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 커플링

드림 전력 주제 : 커플링


길을 걷다가 우연히 유리창 넘어 예쁜 반지를 파는 것을 발견했다. 색은 물론이고 디자인까지 현화가 무척이나 맘에 들어 할 거 같았다. 연애를 시작하고 연인끼리 맞춘다는 그 어떤 것도 맞춰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한번 사주고 싶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가격표를 보자 확실히 예쁜 값을 하는 걸까- 가격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척 높았다.

 

"이건 무리 일려나―"

 

옆에 있는 반지도 계속해서 둘러보고 있는데 가게주인- 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문을 열고 날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을 느끼고 옆으로 돌아보자 "안에 더 좋은 반지들이 많아요."라며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황급히 뒤를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사람의 안내를 받으며 진열대 앞에 섰다.

 

"커플링을 찾으시나 봐요. 그 디자인이 요즘 많이 나가는 디자인인데-"

"근데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그럼 이건 어떤지."

 

진열대 안에서 무언가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더니 쓰윽- 하고 무언가를 꺼내보였다. 똑같은 은색의 반지지만 디자인은 달랐다. 밖에서 본 반지는 모양과 디자인이 화려했지만 지금 보여주는 반지는 모양은 심플했지만 디자인은 세공으로 예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저 반지가 부담되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 반지지. 여자 친구 반지 호수는 알고 있지?"

 

반지호수- 전에 어렴풋이 들은 것이 생각났다. 혹시 몰라서 기억해 뒀는데 이럴 때 필요가 있었구나. 반지 안에는 이니셜도 새겨준다고 하기에 이니셜도 알려주었고,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줄 알았던 반지는 짧은 시간에 예쁜 모습으로 나왔다.

 

"그럼 예쁜 사랑하기를."

 

주인장의 말에 인사를 하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

 

"어디 갔다 왔어요?"

"그냥 볼일이 있어서."

 

볼일이 있다고 대충 얼버부렸다. 오는 내내 언제 주는 게 좋을지 고민을 여러 번 해봤다. 그래도 역시 둘이 있을 때 주는 게 좋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머니 안에서 만지작만지작 거리던 반지 케이스를 안에서 꺼내어 보였다. "이게 뭐에요?" 라는 현화의 말에 열어보였다. 안에는 작은 반지 하나, 큰 반지 하나씩 들어있었다. 반지한번, 나 한번 번갈아 가면서 보고 있었다.

 

"연인끼리 한다는 물건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서 오는 길에 예뻐보이길래 하나 샀는데- 맞을지는 모르겠군."

 

반지를 꺼내 왼쪽 약지에 끼워주었다. 끼워주자 현화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런걸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네."

"아니에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꽉 나를 껴안아 주었다. 순간 나도 놀라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갈길 잃은 손이 허공에서 맴돌다가 등에 손을 올리고 안아주었다.

불빛에 나의 손가락과 현화의 손가락에 껴진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사 : 쉿

드림 전력 주제 : 쉿


터벅터벅 쉴드의 긴 복도를 걸어갔다. 그렇게 이른 시간도 늦은 시간도 아니지만 유난히 오늘따라 조용하게 느껴졌다. 휴대폰을 보니 아- 오늘 임무가 있다고 했지. 그래서 무척 조용했던 거구나- 조용했던 이유를 깨닫고 바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도 보기는 힘들겠구나. 안 그래도 평소에도 업무가 달라 보기 힘든데- 조용히 혼잣말을 하고 의자에 앉아 할 일을 시작했다.

 

“무사히 끝내면 좋을 텐데.”

 

임무를 나갈 때 마다 멀쩡하게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지만 가끔 다쳐 올 때도 있어 내심 걱정이 되곤 했다. 아아- 오늘도 다치지 않고 돌아오게 해주세요. 라며 조용히 마음속으로 빌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 사람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빠르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가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무리들이었다. 그곳에는 스티브도 있었다.

 

“스티브 괜찮아요?”

“아- 응. 괜찮아. 걱정 많이 했구나.”

“당연한 걸 늘 물어요.”

