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 : 맹목

드림 전력 : 맹목



맹목()

1.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 눈

2. 이성을 잃어 적절한 분별이나 판단을 못하는 일



내 발소리가 조용한 이 공간에 울려 퍼진다. 이내 내 발걸음은 익숙한 문 앞에 멈춰 섰다. 평소와 같이 그냥 열고 들어갈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의사의 충고가 떠올라 가볍게 노크를 하고 "나야 들어갈게." 말을 내뱉은 뒷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늘 항상 밝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어둠만이 방안을 차지하고 있었다. 눈에 붕대를 감고 있는 너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지만 마치 나를 빤히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긴토키 왔어?"

"어. 그래. 상태는 어때?"


확인할려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 말을 한 걸 후회했다. 이미 깨져 어질러져 있는 식기들, 엎질러진 물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아하- 이거 식기를 유리 말고 플라스틱으로 전부 다 바꿔야 겠는데... 손에 들린 걸 내려놓고 깨진 조각을 집어서 치우기 시작했다. 엎질러 놓은 걸 치우기 시작한 걸 알았는지 손을 뻗어 같이 도우려고 하는듯했다.


"가만히 있어. 그러다 더 다쳐."

"응... 알았어..."


평소와 다르게 금방 수그러든다. 원래였다면 내가 사고 친 건 내가 치울 거야! 라면서 먼저 치우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까. 깨진 조각들을 치우고 바닥을 적신 물을 다 닦아낸 뒤 가져온 것들 중에서 딸기 우유 2개를 꺼내어 빨대를 꽂아 너의 손에 들려주었다. 단번에 딸기 우유를 털어먹었지만 너는 빨대 꽂힌 딸기 우유를 만지작거리고만 있을 뿐 마시지도 내려놓지도 않았다.


"왜 그래. 먹기 싫어?"

"아니. 그냥- 영영 이렇게 안보 이는 건가 싶어서."


괜찮겠지? 라며 입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눈은 슬픔으로 가득 차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너를 꽉 안아주며 괜찮아, 괜찮아라며 토닥여 주었다.


"이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그럼 내가 그 피해를 다 안고 갈 거야."

"주변인들에게 불편함만 줄 거 아니야."

"내가 데리고 살면 괜찮겠지. 안 그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긴토키는 언제나 변함이 없구나.' 보이지 않는 눈은 마치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듯한 기분이었다. 집안일을 마저 하고 정리를 끝낸 뒤, 식사를 같이하고 같이 씻고 잠자리에 누워 잠들 때까지 옆에서 너를 지켜봐 주었다. 숨소리가 변한 걸 알고 붕대 위에 짧게 키스를 남기고 집을 빠져나왔다.


사고였지만 누가 낸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낸' 그 사고에 의해 너는 시력을 잃었고 의지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거야 옆에서 내가 도와주면 되는 거다. 이렇게 잃어버린 비어버린 너의 자리를 나로 채워나가면 너의 곁에는 나밖에 남지 않겠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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