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마법소녀 합작 / 창작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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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가 모습을 드러낸지도 아연 두 달이 지났다. 우주에서 날아온 것들인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고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도저히 해치울 수 없는 그런 괴수-변종이었다. 그러다가 혜성처럼 나타났다고 해야 하는 존재일까 신문이건 뉴스건 대서특필되는 괴수를 물리치는 '마법소녀'의 등장이었다. 군대나 어벤져스의 도움으로 괴수의 움직임을 저지하면 마법소녀는 바로 공격을 하면 되는 그런 방식이었다.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는 신비한 능력을 휘두르는 마법소녀의 정체를 모두 궁금해 하고 있었고, 모두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 마법소녀의 정체를 알고 있다- 라기 보단 알 수밖에 없었다.

 

"아니 괴수든 변종이든 나타나기 몇 분 전에 알려주는 시스템은 없어요? 변명거리 만드는 것도 힘들어요."

 

둥그스름한 모양의 빛을 내는 물체는 미안한지 꾸벅- 인사를 해 보이고는 어서 빨리 가자며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팔목에 하고 있던 팔찌를 뺀 뒤 주먹을 꽉 쥐자 입고 있던 남색의 원피스는 어느새 중갑옷 형태가 되어있었고 양 갈래로 묶고 있던 머리는 어느새 높은 포니테일의 형태로 묶여있었다. 그리고 팔찌를 쥐고 있던 손에는 내 키만 한 지팡이가 들려있었다. 누군가에게 들키기 전에 재빠르게 빠져나가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 어벤져스 구성원들이 있었고 그 와중에 그-스티브와 눈이 마주쳤다. 마주치자마자 재빠르게 시선을 피하고 일격을 날리자마자 먼지처럼 변종은 흩날리듯 사라졌다.

 

"오늘도 나타난 마법소녀가-"

 

밑에서는 인터뷰를 하는 기자들의 목소리, 그리고 상황을 어떻게든 정리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봤을까? 봤었다 하더라도 나를 알아봤을까- 불안한 마음을 안고 현장을 재빠르게 탈출했다.

나는 여전히 왜 내가 이런 역할을 맡아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상한 변종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 평범하진 않더라도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던 거 같은데 '그것'들이 나타난 뒤로, 나타나는 횟수가 늘어 가면 늘어갈수록 나는 점차 망가져 가기 시작했고 내 삶의 톱니바퀴들도 점차 하나씩 하나씩 틀어지기 시작했다.

 

"버블버블!!"

 

기술을 이름을 외치고, 괴수를 가두고, 공격하다가 실패하면 역으로 당하기 일쑤였고 마법소녀의 상태에서 다친 흉터들은 변신이 풀리고 난 뒤에도 남아있었다. 흉터가 깊은 날은 붕대를 검거나 감추기 위해 급급했다.

 

"현화 요즘 많이 다치는 거 같은데."

"괜찮아요. 제가 하는 일이 좀 많이 다치는 일이잖아요."

"그래도-"

"스티브. 저는 정말로 괜찮아요."

 

상처를 우연히 들키게 된다면 스티브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고 난 항상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라며 안심시키기 급급했다. 정말로 과연 나는 괜찮은 걸까? 괜찮았던 것일까? 그런 의문을 가지곤 했다.

 

처음에 분명 마법소녀일 때 나의 일은 그것들을 없애는 일이었고, 경찰이건 군인이건 어벤져스건 그들이 하는 일은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부상자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마법소녀의 탓으로 돌아가기 급급했고 그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나는 점차 피폐해져 갔다. 어쩌다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왜 내가 마법소녀여만 하는데요? 이유가 있으니까 나를 마법소녀로 결정한 거 아니에요."

 

옆에서 마법소녀일 때만 도움을 주는 둥그스름한 물체를 쥐고 흔들면서 소리도 쳐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빛도 없었다. 그것들이 나타날 때만 빛을 내고, 내 대답에만 응해주지만, 지금은 그것들이 없어서 그런 걸 까- 빛은 없었다. 벽에다 그것을 집어 던지며 화풀이를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속 안에 응어리진 것은 전혀 풀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마법소녀의 운명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휘황찬란하지 않다. 분명 휘황찬란했던 거 같은데 어느새 어둠만이 가라앉아있었다. 지금은 어둠만이 보이고 있다.

