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제복 합작  : http://rockstar777.wixsite.com/dreamuniform

 

 

 

 

호화로워 보이는 파티장. 곳곳에 앉아 술병을 들고 마시고, 소리 지르고, 나가서 춤을 추는 사람들, 신 나며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모두 하나같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가 비웃었던 파란색으로 물들어진 그런 전투복이 아닌 말끔하게 다려진 군복을 입고 이 파티장 안을 배회하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 처음 왔지만, 이상하게도 난 이곳을 알고 있다.

 

"춤출 준비가 됐나요?"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곳에는 그렇게나 그리워하던 그녀가 있었다. "카터."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무언가 익숙한 얼굴이 겹쳐 보이더니 머리가 지끈 아파지기 시작했다.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주변 탁자를 잡으면서 중심을 되잡고 몸을 일으켰다.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카터는 "전쟁은 끝났어요, 스티브. 이제 집에 갈 수 있어요." 라며 내 손을 꽉 잡아오기 시작했다.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었다. 하지만 그 집에 같이 돌아갈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이란 걸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었지. 하지만 당신과 같이 돌아갈 집은 아니었어."

"그럼 누구와 돌아갈 집이었죠?"

 

그녀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이름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나 불렀고, 그리워했고, 좋아했던 그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옷깃을 잡아끌었고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소란스러웠던 주변의 사람들이, 모든 사람이 사라졌다.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나와 같은 제복을 입고 있었다. 길게 늘어져 양 갈래로 묶은 머리, 나를 올려다보는 얼굴이었다. 난 이 얼굴을 알고 있다.

 

"당신은 내 이름을 알고 있어요."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머리 안을 맴돈다. 난 이 목소리도,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도 기억하고 있다. 알고 있는 몇 단어들이 입안에 잔여물처럼 남아있다. 천천히 잡고 있던 옷깃을 놓기 시작했고 이걸 놓쳐버리면 영영 잃어 버릴 것만 같아 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 손에 비해 작게만 느껴지는 손은 내 손안에 다 잡혔다. 그나저나 원래 이 옷이 이런 감촉이던가?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짙은 회색빛이 감도는 눈동자 색, 기억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현화."

 

작게, 그녀에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멈칫- 하는듯하더니 이내 활짝 웃어 보이는 그녀는 "뭐야. 기억하고 있었네요."라며 나를 안아오기 시작했다. 왜인 걸까, 왜 이렇게 마음 한구석이 울적한 걸까. 호화로웠던 파티장은 온데간데없어졌고 그녀가 입고 있던 단정한 군복은 이내 하얀색의 반소매와 남색의 치마로 이루어진 원피스로 변하였다.

 

"이제 일어나요 스티브."

 

손에 잡혀있던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고 이내 그녀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이라곤 입고 있는 이 군복. 어쩌면 아직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터벅- 터벅- 얼마나 걸었을까 눈앞에는 반쯤 열려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는 문이 보였다. 이 문을 열고 나가면 어떻게 변할지 아직 짐작할 수 없다. 꽉 잡은 손잡이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문을 열고 나가면서 입고 있던 이 옷도, 아까의 기억들도 하나둘씩 지워져 간다.

 

눈을 뜨자마자 머리가 지끈 아파져 온다. 아까까지만 해도 입고 있었던 제복은 온데간데없었고 커다란 상처를 입었는지 붕대가 이곳저곳에 감겨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오른쪽 손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계속 울었는지 이미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미처 떨어지지 못한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녀가 최대한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히 몸을 돌려 반대쪽 손으로 고여 있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가 돌아갈 집은 여기 있었어. 다녀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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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사진첩을 넘기면서 보이는 사진들은 각기 다른 신랑 신부들이 서로에게 어울리는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사진들이 가득했다. 결혼식 복장을 고르라면서 건네받은 이 사진첩을 보는 둥 마는 둥하다가 무심하게 덮어버리고 건너편에 앉아 어찌할 줄 모르는 스티브를 포함한 어벤져스 멤버들은 노려보았다.

 

"그래서 지금 그 사람들을 잡기 위해 가짜 결혼식 극을 펼치자는 얘기에요?"

"응. 신랑이랑 신부가 그나마 우리 둘이랑 비슷하다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결혼식을 가짜 결혼식으로 하자고요?"

 

처음에는 웨딩드레스 같이 구경하러 가자는 말에 혹해 같이 간 곳은 옷을 구경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닌 어벤져스타워였다. 아- 여기 왔었을 때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일단 자리에 앉았지만 "진짜로 말하려고?" "그러다가 스티브 당신만 큰일 나."라는 말을 어렴풋이 들었을 때 바로 거절했어야 했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도 몇 번이고 되새긴다. 신랑, 신부가 상당히 재력과 권력이 있는 자들의 아들과 딸이라고 결혼식 날 위협이 있을 거 같다며 우리 쪽과 이야기가 오갔다는데 정작 그 신부역을 맡은 나는 지금에서야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미안하니까 웨딩드레스는 제가 고르라는 거에요? 이왕 맡길 거면 웨딩드레스도 자기들이 고르고 넘겨주지."

