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둘 : 너의 곁에서 잠들게 해줘

드림 전력 주제 : 너의 곁에서 잠들게 해줘



요즘들어 불안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 앞에서 환각이 보이고 주위에서는 그때 그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들리고 있다. 계속해서 불러대는 목소리들을 떨쳐내기 위해 아니야 너희들은 이미 이세상 사람들이 아니야 라며 계속해서 세뇌를 해보기도 한다. 특히 더욱 심각한건 목에 드는 기분나쁜 느낌 그 느낌이 싫어 계속해서 목을 긁다가 상처가 나고 피가 나고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기도 한다. 그런 행동들을 내가 인지 하고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무의식중에 그런 행동들을 한다는게 더욱 큰 문제다.


"현화! 목에 상처!"


아 또 무의식중에 행동을 했나보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손톱에는 작은 살점들이 껴있고 피가 묻어 있었다.  나와 시선을 맞추고는 불안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스티브가 있었다. 결국 나를 안아들고 의무실로 향하고는 손에 붕대를 들고 "느낌이 싫어도 참아. 치료를 위해서라도." 라며 내 목에 난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고 손에 묻은 피와 살점들을 깨끗하게 정리해주었다.


"평소에 안하던 행동들을 하고... 무슨일 있는건가."

"모르겠어요. 요즘들어 잠도 못자고 무의식중에 이런 행동들이 계속 나오더라고요."


멋쩍게 웃어보이며 질문에 대답을 했다. 다시 또 무의식중에 손이 올라갈려고 했는지 내 손을 꽉 잡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불면증 때문인걸수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푹 자고 있어."


침대에 뉘어주고는 잘 자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의무실을 나갈려는 스티브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잠을 청할려는 순간 다시 환청이 들리고 환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환각과 환청이 보기 싫어 침대에서 벗어나 나갈려는 스티브의 옷깃을 잡았다.


"같이 자줘요. 무서워요."

"무슨..."


무슨 일이길래 라고 질문을 할려 했던거 같았다. 하지만 옷깃을 잡고 있는 내 손이 떨리는걸 보았는지 얼굴을 굳히고 나와 시선을 맞추며 내 손을 꽉 잡아 주었다.


"환각이 보이고 환청이 들려요. 무시를 할려고 해도 무시가 되지 않아요. 점점 목소리가 선명해져요."


말을 듣고는 등을 토닥여 주며 괜찮아 괜찮아라며 토닥여 주었다. 괜찮다는 말에 환청과 환각이 점점 멀어져 간다. 스티브의 옆에 누워 잠을 청하기 시작하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되었다.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이 든거 같았다. 자고 일어나고 집까지 배웅을 해주면서 "만약 계속 그런다면 찾아와도 괜찮네. 옆에서 잠들어도 괜찮네."라며 한번 토닥여 주고는 돌아갔다.


악몽에 시달리고 그런 행동들이 반복될때마다 언제나 늘 그랬듯이 당신이 나타나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당신의 옆에서 잠들게 해줘.

이하나 : 첫눈

드림 전력 주제 : 첫눈



"이어서 오늘의 날씨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던 첫눈이 내리는데요.
좋아하는 연인과 첫눈을 기다리는건 어떨까요?"


텔레비전에서 들려오는 첫눈소식. 아- 부쩍 춥게 느껴지더니 벌써 눈 내리는 날씨가 다가왔구나 싶었다. 매년 혼자서 겨울을 보냈고 첫눈도 혼자서 봐왔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다시한번 옷무새를 단정히 하고 머리를 정리한 뒤 집을 나서 약속장소를 향해 걸어가본다.


"미안하네. 일때문에 오늘 약속 못지킬거 같네."
"괜찮아요. 다음번에 만나면 되죠."


스티브와의 통화를 마쳤다.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가방에 쑤셔넣었다. 일때문에 못만나는게 한두번이어야 말이지. 오늘 만나기로 한것과 더불어 첫눈이 내린다고 해서 일부러 예쁘게 차려입었지만 갑자기 울린 전화벨과 같이 따라온 소식은 준비한것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아아- 주변사람들은 다 바쁘고 그렇다고 당일치기로 한국으로 돌아갈수도 없는 터였다.
결국 같이 보기로한 영화를 혼자보고 같이 가기로 한 식당을 혼자가 밥을 먹었다. 평소에도 혼자서 잘 해왔으니까 이거 하나쯤은 별거 아니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슴 한쪽 구석이 시리게 느껴졌다.


"이제 슬슬 돌아가볼까."


차려입은 옷이 아까워 혼자 돌아다니다 보니 해가 뉘엿뉘엿 저벼렸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리고 아침까지만 괜찮던 날씨가 무척이나 춥게 느껴졌다. 핸드폰 시간을 보니 저녁 8시, 얼마 안있으면 거리의 불들이 하나둘씩 꺼질 시간이다. 일어설려는 찰나 내 앞에 누군가가 서있고 고개를 들어보니 뛰어왔는지 가쁘게 숨을 내쉬고 있는 스티브가 서 있었다.


"스티브?"
"미안하네. 어떻게든 빨리 끝내볼려고 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려서."


이쪽 전개는 전혀 예상 못했는데. 평소에 일의 분량을 잘 알기에 오늘도 포기하고 돌아갈려고 했던찰나 스티브가 찾아와 주었다. 일을 어떻게든지 빨리 끝내볼려고 노력하는 스티브의 모습이 그려져 나도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고마워요. 어떻게든 약속을 지킬려고 노력해줘서.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으면... 손이 얼음같아요."


빨개진 손을 양손으로 꾹- 잡았다. 살짝 움찔하는듯 하더니 이내 다른 한쪽 손을 내 손등위로 올려 내 손을 잡았다.
둘이 손을 잡고 서 있을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와아-"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위를 올려다보니 조금씩 하얀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쩌면 약속을 지켰다며 내리는 선물일지도."


스티브의 그말을 들으니 정말로 그렇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이 생겼으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듯이 내리는것처럼 느껴졌다.
조금씩 거리에는 하얀눈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공기는 아직도 차갑게 느껴지지만 조금전부터 맞잡고 있던 차가웠던 손은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마치 기분좋은 첫눈처럼.

이영 : 인연 혹은 우연

드림 전력 주제 :: 인연 혹은 우연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바로 뉴욕에 계시다는 할아버지를 찾아갔었다. 일이 바쁘셔서 못 오신 할아버지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드리고 나중에 괜찮다면 정리가 되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이곳에 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고 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이쪽으로 오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곳을 떠났다. 좀 더 이야기하고 싶긴 했는데 아직도 많이 바쁘신 거 같아 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건물을 나왔을 때에는 비가 이미 내리고 있었다. 아- 할아버지께 다시 돌아가 우산 빌려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쁜 사람을 다시 찾아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가방을 버려 위에 올리고 빠르게 묶고 있는 호텔을 향해 뛰어갔다. 그렇게 뛰어가다가 누군가랑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하필 넘어지는 방향에 물웅덩이가 있어 옷이 다 젖어버리고 말았다.


