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전투합작 : http://boiboss.wix.com/battle-of-yume

(링크가 남아있을지 모르겠네요 ;ㅅ;)

 

 

 

1.

샌드백을 있는 힘껏 치다 못해 힘을 실은 마지막 타격을 맞고 밑 부분이 터져 모래가 쏟아져 나온다. 알맹이는 빠져나가고 가죽만 남은 샌드백을 붙잡고 거친 호흡만을 내쉬는 그의 뒤에서 나는 그냥 조용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진정이 되었는지 뒤를 돌아 내가 온 것을 확인하더니 평소와 같은 다정한 목소리로 "현화."하고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에게 전해주기 위해 들고 온 수건을 꽉- 잡으며 응답하듯 "스티브."라고 그의 이름을 작게 불렀다. 이상하게도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위태롭게 느껴졌다.

 

"괜찮아요? 평소보다 더 무리하는 거 같아요."

 

최근 들어 다른 날보다 트레이닝룸에 자주 있기 시작했고 터져나가는 샌드백의 수도 늘어갔다. 주변 사람들은 마치 이유를 알고 있다는 듯이 모르는 척 행동했지만 그런 그의 행동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아도 지금처럼 "괜찮네. 별일 아니니까."라며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해왔다. 마치 내가 알면 안 된다는 것처럼.

 

"캡틴 이제 오셔야 할 거 같아요."

"아…. 그래 가지."

 

그를 찾으러 온 동료를 보고 순간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내 풀리고는 금방 간다는 말을 남긴 뒤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양손에 가득 들고는 "저녁에 봐, 현화."라는 인사를 하고 트레이닝룸을 나갔다. 잠깐 굳어진 그의 표정이 무척이나 신경 쓰였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결하는 것만으로 벅찼기에 질문은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아직 그의 흔적이 남아있는 트레이닝룸을 벗어났다.

그의 뒷모습을 자주 봐왔다. 자신의 신념, 자신감이 가득 넘쳐 보이던 그의 등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그동안 지켜온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그의 등이었다.

 

 

 

2.

캡틴 아메리카가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임무수행 중 신호가 끊기면서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는 '캡틴 아메리카'인 그가 자발적으로 신호를 끊고 사라졌다는 추측을 하고 있다. 같이 임무수행을 하기 위해 나갔던 동료의 말에 의하면 평소와 같이 정확하게 지시를 내리고 소탕하기 위해 혼자서 그곳에 뛰어 들어갔다고 하지만 모든 일을 해결한 그 이후에는 볼 수 없었고 상부의 명령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며 하나같이 똑같은 진술만을 하고 있었다.

 

"괜찮겠어? 그 일을 맡아도?"

"네.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

 

그가 사라진 흔적을 찾는 임무를 맡았다. 아무도 나서서 일을 해결하려고, 맡으려는 행동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제일 가까웠던 나에게로 넘어온 거나 다름없었지만. 걱정스러워하는 나타샤에게 괜찮을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자 "그래. 무슨 일 생기면 말해."라는 그녀다운 대답을 해주었다.

마지막 임무 수행 장소였던, 그가 사라진 그곳은 무척이나 넓었고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같이 나온 동료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자 마지막으로 신호가 끊긴 곳부터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단 의견을 냈다. 그러자 마치 입을 맞춘 것처럼 "그러죠."라는 대답이 들려왔고 곳곳에 흩어져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찾기 시작한 지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때 한구석에서 "찾았습니다!" 라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곳에는 그가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었던 물건을 발견했다.

 

"이건…"

"임무 중에 착용하고 있던 물건입니다."

 

손에 들린 물건을 가만히 바라만 보자 같이 임무를 나갔던 동료가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안다는 듯이 말을 했다. 마지막으로 신호를 주고받은, 마지막까지 연결되어있던 그 물건은 이번이 끝이라는 듯이, 연을 끊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있는 것처럼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스티브-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버린 거야.

