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첫만남


'너는 재능이 있으니까 꼭 우승해야 한단다.'

꿈속에서 어릴 적 대회에 나갈 때 응원이라고 말을 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돌아가신지 3년이 조금 넘었고, 한국을 떠난 지 몇 개월이 되었지만 가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계를 보니 6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어서 아- 오늘 잠도 결국은 다 잤구나- 라는 생각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건강달리기를 나갈 준비를 해본다.

"아아- 왜 자꾸 꿈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

돌아가시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꿈에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외할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굿을 해보았지만 계속해서 들려왔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계속 그러는 거 같다. 그냥 견딜 수밖에."라는 외할머니의 말을 듣고 꿈에서 아빠가 나올 때마다 오늘은 운이 별로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버릇을 들여왔다.
대충 세수를 하고, 머리를 꽉 올려묶은 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서 근처 공원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는 사람이 별로 없구나-"

늘 항상 운동을 나오는 공원에는 이 시간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딱 한 사람 늘 항상 빠른 속도로 뛰는 남자만 보일 뿐이었다. 오늘도 공원을 산책하다 보니 저 멀리서부터 뛰어오는 남자가 보였다. 빠른 속도로 뛰어오는 듯 하다가 점점 속도가 늦춰지는 듯하더니 내 옆에서 "Hi"라고 하고는 다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뭐지? 인사를 하고 바로 가버리는 그 남자를 멍하니 보다가 오기가 생겨 빠르게 뛰어가 그 남자 옆에서  "Hello"라고 하고는 추월을 했지만 금방 그 남자에게 따라잡혔다.

"하아- 굉장히 빠르게 잘 뛰시네요."
"그쪽도 만만치 않네요."

헉헉대는 나에 비해 그 남자는 무척이나 멀쩡해 보였다. 운동은 된 듯하지만 기분이 정말 묘해졌다.

"이 시간대에 주로 운동을 나오시나 봐요?"
"네. 이쯤 해서 나와야 방해 안 받고 운동하기 편하거든요."

호흡이 안정되자 그 남자가 나한테 질문했다. 아마 내가 이사 오기 전부터 계속 여기서 운동을 했었던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운동을 오래 했다는 사실은 대충 몸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 남자가 날 빤히 바라보더니 손을 쓱 내밀었다.

"스티브 로저스라고 합니다. 그쪽 이름은?"
"정 현화라고 해요. 그냥 정이나 현이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그 남자가 내민 손을 잡고 흔들어 보았다. 운동하면서 그렇게 만난 스티브와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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