"현화 그러니까 일단 진정하고."

"몰라요. 저는 안 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이만 가볼게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던 순간 스티브의 손이 내 앞에서 멈췄다. '뭐에요.'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천천히 손을 거둬가는 스티브였다. 나타샤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같이 대화-라고 하기에는 구경하러 온 사람들 같았지만-하러 왔던 토니에게 "둘이 이야기하게 비켜줘요." 라는 말과 함께 잘 해결해보라는 눈빛으로 한번 바라보더니 방을 나섰다. 서로 어찌할 줄 몰라 시선만이 오가자 일단 어떻게든 풀어보기 위해 자리에 다시 앉아 스티브도 천천히 다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웨딩드레스- 행복한 결혼식은 몇번 꿈꿔보긴 했다. 서로 같이 결혼식장을 고르고,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서로 입어보며 어울리는걸 고르기 위해 상상하고, 예식장에서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입장하는 그런 모습을 몇번 그려보긴 했고 언젠간 이루어질 거라는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그려질 거라는걸 전혀 몰랐지.

 

"나도 이 일을 부탁받았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어.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한번 해보면 우리 둘이 진짜 결혼식을 위한 준비를 할 때 확실하게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그걸..."

"일단 현화와 상의 없이 수락한 건 미안해.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여전히 시선을 맞추지 않고 있었지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아직도 이 일을 나와 상의를 거치지 않고 수락했다는 점에서는 아직도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의견의 요구와 선택을 해야만 했던 스티브의 처지에서 생각해본다면, 그 선택을 해야만 했던 사람이 나였다면 어쩌면 나도 같은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도 상대방과 의견을 먼저 맞췄을지도 모르겠다.

덮어두었던 사진첩을 다시 열어 천천히, 꼼꼼히 사진 하나하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현화?" 라는 스티브의 말에 한 번 시선을 맞추었다. "웨딩드레스 고르라면서요. 이왕 고르는 거 예쁜 걸로 골라야죠." 이 말에 표정이 펴지면서 입꼬리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식장이나 날짜는 그쪽에서 정해주는 거에요?"

"응. 일단 우리가 처리하지만, 그쪽에도 정보를 흘려야 하는 입장이니 그쪽에서 잡는다 하더군."

"흐음-"

 

사진에서 보이는 신랑과 신부의 미소는 다시 보아도 행복해 보였다. 다시 사진첩을 넘기는 속도가 점점 더 느려지고 점점 기분이 모호하게 변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천천히 넘기는 손 위로 커다란 손이 겹쳐 올라왔다. 그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았기에 스티브와 시선을 마주했다.

 

"진짜 우리 둘의 결혼식 때, 그때는 우리 둘이서 결정하자.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그거 직접 들으면 부끄러운 거 알죠?"

 

장난스럽게 건넨 말에 당황하자 "장난이었어요."라며 넌지시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번 일은 임무 때문에 원치 않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가짜 결혼식을 하게 되었지만 가까울지 멀지 모르는 미래에 이루어질 결혼식을 다시 그려본다.

 


 

 

"캡틴 솔직히 그때 현화한테 맞지 않을까 걱정했죠."

"스티브가 그 일은 잘못하긴 했어."

"조용히 하게."

 

턱시도가 갑갑하게 느껴졌다. 잔잔하게 느껴오는 바람과 햇빛이 오늘 같은 날에 더더욱이나 잘 어울렸다. 옆에서 놀리는 듯이 말하는 베너와 토니에게 무슨 말을 내뱉으려 했지만, 준비를 마무리한다며 황급히 사라져버렸다. 현화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식장 안에서 확인하라며, 결혼식 전까진 신부의 얼굴을 확인하라며 신신당부했기에 대기실 안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례를 맡은 토니의 말이 울려 퍼지고 식장 안으로 입장했다. 초대된 사람들의 축복과 환호 속에 당당하게 입장했다. 아직도 놀리는 재미에 빠져있는지 다음 순서를 말하는 것을 뜸을 들이는 토니를 한번 노려보자 그의 특유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럼 이제 기다리던 순서가 있겠습니다." 라는 말이 연이어 들려왔다. 누구의 에스코트를 받을까- 고민했었지만, 그녀의 옆에는 소중한 그녀의 친구가 옆에서 도움을 주고 있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그녀였지만 면사포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는 활짝 미소가 퍼져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를 바라보니 더욱더 가슴을 뛰게 하였다.