 

 

 

3.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운다. 어떻게 이 건물을 뚫고 들어온 것인지 몰라도 하이드라가 이 건물에 들어온 건 확실했다. 대피하는 사람들, 전투를 준비하는 사람들, 상황을 보고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일을 분담하는 지금 나는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신발 끈을 꽉 조여 맸다. 주변 상황을 정리하던 그는 준비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급하게 달려와 나를 가로막았다.

 

"민간인이니 피하는 게-"

"저도 엄연한 조력자의 입장이에요. 특히 위험한 상황이라면 가리지 않고 도움을 주는 게 맞잖아요."

 

뒤에 따라올 잔소리 같은 말이 무엇인지 알기에 더는 내뱉기 전에 말을 가로챘다. 나의 반응에 화가 난 것인지 무슨 말을 내뱉으려 하는 듯 했지만 스스로 화를 참고는 "가 봐."라는 명령적인 말-허락하는 말을 하고는 자기 일을 처리하기 위해 복도를 따라 사라졌다. 심호흡을 한번 크게 내쉬고는 연락을 위해 인이어를 귀에 낀 뒤 사이렌 소리를 따라 일의 근원지로 향했다.

도착한 그곳은 무척이나 참혹했다. 건물 벽의 곳곳과 그곳에 있던 물건들은 부서진지 오래인 듯 해 보였다. 먼저 출발했던 동료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곳곳에 작은 신음을 내며 쓰러져있었다. 가벼운 상처만을 입은듯해 보였지만 정확한 상황파악을 하기위해 작게 발을 한걸음 내딛자 경고신호를 보내듯 내 몸과 가까운 위치로 무언가가 날아왔다.

 

"이 방패는…"

"현화!! 당장 그곳에서 도망쳐!!"

 

인이어를 통해 시끄럽게 외치는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내 신경과 시선은 내 옆에 박혀있는 방패에만 눈길이 가 있었다. 익숙한 색 배열과 모양은 그를 상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손을 올려 만지려는 순간 자연스럽게 빠져나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날아가더니 무언가에 의해 고정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귀에서 시끄럽게 들려오는 소리가 거슬려 인이어를 빼 바닥에 던져버리고 방패가 사라진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현화."

 

걸음을 멈추게 하는,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울려 퍼진다. 손톱자국이 남을 정도로 꽉 쥔 손은 이미 힘이 풀린 지 오래됐고 다리는 힘이 풀려 금방이라도 주저앉아버릴 것만 같았다. 여느 때와 같이 미소를 짓고 있었고, 손을 내밀며 잡아주길 기다리는 건 똑같았다. 하지만 그의 가슴 중앙에 있는 정의를 상징하는듯했던 그 문양이 아닌, 하이드라의 문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째서 스티브는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당신은, 당신은 내가 알던 '캡틴 아메리카'인 스티브 로저스가 아니야."

 

 

 

4.

철컥- 총구를 겨누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는 내 팔을 잡아 떨어진 건물잔해 뒤로 숨겼다. 이게 무슨 행동이냐고 물을 틈도 없이 엄청난 총알 세례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최대한 방어를 하던 그는 세례가 멈추자마자 앞에 놓인 건물 잔해를 밟으면서 방패를 던져 앞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당장 막아!"라는 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내 커다란 타격소리와 함께 묻혔다. 칼이라던가 기타 근접 적으로 공격이 가능한 무기를 들고 덤비는 사람들을 손쉽게 제압한 뒤,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방패를 발로 밟아 가볍게 띄운 뒤 2층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의 공격은 짧은 시간 안에 끝났고 많은 쉴드의 동료는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캡틴 우린 동료였잖아…"

 

애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내가 시선을 피하자마자 바로 무언가가 뜯겨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진정이 되질 않는다. 그-스티브가 방패를 공격한 것 때문이 아니라 같이 있는, 그동안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던 내가 있는데도 서슴없이 공격했다는 점에서 진정이 되질 않았다.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는 이내 내 옆에서 멈췄고, 검게 그림자가 드리우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피투성이가 되어버린-다른 사람들의 피로 보이지만-그가 예전에 바라보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익숙하다는 듯이 피를 닦아낸 뒤, 한쪽 손의 장갑을 벗어 나에게로 손을 내미는 스티브였다.

