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 첫만남 이후에


"캡틴 오늘 무슨 약속 있어요?"

어느새 나타난 나타샤가 뒤에서 팔짱을 끼고는 나한테 물어보았다. 아침운동 때 지나치기만 했던 그녀에게 요 며칠 전에 통성명을 했다. 패기와 같은 묘한 분위기가 들었지만 패기와 그녀는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어 지나치듯이 인사를 했고 그녀도 나의 인사에 화답하면서 그렇게 아침마다 같이 운동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운동하면서 만나지 말고 저녁에 만나실래요?"

그녀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건넸고, 괜찮다고 화답을 하면서 오늘 저녁 드디어 사적으로 만나기로 했다.

"아아- 응. 오늘 약속 잡아서 잠시 나갔다 오려고."
"흠- 그래요? 알겠어요."

잠시 의심을 하는 듯 해 보였지만 알겠다며 바로 나타샤는 자리를 떠났다. 하긴 아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한정되어있고 약속 잡는 경우도 무척이나 드문 일이어서 의심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옷무새를 가다듬고 그녀와 약속 잡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아 오셨어요?"

약속장소는 늘 항상 보는 공원이었다. 여기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을 한 것이 떠올라 이쪽으로 약속을 잡았다. 공원에 도착하자 보인 그녀는 늘 보던 운동복과는 다른 옷인, 하늘하늘 거리는 레이스가 수놓아진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이렇게 보는 그녀는 패기와는 다른 분위기가 흘렀다.

"스티브 씨. 그럼 어디 먼저 갈 건가요?"
"아. 일단 시간도 시간이니 식사부터 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아서요."

그녀의 손을 잡고 미리 알아보았던 식당으로 향했다. 가끔 토니가 데이트할 때 좋다면서 자랑하듯이 말한 곳이었다. 확실히 분위기는 연인끼리 오면 좋을듯한 분위기였다.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창가 쪽에 자리 잡고 주문을 한 뒤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스티브 씨는 무슨 일을 하세요? 매일 아침마다 운동하시던데..."
"아- 그냥.. 힘이 많이 필요한 일을 하고 있어요."

쉴드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러니 그녀가 알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말하는 회사나 힘이 많이 필요한 일- 이라고 둘러대는 것이 좋을 거 같았다. 일단 힘이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일이니까-

"현 화씨는 여기서 무슨 일을 하시는데요?"
"그냥 아르바이트하면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어요. 공부도 겸사겸사 하고 있고."

그렇게 그 대화를 시작으로 어디쯤에서 사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휴일에는 무엇을 하는지 등을 서로 묻고 답하며 식사를 이어서 식사가 끝난 후에도 같이 걸으면서 조금씩 더욱 알아갔다.

"시간이 늦었는데 이만 들어가 보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네. 이렇게 약속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내일 아침에 봬요."

손을 흔들면서 사라지는 그녀에게 화답으로 같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방패로 돌아가는 길, 알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계속 만나도 되는 것일까? 내가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까? 패기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후에 일이다. 일단 그녀를 계속 만난다는 것이 나한테 중요한 일이었다. 이렇게 가끔이라도 그녀와 계속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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