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 : 다음 생에도 널사랑할게
드림 전력 주제 : 다음 생에도 널 사랑할게


요 며칠 동안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던 너의 눈동자가 생각난다. 평소와 다르게 밝게 빛나던 회색 눈동자는 유난히 탁해 보였고 혼잣말이 늘어났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듯 뭐라고 중얼거리는듯하더니 어떨 때에는 비어있는 허공에 대고 소리를 치며 화를 내다가 지쳤는지 한숨을 푹 쉬며 주저앉아 뭐라 다시 웅얼거리다 다시 울기 시작한다. 왜 그런 행동을 보였는지 그때까지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보이는 건 그동안의 행동들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약품냄새, 바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의 목소리 그리고 내 앞에 보이는 너였다. 손목에 흐르는 피, 목을 심하게 긁었는지 살점이 뜯겨있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가쁘게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현화, 현화."
"흐윽...흐아...."

손을 잡은 손이 있는 힘껏 쥐어짜 내는 듯이 꽉 잡았다. 기계가 위험함을 알리는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그 소리를 듣고 바쁘게 의료진들이 몰려들었다. 아직도 붙잡은 너의 손은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피범벅이 되어있는 다른 쪽 손을 들어 가까이 다가오라는 듯한 손짓을 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미안해요... 다음번에는 다음 생에도 당신을 사랑하면 좋겠어요..."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너는 손을 놓아버렸고 끝을 알리는 기계 소리만이 이곳에 남아있었다.

***

아주 머지않은 미래였다. 금발의 머리를 한 청년은 숨 가쁘게 전력질주를 하고 있었고 뒤를 바짝 쫓은 괴인들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그 청년을 잡기 위해 같이 전력질주를 하고 있었다. 그 청년이 막다른 골목에 도착하자 그 괴인들은 잘되었다는 듯이 알 수없는 웃음소리를 내고 그 청년에게 다가갔지만 이내 날카로운 칼날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죠?"

기다랗고 갈색의 양 갈래 머리를 한 소녀는 칼집에 칼을 넣고 청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고 청년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그 소녀의 손을 잡고 골목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저 멀리서 달려오는 무리를 발견했는지 표정이 구겨지고는 "달리기 잘해요?"라며 청년에게 질문을 던졌다. 고개를 끄덕인 청년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은 소녀는 "그럼 달려요. 빨리."라며 엄청난 속도로 그 괴인들일 피해 청년과 같이 달렸고 숨을 곳을 발견한 소녀는 뒤따라오던 청년의 손을 잡고 재빨리 몸을 숨겼다.

"달리기 잘하네요."
"뭐. 군인이다 보니 매일 운동하고 있죠."
"정말요? 아무튼, 어서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세요. 여긴 제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깐요."

멀어져간 괴인을 잡기 위해 칼을 집어들며 일어난 소녀의 손목을 잡은 청년을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소녀였다. 무언가를 고민하는듯하더니 이내 입을 때고 질문하고 싶었던 것을 질문하는 청년이었다.

"이름이 어떻게 돼요? 구해주셨는데 이름 정도는 알아야죠."
"현화에요."
"저는 스티브 로저스. 스티브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이름을 들은 소녀는 "그럼 나중에 봐요."라는 말을 남기고 괴인을 쫓아 멀리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져가는 소녀를 바라보면서 청년은 빠르게 달릴 때보다 더 빠르게 뛰는 심장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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