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칠 : 이름을 부르기 전에

드림 평일 전력 ; DOLCE 6회 주제 : 이름을 부르기 전에



"인질을 구하고 싶으면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을 준비해!!"


저 인질이라는 말이 무척이나 거슬린다. 나 혼자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든지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 옆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사람들이라던가 내 뒤에 잡혀있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내가 여기서 벗어난다면 화살이 저 사람들한테로 돌아갈 게 뻔했기에 잠자코 저 사람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통화하던 저 사람-대장으로 보이는 그는 신경질적으로 전화기를 던져버리고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르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 아마 협상이 자기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버린걸 지도 모르겠다.


"이봐. 너 쉴드에 대한 정보만 넘기면 너랑 저 인질들 무사히 풀어줄 테니 넘겨."

"무슨 정보를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저는 협력자라는 조건에 있기에 정보의 '정'자도 듣지 못했는걸요."


물론 거짓말이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들은 정보들을 넘겼다간 쉴드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면. 기다리게. 금방 갈 테니."머릿속에 그가 종종 하던 말이 떠오른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의 말대로 기다리는 방법뿐이었다. 그가 조금 더 빨리 와서 구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시간을 끄는 방법밖에 없었다.


"미안하지만, 시간을 끌려고 하는 거라면 소용없어. 캡틴의 연인 씨."


아- 이 사람의 말 한마디에 머릿속이 순간적으로 백지장이 되어버렸다. 순간적으로 내 표정이 멍해지자 "빙고-"라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그 사람이었다. 나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부하의 손에서 총을 빼앗아 직접 든 뒤, 나에게로 다시 총구를 겨누었다.


"아가씨. 이래 보여도 기본적인 건 다 조사하고 하는 거라고. 어때, 이제 정보를 넘길 마음이 생겼어?"

"스..."


스티브- 그의 이름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이름과 같이 절실한 그 단어가 있기에 그의 이름을 조그맣게 부르려던 순간 눈앞에 익숙한 방패가 날아들어 왔다. 재빠르게 날아온 방패는 내 앞에 있던 총을 쳐낸 뒤, 날아온 방향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주변의 있는 그 사람과 부하들은 당황했는지 뭐야-! 라는 말만 연신 내뱉으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당황했는지 "무슨 일이야?" "구하러 온 건가?" 라는 말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하! 드디어 그 유명한 캡틴 아메리카 님이 오신 건가?"


그사람은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주변을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뭐하시나? 나오지 않으시고?" 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면서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 건 아마 나 때문인 걸까-? 어두운 주위 때문에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 감은 오지 않았지만 이 사람들에게서 내가 멀어지면 이 상황은 순식간에 끝날 거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


"어이 너!!"


최대한 그가 있을 거 같은 방향으로, 아까 방패가 날아왔던 방향으로 몸을 틀어 달리기 시작했지만 철컥-하고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그사람이 총을 쏘는 소리가 뒤이어 같이 들려왔다. 맞는다- 그의 이름을 불러야 하는데 이상하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맞는다- 맞는다? 이상하게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뒤를 돌아보는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그의 등이 보였다.

내가 그곳에서 벗어나자마자 예상한 데로 상황은 빠르게 해결되었다. 같이 잡혀있던 사람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고, 그 소동을 벌인 그 사람들도 전부 잡혀 한순간에 정리되어가고 있었다. 몸에는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잠시 앉아 쉬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달려오는 그가 보였다.


"다친 곳은-"

"없어요. 괜찮데요."

"많이 걱정했네."


손에 들고 있던 헬멧을 내 옆에 놓고는 나를 꽉- 껴안아오는 그였다.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해했을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르기에 조용히 그의 등에 손을 올려 안아주었다.


"괜찮아요. 이름을 부르기 전에 와주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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