 

"이런 전투를 겪지 않게 해줄게. 어차피- 돌아간다 해도 쉴드의 사람들은 예전처럼 대해주지 않을 거야. 아- 한 사람만 빼고."

 

저 손을 잡으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전투에서 '패배'한거나 다름없는 나는 돌아가면 어떤 대우를 받을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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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피해 관련 보고서야."

 

부탁했던 자료를 툭- 하고 무심하게 던지고는 "왜 이런 거를 찾아보려는 거지. 너와 관련된 일이 아니잖아."라는 짧은 말을 덧붙이고는 그 사람은 사라진다. 무슨 상관이냐는 말을 할까 했지만 덧붙여봐야 서로 좋을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무시하고 파일을 열에 보고서를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뉴욕의 테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가득 실려있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건물, 폐허 같다고 느껴질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도심에서 서로의 가족, 친구 등을 찾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찍힌 사진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저번 회의에서도 들었듯이 아마 복구되려면 오래 걸리겠지-라는 생각으로 다음 장으로 넘기자 이 일을 벌인 사람으로 추정되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특히 리더로 추정되는 사람은 더더욱 말이다.

 

미국의 영웅, 전쟁을 끝낸 영웅으로 칭송받던 그는 얼음 안에서 깨어난 이후에도 영웅의 편에 서서 정의를 위해 싸웠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고 그것만큼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작은 사건-내가 알지 못하는 사건-에 의해 그는 정의의 편이 아닌 악당, 빌련 들의 편에 서서 활동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다들 그를 더는 쉴드의 일원이 아닌 하이드라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적대시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그를 이곳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했던 작전들을 전부 다 찾아보고, 빌런이 되어버린 후의 행적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아직도 그에 대해 알아보는 중이야?"

"네. 적어도 원래대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까 하고요."

"...그에 관해 조사를 하는 건 모두 알고 있고 말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조심해."

 

모두 나에게 미친 짓을 그만두라고 말을 할 때 뒤에서 챙겨주고 걱정해주었던 나타샤였고 저 말의 뜻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였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요즘 하이드라 쪽에서의 움직임도 수상쩍기에 더욱이 조심하라는 말에 괜찮다며, 금방 돌아오겠다는 말을 하며 나타샤를 안심시키고 난 후 도심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피해복구 중인 그곳은 서류에서 보았던 사진보다 상당히 괜찮아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도로 위 가득 쌓여있던 건물 잔해들은 듬성듬성 보일 뿐 정리가 되어있었고 곳곳의 안전지대인 곳에서는 사람들이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며 이곳이 원래의 모습을 하루빨리 되찾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도... 없구나..."

 

이곳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오늘은 여기서 끝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저 멀리서 익숙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재빠르게 도망가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를 쫓아 달려가자 막다른 길이 나왔고 잘못 본 걸지도 몰라 돌아가려고 뒤를 돈 순간 내가 그렇게 찾고 싶었던 그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오랜만이군."

 

옷도 예전에 봐오던 옷이 아니다. 그에게 풍겨오던 냄새는 땀과 노력이라고 느껴지는 냄새가 풍겨왔다면 지금은 피 냄새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거라고는 체온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꽉 껴안아오는 그의 품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렇게 애를 쓰면 쓸수록 그는 더욱 힘을 주어 나를 껴안았다. 결국, 그를 뿌리치고 품에서 벗어나 그에게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제가 당신의 흔적을 따라 당신을 찾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만날 줄 몰랐네요."