"아... 이런."

"미안해요. 저 때문에-"


내 앞에서 손을 내미는 사람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모처럼 입고 온 교복이 다 젖어버리고 말았다. 그 사람도 내가 입고 있는 것이 교복-이곳의 학교는 다 사복을 입고 다니니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괜찮아요. 요 앞에 호텔에서 묶고 있거든요. 금방이에요."

"그래도... 아 요 앞에 옷가게가 있는데 잠시만요."


내 손을 잡고 가는 그 사람의 따라가니 커다란 의류판매장이 있었고 그 안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설명하는듯하더니 간단한 옷 한 벌을 사더니 내 손에 들려주고는 호텔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렇게 안 해주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저 때문에 이렇게 되셨는데 당연한걸요."

"그럼 나중에 다시 만난다면 사례라도 해드리게 이름이라도 알려주세요."

"스티브, 스티브입니다."


그렇게 이름을 알려주고 떠난 그 사람은 내가 성인이 되어 다시 그곳에 가서 살기 전까지,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머릿속에서 잊혔다.


그렇게 우연히 만났던 그 사람은 지금


"그러고 보니 예전에 비 오는 날 만났던 사람이 있는데..."

"부딪혀서 넘어졌다던?"

"응. 그래서 미안해서 옷 한벌 사줬는데-"

"그 옷 아직도 있어요."

"뭐라고?"

"스티브 당신이 그때 사준 옷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요. 지금은 작아서 안 들어가지만."

일구 : 수호자

드림 전력 주제 : 또 다른 세계


모험가 스티브 X 드레곤을 수호하는 자 현화


시끌벅적한 술집 안, 웃고 떠드는 소리는 괜찮아도 서로 목소리를 키워가며 말다툼하는 소리만큼은 정말로 듣기 싫다. 온다던 사람은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들어왔을 때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돌아가는 게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잡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턱- 하고 내 어깨에 누군가 손을 올렸고 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그렇게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토니."

"하하,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풀어해친 옷을 정리하며 내 맞은편 자리에 앉는 토니였다. 내가 한소리 하려는 걸 빨리 막으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듣기 싫어서 딴짓을 하는 것인지 재빨리 주문하고 무언가를 꺼내 들어 내 앞에 내려놓았다. 내 앞에 놓인 것은 무언가의 이빨이 달려있고, 검은색 가죽끈으로 길게 연결된 목걸이였다.


"이게 뭔가."

"보면 몰라? 목걸이잖아. 그리고 이 목걸이를 가지고 온건 나타샤랑 바튼이야.


실은 두 사람이 요 며칠 전에 저쪽 산에 지령이 있어서 갔는데 그 지령이 동굴 안을 조사하는 거였더라고.

그래서 동굴 안을 조사하다가 깊숙이 들어갔는데 거기에 한 소녀가 있었다고 말해주더라고."

"그래서 이 목걸이랑 무슨 연관이 있다고..."

"실은 그 산이 드레곤- 이 있다고 유명하다고 하잖아. 드레곤은 안보이고 그 소녀만 보였다고 말하더라. 그리고 거기서 가져온 것이 이 목걸이. 아마 그 소녀의 것 같다고 하던데..."


뜸을 들이며 눈빛이 마치 '알지?'라고 말을 하는듯한 눈빛이었다. 그 지령을 받고 갔다 온 두 사람에게 부탁하면 될 것을 왜 나한테 부탁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이 목걸이를 돌려놓고 오라는 건가?"

"잘 알고 있네. 그 두 사람은 다른 지령 때문에 바쁘고 알고 있지 않나. 나는 가봤자 중간까지 밖에 못 가고 돌아온다는 거. 그럼-"


나한테 떠맡기듯이 넘기고는 부탁하네- 라는 말만 남기고는 재빨리 술집을 나가버리는 토니였다. 어영부영 어쩔 수 없이 그 산에 있는 동굴을 찾아가 그 소녀에게 목걸이를 전해주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


필요한 짐을 챙기고 산을 오른 지 한참이 지난듯했다. 손에 쥐어진 목걸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분명 산을 오르다 보면 동굴과 이어진 길이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올라가도 그 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 부자연스럽게 우거진 풀숲이 보였고 가까이 다가가자 아마 그 동굴로 이어지는 듯한 길이 보였다.

그 길을 따라가니 들은 데로 커다란 동굴이 있었다. 이 정도의 크기이면 멀리서도 보일 거 같은데- 터벅터벅- 동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둡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계속해서 걷다가 푸른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빛을 향해 달려갔고 이내 그 근처에 있는 바위 뒤로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인간들은 어떻게 됐지."

"도망갔어요. 아마 이곳에 저가 있는지 전혀 몰랐을 거에요."

"당연히 그렇겠지. 신관이라고 부르는 녀석들이 강제로 이렇게 세워 놓은 거니까. 그러고 보니 네가 이곳에 온 지도 꽤 시간이 흘렀군."

"5년이나 흘렀죠."


살짝 고개를 내밀어 보니 푸른색과 남색이 오묘하게 섞여 있는 드레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아마 보았다고 하는 소녀로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그 소녀는 갈색 머리에 허리까지 오는 길이, 하얀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건 무슨 소리일까.


"그럼 난 이만 다시 가봐야겠군."

"벌써 가시는 거에요?"

"다른 손님이 찾아왔거든."


그 말을 끝으로 그 드레곤은 다른 곳으로 가 버렸고 소녀는 입구, 내가 있는 쪽으로 돌아보았다. 이런- 꼼짝없이 들키고 말았데. 몸을 일으켜 바위 뒤에서 나와 소녀 앞까지 걸어갔다. 등 뒤만 보았지만 이렇게 앞에 서서 보니 소녀의 눈동자, 회색빛이 도는 그 눈동자가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여려 보였다.


"누구시죠. 저번에 온 두 사람 중에 아닌 거 같은데."

"이 목걸이. 그 두 사람이 가져왔다고 해서 돌려주려고."


목걸이를 건네자 말자 소녀는 급하게 손을 뻗어 가져간 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목에 걸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경계하던 눈빛이 이내 사그라졌다.


"두 사람을 대신해서 가져다주시러 오신 건가요?"

"응. 내 친구들이기도 했고 어쩌다 보니 부탁받아서. 그나저나 너는 누군데 여기 있는 거지?"


내 물음에 잠시 멈칫하고, 고민하는듯하더니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입을 열어 말해 주었다.