 

"현화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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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내 마음이 확신이 서면서 그만을 바라보았다. 그가 하는 일들을 알기 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내 생각들을 덧붙이면서 항상 그를 응원해왔다. 내가 그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것처럼 그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존중을 해주었고 응원을 해왔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었고, 나도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람으로 서로 대우해주었지만 서로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를 바라보는 시간이 무척이나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주어진 일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는 종종 예정에 없던 임무를 나간다든가, 단기간으로 알고 있었던 일이 장기간으로 변해 한동안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손가락으로 다 못 셀 정도로 무척이나 많았다. 금방 돌아온다고 해도 다시 다른 일이 생기는 경우가 일쑤였다. 내가 하는 일과 그가 하는 일이 달랐기에 이해를 하려 노력해보아도 이런 경우가 자주 반복되면서 이해하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스티브."

 

그를 간신히 만나면 나는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의 입술에서, 목에서 내 이름이 나오기를 바랐지만, 항상 내 손만 따뜻하게 잡아주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결하기 위해 급하게 자리를 떠나는 그였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다.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면서도 모두에게 다른 의미로 '특별한 사람'이였다. 초반에는 계속해서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여러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 의문들은 기다리는 내 마음을 무척이나 지치고 힘들게 만들었다. 왜 나만 이렇게 그를 기다려야 하는 거지? 한 번쯤은 나를 바라보고, 내 이름을 불러주고, 따뜻하게 한 번쯤은 안아줄 수 있는 거잖아. 여러 생각이 점점 더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런 고민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 사람만 바쁜 것이 아니라 이곳 모두가 바빴던 거였다. 아- 특이하게도 그에게 주어지는 일이 더욱더 많은 것 뿐이지만.

 

견디기 힘들어진 어느 날은 그에게 이별을 고하려고 했었다. 더는 기다리기 힘들다고, 아무리 이해하려 노력해도 나는 이런 기다림에 지쳐버렸다고 말을 하려고 했다. 이건 내 사랑이 아닐지도 몰라- 라고 결심을 하려고 했었지만, 그의 목소리가, 그의 손길이 그런 마음을 무너뜨리기 일쑤였다. 역시 나는 그를 포기 할 수 없는 걸까?

 

"조심해서 다녀와요. 다치지 말고요."

"그래. 금방 다녀올게."

 

출발전 그를 간신히 만났다. 걱정 반 근심 반인 마음으로 그의 양손을 꽉 잡았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마에 짧은 키스를 남기고는 동료와 같이 이곳을 나섰다. 멀어져가는 그의 등을 바라보면서 나는 조용히 무사히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손을 흔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만나지 못한지 며칠이 지났을까. 이제는 익숙해져야 하는 이 일들이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심리적으로 지쳐만 간다.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나뭇잎처럼 이 마음이 무척이나 위태롭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그를 보고 싶다, 그를 만나고 싶다. 나만이 그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도 지금이라도 나를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조금씩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를 향하던 마음이 조금씩 지쳐가면 지쳐갈수록 깊은 어둠에 빠지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다른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녔다. 그냥- 옆에서 나를 바라봐주고, 내 손을 잡아주고,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했다. 깊고 깊은 어둠에 빠져가는 내 마음을 구원해줄 빛이 되어주었으면 했다. 과연 그는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브."

 

오늘도 여전히 내가 먼저 그의 이름을 부른다. 그도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했지만, 이것마저도 크나큰 욕심인 걸까? 여전히 따뜻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여전히 내 손을 어루어 만져준다. 나를 위한다는 행동들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건 아녔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의 목소리로 내 이름을 듣고 싶다.

 

"무슨 일이지?"

"아니에요. 먼저 가 볼게요."

 

'이름 한 번만 불러주세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 다시 내려갔다. 괜한 부탁을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양옆으로 저어 보이고, 그의 손안에서 내 손을 뺀 뒤 아무 일도 아니라고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잡아오는 그의 손에 나는 화들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고 마치 마법처럼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현화, 많이 늦었지."

 

깊고 깊은 어둠에 빠져있던 마음에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나를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가, 평소와 같이 잡고 있는 이 손이 무척이나 다르게 느껴졌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내 이름을 그의 목소리로 불러주길 기다렸던 것 때문인 걸까 아니면 기다림에 지쳐있던 나를 구해줘서 그런 걸까- 울음의 이유를 알지는 못했다. 다만 드디어 그가 나를 바라봐 주었다는 것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들었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그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울었다. 울면서 그의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면 그는 가만히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나뭇잎이 떨어지기 전에, 더 깊은 어둠에 침식되기 전에 그가 다가왔다. 다시 나를 바라봐주었고, 다시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고, 나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서로 엇갈려 다른 길로 향하고 있었던 것만 같았던 마음들이 다시 교차하여 만났다. 길고 길었던 여행 끝에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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