 

"요즘 변종을 없애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마법소녀'라고 부르던데. 현화도 알고 있었나?"

"네 물론 알고 있었죠. 유명하잖아요. 괴수를 물리치는 마법소녀잖아요."

 

떨리는 손과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애를 썼다. 우려하던 일이 드디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대한 들키지 않기 위해 눈을 피했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척 하기 위해 손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할까. 든든하다는 칭찬을 할까 아니면 비난 섞인 말을 할까. 두려움 반 기대 반 떨리는 마음으로 스티브의 말을 기다렸다.

 

"이런 쪽의 일은 상당히 어렵고, 힘들고, 괴로울 텐데 내색하지 않고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라는 말을 항상 해주고 싶었네."

 

툭- 하고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이 힘없이 쟁반 위로 떨어졌다. 그는, 스티브는 알아주고 있었다. "얼굴이 밝혀지면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야."라는 말을 덧붙인 걸 보면 아마 그때 얼굴을 보지 못했던 거 같아 안심이 들었고, 작은 응원의 한마디가 끈을 놓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열심히 노력했다. 나는 노력했다고 주장하지만, 사람들은 아니었나 보다. 화려해진 기술, 최대한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도움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보았지만, 주변의 시선은 그렇지 않았던걸 지도 모르겠다.

 

'마법소녀 뭐하냐.'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다.' '화려해진 기술, 늘어가는 괴수들, 늘어나는 인명피해' '차라리 내가 마법소녀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가시 돋힌 말들이 내 마음 한구석에 깊게 박혀온다. 계속해서 이 길을 해나가도 괜찮은 걸까. 무늬만 수훈선수인 이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 걸까. 눈물이 계속해서 차오른다. 괜찮다고 스티브가 해주었던 말들을 되새기고 되새겼지만 역시나 나는 어쩔 수 없는 나약한 마법소녀인걸지도 모르겠다.

 

 

"마법소녀가 사라진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괴수들은 계속해서 도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어벤져스도 여기까지 인걸 까요?"

 

저거 쫓아내면 안돼? 신경질적인 토니의 말과 행동으로 옮기려는 몸짓에 말리기 급급했다. 정의를 위하던, 도시를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힘들어도 내색 하나 하지 않던 노력하던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다. 연락도 닿지 않는 그녀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여러분 저기... 마법소녀가 나타-"

 

앵커의 말은 더는 들리지 않았고 커다란 폭음만이 들려왔다. 뿌연 먼지들이 시야를 가렸고 미사일을 쏴대는 듯한 밝은 빛들은 주위의 건물들을 하나씩, 하나씩 없애나가기 시작했다. 공격을 하는 곳으로 의심되는 지점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렇게나 기다리던, 그리워하던던 마법소녀-그녀가 서 있었다. 하지만 평소 입고 있던 남색의 중갑옷이 아닌 검은색 망토를 휘날리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항상 밝은 빛으로 가득하여 보이던 그녀의 눈동자가, 정의감으로 넘쳐나던 그녀의 눈동자 안에는 더는 정의감도, 밝은 빛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더는 우리가 그리워하던, 내가 알고 있던 마법소녀가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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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케이크와 음료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하얀색 접시 위에 올려진 딸기케이크 한 조각, 진한 커피 향이 느껴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린 것을 들고 또각또각 따듯한 햇살이 들어오는 구석진 창가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페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약속시각까지 대략 30분 정도 남아있었다. 아직 뜨거운 커피 잔을 들고 작은 한 모금을 마시자 씁쓰름한 커피 향이 입안에 퍼진다. 잔을 내려놓고 포크를 집어 들어 딸기케이크를 작게 한 조각 잘라낸 뒤 입안으로 향하자 달달한 생크림과 딸기 맛이 전체를 감돌고 있었다.

