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평일 전력 DOLCE 14회 주제 : 부스스한 머리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귀에 무척이나 거슬린다. 알람을 끌려고 침대 머리 쪽으로 손을 뻗어 더듬더듬 거렸지만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알람시계는 보이지 않았다. 알람 소리는 계속해서 귀에 거슬렸고 자세히 들어보니 평소 쓰던 알람이 아니었다. 마치 토니가 쓰던 휴대전화기 벨 소리 같은- 그런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뭐지- 하고 몸을 일으켜 소리의 근원을 찾아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거군."


바로 옆에 있는 탁자 위, 연한 하늘색 케이스에 빨강, 파랑, 은색의 별장식들이 이어 달린 장식품이 달린 휴대전화기이 무척이나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일어나]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알람 창을 밀어 끈 뒤 다시 침대 안으로 몸을 깊숙이 옮겼지만, 옆에서 이상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분명히 이 방은 나 혼자 쓰는 방이었고, 누구와도 같이 자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제대로 뜨지 않았던 눈을 안간힘을 주어 다시 떠 옆을 보자  자신의 체구보다 훨씬 큰 하얀색 옷을 입고 있는 그녀가 누워 잠들어 있었다.


"    !!"


너무 놀라면 비명 같은 것을 지를 때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 있고, 그것을 내가 직접 경험하게 될 줄 몰랐다. 왜 그녀가 내방에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도 얼마 가지 못했다. 연한 하늘색을 띤 벽지와 주제를 정한 듯 방안과 어우러지게 꾸며진 가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지내는 방과 확연히 분위기가 달랐고 이방의 주인은 침대 위에서 곤히 잠든 그녀라는 걸 맞추는데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현화-?"


어제의 일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기에 그녀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려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흔들어 깨워보았다. "으응-"이라는 짧은 신음을 내면서 짜증을 내며 돌아눕더니 다시 새근새근- 잠든 그녀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일어나봐야 될 것 같네."


깨울까말까 고민했지만 이미 밖은 환하게 밝아왔고, 사람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알람이 울린 시간으로 보아 그녀의 평소 기상 시간이었고, 활동을 준비하는 시간이었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잠에 깊게 빠져 일어나기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 조심스럽게 그녀를 깨워보자 그녀는 벌떡 일어나- 눈을 감은 채 앉아있었다. 부스스해진 머리를 한 번 긁적이더니 "으음- 다시 잘래요-"라며 다시 누워버리고 말았다. 다시 잠들 것처럼 보였지만 다시 벌떡 일어나 나를 한번 빤히 바라보더니 "어...어...?"라며 자신도 당황했는지 가만히 있던 손이 방황하기 시작했다.


"어제 스티브도 무척 피곤한 거 같았고 곤히 잠든 거 같길래 안 깨웠어요-!"


무슨일이 있었냐고 질문하기도 전에 발그레해진 볼, 그리고 멈출 줄 모르는 방황하는 손이었다. "아-"라는 짧은 말을 내뱉자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들을 양손에 잡고 얼굴을 감싸기에 급급한 그녀였다.


"괜찮네. 오랜만에 푹 잠들었던 거 같으니."


나의 말에 눈이 보일 정도로 살짝 열어 보이고는 "정말요?"라는 짧은 질문을 던져오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정돈 안 된 머리카락을 잡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추려고 애를 쓰는 그녀가 귀엽게 느껴졌다. 한쪽 손을 잡자 스르륵- 다른 쪽의 손도 놓으면서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정리해줄래요? 아침마다 머리가 항상 이래서... 빗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헤헤- 그녀만의 특유의 웃음소리가 말끝을 어색하게 마무리한다. "그래."라고 그녀의 요청에 수락하자 어색하던 표정이 지워지고 자연스러운 그녀만의 미소가 얼굴에 맴돌기 시작한다. 침대에서 벗어나 빗을 찾기 시작하던 그녀는 무언가가 생각이 났는지 머리를 얼추 정리하고 나에게로 다시 다가와 손을 잡았다.


"인사를 잊고 있었네요. 잘 잤어요 스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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