 않게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우산도 같이 들고 가야 하다 보니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뒤에서 카구라와 타에가 우산을 들어주겠다, 뒤에 끌리려고 하는 옷은 들어주겠다며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늦어서 미안하다며 먹을 것들이며 술이며 바리바리 싸들고 온 츠쿠요와 백화 단원 몇 명들이 축하한다며 토닥이고는 조금 이따가 보자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괜찮아 긴장 풀고 평소와 같이 행동하면 될 거야."

"그 평소같이다 안될 거 같으니까... 그때 했던 말을 진짜로 할 줄 몰랐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드레스를 최대한 끌어올려 잡고 다 끌어올리지 못한 옷자락은 카구라가 잡아주었다. 그리고 햇빛을 피하기 위한-드레스와 세트로 맞춘 우산은 타에가 옆에서 같이 들어주며 걸어가기로 하고 천막 밖으로 나섰다.

봄이어서 그런지 햇볕이 무척이나 따뜻했고 주변에 활짝 핀 꽃들은 봄을 반기는 것인지 아니면 이 상황을 축하해 주는 것인지 향기로운 냄새가 퍼져 나갔다.

조금 더 걸어가니 축하해준다며 모인 사람들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모두 다 일어서서 걸어오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벚나무 아래 단정하게 턱시도를 차려입은 긴토키가 미소 지으며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



봄이오면 내가 그렇게 해줄께.


긴토키가?


응 꽃이 활짝 피는 봄이 오면 주변 사람들을 전부 다 불러 모으자. 여기 가부키초 사람들을 불러 모으자. 아 공주님도 좋을 거 같고 요시와라 사람들도 좋을 거 같네.

꽃이 활짝 피어있고 벚꽃이 만개한 곳에서 예쁘게 하는 거야. 우리의 결혼식을 어때 괜찮지?

이둘 : 기다릴게

드림 전력 주제 : 기다릴게



평화로운 오후였다. 분명히 평화로운 오후였다. 조용함을 깨트리는 전화벨이 울려 퍼졌고 황급히 병원으로 뛰어가 병실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저 멀리서 벽에 기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츠쿠요가 보였다. 나를 발견했는지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을 한다.


"사고였어. 세이타를 구한다고 떨어지는 철근 밑으로 달려들었으니."

"그럼 지금 상태는 어떤데. 괜찮은 거지?"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았어. 위험한 순간은 넘겼는데..."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는 설명을 한 번 더 의사를 통해 들었다. 야토에 관한 자료는 병원에 등록된 게 없지만, 사람의 자료를 통해 고비를 넘긴 건 기적이라는 말을 붙이며 의사는 재잘거렸다. 다행이었다. 두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진 너의 손을 어루어 만졌다. 하아- 깊은 한숨만이 계속해서 나온다. 의사와 면담을 마치고 나가려고 할 때 했던 그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문제는 환자분이 깨어나는 겁니다. 보통 다른 분들은 금방 깨어나시긴 하는데 환자분은- 일어나시면 정말 그건 기적인 거죠."

"그러면 영영 못 일어 날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렇죠."


당신은 의사잖아, 한 사람의 생명을 그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되는 거잖아- 여러 말을 하며 의사의 멱살을 잡을뻔했다. 하지만 타 카라가 일어난다면, 기적적으로 일어난다면 자신이 잠들어 있을 때 그런 식으로 사고를 쳤다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하기에 그냥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고 그 장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걸 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면 같이 아침을 먹고 출근길을 배웅하며 시작되던 일상이 뒤바뀌어 버렸다. 눈을 뜨자마자 대충 준비를 한 뒤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 들고 병원으로 향하는 게 내 일과의 시작이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그냥 계속 곤히 잠들어 있는 타카라의 옆에서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고, 돌봐주며 마치 깨어있는 타카라에게 말을 하듯이 집에 가기 전까지 혼잣말을 중얼거릴 뿐이다.


"...늘상 있는 일이었잖아.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머나먼 추억이 되어버린 거 같다.

주변에서는 이제 그만하라고 나만 망치는 꼴이라며 말리는데 난 이상하게 그만둘 수 없겠더라.

난 언제나 네가 눈을 뜨고 '오랜만이야 긴토키.'라면서 인사할 때까지 계속해서 기다릴 거야.

그러니까... 이제 눈을 뜨고 일어나주면 안 돼?"

이일 : 친한 사이

글 드림 전력 주제 : 친한 사이



보통 만나는 횟수가 늘어가면 연인 사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온다. 저건 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렇게 되었으면 난 벌써 연인 사이에 결혼까지 갔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다. 그렇게 만난 후로 같이 놀러 간다든가 밥도 같이 먹는다든가 하는 횟수가 무척 늘었고 심지어 일을 하러 갈 때 데려다 주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마중도 나가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이 보면 마치 연인사이 같다며 말을 했지만 나와 타카라는 그냥 '친한 사이'에 불과했다. 마중 나가는 것도 친한 친구니까, 식사도 친한 친구니까, 놀러 가는 것도 친한 친구니까 같이 간 거였다.

그렇다고 해서 연인의 발전 가능성도 있는 것도 아니었다. 타카라는 하루 사매 인원 전체를 만난 적은 없지만, 그 덩치 큰 녀석이랑 만나더니 이미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이라는 타이틀 아래에 만났을 때에는 연인 사이로 발전해 있었다.


"이쪽은 같은 동네 살면서 도움받고 긴토키, 긴토키 이쪽은 남자친구 아부토."

"소개해 준다는 사람이... 단장이 그렇게나 노래 부르던 하얀 사무라이였어?"