 

"늦게 오면 후회할 텐데-"

 

평소에 먹는 양보다 조금씩, 먹어 해치우는 시간보다 조금씩 늘리면서 느긋하게 창가를 바라보며 한입씩, 한입씩 먹고 있었다. 내 님은 언제 오시려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늦게 오면 후회할 텐데- 라는 작은 말들을 중얼거리면서 먹어가다 보는 어느새 하얀색 접시 위에는 작게 남은 딸기케이크 조각과 달달한 생크림들의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오늘도 늦으려나?"

 

약속시각까지 남은 시간은 5분. 남은 케이크 조각을 포크로 찔러 앙- 한입에 다 먹었다. 아메리카노도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고, 5분이 지나자마자 바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그때 허겁지겁 달려오는 긴토키의 모습이 창밖으로 비쳤다. 나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터져 나온다. 그것 봐- 내가 분명 약속 잡기 전에 늦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오늘 또 늦었네. 금방 들어올 것이 눈에 보였기에 탁자 위에 올려진 접시와 컵을 치운 뒤, 입구로 걸어가자 가쁜 숨을 내쉬며 긴토키가 들어왔다.

 

"헉- 헉- 타카라, 나 많이 늦었냐?"

"아니. 제시간 맞춰왔어. 어떻게 할래. 여기서 숨 좀 돌리고 갈래?"

"아니. 걷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어서 나가자."

 

자연스럽게 끼워지는 팔짱을 끼고 카페를 나섰다. "너 딸기케이크 먹었냐?" "그럼 어떡해. 긴토키가 늦었잖아." "그래. 뭐- 나중에 같이 먹자." 라는 작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늘진 거리를 같이 오붓하게 걸어갔다. 다음에는 좋아하는 딸기 우유랑 같이 달달한 디저트들도 같이 사 들고 한 번 놀러 가야겠다. 카구라랑 신파치도 좋아하는 걸로.

 

"뭘 그렇게 생각해?"

"아니야. 어서 가자. 늦었다며."

 

긴토키의 팔을 잡아끌었다. 살짝 휘청거리는듯했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내 끌림에 같이 발을 맞추어 걸어가는 우리 둘이었다. 나중에 사갈 디저트들을 생각하면서 먹고 싶은 케이크나 파이, 마카롱 같은 게 없느냐고 물어보면서 대화를 이어나가자 처음에는 뭐 그런걸 사오려고 하냐며 거절했지만 계속되는 질문에 포기했는지 먹고 싶어 했던 디저트들을 줄줄이 내뱉는 긴토키였다. 딸기케이크부터 시작해 딸기파이, 딸기마카롱, 딸기빙수 등 죄다 딸기가 들어간 것밖에 없었다.

 

"딸기 못 먹어 죽은 귀신 붙은 것도 아니고 먹고 싶은 거에 죄다 딸기가 들어가 있어?"

"딸기가 들어간 거면 다 좋아. 아니면 네가 사다 주는 다른 것들도 좋고."

 

능글맞게 웃으며 얼굴을 들이밀자 "얼굴 치워." 단호한 말을 내뱉으며 얼굴을 밀어내고 한 발짝 먼저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화끈거리는 얼굴. 가끔 이유 없이 얼굴을 들이밀며 웃어 보일 때는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같이 가. 길 잃어버리지 말고." 어느새 다가온 긴토키는 다시 팔짱을 끼면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가! 라고 외쳐도 멈추지 않던 걸음은 결국 발을 삐끗하면서 내가 넘어지는 바람에 멈추게 되었다.

 

"괜찮아?"

"괜찮으면 다치지도 않았겠지."

 

결국 무릎이 까져 피를 보게 되었다. 그러게 내가 멈추자 했을 때 멈췄으면 좋았잖아. 통증이 가시지 않아 울먹거리는 말투에 사과하는 긴토키였다. 두리번거리다 벤치 하나를 발견하고는 "꽉 잡아."라는 말과 동시에 나를 번쩍- 들어앉고는 벤치로 걸음을 옮겼다.

 

"뭐야. 왜? 나 걸을 수 있어."

