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 장미꽃 101송이


"이봐 캡틴. 요즘 만나는 여자는 어떻게 되가?"

그렇게 현화와 만나기 시작하고 몇 개월이 지난 거 같았다. 아직 정식적인 그런 건 없었지만, 저녁에 가끔 시간이 나면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간단하게 저녁을 먹는 정도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건에 대해서 주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다 보니 대충 만나는 여자가 있다- 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놀러 온 토니가 궁금했는지 물어보았다.

"잘 만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고백은 했느냐- 그게 궁금한 거지. 설마 그냥 만나는 거 아니야?"

살짝 찔렸다. 계속 만나다 보니 좋아하는 감정은 커졌지만 어떻게 고백을 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만 하고 있던 터였다. 내 표정을 보더니 "역시나." 라고 짧게 말하고는 조언을 해줄 테니 이리 와봐- 라며 나에게 손짓을 했다. 못 미덥지만 그래도 조언이라도 구하는 게 좋을 거 같으니 한 번 이야기를 들어 보도록 했다.

***

스티브와는 종종 약속을 잡아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늘 항상 아침에 운동이 끝나면 약속을 잡곤 했는데 오늘따라 "저녁에 연락 따로 할게요."라고 말을 하고는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전에 "2시간 뒤에 늘 보던 곳에서 봐요."라는 문자가 날라왔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으려나-"

문자의 느낌상 오늘은 무엇이 있을 거라는 것을 여자의 직감으로 느꼈다. 늘 입고 나가던 원피스 말고 작은 꽃무늬들이 수놓아진 하얀색 원피스를 옷장에서 꺼내어 입고 머리 손질을 하고 시계를 보니 약속시각이 다되어가 늘 항상 만나던 곳으로 향했다.
도착한 그곳에는 형형색색의 빛을 빛내며 물줄기를 뿜어대는 분수대만 있을 뿐 사람이라곤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늘 항상 먼저 도착해 날 기다리던 스티브도 보이지 않았다. 시계를 한 번 보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사랑한 명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터벅터벅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고는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스티브가 나타났다.

"오늘 무슨 일 있어요? 평소에 입지 않던 정장을 다 입으시고."
"음- 그러니까-"

무언가 고민을 하는듯하더니 빨개진 얼굴로 내 앞에 꽃다발을 내밀었다. 빨간색 장미꽃들이 모여있는 꽃다발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라며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꽃다발을 받지도 않고 있자 입을 열고 말을 하는 스티브 씨였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무척이나 좋아했어. 그러니 나랑 연애- 를-"

이 말이 아닌데 라며 당황한 표정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아마 준비한 대사가 생각대로 나오지 않은 거겠지. 그런 모습이 무척 귀엽게 느껴져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좋아요.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요-"

활짝 미소를 지어 보이자 한결 표정이 풀리더니 "고마워."라며 나를 커다란 품에 넣어 꽉 안아 주었다.

***

"아니 내가 알려준 대사대로 안 한 거야?"
"그렇게 고리타분한 대사로 외우게 하였으니까 안 한 거겠죠."
"캡틴 시대상으로 맞게 알려줬는데-"
"그런데 상대방은 점잖아요. 여자 쪽에 맞춰야지. 패퍼가 왜 당신을 좋아하는지 정말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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