"신관들이란 사람들이 드레곤을 수호할 여자아이들을 뽑아가요. 나이는 10살의 여자아이. 뽑히면 무조건 '드레곤을 수호하는 자'라는 명목하에 10년 동안 이 동굴 안에 있어요. 이곳에는 먹을 거, 마실 거는 전부 다 구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1년마다 저 동굴 입구에 생필품, 옷 등이 늘 항상 올라와요.

부모와의 소식은 무조건 단절이 돼요.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누가 뽑혔는지 아무도 모르고요. 이곳에 있으면서 뽑힌 여자아이들이 어떻게 되는지도 아무도 몰라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는 그 소녀의 표정이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슬펐을까.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것도 전혀 몰랐다. 아마 그 두 녀석이 받은 지령도 신관들, 그리고 이 소녀와도 연관되어 있는 거겠지.


"찾아줄게."

"누구를요?"

"너희 부모님. 찾아서 편지를 가져다줄게. 그리고 종종 이곳에 찾아올께."


도와주고 싶었고 돌봐주고 싶었다. 이 소녀를.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래. 일단 부모님을 찾으려면 너의 이름을 알아야 될 텐데."

"드레곤이 부르기 편하라고 현이라고 불렸어요. 그리고 정확한 이름은 '현화'에요."

"그래 현화. 난 스티브. 그럼 일주일 뒤에 다시 찾아올께."


현화, 난 너를 도와주고 싶어. 이곳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고 싶어.

일팔 : 순간의 감정

글 드림 전력 주제 : 순간의 감정


아주 사소한 걸로 시작된 다툼이었다. 그리고 그 다툼은 점점 커져 네가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행방을 감추게 된 계기가 되었다. 네가 안 보이게 되고 며칠이 지나서 네가 살던 곳의 집의 문을 두드렸지만, 응답이 없었고 이웃의 이야기로는 한동안 오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만 해주었다.

너와 소중하게 지낸 친구를 찾아가 네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없어지기 전날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고 한동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말을 했다. 그럼 어디로 갔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걸 물어볼 용기가 있기는 해? 처음 싸우기 시작해 커지기 전에 말릴 생각을 했어야지."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아직도 못 찾았어요?"

"응. 연락도 되지 않아. 어디로 가버린 걸까-"


온종일 너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휴대전화를 만지작만지작 거렸고,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하던 주변의 반응들은 점점 가라앉았고 외로움과 공허함이 뒤섞여 있던 내 감정도 점점 가라앉았고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수련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임무를 수행하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너에 대한 걱정도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보내면서 며칠이 지난 후 너의 친구에게서 연락되었다.


"현화와 연락이 되었어요."

"아. 그래?"

"반응이 왜 그래요?"

"뭐가 그렇다는 거지?"

"그게 요 며칠 동안 걱정하던 사람의 태도에요? 벌써 아무렇지 않게 잊은 듯이 말을 하잖아요. 주변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대해도 스티브 당신만큼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 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순간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온종일 걱정만 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해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들었던 외로움과 공허함이 순간적인 감정이었다는 것에 대해 나 자신을 정말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야. 정현화, 너 생각이 맞았네. 할 말은 다 했으니 이만 끊을게요. 생각이 정리되면 다시 전화해요."


다시 부르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고, 손에서 잡고 있던 전화기를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난 정말로 너를 중요하게 여겼던 게 맞을까? 이 순간적인 감정 하나로 아무렇지 너를 지워버렸으니 너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던 걸까?

일칠 : 내가 널 볼 수 있을까?

샹그릴라 : 내가 널 볼 수 있을까?



종종 하는 말 중에서 필요없는 고집은 부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 고집을 부려서 나에게 득이 되면 좋은 고집이지만 해가 되는 고집이면 부리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그 고집이 득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겪기 전에는 보통 모른다. 겪고 나서 해가 되면 아아- 역시 조심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 가봤자 별로 도움이 잘은 안 되지만 꼭 가겠다며 우긴 내 고집 때문에 해를 입었다. 적들에게서 도망친다며 이리저리 몸부림을 치다가 나를 잡고 있던 녀석들을 무찔렀지만 달려오는 다른 녀석을 보지 못했고 스티브가 부르는 나의 이름이 들려오고 엄청난 고통과 함께 의식을 잃고 말았다.


"시력이 돌아오려면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아니면 영영 못 돌아올 수도 있고요."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앞이 뿌예져 분간이 가지 않았다. 멍해져 있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으며 조가 있는듯한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형태도 알아볼 수 없지만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있었다.


"회복이 될 수 있는 확률은 극소수에요. 이 상태만 유지가 돼도 정말 다행이에요."

"그러면-"

"더 악화가 되어 전혀 안 보이게 될 수도 있단 이야기죠."


그럼 이만- 이라는 조의 말이 멀어져 갔고 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필요없는 고집을 부리는 건 아니라고 했는데... 그 상황을 정말 후회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만 안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고 주변인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불 위에 올려놓은 손을 누군가 위로 얹어 살며시 잡았다. 그 손이 온 곳을 보았다. 얼굴을 전혀 못 알아 보겠다. 하지만 손의 크기나 느낌상으로는 대충 누군지 짐작이 간다. 아까 들려왔던 목소리로도 이미 충분히 짐작이 가고 있었다.


"스티브."

"현화, 괜찮을 거야."

"아니에요. 저 때문에 임무에서도 차질이 생겼을 거잖아요."


그 일은 좋게 끝났어- 괜찮다며 나를 토닥여 주었지만, 마음만큼은 편안해지지 않았다. 내가 그곳에 가서 일에 차질을 가게 만 듯 것도 있지만 이렇게 다쳐버린 나 자신도 정말 한심했고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입혀버린 것 때문에 계속 불편했다. 그리고 아까 조의 말대로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영영 앞이 안 보이게 된다면 어떡해요? 호전되지 않고 안 보이게 된다면 주변인들에게 폐만 끼치게 되는 거잖아요."

"현화 괜찮아 질 거야."

"아니에요. 이 상태로 간다면... 앞을 다시 볼 수 있게 될까요? 스티브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그것이 제일 무서워요. 소중한 사람을 만약 다시 못 보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결국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기에 생활하는 것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일 소중한 사람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공포감이 몰려온걸 지도 모르겠다, 다시 볼 수 있을까?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계속 울자 내 손을 잡고 있던 스티브의 손이 더 세게 잡는다.


"괜찮아.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면 내가 옆에서 계속 도와줄 거고,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걱정 말게. 언제까지나 옆에 있을 것이니."