"나 때문에 다친 거잖아. 기다려. 금방 올 테니까."

 

금방 온다는 말을 뒤로하고는 어디론가 뛰어가 버린 긴토키였다. 붙잡아 보려 했지만 이미 빠르게 뛰어가 없어져 버린 긴토키였기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친 상처 부위에서는 더는 피가 나지 않았고 작게 남아있던 통증도 가신 지 오래였다. 언제 돌아오는 거야- 멀쩡해진 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때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어디 다녀왔기에 인제야 돌아오는 거야?"

"약국. 상처는 치료해야 될 거 아니냐."

 

한손에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산 약품이 들어있는 약국 봉투. 그리고 다른 손에는 손잡이가 있는 작은 컵에 담겨있는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 그 위를 장식하고 있는 초콜릿 시럽과 각종 과자류가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똑같은 상표가 그려진 다른 컵에는 초콜릿 시럽이 아닌 딸기 시럽이 뿌려져 있고 똑같은 과자 토핑이 되어있는 아이스크림이 담겨있었다. 우와- 상처는 뒷전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영상이었다. 요 주변에서 그렇게나 인기라고, 먹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러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요 며칠 전부터 광고할 때마다 먹어보고 싶다고 계속 노래 불렀잖아. 약 사러 갔을 때 팔고 있기에 사왔지."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긴토키였다. 분명 직접 가서 사온 거다. 가게 근처에 약국이 있어서 약국을 우연히 들린 거고 분명 아이스크림 가게로 먼저 간 게 분명하다- 직감이 외치고 있었다. 어떻게는 사과를 하고 싶어서 다녀왔을 모습에 작은 미소가 새어나온다.

 

"고마워. 먹고 싶었던 건데 잘 먹을게."

"그래. 꽤 인기 있더라고? 이 긴상이 줄 서서 사온 거니까 맛있게 먹고 화 풀어라."

"네네- 내 취향 잘 알고 있네? 과자나, 시럽이나."

"당연하지 누구 여자 친구인데 취향 하나쯤은 잘 알고 있어야 하잖아?"

 

오랜만에 기특한 소리 하네- 자연스럽게 뻗어 간 손은 긴토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오랜만은 무슨- 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듯 하더니 이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먹어. 아이스크림 녹겠다." 아이스크림이 담긴 컵과 한 세트인 것처럼 구름장식이 되어있는 숟가락을 집어 들어 아이스크림을 커다랗게 한 숟가락을 뜬 뒤 앙- 한입 먹어보았다. 시원한 맛이 처음에 퍼지면서 이내 달달한 초콜릿 시럽 향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와작, 와작. 씹히는 과자의 맛도 제일 좋아하는 과자이다.

 

"맛있어!"

"그렇지? 좋아할 줄 알았어."

 

맛있다는 한마디에 방긋 웃어 보이고는 뒤늦게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하는 긴토키였다. 먹고 싶어 했던 아이스크림의 맛은 기다리면서 혼자 먹었던 딸기케이크의 달곰함보다, 더욱더 배가되어 달콤하게 느껴졌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드림 합작 : http://sgy950.wixsite.com/apocal

창작 아포칼립스 / 식물 아포칼립스 : https://goo.gl/mYGqjT

↑창작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셔도 상관 없습니다

 

 

 

 

아- 공격해오는 식물들의 줄기를 최대한 피한다고 피했지만 뿌리에 걸려 그대로 넘어지면서 붙잡히고 말았다. 멀쩡한 자세로 붙잡힌 게 아닌 거꾸로 매달린 자세였기에 피가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스트레스가 극치에 다다랐다. 아등바등 어떻게든 벗어날려 했지만 이미 변질되어 버린 식물들의 힘은 멀쩡한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 이거 풀라고!! 누구 없어요?!”

 

울창한 숲이 되어버린 도시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러댔지만 적막만이 흘렀다. 그래, 사람 한명 안 보이는 이 도시에 내가 무엇을 바란 걸까. 상반신을 간신히 일으켜 허리에 달려있던 칼을 집어든 뒤 발목을 감싸고 있는 줄기를 끊어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내가 벗어날려는 걸 알아차렸다는 듯이 다른 줄기들이 나타나 더욱더 세게 내 발목을 감쌌고 이내 팔도 감싸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등바등 대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 때마다 나에게 가해져오는 압력은 더욱더 세져만 갔다.

