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나 : 첫눈

드림 전력 주제 : 첫눈



"이어서 오늘의 날씨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던 첫눈이 내리는데요.
좋아하는 연인과 첫눈을 기다리는건 어떨까요?"


텔레비전에서 들려오는 첫눈소식. 아- 부쩍 춥게 느껴지더니 벌써 눈 내리는 날씨가 다가왔구나 싶었다. 매년 혼자서 겨울을 보냈고 첫눈도 혼자서 봐왔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다시한번 옷무새를 단정히 하고 머리를 정리한 뒤 집을 나서 약속장소를 향해 걸어가본다.


"미안하네. 일때문에 오늘 약속 못지킬거 같네."
"괜찮아요. 다음번에 만나면 되죠."


스티브와의 통화를 마쳤다.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가방에 쑤셔넣었다. 일때문에 못만나는게 한두번이어야 말이지. 오늘 만나기로 한것과 더불어 첫눈이 내린다고 해서 일부러 예쁘게 차려입었지만 갑자기 울린 전화벨과 같이 따라온 소식은 준비한것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아아- 주변사람들은 다 바쁘고 그렇다고 당일치기로 한국으로 돌아갈수도 없는 터였다.
결국 같이 보기로한 영화를 혼자보고 같이 가기로 한 식당을 혼자가 밥을 먹었다. 평소에도 혼자서 잘 해왔으니까 이거 하나쯤은 별거 아니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슴 한쪽 구석이 시리게 느껴졌다.


"이제 슬슬 돌아가볼까."


차려입은 옷이 아까워 혼자 돌아다니다 보니 해가 뉘엿뉘엿 저벼렸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리고 아침까지만 괜찮던 날씨가 무척이나 춥게 느껴졌다. 핸드폰 시간을 보니 저녁 8시, 얼마 안있으면 거리의 불들이 하나둘씩 꺼질 시간이다. 일어설려는 찰나 내 앞에 누군가가 서있고 고개를 들어보니 뛰어왔는지 가쁘게 숨을 내쉬고 있는 스티브가 서 있었다.


"스티브?"
"미안하네. 어떻게든 빨리 끝내볼려고 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려서."


이쪽 전개는 전혀 예상 못했는데. 평소에 일의 분량을 잘 알기에 오늘도 포기하고 돌아갈려고 했던찰나 스티브가 찾아와 주었다. 일을 어떻게든지 빨리 끝내볼려고 노력하는 스티브의 모습이 그려져 나도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고마워요. 어떻게든 약속을 지킬려고 노력해줘서.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으면... 손이 얼음같아요."


빨개진 손을 양손으로 꾹- 잡았다. 살짝 움찔하는듯 하더니 이내 다른 한쪽 손을 내 손등위로 올려 내 손을 잡았다.
둘이 손을 잡고 서 있을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와아-"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위를 올려다보니 조금씩 하얀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쩌면 약속을 지켰다며 내리는 선물일지도."


스티브의 그말을 들으니 정말로 그렇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이 생겼으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듯이 내리는것처럼 느껴졌다.
조금씩 거리에는 하얀눈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공기는 아직도 차갑게 느껴지지만 조금전부터 맞잡고 있던 차가웠던 손은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마치 기분좋은 첫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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