"내가 내 연인을 만나러 오는 게 잘못 된 건가."

 

연인- 아직도 우리의 관계를 옭아매고 있는 단어. 예전에는 이 단어가 아무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평범했던 우리의 관계가 그 일이 있는 후에는 '특별한'관계로 만들어 버렸기에 듣기 싫어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내 얼굴을 붙잡은 뒤 천천히 쓸어내리는 스티브의 손길이 느껴지자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친다. 분명 평소에도 하던 행동이지만 예전과 다른 느낌이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동물의 느낌 같았다. 턱 끝에 닿은 손을 피해 고개를 확 돌린 뒤 살짝 뒤로 물러나자 "이런 반응은 예상했지만 직접 당하니 기분이 묘한걸."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연인이라니 소름이 끼치도록 듣기 좋은 말이네요. 그래서 무슨 일이죠. 그동안 사건을 일으키고 자취를 항상 감춰왔잖아요."

"글쎄. 이번만큼은 직접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도망가듯 뒤로 물러서면 점점 내 앞으로 다가오는 스티브. 어느새 등 뒤에는 골목의 끝이 닿아 있었고 어디로 도망가지 못한 채 내 앞을 가로막은 스티브의 얼굴을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만 비켜 주다는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의 눈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 와중에도 오랜만에 만난 연인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멍청한 심장은 아주 빠른 속도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관계로 얽혀버려서 미안하단 말을 하려고 왔네."

 

어떤 말을 할까- 수십 가지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입 밖에 나온 말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이미 이 도시를 구하는 영웅이 되어있더군."

"전 제가 선택한 길을 가는것 뿐이에요."

 

나의 대답에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스티브였다. 왜, 어째서?

 

"영웅이 되었으니 선택을 하는데 힘이 들지도 모르겠군... 나와 같이 가지 않겠나?"

 

손을 뻗어 마치 '내 손을 잡아줘'라고 아우성치는듯한 모습이었다. 잡아주기를 기다리는 손을 쳐내면서 의사표시를 내보이자 "역시 그럴 것 같았네."라며 손을 거둬들이는 스티브였다. 골목의 입구를 한번 바라보더니 등을 돌려 입구를 향해 걸어가다 멈칫하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관계를 끝내고 싶다면 아마 손을 잡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다음에 다시 만나러 올게. 나의 연인."

 

그 이상의 말은 더 하지 않고 유유히 사라지는 스티브였다. 사라지자마자 온몸의 힘이 쫙 풀리면서 주르륵- 주저앉고 말았다. 이 관계를 끝내려면 서로의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나도 알고 스티브도 알고 있는 해결방법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몰라도 서로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서로 자신의 편으로 만들 방법만, 돌려놓을 방법만 고집하고 있다.

 

아마 서로의 고집을 꺾지 못하면, 한쪽이 포기하지 못하면 이 특별한 관계는 계속 이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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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평일 전력 DOLCE 제 48회 주제 : 서투른 첫키스

드림주 이름有




작은 술집. 예전부터 혼자 기분도 풀 겸 해서 종종 갔고 어쩌다가 히지카타 녀석이랑 만나면 서로의 식성으로 인해 먹는 걸로 종종 싸우기도 한 그런 술집-이라기보단 음식점에 가깝지만-을 다녔고 너랑 만난 후부턴 둘이서 즐기기 위해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외상을 자주 했고 양심이란 게 남아있었는지 어느 날부턴가 그곳에 발길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찾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간 거였더라? 오랜만에 의뢰가 들어왔었나?


"긴토키!! 월급 받았으니까 내가 오늘은 살게!!"


아, 아닌걸 지도 모르겠다.