 

“이 망할 식물들이 진짜-”

 

결국 힘을 이기지 못하고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 이 도시는 절대로 가지 말라던 사람들 말 들을걸- 후회가 될 쯤 멀리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려왔고 내 발목과 팔을 압박하던 줄기들이 끊기면서 그대로 땅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다행스럽게도 수북하게 쌓인 나뭇잎 위로 떨어져 심한 부상은 피했지만 그 충격 때문인지 머리가 어질어질해 도망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어서 가자.”

 

처음 들어보는 남자의 목소리. 아마 나를 구해준 사람인 듯했다. 내 손목을 잡고 이끄는 대로 달렸고 식물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에 도착하자 깊은 숨을 내쉬면서 손을 놓는 그 사람이었다.

 

“이봐 무슨 근자감으로 식물한테 덤빈 거야?”

“덤빈 거 아니에요. 식물에 대해 알려면 표본이 필요해서 얻으려고 건거에요.”

“그걸 보고 덤빈 거라고 하는 거야 요 녀석아.”

 

바닥에 아무렇게 앉아 복슬복슬해 보이는 머리카락 사이에 꽂힌 머리카락들을 뽑아내며 말을 하는 그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반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결과를 알고 있는 말싸움은 하고 싶지 않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너도 ‘그 쪽’이야?”

“아까 식물 표본 얻으려고 했다는 거들었잖아요.”

“흐응- 그렇구나. 이 도시에 아까처럼 먹을 거 저장하듯 거꾸로 매달아 놓는 식물도 있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식물들도 많다는데 못 들었어?”

 

읏챠- 앉아있던 몸을 간신히 일으켜 우두둑-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을 틀어대는 그를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서 이 도시에 살고 있던 사람들도 전부다 몰살당한 거고.” 조용히 읊조리는 그를 놀란 토끼눈이 되어 바라보다 방금 건 못들은 거로 하라며 손을 저어대고 있었다.

이 도시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도, 몇 번이나 이곳에서 잠을 청했을 때에도 사람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일정하지 않은 모양으로 불게 물든 나뭇잎들을 보았을 때 이것도 변이의 일종인가- 싶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것이 전혀 아니었다. 이 숲 곳곳에 묻어있는 붉은 것들은 사람의 피였고 그것은 식물에 의한 사망이라는 결론만이 내려졌다.

 

“그럼 서로 조심히 갈길 가자고. 너도 어서 이 도시-숲을 벗어나는 게 좋을 거야.”

“잠깐만요. ‘이 쪽’의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 당신을 오늘 처음 봐요.”

 

그래? 라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상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사카타 긴토키야. 다음에 만날 수 있으면 그 때 보자.”라며 도시의 출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그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다 그 모습조차 안보이게 된 후 한참 뒤에 아무도 듣지 않는 이곳에서 조용히 내 이름을 내뱉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표본을 채집했지만 변이된 식물의 공통점은 전혀 찾지 못했다. 표본을 채집한답시고 접근했다 공격을 당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역시 이것들에 대해 알려면 근원지부터 찾아야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곳을 찾지 못했기에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는듯했다.

 

“거기 누구 없어요?!”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 난 이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재빠르게 소리의 근원지로 달려가자 그곳에는 저번에 보았던 그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서로의 상황이 뒤바뀐 거 같지만 저번과 같았다. 원거리 무기가 없는 지금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끊어내는 방법밖에 없었기에 조용히 그의 근처로 다가갔고 나를 발견한 그는 놀랐는지 “어라? 어?” 라는 말만 연신 내뱉고 있었다.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나무줄기를 끊어내자 드디어 정신을 가다듬었는지 정상적인 말을 내뱉었다.

 

“너는 그때 내가 구해준 애?”

“구해준 애라뇨 이래보아도 정상적인 타카라라는 이름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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