"난 이 만남 반댈세!! 왜 이런 녀석이랑 만나는 건데?"

"뭐야 둘이 알고 있었어?"


정말로 그 관계는 탐탁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한다는 사람이니까 나는 그냥 '친한 사이'에 불과하니까 그 관계에 대해 뭐라고 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냥 조심해,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말해 정도로 밖에 조언은 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멀리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아부토 한 데서는 연락 오냐."

"응. 잘 지내고 있다던데. 긴토키가 잘 챙겨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니까 알겠데."


그래. 이렇게 걱정하고 챙겨주는 것도 오로지 친한 사이라는 선에서 하는 거니까. 연인 사이가 아니라.

이영 : 네가 없는 시간

샹그릴라 : 네가 없는 시간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시계를 끄고 몸을 일으킨다. 방안에 돌고 있는 추운 공기에 순간적으로 몸이 부르르 떨려온다. 터벅터벅 방을 나서 거실을 지나쳐 부엌으로 향해 아침을 준비하다 보면 카구라와 사다 하루가 일어나 자연스럽게 앉아있는다. 아침을 먹다 보면 "좋은 아침입니다."라며 신파치가 출근하고 그렇게 해결사의 하루가 시작된다.

일거리가 대부분 없어 주로 텔레비전을 보면서 놀고 있거나 빨래를 한다든가, 청소 아- 이건 신파치가 대부분 해주는 듯하지만 이런 일 이외에도 간단한 심부름 비슷 한 거나 오토세에게 집세 관련해서도 꾸지람을 듣는다. 해가 얼굴을 보이고 있는 이 시간, 네가 없는 이 시간이 이렇게 흘러간다.


***


알람을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다. 아- 이런 또 부서지고 말았다.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향해 어제저녁에 만들어 놓은 반찬을 꺼내어 밥과 함께 먹은 뒤, 몸단장하고 우산을 챙겨 든 뒤 요시와라로 향한다. 요시와라 입구를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준비하기 시작한다고 분주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명 한명 인사를 하고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히노와가 날 반갑게 반겨준다. 일하다가 해가 중천에 뜨면 다 같이 모여 점심을 먹고 가끔은 우산을 빙그르르 돌리며 거리산책도 한다. 그렇게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까지 네가 없는 이 시간이 이렇게 흘러간다.


***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 조금 있으면 끝날 시간인데. 슬슬 마중을 나가는 게 좋을 거 같다.


"긴쨩 마중 나가냐, 해?"

"응. 갔다 올게. 집 잘 보고 있어라."

"응!"


-


일을 다 끝내고 시계를 보았다. 노을 지고 있는 햇빛에 의해 예쁜 주황색으로 방안이 가득 차 있었다. 시곗바늘은 퇴근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히노와가 들어왔다.


"이제 집에 갈 시간 이내요."

"네. 안녕히 계세요. 내일 봬요."


***


요시와라를 빠져나와 걷다 보면 늘 항상 걸어 다니는 다리 근처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 다리 위에는 항상 이 시간만 되면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긴토키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반갑게 소리치며 손을 흔들면 그런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 준다. 이렇게 네가 없던 시간은 끝이 나고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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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구 : 가질 수 없는

드림 전력 주제 : 가질 수 없는



"여어-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보는 너의 얼굴은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내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는듯한 시늉으로 가져온 당고를 먹으며 손에 낀 반지만 연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아- 그 녀석이 준 반지이려나- 은색으로 반짝거리며 빛나는 반지가 하얀 너의 손에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 반지 뭐냐. 그 녀석이 준거야?"

"응. 반지 하나쯤은 있는 게 좋다면서 줬어."


우산을 빙그르르 돌리며 자랑하듯이 나에게 내보이는 너의 손. 제 주인에게 잘 어울린다는 듯이 반짝이는 반지를 보고 잘 어울려- 라는 형식적인 짧은 대답을 해주었다.

처음에 그렇게 만나고 사정이 생겨 요시와라를 한동안 가지 못했다. 그렇게 만나고 이상하게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요 몇 달을 멍하니 보냈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와 더불어 금전적인 여유도 생겨 놀러 갈 겸 요시와라를 방문했을 때 예전에 보았던 그 덩치 큰 야토와 손을 잡고 있던 너를 다시 보았다.

츠쿠요에게 물어보자 우연히 그 야토를 만났고 어느 정도 만남을 이어가면서 그 관계로 발전했다고 전해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너와는 그런 관계가 아닌 그냥 친구 같은 그런 관계로 지내게 되었다.


"긴토키 무슨 생각해?"

"아- 아니야. 그나저나 그 녀석이 잘 해주냐?"

"응. 잘해줘. 자주 못 온다고 미안해하던데? 같이 갈 생각 없느냐고 묻긴 하는데 난 아직 그곳에 들어갈 생각은 없거든. 잘 알고 있잖아."

"그렇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보았다. 그 녀석보다 내가 더 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왜 이곳에 왔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같이 있고 싶은 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이유로 다시 그런 무리에 껴 넣으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약 내가 그 관계에 서 있었더라면 널 위험에 노출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 이제 시간 끝나가네. 슬슬 돌아가 봐야 될 거 같아."

"그래. 이거 잘 먹었다고 전해 줘."


잘 가- 라며 손을 흔들어 보이는 너에게 화답을 하듯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아- 그때 좀 더 자주 왔더라면 관계는 뒤바뀌어 있었겠지. 지금은 너를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질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오늘도 너의 등을 보며 인사를 하고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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