몸이 기울더니 이내 품 안으로 안긴듯했다. 괜찮으니 진정하라는 듯이 내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울음이 조금씩 멈춰가고 진정이 되어갔다. 스티브의 옷깃을 꽉 잡았다. 괜찮아- 괜찮아- 말을 계속 들으니 조금씩 평온해지기 시작했고 내가 진정되자 품 안에서 벗어났고 아직 마르지 못한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 볼 수 없을까 걱정되었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육 : 오랜만이야

드림 전력 주제 : 오랜만이야



어렸을 때 내가 그것이 보이기 시작한 후에 할머니가 늘 항상 말씀하셨다. 그것들이 보인다는 것은 도움이 필요하다던가, 아니면 아직 이곳에 미련이 있다던가. 아니면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할머니 말이 맞듯이 이곳에 미련이 남아있는 자들을 만났었고 필요로 하는 자들을 만났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주기 위해 남아있는 자들은 잘 보지 못하였다. 그렇게 그 존재들을 보면서 자라났고 이곳으로 오면서 머릿속에서 그 말이 점점 잊혀만 갔다.


그리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나갔던 스티브를 늘 항상 기다리던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위험한 산전수전은 다 겪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임무 도중 공격을 받고 사망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나에게 돌아온 것은 헬멧과 방패뿐이었다. 그렇게 그걸 껴안고 몇 날 며칠을 울었던 거 같았다.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에는 이미 장례식을 다 치르고 정리가 되어가던 상황이었다.


"스티브..."


그렇게 보내고 며칠이 지났다. 생각도 정리할 겸 한동안 집에서 쉬다 오겠다는 말을 전하자 알겠다며 푹 쉬다 오라는 답장을 받았다. 문자를 확인하고 가방 안에다가 쑤셔 넣은 뒤 앞에 있는 묘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스티브 로저스라고 쓰여있는 그의 이름만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곳에 있는 묘지에는 비석 위에 앉아있는 그것들이 보였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비석에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아아- 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거지. 다음에 다시 찾아올게- 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려는 순간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어...?"

"오랜만이야."


흐릿한 형체, 임무 나갈 때 입고 있던 정장 알 수 있었다. 그것의 형태였지만 분명한 스티브였다. 이제 울지 않기로 맹세했지만 지어 보이던 웃음을 보이는 스티브를 보자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그 상태로 발걸음을 돌려 스티브에게 달려갔다. 보통 통과되기 마련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대로 품 안에 안겨 꽉 껴안았다. 이상하게 살아있을 때 느껴졌던 체온이 그대로 느껴졌다.


"오랜만이에요. 정말로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었어요." 

"이곳으로 찾아오는데 정말로 오래 걸렸다네. 이 말은 꼭 하고 가야 될 거 같아서. 다녀왔다네, 현화."

일오 : 꾀병

글 드림 전력 : 꾀병



오전이 지나고 오후가 다되어 가도록 이상하게 보이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어디 아픈 건가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불안해하고 있을 즘 문자가 왔다는 알람이 울렸다. 휴대전화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보자 온 문자는


[스티브 나 아파요. 늦게 문자 줘서 미안해요.]


평소 아파도 나와서 책상에라도 엎드려 있었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나타나지도 않았고 이런 짤막한 문자를 보내오자 정말로 심각하게 아픈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은 후 혼자 지내기에 약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약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


"현화, 나일세."


문 앞에서 노크하고 기다려도 대답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걱정이 되어 문고리를 열려는 찰나 문이 열렸고 안으로 들어가자 두리번거리다 침실 안에서 침대 위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는 현화가 보였다. 침대 옆으로 다가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평소와 다른 행동이여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냥 가만히 옆에 앉아만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파서 걱정됐다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많이 아픈 것인지 등만 계속 보인 채 이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간단한 먹거리라도 만들어주는 게 좋을 거 같아 약봉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서 "약 사왔으니 먹게나." 말을 해주고 부엌으로 갈려는 찰라 이쪽으로 돌아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티브. 실은 나 아픈 거 아니에요. 그냥 오늘따라 나가는 게 싫었어요."


목소리가 들려오고 뒤를 돌아보자 눈이 이미 새빨개진 체 퉁퉁 부어 있었고 입술은 갈라져 있었다. 현 화도 자기 자신의 얼굴 상태를 아는 것인지 다시 재빠르게 이불을 뒤집어썼다. 우는 적을 본 적이 없기에 더욱이 걱정되었다. 무슨 일이냐 다시 침대 옆으로 다가가 흔들어 보았다. 하지만 이불을 꽉 쥐고 누워있기만 했다. 도저히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이불 틈에서 손을 쭉 뻗고는 내 옷깃을 잡았다.


"꾀병이지만... 오늘 하루만 옆에 있어 주세요."

일사 : 당신은 모르실거야

샹그릴라 : 이름을 불러주세요. 나 거기 서있을게요. // 핑클 당신은 모르실거야



당신이 얼음 속에 있으면서 꽤 긴 시기를 견뎌왔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시기를 거치면서 과거에 같이 일을 해왔던 동료는 죽거나, 늙어 죽음을 맞이하고 있거나, 아니면 다른 경우의 루트를 탔다거나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현재의 동료를 만나고 적응을 했다 하더라도 아직 적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은 그 동료도 같은 길을 걷거나 각자의 길로 이미 돌아갔다.


"스티브 오늘은 어때요?"

"아주 좋아. 그럼 조금 이따가 보자."

"그래요. 오늘도 열심히 해요."


늘 항상 각자 일을 하러 가기 전에 안부를 물었는데 오늘은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걸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무언가 기분 상태가 한 단계 내려가 있는듯한 기분이었다. 뭐지? 왜 오늘따라 기분이 한 단계 낮아 보이는 걸까- 주변을 서성이다 쉬고 있을 뜸 해서 이온음료를 양손에 한 캔씩 들고 찾아가 옆에 털썩 앉고 음료수 한 캔을 건넸다. 고마워- 짧은 인사였지만 그 인사에서도 한 톤이 낮아져 있다는 게 느껴졌다.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걸까-


"스티브 오늘 기분 안 좋아요?"

"기분이 안 좋다니?"

"그냥 평소 말하는 투보다 한 단계 낮아져 있는 거 같아서요."


아- 하고 짧게 웃어 보였다. 역시 무언가가 있었구나. 이미 비어버린 캔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다 말하기를 결심을 한 것인지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더니 저 먼 곳을 응시하며 이유를 말해주었다.


"다른 동료도 각자의 길을 걷고 있고. 현화 너도 언젠가는 너의 일을 위해 돌아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네. 일을 위해 이곳을 떠날 수도 있는 거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고."


이곳으로 오면서 이미 이곳에서 살기로 했었고 특별한 이유가 아닌 이상 돌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이미 누군가가 다시 선수생활을 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으면 정중히 거절할 것이다. 내가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아마 불안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거겠지. 조용히 미소가 지어졌다. "하하- 내가 괜히 말했나-" 라며 뻘쭘해하는 스티브에게 웃어 보이며 괜찮다는 말을 해주었다. 내 말을 듣고 살짝 놀랐는지 내 쪽을 바라보았다.