한잔, 두 잔이 어느새 한 병, 두 병으로 변해서 계속해서 시키는 술안주의 빈 접시는 점차 쌓여가기 시작했다. "야 타카라- 너- 오늘 이렇게 막 써도 괜찮냐?" 잔뜩 취해 꼬여가는 발음을 간신히 가다듬고 질문을 던지자 "괜찮아 오늘 먹을 만큼만 들고왔으니까."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술잔을 기울이는 너였다. 보통 테이블 위에 술병이 가득히 쌓였으면 마시는걸 멈추는 것이 정상이지만 오늘따라 브레이크가 풀린 것인지 계속해서 들이마시기 시작하는 우리둘이였고 흡입의 종지부를 찍었을 때에는 둘 다 간신히 걸을 수 있었고, 의식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을 때였다.


"아- 오랜만에 잘 먹었네."

"카구라랑- 신파치 먹을 것도 사갈까?"

"지금이 몇 신데...내일 사주면 되겠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너에게 기대자 술 냄새나! 라는 커다란 외침과 함께 손이 날라왔다. 너랑 마셨으니까 냄새나는 건 당연한 거거든? 서로 티격태격 대며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해결사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질질 끌려가다시피 하면서 걸어가다 깜빡거리는 가로등 아래 네가 우두커니 멈춰 서버렸다.


"왜 속이 안 좋아?"

"긴토키..."


흐리멍텅한눈빛. 잠이 쏟아지는 건가? 무슨 일이야. 어깨를 붙잡고 연신 흔들어대자 알 수 없는 웃음소리만을 내뱉고 있었다. "어이, 타카라 정신 차려봐." 축 늘어진 몸을 붙잡고 이름을 부르지만, 여전히 이상한 웃음소리만을 내뱉고 있었다. 하아- 사다하루라도 불러서 집까지 데리고 갈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중심을 잡는듯하더니 이내 양손으로 내 얼굴을 꽉 잡는 너였다.


"뭐야 원래 잘생겼었나?"

"어이 타카라 갑자기 무... 무슨 소리야? 너 많이 취했구나?"


당황스러워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야토는 야토였다. 내 머리를 꽉 잡은 두 손에서 벗어나지를 못했고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머리를 잡혀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헤- 솜사탕이다-"

"어이 타카라? 타카라?? 우리 이제 집에 돌아가는 게 어때?"

"잘 먹겠습니다."


솜사탕이라며 다가오는 타카라의 얼굴을 피할 새도 없이 쪽- 하고 짧게 무언가가 닿았다 떨어졌다. 어버버- 하는 사이에 "뭐야 왜 솜사탕이 안 뜯겨?"라며 다시 다가온 타카라의 얼굴은 깊고 진한 키스, 첫 키스로 이어졌다. 술 냄새가 밀려오는 듯 했지만, 입안을 헤치며 도라니는 따뜻한 감촉 때문에 냄새에 대한 거부감은 저 멀리 떨어져 나갔고 혀의 감촉 때문에 정신이 아찔해지기 시작했다.

카구라가 연애소설을 읽을 때마다 첫 키스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난 그 첫 키스에 대해 설명해주기 모호했다- 라기보다는 할 수 없었다.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뺏어 읽은 연애소설은 남자가 여자애게 하는 그런 레퍼토리가 많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지만 그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당하고 있을 줄 상상도 못했으니까.


서툴게 침범해오는 타카라와의 첫 키스는 씁쓰름한 술맛도, 안주로 먹은 파전이나 말린 오징어의 맛도 났다. 하지만 그런 알 수 없는 맛 뒤에는 입술에 바른 달콤한 과일 맛이 나는 틴트의 맛이 느껴지기도 했다. 코를 찌르는 아찔한 술냄새 뒤에는 자주 마시는 오렌지 주스의 향이 미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짙으면서도 농염했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가 했지만, 많이 서툴렀던 키스는 입술을 떼면서 "잘 먹었습니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막을 내렸고 쓰러지듯 잠든 타카라를 집으로 데려가는 일만이 남아있었다.


"얘...취해있던거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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