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 거리감

드림 평일 전력 DOLCE 10회 주제 : 거리감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평소의 일이 바쁘다 보니 서로 만날 시간도 없을뿐더러 스티브가 임무로 바빠 나가 있는 날이 많았기에 더더욱 만날 기회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오늘, 그가 돌아온다는 연락을 받고 하던 일을 급하게 마무리 지은 뒤, 쉴드로 걸음을 옮겼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아는 사람들이 "드디어 오늘 만나는구나?"라는 반가운 인사를 건네왔고 나는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들의 말에 대해 대답을 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도착하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까 이거라도 마시면서 기다려요."


마실것을 건네오며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는 말에 알겠다며 끄덕여 보인 뒤, 그가 항상 돌아올 때마다 들어오는 입구 근처에 자리를 잡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그의 모습은 옷깃하나 보이지 않았고, 내가 본 사람들은 자신의 할 일을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뿐이었다. 평소 임무 중엔 방해를 하지 않기 위해 연락을 서로 하지 않았던 터라 연락을 하기엔 조금 꺼려졌다. 심지어 돌아온다는 연락을 스티브 본인에게 직접 들은 것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망설여졌다.


"현화.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음료가 담겨있던 컵을 옆에 내려놓고 휴대전화기를 만지작만지작 꺼리고 있을 즘- 입구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시선을 옮기자 같이 임무를 나갔다 돌아온 동료와 함께 들어오고 있는 스티브가 보였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자 뒤에 따라오던 동료는 당황한 눈치였고 서로 무언의 눈빛을 주고받은 뒤 "먼저 가 있겠습니다."라고 한 뒤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스티브에게 다가가자 마치 올 거라는걸 몰랐다는 듯이 무척이나 당황한 눈빛이었다.


"항상 임무를 나갔다 돌아올 때면 연락 줬는데 왜 오늘은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한 거에요?"


'보고 싶었어요.'라는 말보다 먼저 나온 그 말. 제일 궁금했던 질문을 먼저 던져보았다. '미안해.'라는 말을 기대했지만, 그 말은 끝내 들리지 않았고 내 시선을 피하기 바쁜 스티브였다.


"항상 나갈 때마다 연락 줬잖아요. 그리고 이번은... 이번은 서로 바빠 만날 기회도 없었고요."

"그랬지. 그래서 연락을 할려 했는데-"

"임무 중에 연락이 안 되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왜 저만 항상 기다려야 되는 거에요?"


이기적인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평소 스티브의 행동이라던가 무조건 기다리는 처지가 되어버린 나로서는 그날 따라 무척이나 지쳐있었고 그동안 쌓인 것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듯했다. 갑자기 터져버린 화 때문에 스티브도 당황했는지 손을 뻗어 달래주려고 하는듯했지만 뻗어오는 손을 밀면서 거부하자 멈칫하더니 천천히 내리면서 "미안하네."라며 작은 사과를 해왔다.


"왜- 왜 나만 기다려야 하는 거에요? 저는 스티브에게 비밀 없이 알려 줬잖아요. 임무에 대한 건 비밀 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걸 알고 있으니까 묻지 않잖아요. 하지만 다른 것만큼은 비밀 없이 말해줄 수 있잖아요."


참지못하고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터뜨렸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간에 나의 외침만이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기분을 가라앉혀야 해- 라며 속으로 계속 되새겼지만 그날 따라 이상하게도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던 스티브는 내 손에 자신의 손을 올린 뒤 약한 깍지를 잡고서 자신의 품으로 나를 당겼다. 벗어날까 했지만 내 힘으로는 그의 힘을 풀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잠자코 있었다.


"미안해."


다시 귀 주변에 그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왜 스티브는 자신의 비밀을 감추려 드는 걸까, 왜 나에게 설명을 해주려고 하지 않는 걸까- 스티브가 이렇게 행동을 할 때마다, 가깝다고 생각하던 그가 무척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무척이나 많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