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 얼굴만 보는 것도 두 번째


요시와라에서 일을 한지 3개월 정도 지난 거 같았다. 지구로 오면서 가져온 돈에서 집을 구하기에는 부족한 액수였다. 하지만 여기서 일을 하면서 조금 더 모으니 싼값에 집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사 가는 날, 츠쿠요와 히노와가 배웅을 나왔다. 바쁜 걸 아니까 나중에 시간이 여유 있는 날에 한번 찾아오라고 말을 해두었다.

"정말 괜찮겠어?"
"괜찮고말고. 이미 짐은 센터 쪽에서 다 해놓았다고 했으니까."
"그럼 이거 가져가. 떡인데 이사 오면 떡을 보통 돌리니까 주변에 돌리는 것이 좋을 거야."

내 손에 떡이 가득 든 보따리를 쥐여주었다. 일은 계속 여기서 할 생각이지만 그래도 이웃주민- 들과는 집을 옮기지 않는 이상 얼굴을 마주 보고 살아야 하니 이걸 돌리면서 인사를 나눈 것도 좋을거 같았다.

"고마워. 그럼 다음 주에 봐-"

인사를 건네고 요시와라를 벗어났다. 전에 길 잃고 헤맸던 것이 걱정이 되었는지 약도를 그려주었다. 내가 앞으로 살 집인데 약도는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혹사라는 것이 있다며 굳이 그려 내 손에 쥐여주었다.

***

도착한 집에 들어가 안을 살펴보니 센터에서 이미 짐들을 부탁한 데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갔다. 혼자 살기에는 조금 크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후에 일을 생각하면 적당하게 잘 골랐던 거 같다.
집을 구할 때 부동산 아저씨가 싼값에 나온 이유는 주변 치한이 별로 좋지 않다고 말을 했던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당하게 아저씨한테 "걱정 마세요. 다 쓸어버리면 되는 거니까." 라고 당당하게 말을 했지만, 한쪽으로는 조금 불안해졌다. 내가 다칠까가 아닌 본성을 억제하지 못할까 봐서였다.

"이런 생각은 하지 말고 츠쿠요가 준 떡이나 돌리러 가볼까? 아까 오면서 해결사- 라고 적인 곳이 있던데 그곳부터 가는 것이 좋겠지?"

보따리를 풀어보니 일회용 용기가 가득 들은 봉투와 떡이 담긴 그릇이 있었다. 다 돌리고 나면 먹어도 될 정도였다. 일회용 용기에 떡을 어느 정도 담고 해결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결사 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자 "누구냐-"라는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내 문이 열리고 보인 건 주황빛이 도는 머리를 가진 여자아이와 커다랗고 하얀 개였다. 개보다 눈에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여자아이였다. 본능에 따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산토끼구나-

"무슨 일이냐 해?"
"이 근처로 이사 왔거든. 이사 오면 떡을 돌리는 거라고 들어서 떡 가져왔어."

살짝 경계하는듯한 말투였지만 내 말을 듣고는 이내 경계가 풀어져 내가 건넨 떡을 받아들고는 "들어와도 된다 해."라며 먼저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긴쨩 손님이다 해-" 큰소리로 외치며 거실로 향했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실례합니다" 말을 하며 들어가서 보인 건 전에 요시와라에서 본 그 남자였다.

"너가 왜 여기 있어?!"
"당신이야말로 왜 여기 있어?!"
"둘이 서로 아는 사이냐 해?"

쇼파에 앉아 코나 후비면서 두꺼운 책을 보면서 앉아있던 그는 들어오는 나를 보고는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하면서 놀라는 말투로 말을 했다. 당연히 여기 집주인이겠지만 그런 태도에 묘하게 화가 났던걸 지도 모르겠다. 순간적인 화나는 말투로 그 사람에게 소리쳤다.

"그러니까.. 요 근처에 빈집에 이사 왔다고?"
"그래. 이사 왔으니까 잘 지내보자는 의미에서 떡도 돌리려고 가져온 거고."
"그래- 아무튼 아까 그렇게 삿대질 한 건 미안하다. 내 이름은 사카타 긴토키, 이쪽은 카구라. 적어도 이웃사촌으로 지내려면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
"... 알겠어. 내 이름은 호시나 타카라. 타카라라고 불러줘."

손을 건네면서 인사해오는 그 사카타 긴 유성영화에게 화답을 하듯 손을 맞잡았다.
아마 처음에 그렇게 만난 건 그냥 지나치는 인연이 아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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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 첫만남


무더운 햇볕이 내리쬐는 어느 날이었다. 난 어느 때와 같이 실내에서 열심히 전산 작업을 하고 있었고, 옆에서 히노와가 세 이 타의 숙제를 봐주고 있었다. 쭉 기지개를 한번 펴자 히노와가 날 한번 보더니 "힘들면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와요."라고 말을 했다.

"네? 아니에요- 아직 일도 다 못 끝냈는걸요?"
"한 번쯤은 둘러보고 오는 것도 좋아요. 지리는 알고 있죠?"

라며 나를 떠밀듯이 밖으로 보내고는 잘 다녀와요- 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우산을 활짝 펴고 어쩔 수 없이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멀리서 츠쿠요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더니 빠르게 하얀 머리의 남자가 뛰어갔다. 무슨 일이지? 라는 생각이 들 무렵 그 남자가 멈칫하더니 다시 내 쪽으로 뛰어왔다.

"이봐. 혹시 여기 숨을만한 데 없어?"
"여기 골목에 짐이 많아서 숨기는 좋..."

내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내 뒤에 있던 골목 짐 사이들로 숨어버렸고, 곧이어 츠쿠요가 뛰어왔다. 가빠오는 숨을 고르고는 이내 예상한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타카라 혹시 여기 하얀 머리 남자 뛰어오지 않았어?"
"그 남자라면 저쪽으로 비명 지르면서 도망가던데?"

내말을 끝으로 고마워- 라며 처음 도망가던 방향으로 재빠르게 뛰어가고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었는지 짐들 사이에서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기적어기적 나오는 하얀 머리의 남자였다.

"아아- 이거 고마워서 어쩌지?"
"고맙고 뭐고 간에 오늘은 그냥 돌아가시고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츠쿠요한테 사과하시는 게 좋을 거야."

보통 츠쿠요가 불같이 화내거나 쫓아가는 경우는 진상손님인 경우밖에 없었다. 이곳에 손님으로 온 거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 잘못한 거겠지. 내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작은 목소리로 "이거야 원-"이라고 중얼거리더니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을 했다.

"이봐 아가씨. 뭔가 단단히 오해한 거 같은데 나는 아무 잘못 없고 그냥 츠쿠요가 쫓아온 거 뿐이니까. 아가씨가 잘 풀어줘. 그럼 난 이만.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또 보자고."

손을 나에게 흔들어 보이면서 출구로 사라진다.

"뭐... 뭐야 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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