"저는 안 떠나요. 이미 이곳으로 오면서 계속 있기로 결심했는걸요. 저는 이곳에 서 있을 거에요. 그냥 스티브가 평소처럼 계속 제 이름을 불러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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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삼 : 데이트 끝나고

글 전력 주제 : 데이트 끝나고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양 갈래로 묶었던 머리끈을 풀어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침대에 바로 누워버렸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영화도 같이 보고 같이 보고 싶었던 전시회도 같이 보았다. 정말로 가고 싶은 전시회다고 표를 주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보니 어차피 자기는 시간도 안 되고 이왕 가는 거 둘이서 잘 보라고 표를 쥐여주었다. 아- 맞다 고맙다는 문자 보내야지- 라는 생각에 가방에서 뒤적거리며 휴대폰을 꺼내 들어 문자를 보내려는 찰나 문자가 한통 왔다. 스티브였다.


'잘 들어갔어요?'


아까 들어가기 전에 짧게 뽀뽀하고 도망치는 듯이 잘 가라고 인사를 하고 온 터라 뭐라고 답장을 보내야 될지 모르겠다. 내용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그냥 무난하게 '네. 스티브도 조심히 들어가요.' 라는 문자를 보내고 바로 베개 위로 휴대폰을 던져버렸다. 아아- 그냥 얼굴 좀 봐오라던가 무난한 대사라도 날리고 할걸 그랬나- 아까의 그 순간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얼굴이 달아올라 버렸다. 아아- 괜히 그랬어- 계속해서 두근거리는 심장이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


아까 거기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내가 돌아가야 될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차가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소리가 나는 곳을 보니 검은색 차가 서 있었고 창문이 내려오면서 안에는 토니가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우리 캡틴이 잘했나 궁금해서 와봤지. 데려다 줄게."라며 어서 타라며 차 문을 열어주길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차 안에 탔다.


"그래서 그녀는 어땠어?"

"물론 좋았지. 토니 당신 말대로 찾아본 곳에 같이 갔고."


잘했어- 라는 짧은 칭찬을 나한테 하고는 조용히 운전하는 토니였다. 아, 맞다 문자 보내야지. 휴대폰을 켜 어떤 내용으로 보낼까 고민하다가 고민스러울 때에는 무난하게 보내는 게 좋다 하여 '잘 들어갔어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다음 데이트는 언제로 하려고?"

"그렇게 잡는 게 쉽나. 나중에 또 기회가 오면 하는 거지."

"허- 다음에는 시간 하루라도 비워놓고 그녀랑 같이 데이트나 또 갔다 와. 같이 일하면서 연애는 안에서밖에 못했잖아."


뭐 그건 맞는 말이다. 평범한 연인들처럼 데이트 같은걸 자주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한 어느 날, 자신은 괜찮다며 내일 열심히 하는 모습이 정말 좋다고 말을 한 그녀가 떠올랐다. 아아- 케이크라도 하다 사 먹는 게 좋으려나-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을 때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띠랑- 하고 울렸다.


'네. 스티브도 조심히 들어가요.'


무언가 그녀다운 문자내용이었다. 잘 들어갔다니 다행이네- 라는 생각에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다시 알림이 울렸고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


'다음번에는 뽀뽀 말고 다른 걸 해줄게요. 잘 들어가요.'


뽀뽀 말고 다른 거라니- 다시 얼굴이 확- 하고 달아올랐다. 아아- 어쩌지, 정말 아까 간신히 진정된 심장이 다시 박동이 빨라진다. 이런 그녀가 정말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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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 데이트



영화가 끝이 났다.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영화였는데 보러 갈 시간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에 딱히 일도 별로 없을 터이니 나가서 데이트나 하고 오라길래 서로 괜찮다 하다가 안에만 있으면 머리아프다며 영화 표 두 장을 손에 쥐여 주었다. 그렇게 주말이 되었고 서로 차려입고 영화관 앞에서 만나 같이 영화관으로 들어갔고 자리를 찾아 앉았고 얼마 안 있다가 영화가 시작됐다.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잘 된 거 같아요."

"응. 이거 준거 고마워해야 될 거 같은데."


그렇게 영화관을 나오면서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늘 데이트를 할 때마다 정해진 듯한 코스로 가지만 가서 먹는 음식이나 나누는 이야기가 다르기에 항상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관람티켓을 얻었다며 가방에서 꺼내 보여 그곳으로 자리를 옮겨 작품들을 하나하나 구경을 했다.

대부분 나는 잘 모르는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몇몇 작품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지 간단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재미있다 못해 그런 이야기들에 흥미가 생겼고 그런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무척이나 좋았다.


"저녁만 먹으면 시간 금방 가겠네요."


관람을 끝마치고 밖을 나오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번 식당은 전날 미리 찾아본 곳으로 안내했다. 적어도 식사하는 곳만큼은 내가 알아본 곳으로 안내를 하는 것이 좋다는 누구의 이야기에 바로 찾아서 예약해놓았다. 예약을 한 곳은 무척이나 조용했고 단둘이 식사하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괜찮을지 모르겠네."

"맛있어요. 스티브가 다 찾아본 거에요?"


맛있다며 활짝 웃어 보이며 식사를 마저 이어나간다. 아- 이렇게 찾아보길 잘한 거 같아.

식당을 나오자 이미 하늘에는 노을이 사라지고 별들과 달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데이트 마지막 코스는 늘 항상 걷는 공원이었다. 그곳을 걸으면 데이트를 마무리 짓기도 좋고, 좀 더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장소기에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오늘 고마워요."

"아니야. 내가 더 고마운걸."


손 깍지를 꽉 잡는다. 가슴이 두근거려 잡을까 말까 고민하던 손은 같이 깍지를 잡아준다. 공원을 거닐다 보니 어느샌가 집 근처에 다다랐다. 아- 라는 짧은 탄식이 터져 나온다.


"오늘 데이트 고마웠어요."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쪽- 하는 소리가 나왔고 입술에는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그럼 잘 가요- 라며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그녀를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스티브 N제 시리즈 :: 반짝반짝



3. 취한 채 날 바라보는 그대의 눈동자





4. 어느 날 밤에 꾸었던 환상적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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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N제 시리즈 :: 반짝반짝

하나



1. 한여름 오후



2. 뉴욕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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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나 : 첫사랑

샹그릴라 : 첫사랑



나에게 있어서 그는 첫사랑이나 다름없었다. 어렸을 때에는 정해진 일정을 쫓아간다고 정신이 없었고 점점 자라면서 지내는 주변 아이들이라고 해봐야 여자아이들- 정말로 친하게 지내는 그런 아이들뿐이었다. 고등학교를 들어가서 지냈던 아이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그 상태로 어렸을 때부터 지내왔던 친구와 함께 이곳으로 오면서 지내왔던 추억에는 그냥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거, 같이 숙제를 하는 것 등 정말로 별거 없는 기억뿐이었다. 첫사랑이나 연애라는 단어는 그냥 주변인들의 이야기였을 뿐이다.