 

걱정 끼쳐서 미안해- 라며 작게 이마에다 키스를 해주는 스티브였다. 그리고 뒤를 한번 보더니 “들어가서 쉬도록. 결과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지.”라며 내 손을 잡고 내 방으로 걸어갔다. 슈트는요? 라는 내 질문에 조금 있다가 벗어도 괜찮아 라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방에 들어가 방문을 닫더니 날 꽉 껴안으며 “보고 싶었어.”라고 말을 하는 스티브에게 “저도요.”라며 화답을 했다.

 

“보통 임무 끝내고 오자마자 바로 결과에 대해 얘기하잖아요. 안 해도 괜찮아요?”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그래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늘 항상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이었기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평소와 다른 행동이었기에 괜찮은 거냐고 거듭 질문을 했다. 가만히 내 말을 듣더니 손가락을 내 입술에 가져다대고는

 

“쉿- 괜찮으니까. 이렇게 쉬고 나서 보고해도 안 늦어.”

 

라며 내 무릎을 베고 누워버리는 스티브였다. 아아, 정말- 가끔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조용히 무릎을 베고 누운 스티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삼 : 장미꽃 101송이


"이봐 캡틴. 요즘 만나는 여자는 어떻게 되가?"

그렇게 현화와 만나기 시작하고 몇 개월이 지난 거 같았다. 아직 정식적인 그런 건 없었지만, 저녁에 가끔 시간이 나면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간단하게 저녁을 먹는 정도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건에 대해서 주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다 보니 대충 만나는 여자가 있다- 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놀러 온 토니가 궁금했는지 물어보았다.

"잘 만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고백은 했느냐- 그게 궁금한 거지. 설마 그냥 만나는 거 아니야?"

살짝 찔렸다. 계속 만나다 보니 좋아하는 감정은 커졌지만 어떻게 고백을 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만 하고 있던 터였다. 내 표정을 보더니 "역시나." 라고 짧게 말하고는 조언을 해줄 테니 이리 와봐- 라며 나에게 손짓을 했다. 못 미덥지만 그래도 조언이라도 구하는 게 좋을 거 같으니 한 번 이야기를 들어 보도록 했다.

***

스티브와는 종종 약속을 잡아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늘 항상 아침에 운동이 끝나면 약속을 잡곤 했는데 오늘따라 "저녁에 연락 따로 할게요."라고 말을 하고는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전에 "2시간 뒤에 늘 보던 곳에서 봐요."라는 문자가 날라왔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으려나-"

문자의 느낌상 오늘은 무엇이 있을 거라는 것을 여자의 직감으로 느꼈다. 늘 입고 나가던 원피스 말고 작은 꽃무늬들이 수놓아진 하얀색 원피스를 옷장에서 꺼내어 입고 머리 손질을 하고 시계를 보니 약속시각이 다되어가 늘 항상 만나던 곳으로 향했다.
도착한 그곳에는 형형색색의 빛을 빛내며 물줄기를 뿜어대는 분수대만 있을 뿐 사람이라곤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늘 항상 먼저 도착해 날 기다리던 스티브도 보이지 않았다. 시계를 한 번 보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사랑한 명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터벅터벅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고는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스티브가 나타났다.

"오늘 무슨 일 있어요? 평소에 입지 않던 정장을 다 입으시고."
"음- 그러니까-"

무언가 고민을 하는듯하더니 빨개진 얼굴로 내 앞에 꽃다발을 내밀었다. 빨간색 장미꽃들이 모여있는 꽃다발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라며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꽃다발을 받지도 않고 있자 입을 열고 말을 하는 스티브 씨였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무척이나 좋아했어. 그러니 나랑 연애- 를-"

이 말이 아닌데 라며 당황한 표정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아마 준비한 대사가 생각대로 나오지 않은 거겠지. 그런 모습이 무척 귀엽게 느껴져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좋아요.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요-"

활짝 미소를 지어 보이자 한결 표정이 풀리더니 "고마워."라며 나를 커다란 품에 넣어 꽉 안아 주었다.

***

"아니 내가 알려준 대사대로 안 한 거야?"
"그렇게 고리타분한 대사로 외우게 하였으니까 안 한 거겠죠."
"캡틴 시대상으로 맞게 알려줬는데-"
"그런데 상대방은 점잖아요. 여자 쪽에 맞춰야지. 패퍼가 왜 당신을 좋아하는지 정말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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