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 인연 혹은 우연

드림 전력 주제 :: 인연 혹은 우연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바로 뉴욕에 계시다는 할아버지를 찾아갔었다. 일이 바쁘셔서 못 오신 할아버지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드리고 나중에 괜찮다면 정리가 되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이곳에 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고 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이쪽으로 오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곳을 떠났다. 좀 더 이야기하고 싶긴 했는데 아직도 많이 바쁘신 거 같아 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건물을 나왔을 때에는 비가 이미 내리고 있었다. 아- 할아버지께 다시 돌아가 우산 빌려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쁜 사람을 다시 찾아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가방을 버려 위에 올리고 빠르게 묶고 있는 호텔을 향해 뛰어갔다. 그렇게 뛰어가다가 누군가랑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하필 넘어지는 방향에 물웅덩이가 있어 옷이 다 젖어버리고 말았다.


"아... 이런."

"미안해요. 저 때문에-"


내 앞에서 손을 내미는 사람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모처럼 입고 온 교복이 다 젖어버리고 말았다. 그 사람도 내가 입고 있는 것이 교복-이곳의 학교는 다 사복을 입고 다니니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괜찮아요. 요 앞에 호텔에서 묶고 있거든요. 금방이에요."

"그래도... 아 요 앞에 옷가게가 있는데 잠시만요."


내 손을 잡고 가는 그 사람의 따라가니 커다란 의류판매장이 있었고 그 안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설명하는듯하더니 간단한 옷 한 벌을 사더니 내 손에 들려주고는 호텔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렇게 안 해주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저 때문에 이렇게 되셨는데 당연한걸요."

"그럼 나중에 다시 만난다면 사례라도 해드리게 이름이라도 알려주세요."

"스티브, 스티브입니다."


그렇게 이름을 알려주고 떠난 그 사람은 내가 성인이 되어 다시 그곳에 가서 살기 전까지,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머릿속에서 잊혔다.


그렇게 우연히 만났던 그 사람은 지금


"그러고 보니 예전에 비 오는 날 만났던 사람이 있는데..."

"부딪혀서 넘어졌다던?"

"응. 그래서 미안해서 옷 한벌 사줬는데-"

"그 옷 아직도 있어요."

"뭐라고?"

"스티브 당신이 그때 사준 옷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요. 지금은 작아서 안 들어가지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