그렇게 이곳에서도 각자의 터를 잡고, 각자의 일을 찾아가면서도 친구와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무척이나 많았다. 여기서 인연을 과연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채워왔다.


"Hi."


그 날 처음 봤던,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나가면서 몇 번 보았던 사람이었다. 그냥 이 시간에 나오는 사람 정도로만 인식했던 그가 지나가며 인사를 하고 재빠르게 뛰어갔고 그거에 오기가 생겨 쫓아갔던 것이 계기가 되었던 거 같았다. 그렇게 새벽에 만나는 시간이 늘어가고 말을 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면서 운동 후 숨을 고르게 하려고 빨리 뛰는 심박동이 아니라 다른 거에 의해 빨리 뛰는 심박동이란 걸 깨닫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예전에 친구에게 "첫사랑이라던가 연애를 할 때 어떤 느낌이 들어?"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친구의 대답은 "정말 좋아. 두근거려서 미칠 것만 같아. 막 봄도 아닌데 벚꽃잎이 내 앞에 휘날리는 것만 같아."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해서 농담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때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이 아니란 것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계속 같이 지낼수록 점점 더 두근거리고 있었다. 아- 이게 첫사랑이구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길래 불러도 대답이 없나-"

"아, 죄송해요. 그래서 오늘은 어땠어요?"


많이 들었던 말들은 첫사랑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첫사랑을 추억으로 간직하는 사람들을 본 경우도 많고 첫사랑과 성공한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첫사랑과 성공한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인 거 같다.


"무슨 좋은일 있나?"

"아니요. 그냥 스티브가 좋아서 그래요."

일영 : 소중한 까닭

드림 전력 주제 : 너를 위한 문장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당신이 내게 가장 소중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신과 내가 함께 나누었던 그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당신을 생각하느라 지새운 밤이 내게는 너무도 소중한 까닭이다. :: 이정하 - 소중한 까닭


***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들도 제각각이다.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미워하는 사람, 그냥 평범한 감정을 가진 사람, 아니면 필요를 위해 좋아하는'척'하는 사람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특히 사랑에 대한 감정은 지속적이기도 하면서 일시적이기도 한 것처럼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냐, 얼마나 사랑하느냐 라는 질문을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이 매번 바뀌거나 사랑한다, 그냥 보통이다, 잘 모르겠다는 등 여러 가지 대답이 들려온다. 이건 아마 일시적인 사람들의 대답이다. 지속적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늘 항상 대답은 똑같다.


"난 역시 페퍼지. 페퍼가 얼마나 좋은데."

"변함없이 제인 이네만."


대답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의 사람들이었다. 서로 연애하는 방법도 다르지만 직접 보지 못해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대화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나에게도 무척이나 소중한 사람들이 많다. 주변 사람들, 과거의 인연, 그리고 가장 특별하게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현화, 그녀다. 너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시작해 거리에서 같이 걷는다든가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면 새벽 늦게까지 같이 통화했던 그 순간은 아직도 무척이나 심장이 떨려온다.


"스티브-"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 목소리도 좋았고, 내 이름을 불러주면서 행동하는 그 행동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좋았다. 가끔은 그날 했던 데이트를 떠올리며 계속 들려오는 심장 소리 때문에 밤을 지새운 적도 많았다. 거리를 걷는다든가 같이 공원을 돌아본다든가, 아니면 일을 하면서 조용히 맞잡는 손-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소중한 추억이었고 행복이었다.

어휴 눈꼴시려- 라며 장난치는 토니에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하면 "제인과 나도 가끔 그러는데?"라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면서 말을 하는 토르를 둘이서 멍하니 바라볼 때도 종종 있지만 괜찮다. 서로 좋아하는 방식은 다르더라도 그녀를 좋아한다는 건 똑같은 결론이니까.


"괜찮나. 이렇게 늦게까지 안 자도."

"괜찮아요. 늦잠자면 돼요."


야경이 보고 싶다며 혼자 보러 올라가는 현화가 무척이나 걱정돼 커다란 담요를 하나 들고 같이 올라갔다. 저 멀리서 희미하게 야경이 보인다. 희미한데 괜찮겠냐는 나의 질문에 "괜찮아요."라며 짧은 대답을 해주었다. 시간이 무척이나 늦어 늦게 잠을 자도 괜찮을지 괜스레 걱정되었지만 역시 현화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이 순간에는 여러 가지 잡다하게 생각을 했던 것들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로지 현화와 관련된 생각들만 머리를 채워나갔다. 오늘도 그렇게 너를 생각하며 소중한 밤을 같이 지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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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 거절하다


거절하다2 : 근거지를 정하여 놓고 도둑질 하다


최근 며칠째 물건들이 사라지고 있다. 처음에는 사소한 작은 물건들이었지만 점차 옷이나, 생활용품, 어떨 때에는 음식들도 사라지고 있었다. 작은 물건들이 사라졌을 때에는 다시 사면 되는 거였고, 어떨 때에는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작은 물건들이어서 무시하고 그냥 넘겼지만, 점점 훔치는 물건들의 양이 많아져 그 도둑을 잡기로 했다. 신고를 하는 게 가장 정확하고 빠른 길이었지만 증거도 딱히 없었고, 흔적도 깔끔하게 없애고 나가는 터라 증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에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도둑이 들었다고요?"


다른 동료에게 얘기를 하면 반응이 시큰둥하거나 문단속을 왜 하지 못하냐며 한소리를 할 것이 뻔했기에 혼자 앉아 쉬고 있는 현화에게 다가가 도둑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옷이나 장식품, 어떨 때에는 음식도 먹고 가는 게 정말로 이상한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증거는 있느냐는 너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없다는 의사표시를 해주자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이상하네요. 보통 도둑이 든다면 돈이 되는 물건을 훔치기 마련이잖아요."

"감이 안 잡히고 있어서 직접 잡던가 해야 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의 질문에 살짝 흠칫하더니 아무렇지 않게 "그거 좋은 생각인 거 같아요."라며 할 일이 생각이 났다며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그 행동에 살짝 의아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자리를 떠나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내가 잡는다고 해서 바로 잡히지 않을 거 같았고, 좀 더 다른 생각을 듣고 싶어 나타샤에게 물어봤다.


"문단속은 잘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역시나 예상한 답변이다. 역시나 괜한 얘기를 한 거 같아 답을 듣지 않고 돌아가려는 찰나 나타샤의 말이 나를 멈칫하게 하여 놨다.


"음식은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 찾는 거 아닐까요? 무엇을 찾는지는 모르겠고 그걸 왜 훔쳐가는지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찾기 위한 증거품이 될 거 같아 가져가는 거 같고요."


그쪽으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 나서 다시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음식은 허기가 져서 먹었다고 하더라도 작은 물품- 볼펜이나 무언가를 적어놓았던 메모지에서부터 생각해 임무를 나갈 때 입었던 옷들이나, 다른 곳으로 나간 경우에 사왔던 물건들이 하나둘씩 없어졌던 것이었다. 무엇을 찾는지는 몰라도 그 도둑을 잡지 않으면 무언가를 찾기 위해 계속해 물건을 뒤지고 근거가 되는 물건들을 하나둘씩 가지고 사라질 것이 뻔했다. 처음 생각한 데로 직접 잡는 것이 좋을 거 같아 오늘 밤을 한번 기다려 보기로 했다.

날이 저물고 어두워진 밤. 보통 모두 다 잠든 시간인 새벽 1시였다.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 숨어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드르륵-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검은 실루엣이 들어오더니 서랍을 열어 이리저리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장롱 안도 뒤져보고 다른 서랍들도 뒤져보았지만 찾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한숨을 푹 쉰다. 방안을 두리번거리더니 탁자 위에 올려진 컴퓨터에 시선이 갔는지 그곳을 응시하는 듯했다. 


기회는 이때뿐이다 싶어 재빠르게 달려가 검은 실루엣을 덮쳐 손목을 꽉 잡았다. 깜짝 놀랐는지 도망 갈려는지 손목을 잡은 손을 뿌리치려고 몸부림을 쳤다. 잡은 손목은 가늘게 느껴졌고 몸부림치는 방법이 평범한 도둑은 아닌듯했다. 그렇게 실랑이가 이어지고 도둑이 발을 걸어 넘어질 때 잘못 넘어져 도둑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도둑의 얼굴을 보려고 몸을 일으키자 그것을 알았는지 창문 사이로 달빛이 들어오고 얼굴을 확인한 순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현화-"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의 부탁을 듣고 이렇게 물건을 찾기 위해 매일 밤마다 도둑질을 해왔는지 전혀 모르겠다. 그냥, 그냥 아까 낮의 일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아니길 바랐지만 무척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멍하니 얼굴을 바라보자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현 화다. 계속 믿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부탁받았는지 계속 믿고 싶었다.


"무엇을 부탁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왜 도둑질을 하며 내 방안에 있는 물건들을 훔쳐갔나. 원하는 정보가 뭐지?"

팔 : 비 내리는 날


갑자기 커피가 무척 먹고 싶어져 걸어가다가 중간에 카페에 들렸다. 줄을 기다리고 주문을 하고, 커피를 받고 나오자 조금씩 어두워지던 하늘이 점점 더 어두워지더니 결국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다. 가방을 뒤져 보았지만 가지고 나온 우산이 없어 결국 카페 안으로 다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금쯤이면 연락도 받지 않을 것이고 다들 바빠서 마중 나올 사람이 없었다. 그냥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휴대전화로 단축번호를 누를까 말까 계속 고민했지만 역시 누르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았다. 멍하니 계속 창가를 바라보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오후 3시가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점점 더 굵어지는 빗줄기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녁 즈음 되면 한가로워질 시간이니 그때에도 비가 계속해서 내리면 연락을 하기로 한다.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네-"


비가 내릴 때 비 냄새는 좋지만 내리는 날은 정말로 싫었다.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우산을 가져다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랑 우산을 쓰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칠 때까지 지금처럼 하염없이 기다린 경우가 많았다.

보통 이때쯤이면 스티브에게서 전화가 오는 게 당연하지만 아무래도 오늘따라 무척 바쁜 모양이다. 문자나 전화가 한 통도 없는 걸 보면. 이미 다 마셔버린 커피잔에는 반쯤 녹아버린 얼음만이 남아있었다. 나처럼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 때문에 발길을 돌려 카페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행이 와 우산을 건네받고 그 자리를 떠났다. 연락이 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거 같아 그냥 빨리 뛰어가 버스를 타던가 택시를 잡아 타는 게 좋을 거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미안하네 오래 기다렸지."


분명 연락도 하지 않았고 연락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우산을 들고 앉아있는 스티브가 있었다. 어버버- 거리니까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인다.


"연락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여기 자주 오는 곳이니까 분명 비가 오면 여기 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당연한걸- 이라며 좋아하는 장소 하나쯤은 알고 있어야지- 손에 들려있는 우산 손잡이를 어울리지 않게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말을 하고 있다. 분명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 시간에도 훈련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내가 무척이나 걱정되었나 보다. 무척 고마웠다. 스티브에게만 들릴 정도로 "고마워요."라고 말을 하자 들었는지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이만 가볼까. 이대로 더 여기 있다간 늦은 시간에 나갈 거 같은데."


의자를 뒤로 끌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오른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아마 손을 잡고 가자는 뜻이겠지- 스티브와 우산 속에서 손을 맞잡고 비가 오는 거리를 그렇게 걸어 돌아갔다.

칠 : 믿고 있어

드림 전력 주제 : 믿고 있어



어렸을 때에는 공식적인 대회나 비공식적인 대회 등에서 나가는 게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 이후로 이걸 나가도 내가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부터 들기 시작해 두려움에 떠는 예도 있었다. 그 두려움 때문에 내가 자신 있어 하는 그 종목을 해내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하지만 요 며칠 전 작고 비공식적인 대회였지만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그 분야의 대회가 열린다는 포스터를 보았다. 신청서를 받는 기간이었고 상금이나 이런 것보다 내가 아직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기도 했다. 신청서를 받아왔지만 아직은 이걸 과연 내가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자신 있는 일을 하는데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었냐고?"

"네. 역시 없겠죠?"


스티브에게 물어보았다. 느꼈을지 느끼지 않았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보다는 역시 믿음이 가는 사람이기에 물어보는 것이 좋을 거 같았다. 고민하는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고 말을 하는 스티브였다.


"글쎄. 나도 이 일을 과연 계속할 수 있느냐는 불안함이 있었지만 나 자신을 믿어서 이겨냈지. 그냥 자신을 믿는 것이 정답이지."


역시 스티브다운 답이다. 자신을 믿고 해보면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지만 난 아직 나 자신을 못 믿고 있는듯했다. 아아- 역시 자신을 믿는 게 정답이겠죠? 라는 대답을 하자 무언가 걱정되는 눈빛으로 변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믿어도 아직 나에 대한, 그걸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기에 역시 포기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쁜데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라는 말을 남기고 신청서를 버리기 위해 방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스티브가 내 손을 잡았다.


"무슨 일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현화를 믿네. 믿고 있다네."

"... 고마워요."


믿고있다는 그 말 한마디에 어디서 솟구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용기가 생겼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도 스티브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믿고 있으니 용기를 내보면 다 해결될 거야. 라는 말을 해주었다. 불안함을 떨쳐내고 시도를 하면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아직은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길 것만 같았다.


**


"무슨 일이 있는지는 알고 말한 거에요?"


현화가 사라지고 뒤에 있었는지 나타샤가 나타났다. 이미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고 있었다. 밖에 나갔다. 들어와서는 손에 들린 종이 한 장을 보았다가 내려놓기를 반복을 하고 있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종이를 보았다. 작은 비공식적인 대회였지만 과거에 했던 운동과 관련된 대회 신청서였다. 사고가 난 후부터 운동을 관뒀지만, 지금은 다시 조금씩 하고 있지만 아직은 대회는 생각해 볼 단계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불안에 하더라도 응원을 해주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알고 있었지. 그녀라면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누군가라도 응원을 해주는 게 좋을 거 같거든. 아직 믿고 있을까, 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한 번 해보라는 용기를 주는게 좋을 거 같았어."

육 : 그날의 너는 이제 없고

드림 전력 주제 : 그날의 너는 이제 없고


"괜찮아요. 별 걱정을 다해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무조건 해내야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어려운 일을 무조건 해내고, 내가 걱정하면 이런걸 별거 아니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날 안심시켜 주었고 늘 항상 자신이 항상 해주던 행동, 그러니까 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수고했다고 토닥여 주고 안아만 돌라고 부탁을 항상 해왔다.

그녀는 관계가 없는 일이고 왜 이런 일을 항상 시키는 거냐고 물어보아도 이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내 말문을 막곤 했다. 이런 상황이 어이가 없었어도 너는 늘 항상 "괜찮아요. 더 한 일도 해보았는걸요?" 라며 아무렇지 않게 웃어보이곤 했다.

 

"이게 뭐하는 겁니까. 괜찮다면서요. 하지만-"

"미안하네, 스티브."

 

가끔씩 하라고 하는 일이었고 오늘도 괜찮다면서 나간 너였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사고로 너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따져보았어도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해서 돌아왔다. 며칠이 지나도 너에 대한 소식은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고, 나는 점점 일에 대한 의욕을 잃어만 갔다. 내 탓이다. 처음부터 말렸어야 하는 건데-

하루하루 의욕을 잃고 어두워져가는 나를 가만히 바라만 보던 나타샤는 "그렇게 지내는걸 보면 과연 좋아할까요?" 라는 말을 던지고 사라졌고, 그 말을 듣고 제 정신이 돌아오는 듯 했다. 그래 너라면 분명 이런 나를 보고 실망을 할 거야, 더 이상 이렇게 지내면 안 돼. 라는 생각에 빠졌던 연습도 다시 하게 되었고 점점 의욕을 되찾아 갔다. 비록 그날의 너는 지금 내 옆에 없어도 언젠가는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하지만 그 희망도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단체 임무였다. 멤버들을 다 소집해서 소탕을 해야 되는 정도로 커다란 임무였다. 막바지에 들었을 무렵, 가면을 쓴 한 여인이 혼자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무술은 무술이고, 검을 쓰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데 저거 행동 하나하나 현화랑 비슷하지 않아?"

"그럴 리가 없네. 현화는-"

 

공격하는 방법이 현화와 닮았다는 말에 살짝 주춤한 사이 가면을 쓴 그녀가 공격을 해왔고, 방어를 하다가 가면의 끈을 스친 듯 했다. 두둑- 하는 작은 소리가 들려오고 얼굴에 있던 가면이 떨어지면서 드러난 얼굴을 보고 경각을 금치 못했다.

빛을 잃은 눈동자는 무척이나 탁해보였고, 언제나 웃음을 지어보이던 얼굴은 무표정한 체 이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예전부터 봐오던 그날의 너는 더 이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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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 커플링

드림 전력 주제 : 커플링


길을 걷다가 우연히 유리창 넘어 예쁜 반지를 파는 것을 발견했다. 색은 물론이고 디자인까지 현화가 무척이나 맘에 들어 할 거 같았다. 연애를 시작하고 연인끼리 맞춘다는 그 어떤 것도 맞춰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한번 사주고 싶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가격표를 보자 확실히 예쁜 값을 하는 걸까- 가격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척 높았다.

 

"이건 무리 일려나―"

 

옆에 있는 반지도 계속해서 둘러보고 있는데 가게주인- 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문을 열고 날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을 느끼고 옆으로 돌아보자 "안에 더 좋은 반지들이 많아요."라며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황급히 뒤를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사람의 안내를 받으며 진열대 앞에 섰다.

 

"커플링을 찾으시나 봐요. 그 디자인이 요즘 많이 나가는 디자인인데-"

"근데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그럼 이건 어떤지."

 

진열대 안에서 무언가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더니 쓰윽- 하고 무언가를 꺼내보였다. 똑같은 은색의 반지지만 디자인은 달랐다. 밖에서 본 반지는 모양과 디자인이 화려했지만 지금 보여주는 반지는 모양은 심플했지만 디자인은 세공으로 예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저 반지가 부담되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 반지지. 여자 친구 반지 호수는 알고 있지?"

 

반지호수- 전에 어렴풋이 들은 것이 생각났다. 혹시 몰라서 기억해 뒀는데 이럴 때 필요가 있었구나. 반지 안에는 이니셜도 새겨준다고 하기에 이니셜도 알려주었고,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줄 알았던 반지는 짧은 시간에 예쁜 모습으로 나왔다.

 

"그럼 예쁜 사랑하기를."

 

주인장의 말에 인사를 하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

 

"어디 갔다 왔어요?"

"그냥 볼일이 있어서."

 

볼일이 있다고 대충 얼버부렸다. 오는 내내 언제 주는 게 좋을지 고민을 여러 번 해봤다. 그래도 역시 둘이 있을 때 주는 게 좋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머니 안에서 만지작만지작 거리던 반지 케이스를 안에서 꺼내어 보였다. "이게 뭐에요?" 라는 현화의 말에 열어보였다. 안에는 작은 반지 하나, 큰 반지 하나씩 들어있었다. 반지한번, 나 한번 번갈아 가면서 보고 있었다.

 

"연인끼리 한다는 물건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서 오는 길에 예뻐보이길래 하나 샀는데- 맞을지는 모르겠군."

 

반지를 꺼내 왼쪽 약지에 끼워주었다. 끼워주자 현화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런걸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네."

"아니에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꽉 나를 껴안아 주었다. 순간 나도 놀라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갈길 잃은 손이 허공에서 맴돌다가 등에 손을 올리고 안아주었다.

불빛에 나의 손가락과 현화의 손가락에 껴진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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